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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0-06

예술을 컬렉팅하는 손

크리에이티브 마케팅 에이전시 에피데믹과 패션・리빙 브랜드 닥터 로마넬리를 운영하고 있는 대런 로마넬리와의 만남.

대런 로마넬리의 뒤에 있는 강렬한 색감의 작품은 오스틴 리(Austin Lee)의 그림.





그는 집과 회사에서 언제나 예술 작품을 가까이한다. 빅뱅의 뮤직비디오 스타일링, 디뮤지엄 설치 작품, 분더샵 개관 윈도 프로젝트, 갤러리아백화점 캡슐 컬렉션 등을 위해 우리나라도 여러 번 방문했다.

대런 로마넬리  Darren Romanelli 
미국 LA에서 크리에이티브 마케팅 에이전시 에피데믹과 패션ㆍ리빙 브랜드 닥터 로마넬리를 운영하고 있는 대런 로마넬리. 그는 어린 시절 패션 아이템으로 컬렉션을 시작, 미술 작품 컬렉션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확장했다. 대니얼 아샴이 LA에서 첫 전시를 할 때 그의 작품을 구입하는 등 열정적인 컬렉터로 알려져 있다. 아티스트의 창의적 활동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언제나 예술 작품에 둘러싸여 행복을 느끼는 그는 작가의 스튜디오를 직접 방문하는 등 최신 아트 트렌드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한다.





대런 로마넬리가 만든 라운지 체어 뒤 대니얼 아샴의 작품이 인상적이다.





슈테판 마이어 (Stefan Meier), 칼리 손힐 드윗(Cali Thornhill DeWitt), 사시 마사카쓰 (Masakatsu Sashie), 케이트 모셔 홀(Kate Mosher Hall) 그리고 스펜서 루이스(Spencer Lewis)의 작품을 전시한 사무실.





힙합 목걸이를 소재로 한 에런 파울러 (Aaron Fowler)의 작품.

크리에이티브 마케팅 에이전시 에피데믹(Epidemic)과 패션・리빙 브랜드 닥터 로마넬리(Dr. Romanelli)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고 싶습니다.
20년 전 공동 창업한 에피데믹은 브랜딩과 패키징까지 전 과정에서 입체적 경험을 선사하고, 다양한 결과물을 선보이며 독보적 위치를 차지했습니다. 최근 작업한 프로젝트 중 흥미로운 것을 꼽으면 미키마우스의 탄생 90주년을 기념해 뉴욕에서 개최한 전입니다. 일본 도쿄의 모리 아트센터 갤러리에서도 선보였고, 지금은 중국 상하이 유즈 미술관에서 전시하고 있습니다. 또 캘리포니아 잉글우드의 소피 스타디움(SoFi Stadium) 앞 쇼핑 구역의 문화적 큐레이션도 우리가 주도했습니다. 이곳은 내셔널 풋볼 리그(NFL)의 LA 램스(Rams)와 LA 차저스(Chargers) 팀 홈구장이자, 앞으로 LA 올림픽과 월드컵이 열릴 장소이기도 하죠. 우리 회사는 다양한 브랜드를 위한 크리에이티브 솔루션을 만들어내는 싱크탱크와도 같은 역할을 하고, 동시에 현대미술 작품 설치를 주도하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다른 마케팅 에이전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창의성이 있습니다. 닥터 로마넬리에서는 여전히 빈티지 패션 작품도 다루지만, 요즘에는 가구에 관심이 많아졌어요. 지난 5년간 나의 시그너처 의자인 ‘라운지 체어’ 작업에 열중했는데, 친환경 소재로 만든 작품의 실루엣에 만족합니다.

미술에 대한 관심은 LA의 그라피티 아티스트 셰퍼드 페어리(Shepard Fairey)와 뉴욕 아티스트 호세 파를라(José Parlá)의 영향을 받았다고 들었습니다.
셰퍼드 페어리가 LA 전역에서 진행한 그라피티 작업이 인상적이었어요. 그는 나와 LA의 관계에 많은 영향을 주었고, 미디어를 바라보고 소통하는 방식을 바꾸어놓았어요. 호세 파를라는 자신이 경험한 그라피티의 세계와 역사를 상세히 알려주었습니다. 그가 아티스트로서 걸어온 여정은 정말 감명 깊었습니다. 본격적인 미술 작품 컬렉션은 2005년부터 2007년 사이에 헌신적일 정도로 아시아 여행을 다니고 여러 아트 페어에 참여하면서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작품을 모으기 시작한 이후로는 뒤도 안 돌아볼 정도로 푹 빠져버렸죠!

