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제대로 만끽할 드라이브 코스 - 노블레스닷컴

Latest News

    LIFESTYLE
  • 2021-10-14

가을을 제대로 만끽할 드라이브 코스

완연한 가을을 만끽하는 드라이브 코스 세 곳, 세대의 차량 그리고 세 가지 BGM 리스트.

회색빛 도시에선 계절이 변하는 순간을 포착하기 어렵다.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이 비슷한 톤과 형태로 흘러간다. 그래도 알아차릴 때가 있다. 택시 안에서 이문세의 노래가 흘러 나오거나 팽창하던 서울숲이 숨을 고르는 순간, 혹은 땅거미가 짧게 사라질 때. 그때 어렴풋이 영원할 것 같은 여름이 끝나간다고 느낀다. 유난히 지지부진하고 무더웠던 올여름이 정말 소멸하고 있다.
가을로 들어서는 문턱에 서면 어딘가로 무작정 떠나고 싶다. 큰 배낭에 손에 잡히는 대로 물건을 욱여넣고 차에 올라 빌딩으로 채워진 미로를 벗어나고 싶다. 가시거리가 끝없이 펼쳐진 해안 도로나 굽이진 백두대간의 오름, 햇볕이 바삭바삭하게 부서지는 계천의 사잇길로 달리고 싶다. 팬데믹으로 아쉬운 휴가를 보냈을 우리에게 가을 드라이빙은 여러모로 보너스 같은 시간이 될 것이다. 그래서 이 계절을 만끽할 수 있는 드라이브 코스를 함께하기 좋은 자동차와 음악을 챙겨 먼저 다녀왔다. 경상과 전라, 충청과 강원의 산과 바다, 강을 달리며 가을을 마중했다. 아직 팬데믹으로 국경이 닫혀 있지만, 한편으론 반도에 이렇게 좋은 곳이 많다는 걸 알아차릴 좋은 기회다. 곧 모든 것은 제자리를 찾을 테니, 지금은 이 아름다운 계절만 생각하자. 목적지를 정한 뒤 자동차를 고른다. 아, 물론 여정을 함께할 BMG 리스트는 필수다. 다만 서두를 것. 이 아름다운 계절이 아이스크림처럼 금세 사라질지도 모르니까.













PORSCHE 911 Turbo S
포르쉐 911 터보 S, 역대 911 중 가장 빠른 녀석이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 시간은 2.7초, 최고속도는 시속 330km에 달한다. 이 차의 최대출력은 제원상 662마력이지만 수치를 역계산하면 700~800마력급 슈퍼카 성능이다. 누군가는 이런 극강의 차를 타고 트랙이 아닌 가을철 드라이브를 떠나는 나를 보며 혀를 끌끌 찼을지도 모르겠다. 만약 그랬다면 그는 911 터보 S는 알지만 992 플랫폼으로 탄생한 신형 911 터보 S를 1도 알지 못하는 사람임이 분명하다. 911 터보 S의 진면목은 트랙뿐 아니라 일반 도로에서도 볼 수 있으니까. 신형 911 터보 S를 다른 고성능 스포츠카와 구분 짓는 특징 중 하나는 일상에서의 실용성이다. 슈퍼카급 성능을 갖춘 스포츠카는 차체에 힘을 단단히 주거나 경직돼 있어 승차감이 딱딱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911 터보 S는 다르다. 그러고는 아무렇지 않게 폭발적 힘을 뽑아낸다. 게다가 315mm 타이어와 21인치 휠을 신고도 울퉁불퉁한 노면에서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다. 말인즉슨, 목적지로 가는 여정이 무척 빠르고 편안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날씨도 911 터보 S와 찰떡궁합이다. 가을은 고성능 스포츠카를 타고 굽이치는 산길이나 서킷을 달리기에 최적의 계절이다. 911 터보 S를 타기 위한 핑계일 뿐이라고 생각한다면 천만의 말씀. 서늘한 공기와 적당히 뜨거운 햇살은 자동차의 주행 성능을 최고로 뽑아낼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기 때문이다. 가을 문턱으로 들어선 요즘, 엔진 흡기 온도가 눈에 띄게 낮아진다. 밀도가 높아진 공기는 실린더에서 연료와 연소하며 출력을 최대로 끌어낸다. 그뿐이 아니다. 냉각 성능에도 유리하다. 차가운 공기가 엔진을 식혀 부하를 줄이고, 브레이크의 내구성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니 가을철 드라이브를 위한 나의 선택이 ‘판단 미스’가 아니라는 것이다. _ 김선관(<오토캐스트> 기자)





