오감을 자극하는 런던의 요즘 전시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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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9-03

오감을 자극하는 런던의 요즘 전시

지금 런던에서 가장 ‘핫’한 전시의 공통점은? 오감을 자극한다는 것.

[Alice: Curiouser and Curiouser] 전에서 선보인 ‘Curious Alice’.

예술은 동시대의 사회문화적 맥락을 보여주지만, 때로는 그 맥락이 예술로 정의되기도 한다. 지금 런던 아트 신의 풍경이 그렇다. 런던을 대표하는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열리는 전시는 대부분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기획한 것이지만, 묘하게도 지금 대중의 요구를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다. 오랜 록다운 기간을 거치며 예술에 목마른 이들을 의식한 듯,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 오감을 자극하는 전시가 열리고 있는 것. 그중 입소문 난 전시 세 편을 소개한다.

[Alice: Curiouser and Curiouser]전
팬데믹과 록다운 경험은 우리 사회를 지탱해온 보편성을 전복시키며 새 질서를 만들고 있다. 현실과 가상 세계의 경계가 희미해진 오늘날, 일상은 예전과는 다른 패턴으로 그려진다. 이렇게 혼란한 시기에 1865년 출간한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거대한 메타포로 읽힌다. 5월 22일부터 12월 31일까지 빅토리아 앤 앨버트 박물관에서 열리는 전은 이것을 주제로 한다. 원작자 루이스 캐럴의 자필 원고부터 그의 까다로운 요구에 따라 동화 속 풍경을 완벽하게 그려낸 일러스트레이터 존 테니얼(John Tenniel)의 오리지널 삽화, 1951년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주요 이미지 스케치, 살바도르 달리가 동화 속 미친 모자 장수의 티파티를 특유의 초현실적 화풍으로 재해석한 ‘A Mad Tea Party’(1969), 동시대 영국의 패션 포토그래퍼 팀 워커(Tim Walker)가 동화를 주제로 작업한 화보 사진까지! 토끼굴로 들어간 앨리스의 모험을 직접 묘사하거나 모티브로 삼은 300여 개의 오브제를 한자리에 모았다. 이 전시에서 가장 이목을 끄는 작품은 빅토리아 앤 앨버트 박물관과 가상현실(VR) 기술을 보유한 HTC 바이브 아츠(HTC Vive Arts)가 협력해 만든 가상현실 작품 ‘Curious Alice’다. 전시장 내 VR 기기를 착용하면 흰 토끼의 잃어버린 장갑을 찾아주고, 애벌레가 낸 수수께끼를 풀고, 하트 여왕의 정원을 방문하는 등 앨리스의 시점에서 일러스트레이터 크리스트아나 윌리엄스(Kristjana S. Williams)가 설계한 동화 속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 이 작품은 현재 VR 게임 구독 플랫폼 바이브포트(Viveport)에서도 구매할 수 있으니 참고할 것.
문의 www.vam.ac.uk





에마 제인 휘턴의 ‘Swimming in The Mud’(2021).

[Terra Nexus]전
2018년에 조직한 프로포지션 스튜디오(Proposition Studios)는 화가, 조각가, 사진가, 패션 디자이너, 골동품 복원가 등 여러 분야의 아티스트가 한데 모여 생태 문제와 관련한 담론을 펼치는 예술 단체다. 이들은 지난 5월 19일더 런던 스튜디오(The London Studios)에서 ‘인간은 생태계의 일부(The Human as Part of Ecology)’라는 주제로 전을 열었다. 작은 방들을 연결한 형태의 전시장엔 소우주 같은 작품 18점이 얽혀 있다. 관람객은 눈을 가리고 밧줄에 의지해 그중 첫 번째 방으로 진입하는데, 1분의 침묵에 이어 아이의 시 낭송을 들으며 청각을 열고 이끼와 나무껍질 등 자연의 향기로 후각을 극대화한 후 본격적인 작품 감상을 시작하라는 의도다. 촉수를 연상시키는 하얀 세라믹 조각과 파도 소리가 오버랩되는 크리스티아노 디 마르티노(Cristiano di Martino)의 ‘Metamorphic Nativity’, 복합 재료로 천장과 벽을 뒤덮어 마치 진흙 속에 삼켜지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에마 제인 휘턴(Emma Jane Whitton)의 ‘Swimming in the Mud’, 꽃의 단면을 형상화한 무대에서 식물로 장식한 옷을 입은 퍼포머가 주술을 펼치듯 공연하는 시즈UK(SEADsUK)의 ‘Triptych’ 등 다채로운 작품이 눈길을 끈다. 관람객은 미로처럼 연결된 방을 지나며 살아 있는 토양의 필요성, 종의 지속적 이동, 멸종의 낙수효과식 위협, 자연과 다시 연결되는 방법, 자원 고갈로 인해 발생하는 갈등, 도시의 미래, 곤충과 동물에 대한 새로운 관점 등 인간과 생태계의 관계에 관한 질문을 받는다. 전시 큐레이터 가브리엘라 소나벤드(Gabriella Sonabend)는 “관람객이 냄새를 맡고, 만지고, 듣고, 보는 등 포괄적인 방식으로 아이디어를 흡수하길 바랐다”면서 “와 같은 몰입형 전시는 대중과 예술의 거리를 좁히고, 아이디어와 실제 경험 사이의 괴리를 줄이며, 작품 감상의 여정을 통해 개인의 서사를 발견하게 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시 종료일은 미정.
문의 www.propositionstudios.com





[Rupture No1: Blowtorching the Bitten Peach전 풍경.

[Rupture No1: Blowtorching the Bitten Peach]전
지난 3월 테이트 브리튼에서 개막한 헤더 필립슨(Heather Phillipson)의 개인전은 관람객을 낯섦이 가득한 원더랜드로 초대한다. 작가이자 시인, DJ인 그녀는 여러 직함만큼 다양한 재료로 감각적인 설치 작품을 만든다. 2018년 런던 지하철 글로스터로드역 한편에 거대한 달걀 모형을 배치하고, 동시에 닭 다리 모양이 붙은 TV 화면에 달걀 요리를 하는 영상을 틀어 괴상한 즐거움을 안겨준 ‘My Name is Lettie Eggsyrub’이 대표적 사례. 작품을 통해 우리 안의 가부장적·위계적·이성적 관점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것을 즐긴다고. 이번 전시도 마찬가지다. 작가는 ‘사전-사후 역사적 환경(Pre-post-historic Environment)’이라는 새로운 생태계를 제시하고 그곳에 사는 독특한 생명체(혹은 작품)들을 선보였다. 네온 조명 아래 정체불명의 생명체가 연못에서 목을 축이는 장면을 비롯해 산더미처럼 쌓인 소금, 반 토막 난 항공기 연료 탱크 등으로 만든 기이한 풍경은 관람객에게 전시장이라는 이 세계에 침범한 외계인 불청객이 된 기분을 유발한다. 이상함과 황홀함이 공존하는 경험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는 작가는 이번 전시에 특별한 주제나 의제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녀가 제시한 세계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촉진한 비이성적 상황을 반영한 듯하다. 전시는 내년 1월 23일까지.
문의 www.tate.org.uk





[Rupture No1: Blowtorching the Bitten Peach전 풍경.

 

에디터 황제웅(jewoong@noblesse.com)
양혜숙(기호 리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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