싱크탱크로 불리는 사무실에 작가를 초대해서 이야기도 하고 작업실로 빌려주기도 한다고 들었습니다. 그곳에 앨릭스 베세라(Alex Becerra), 데빈 레이놀즈(Devin Reynolds) 등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어 놀랐습니다. 업무에 영감을 주는 작품을 설치한 것인가요?
에피데믹 사무실은 아티스트들이 실험적 작업을 할 수 있는 안전지대 역할을 추구해왔습니다. 그곳에는 브랜드나 아티스트가 다양한 도전을 해볼 수 있도록 캔버스와도 같은 공간을 제공하는 여러 개의 방이 있습니다. 10년 전 사무실에 설치한 초기 작품 중 하나가 대니얼 아샴의 것인데, 이 작품이 위치한 라운지 룸은 ‘인터스코프 레코드(Interscope Records)’의 장기 입주를 포함해 다양하게 진화해오는 과정에서도 쭉 제자리를 지킨 구심점입니다. LA의 로컬 아티스트이자 친구인 앨릭스 베세라의 작품은 최근 NFL LA 램스 팀을 기념하는 램스 룸(Rams Room)에 설치했습니다. 잉글우드의 레지던시 아트 갤러리(Residency Art Gallery)에서 발견한 데빈 레이놀즈의 작품은 프라이빗 공간인 대런 샌 스시 오마카세 룸(Darren San Sushi Omakase Room)에 전시했습니다. 내 컬렉션과 우리 회사가 진행하는 프로젝트의 아티스트가 직접적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현재 LA를 큐레이션 차원에서 바라보는 시선과 잘 어우러집니다.





고바야시 다카시(Takashi Kobayashi)의 트리 하우스 조각 작품.





왼편의 아메리카 지도에서 영감을 받은 그림은 로열 자먼 (Royal Jarmon)의 작품, 오른편의 귀여운 캐릭터 그림은 조슈아 밀러(Joshua Miller)의 작품.





‘펑크(PUNK)’라는 글자가 경쾌한 얼리샤 깁슨(Alicia Gibson)의 페인팅.

최근 관심 있는 작가는 누구인가요? 시간이 지나면서 컬렉션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궁금해요.
새로운 아티스트를 만나고 새로운 작품을 발견하는 것에 관심이 많습니다. 매주 LA 아티스트의 스튜디오를 방문하고, 여행할 때도 낯선 갤러리나 스튜디오에 들르는 여정을 빼놓지 않습니다. 최근 관심을 갖고 보는 아티스트는 나열하기 힘들 만큼 많습니다. 평소에 하나의 장르로 제한을 두기보다는 그때그때 영감을 주는 작품을 살피는 편입니다. 컬렉션의 성격은 요즘 내 관심사가 어디에 중점을 두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아요. 작품을 재배치하고, 정리하고, 다시 꺼내보는 작업을 자주 합니다. 에이전시 사무실의 컬렉션과 개인적 홈 컬렉션에는 큰 차이가 있어요. 둘 다 나만의 프라이빗한 컬렉션이지만, 홈 컬렉션은 나와 딸들을 위해 큐레이팅합니다. 에이전시 컬렉션은 고객이 주로 보기 때문에 결과물에 더 집중하며 구성하는 편입니다.

컬렉션을 시작하고 인생은 어떻게 달라졌나요?
미술 작품을 수집하는 일은 업무에 긍정적 영향을 주었고, 덕분에 인생도 더 좋은 쪽으로 바뀔 수 있었어요. 아티스트가 작품으로 표현한 그만의 독창적인 이야기에서 에너지를 얻고, 집과 에이전시에서 항상 작품에 둘러싸여 정신력을 한껏 끌어올린 상태에서 일합니다. 컬렉션은 중요한 삶의 요소고, 아티스트가 각자 작업에 접근하는 다른 방식을 살펴보면서 새로운 것을 배웁니다. 컬렉션을 통해 아티스트와의 창의적 상호작용과 여러 실험적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은 행운입니다.