DRIVING COURSE
전북 군산시 새만금방조제 드라이브 코스
전북 군산시 비응항 → 전북 군산시 옥도면 선유도섬

10년 전쯤 처음 군산에 갔다. 첫 번째 이직 후 적응하는 데 애를 먹을 때였는데, 옆에서 보던 친구가 재촉해 마지못해 따라나선 여행이었다. 군산의 풍경은 꽤 낯설었다. 지붕 낮은 집들이 즐비했고, 이상하게도 블록마다 중식집이 있었다. 우리는 숙소 근처 카센터에서 바이크 두 대를 빌렸다. 대림에서 출시한 VF125 모델을 타고 새만금방조제로 달렸다. 커다란 화학공장 지대를 지나자 시야가 끝없이 펼쳐지는 해안 도로가 나왔다. 입이 벌어질 만큼 광활한 풍경이었다. 당시 도로 양옆 바다를 메우는 작업이 한창이었고, 도로를 지나는 차도 적었다. 그 한적한 일직선 해안 도로를 시속 100km 이상으로 몇 번을 오갔다. 중간중간 목이 터져라 소리도 질렀다. 명치 어디쯤 꽉 막혀 있던 것이 한순간에 허공으로 흩어졌다. 아직까지도 그렇게 시원한 주행은 트랙에서도 경험하지 못했다. 이후 군산은 즐겨 찾는 도시가 됐다. 지금은 새만금방조제 드라이브 코스의 공사가 얼추 마무리되었고, 이젠 바이크 대신 자동차로 그곳을 지난다. 양쪽 도로에 높은 둑을 쌓고 인도를 만들어 걸어서도 지날 수 있다. 물론 도로 전체에 갓길이 있어 멋진 풍경을 만나면 언제든 차를 멈출 수 있다. 만약 하룻밤 묵을 생각이라면 인근에 자리한 선유도를 추천한다. 예전엔 배를 타고 들어가야 했지만, 2017년 섬과 육지를 잇는 다리를 개통해 수월하게 오갈 수 있다. 비록 작은 섬이지만 해수욕장이나 커다란 돌산, 여러 낚시 포인트까지 즐비해매력이 넘치는 곳이다. 아직까지 여행객이 많지 않아 휴가철만 제외하면 비교적 한적하게 즐길 수 있다. _ 조재국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인 스포티파이(Spotify) 유저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 드라이빙 BGM 리스트를 추렸다. 스포티파이 앱의 ‘검색하기’ 메뉴 상단 우측 카메라 아이콘을 눌러 본 기사에 삽입한 QR코드를 스캔하면 자동으로 플레이리스트 감상이 가능하다.















AUDI S8 L
갈수록 멀리 떠나고 싶어진다. 풍경이 바뀌어야 떠났다는 걸 실감한다. 가을이라면 풍경의 색도 바뀌는 계절이다. 멀면 멀수록 바뀐 색은 더욱 선명해진다. 그만큼 자연스레 일상과 멀어진다. 멀리 달릴 때 대형 세단만큼 믿음직스러운 차종이 있을까? 국토를 관통하는 장거리에도 아늑함을 유지한다. 게다가 가을이다. 여름의 들뜬 기분은 잦아들고 차분하게 주변을 음미하고픈 계절이다. 시간의 흐름은, 풍경의 변화는 공간이 고요할수록 더욱 선명해진다. 안락하고 고급스러운 실내의 대명사는 또 대형 세단이니까. 물론 드라이브이기에 진중하기만 하면 지루하다. 원할 때마다 풍성한 출력을 마구 흩뿌리고 싶은 욕망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니까 짜릿한 성능이 빠지면 아쉽다. 또 출장이 아닌 드라이브다. 대형 세단 특유의 중후함보다는 젊은 감각이 필요하다. 이런 조건에 가장 부합하는 모델은 아우디 S8 L이다. 아우디 기함 A8의 고성능 버전. 우선 대형 세단인데도 젊은 감각을 유지한다. 아우디 특유의 날렵한 직선이 차체를 다잡은 덕분이다. A8도 그렇지만, S8 L은 몇 가지 장식을 더해 감각을 더욱 벼린다. 검은색으로 싱글 프레임 그릴을 통일하고, S 모델답게 무광 은색으로 사이드미러를 강조했다. 비즈니스 세단보다는 매끈한 GT처럼 보이기도 한다. 출력이야 S배지가 보증한다. 4.0리터 V8 가솔린 터보엔진이 571마력을 토해낸다. 무엇보다 최대토크가 무지막지하다. 81.5kg·m라는 최대토크를 2050rpm부터 쏟아내니 2.3톤 차량인데도 가뿐하게 움직인다. 가속페달을 힘껏 지르밟으면 포탄처럼 튀어나간다. 직진의 호쾌함이야 차체 크고 출력 높으면 당연한 결과.
하지만 드라이브하면서 고속도로만 달릴 순 없다. 적당한 굽잇길은 드라이브의 정석 아니던가. 그럴 때 S8 L에 탑재된 사륜구동 콰트로와 액티브 서스펜션이 길을 믿고 즐기게 한다. 특히 액티브 서스펜션이 비장의 무기다. 노면을 파악해 승차감을 높이는 솜씨는 기본이다. 코너에서 차체가 좌우로 기울지 않게 하고, 제동할 때도 앞머리를 다잡는다. 그러니까 어떤 길을 어떻게 달려도 실내가 안락하다는 뜻이다. _ 김종훈(자동차 칼럼니스트)





