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퀴즈 온 더 블럭>은 누가 만들지?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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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9-23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누가 만들지?

잔잔한 재미와 감동을 불러 일으키는 tvN 대표 장수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을 만드는 김민석과 박근형 PD를 만났다.

이따금 TV를 틀면 몇 분간 리모컨을 놓지 못한다. 격한 감정을 쏟아내는 드라마, 영화보다 비현실적인 뉴스, 과한 설정에 눈살 찌푸려지는 예능 프로그램 등을 피하기 위해서다. 정신적 오아시스를 찾는 에디터에겐 모두 피로감을 안겨줄 뿐이다. 채널을 돌리다 보면 꽤 높은 확률로 <유 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을 방영하는 곳에 멈춘다. MC 유재석과 조세호가 거리에서 만난 이웃과 대화를 나누고 퀴즈를 푸는 것으로 시작한 tvN의 시즌제 예능 프로그램. 저마다 솔직하게 털어놓는 인생 이야기가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다. 억지웃음 없는 순한 매력에 점점 많은 사람이 <유퀴즈>를 챙겨 보고 있다. 한국갤럽이 매달 진행하는 ‘한국인이 좋아하는 TV 프로그램’ 조사에서 몇 달 사이 <유퀴즈>가 꾸준히 상위권에 랭크되고, 7월 28일 방송분이 수도권 가구 기준 최고 시청률인 11%를 기록하며 케이블, 종편 포함 동시간대 1위 자리에 오른 것이 이를 증명한다.
김민석과 박근형은 <유퀴즈>를 연출하는 메인 PD다. 선배 김민석은 2012년 KBS에 입사해 예능 프로그램 <해피투게더>와 <1박 2일> 조연출을 경험한 베테랑으로 <유퀴즈>를 세상에 내놓은 주인공이다. <코미디빅리그>, <스페인 하숙>, <유퀴즈> 조연출을 거친 후배 박근형은 지난 1월 <유퀴즈>의 스핀오프 <난리났네! 난리났어>로 입봉한 뒤 메인 PD 자리에 올랐다.
<유퀴즈>의 시작은 2018년 여름 <나 혼자 산다>, <미운 우리 새끼> 같은 관찰 예능의 인기가 하늘을 찌를 때였다. 유행과 동떨어진 예능을 런칭하는 건 위험 부담이 따르는 일이었을 터. 김민석은 애초 유재석을 MC로 염두에 두고 기획했다고 밝혔다. “유재석 씨는 사람에 대한 애정과 호기심이 정말 많아요. 그래서 과거 <무한도전>에서 길거리 인터뷰 코너를 선보이기도 했고요. 그런 사람이 진짜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어요. 또 불특정 다수를 만나 인터뷰를 끌어내는 포맷에선 유재석 씨의 존재가 필수죠. 국민 누구나 알고 친근함을 느끼는 유일한 인물이니까요.”
<유퀴즈>가 처음 나왔을 때 시청자들이 신선함을 느낀 데에는 길거리 토크쇼만이 지닌 우연의 힘이 컸다. 언제 어디서 누구를 만날지 예측할 수 없고, 의외의 상황이 빚어내는 즐거움이 <유퀴즈>의 매력. 한데 정말 우연이었을까? 조작 논란으로 시끄러운 방송가를 보고 드는 생각이었다. “촬영 전 연출자로서 준비할 수 있는 건 동네를 선정해 출발점을 정하는 정도예요. 이후 조타는 MC들이 잡죠. 보통 식사 장소 정도는 사전 허락을 받는데 <유퀴즈>는 예외입니다. 즉흥적 상황에서도 섭외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말씀을 잘하시고 재미있는 시민이 많았어요. 기꺼이 출연해주신 분들을 화면에 잘 담아내는 것이 저희 역할이죠.”
지난해 겨울 코로나19 확산은 시즌 3를 준비하던 <유퀴즈>에 위기로 다가왔다. 거리에서 사람들을 만나야 하는 프로그램의 특성상 존폐가 걱정되었기 때문. “원래 방식으로는 진행이 불가능한 상황이라 고민이 많았어요. 매회 주제를 가지고 선정한 인물을 인터뷰하는 새 포맷으로 가기로 했죠. 시즌 2 광복절 특집 등에서 몇 번 시도했는데, 만족스러웠지만 기존 포맷에 꾸준히 적용하기 어려워 아쉬워하던 차였죠. 자연스러운 만남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지만, 타인의 삶을 여행하는 핵심 가치는 꼭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전화위복이라고 해야 할까. 새 포맷을 입은 <유퀴즈>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주제에 걸맞은 특별한 재능과 직업의 일반인, 평소 예능에서 보기 어려운 유명 연예인의 게스트 출연이 화제성과 주목도를 높였다. 이는 김민석도 인정하는 바. “하지만 제작진 입장에선 단지 그것 때문인지 궁금증이 남습니다. 시즌 1과 2를 거치며 <유퀴즈>의 인지도가 누적된 것도 사실이니까요. 초기에 <런닝맨>을 촬영 중이냐고 묻던 시민들도 점차 ‘자기님(<유퀴즈>에서 시민을 지칭하는 말)’을 외쳤습니다. 코로나19가 없어 기존 포맷으로 진행해도 좋은 결과가 있지 않았을까 상상하게 됩니다.” 아직 요원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유퀴즈>는 어떻게 될까? “고민되는 부분입니다. 새 포맷의 장점이나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요소를 아예 포기할 수는 없거든요. 하지만 원안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분명 있습니다. 시즌 3에서 인지도를 쌓았으니 다시 한번 거리로 나가 새로운 상황을 만들어보는 거죠.”