DRIVING COURSE
강원도 인제 내린천로
강원도 홍천군 내면 광원리 원당삼거리 → 강원도 인제군 인제읍 합강리 합강교차로

드라이브 코스의 절대 조건. 물길 따라 달리면 실패하지 않는다. 한국은 우측통행이니 오른쪽에 물길을 끼면 된다. 언제나 강변북로가 서울 드라이브 코스 첫손에 꼽히는 이유다. 전국 물길은 수없이 많다. 한국은 산만큼이나 강과 계곡이 즐비하다. 그 물길마다 보물처럼 강변길이 숨어 있다. 물론 물길을 끼고 있다고 다 괜찮은 드라이브 코스는 아니다. 길 상태를 봐야 한다. 물길의 규모에 따라 길이 달라진다. 물길이 조촐하면 길이 좁거나 험하고, 물길이 거대하면 길이 쭉 뻗어 단조롭다. 해서 적당한 물길이 필요하다. 인제 내린천로는 그런 길이다. 인제 방향 44번 국도를 타고 가다 합강교차로에서 우회전해 합강교를 건넌 뒤 다시 우회전하면 내린천로가 시작된다. 홍천 방면 31번 국도. 오른편에 소양강을 끼고 달리다 내린천변으로 이어진다. 일단 길이 드라이브를 즐기기에 알맞다. 굴곡이 적당해 스티어링 휠을 좌우로 돌리며 리드미컬하게 운전할 수 있다. 길의 너무 굽이지면 주변 풍경보다 전방 시야에만 집중할 수 없으니까. 느긋하게 리듬을 타면서 오른쪽에 펼쳐진 소양강과 내린천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단지 물길만 이어지지도 않는다. 물길을 배경으로 산세가 병풍처럼 두른다. 물길만 바라봐도 기분이 상쾌한데 고고한 숲까지 눈에 담을 수 있다. 일석이조다. 게다가 가을 아닌가. 다채로운 색을 머금은 단풍의 정취까지 즐길 수 있다. 확실히 내린천로에 진입하는 순간부터 공기가 달라진다. 도시에서 자연으로 시공간이 전환하는 순간을 만끽하게 한다. 이런 감흥은 자연스레 본격적으로 드라이브를 즐기게 한다. 마치 일부러 드라이브 코스를 만들어놓은 것처럼. _ 김종훈(자동차 칼럼니스트)

















VOLVO V60 Cross Country
첫 차부터 지금까지 줄곧 SUV나 해치백을 탔다. 일상의 9할을 도시에서 보내지만 마음은 항상 교외에 있었다. 겁 없이 여러 곳을 다녔다. 서울 촌놈에겐 톨게이트만 벗어나도 전부 새로워 보였다. 빌딩 숲에서 꾸역꾸역 하루를 넘기다가도 차만 보면 연상되는 주말 여행에 견딜 만했다. 그러니까 내게 자동차란 일상에서 벗어날 어떤 영감이나 상상력을 줄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그런 지점에서 볼보의 V60 크로스컨트리는 항상 소유하고 싶은 모델이다. 크로스컨트리는 도심과 자연의 경계 지점에 있다. 스칸디나비아반도 자연의 혹독함과 아름다움 그리고 메트로폴리탄의 차가운 모던함을 동시에 지녔다. 그래서 서울 도로에서 V60을 만나면 무작정 떠나고 싶어진다. V60 크로스컨트리의 형태는 국내에서 인기 없는 왜건(Wagon)이다. 차량 루프를 트렁크까지 늘려 짐을 싣기 유리하게 설계했지만, 왜건 특유의 투박함은 없다. V60 이후로 한국에서 왜건에 대한 평가가 달라졌다. 전장 4785mm, 전폭 1850mm, 전고 1490mm로 왜건보다는 지붕이 낮은 SUV에 가깝게 느껴진다. 잘 잡힌 비율로 차량이 딱히 크다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짐을 싣다 보면 왜 네이밍이 ‘크로스컨트리’인지 알 수 있다. 기본 529리터의 트렁크 공간을 제공하며 2열 좌석을 접을 시 1441리터까지 짐을 넣을 수 있다. 웬만한 4인 가족 캠핑 장비는 물론, 4명의 골프 백을 실을 수 있는 수준이다. V60의 내부는 고요한 숲속에 들어와 있는 듯 편안함을 준다. 베이지 톤의 천연 가죽 시트와 우드 트림으로 마감 처리했으며, 영국의 하이엔드 음향 브랜드 바워스 앤 윌킨스 스피커를 장착해 수준급 사운드를 제공한다(정말 소리가 좋다). V60 크로스컨트리가 여행 파트너로 적합한 또 다른 이유는 달리기에 있다. 이름에 걸맞게 어떠한 환경에서도 안정적이면서도 쾌적한 주행을 선보인다. 크로스컨트리는 왜건치고 높은 지상고로 SUV처럼 시원한 시야를 제공한다. 새롭게 탑재한 B5 마일드 하이브리드의 파워트레인은 최대출력 250마력과 최대토크 35.7kg・m의 힘을 자랑한다. 저속에서도 민첩하게 움직이며 고속도로에선 안정적으로 속도를 낸다. 여행에서 만나는 장애 요소를 딱히 겁내지 않아도 된다. 스프링과 완충기의 댐핑 컨디션을 조정한 전용 투어링 섀시와 서스펜션을 적용해 오프로드의 돌파력 역시 수준급이다. 복합 연비는 10.2km/L, 길을 떠나기 위해 이보다 더 필요한 것이 있을까? _ 조재국





DRIVING COURSE
경상북도 문경시 이화령
이화령로 11km 구간

목적지는 이화령이다. 충북 괴산군과 경북 문경시 사이에 자리한 고개로, 백두대간에 있는 해발 1017m의 조령산을 남서쪽으로 넘는다. 이화령은 약 11km 구간으로 되어 있으며, 정상에 자리한 이화령터널을 중심으로 괴산 쪽 코스와 문경 쪽 코스로 나뉜다. 괴산 쪽 코스는 경사가 비교적 완만하고 롱 코너 몇 개가 길게 이어진다. 도로 폭이 넓은 데다 차도 많지 않아 평균속도가 꽤 높은 편이다. 오르막에선 출력이, 내리막에선 무게 배분과 브레이크 성능이 중요하게 작용할 거다. 반면 문경 쪽은 경사가 급하고 짧은 코너가 연속되는 테크니컬 코스다. 고저차가 큰 헤어핀도 있어 차체에 쌓이는 스트레스도 상당하다. 그러니까 이화령 전체 코스를 말끔하게 해치우려면 출력이 풍성하고 몸놀림이 가벼우면서 강한 브레이크 성능과 함께 접지 한계도 높아야 한다. 운전 실력은 말할 것도 없고. 괴산 쪽에서 이화령터널로 올라갈수록 나무는 점점 높아지고 빼곡하다. 그로 인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그늘. 그 안으로 들어서면 선선한 기운이 차체를 감싼다. 나뭇가지와 잎 사이로 비추는 햇빛이 눈꺼풀을 간지럽히지만 보닛 위에는 형이상학적 무늬가 빠르게 ‘워프(warp)’한다. 올라갈수록 귀는 먹먹하지만 코는 민감해진다. 약간 시큼한 듯하지만 피톤치드의 농도는 짙다. 감성적 분위기에 취해 터널에 도착했다면 잠시 차에서 내릴 것. 터널을 중심으로 한쪽엔 평야가, 한쪽엔 백두산간의 웅장한 정경이 펼쳐진다. 이 풍경 하나만으로도 이화령에 오를 가치는 충분하다. _ 김선관(<오토캐스트> 기자)





 

에디터 조재국(jeju@noblesse.com)
사진 기성율

관련 기사

페이지 처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