방송 프로인 연예인이 주로 활약하는 예능 프로그램과 달리 카메라 앞이 어색한 일반인을 게스트로 섭외하는 <유퀴즈>는 제작할 때 더 많은 부분에 신경 써야 한다. “최소 제작 인원만 촬영장에 남기는 등 게스트에게 편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MC들도 게스트를 최대한 배려하고요. 카메라 앞에서 자기 이야기를 하는 건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일이에요. 또 평생 기록으로 남는 만큼 게스트의 의도를 과장 없이 전달하려 합니다. 게스트가 가족과 함께 방송을 볼 때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박근형의 말에 김민석이 덧붙였다. “게스트 한 명을 수일간 편집하다 보면 막역한 친구 혹은 가족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공감’이란 말이 너무 흔하게 쓰이다 보니 오히려 피상적으로 느껴졌는데, <유퀴즈>로 여러 삶의 모습을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그 의미가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저희가 공감한 바를 전하려는 노력을 많은 분이 알아봐주셔서 <유퀴즈>가 더 사랑받는 것 같습니다.”
<유퀴즈>는 TV뿐 아니라 유튜브의 하이라이트로도, OTT 서비스의 다시 보기로도 방영한다. 영상 콘텐츠를 선보이는 플랫폼과 콘텐츠 수가 급증한 오늘날, 올드 미디어에 속하는 방송국 PD는 그 변화를 어떻게 바라볼까? 우선 박근형부터. “한때 뉴미디어의 성장에 불안감을 느끼기도 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긍정적으로 바라봅니다. 하나의 콘텐츠가 플랫폼 사이를 옮겨 다니는 일이 자연스러워졌고, 더욱 다양한 콘텐츠를 기획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김민석의 생각은 이렇다. “과거 콘텐츠를 선보이면 호평이든 비평이든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반면 요즘은 경쟁이 치열해 무관심에 반응조차 얻지 못하는 경우가 생겨요. 콘텐츠를 선보일 플랫폼을 선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좋은 콘텐츠가 시청자의 선택을 받는다는 생각이 들고요. 이런 맥락에서 예컨대 유튜브가 인기라고 그 특성을 무작정 TV 프로그램으로 끌어오는 건 올바른 선택이 아닐 수 있습니다. 그보다는 유튜브를 즐겨 보는 사람들도 TV를 켜게 하는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인터뷰 말미 PD로서 목표하는 바를 물으니 두 사람은 ‘안주하기 싫다’는 공통의 대답을 내놨다. “시간이 갈수록 주 종목이 정해지는 느낌이 들어요. 관찰 예능에 최적화된 PD, 버라이어티 예능을 잘하는 PD처럼요. 디테일이 중요한 시대라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자기도 모르게 익숙한 걸 찾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저희는 그걸 깨고 싶습니다. 잘 닦은 길이 있더라도, 하고 싶은 게 있으면 험한 길이라도 헤쳐 나가고 싶어요. 지금처럼 마음 맞는 동료와 함께라면 오래 걸을 수 있을 것 같네요.”

 

에디터 황제웅(jewoong@noblesse.com)
사진 JK(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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