예술과 사업에 대한 당신의 관심이 서로 맞닿아 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컬렉터로서 당신의 안목이 사업에 시너지 효과를 가져왔을 것 같은데, 특히 인상적이었던 협업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몇 년간 사업과 아트 컬렉션에 대한 개인적 관심 사이의 경계선을 자유롭게 넘나들었습니다. 운 좋게도 에피데믹에서 다양한 브랜드와 아티스트의 예술적 실험에 함께할 수 있었죠. 아트 협업은 정말 해야 할 일이 많은데, 에이전시 팀원과 이를 함께 진행하면서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로서 독특한 시각을 가질 수 있음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몇 년간 우리는 인큐베이션 방식을 지속적으로 갈고닦았고, 현대미술이 상업적 특성과 잘 어우러지게 하는 역량도 키울 수 있었죠. 우리가 만들어내는 결과물에 예술적 요소를 추가함으로써 이를 한 단계 더 고도화하고, 고객에게 이런 점을 증명해 보일 수 있는 경험은 의미 있었습니다. 지금 저는 뉴욕에서 아트 갤러리 비너스 오버 맨해튼(Venus over Manhattan)의 애나(Anna)와 함께 루스벨트섬에 새로 지은 그래듀에이트 호텔(Graduate Hotel)에 선보일 작품 큐레이션을 하고 있습니다. 팬데믹이 한창일 때, 멋진 아티스트들과 함께하는 이 새로운 프로젝트를 구상하게 되었죠. 조금만 더 소개하면 크리스 마틴(Chris Martin), 이다 에크블라드(Ida Ekblad), JPW3, 줄리아 창(Julia Chang) 그리고 브라이언 벨럿(Brian Belott)과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또 다른 프로젝트로 아트 컴퍼니 아방아르테(Avant Arte), LA 아티스트 얼레이크 실링(Alake Shilling)과 협업하는 작품이 있습니다. 얼레이크 실링이 그려낸 상상의 캐릭터들을 조각으로 만들어 4개 한정판으로 런칭할 예정인데, 이미 첫 작품은 매진되었습니다.





카츠 앤 도그(Katz & Dogg) 브랜드와 함께 만든 닥터 로마넬리의 라운지 체어.





고바야시 다카시의 조각 작품은 에피데믹이 그간 작업한 프로젝트를 상징하는 아이템으로 장식했다.





닥터 로마넬리의 라운지 체어 뒤에 걸린 작품은 마리오 아얄라(Mario Ayala)의 페인팅.

당신은 힙합 뮤지션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의 뮤직비디오를 감독하고, 카녜이 웨스트(Kayne West)와도 작업했습니다. 힙합 뮤지션과의 교류가 컬렉션에도 영향을 끼쳤을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맞습니다. 라운지 룸에 에런 파울러(Aaron Fowler)의 멋진 작품이 걸려 있죠. 같은 공간에 에디 피크(Eddie Peake)가 그린 대형 작품도 있는데, 이건 내가 기획한 켄드릭 라마의 뮤직비디오 ‘싱 어바웃 미(Sing about Me)’에 등장한 작품입니다. 힙합 음악과의 교류는 내 경력에도 확실히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운 좋게도 여러 멋진 힙합 관련 작업을 했는데, 나스(Nas), 어셔(Usher), 루페 피아스코(Lupe Fiasco), 빅 보이(Big Boi) 등의 뮤지션과 함께할 기회가 있었어요. 카녜이 웨스트는 예전에 콜레트(Colette)에서 내가 만든 재킷을 구매했는데, 특히 의미 있는 순간이었죠. 어린 시절부터 힙합 문화 전반에 깔린 ‘스웨그’의 매력과 함께 패션과 주얼리에 깃든 섬세함에 이끌렸는데, 그렇게 이어진 힙합 음악과 문화에 대한 애정이 작업에도 중요하게 작용했습니다. 얼마 전에는 음악 프로듀서 앨케미스트(Alchemist), 미술가 스펜서 루이스(Spencer Lewis)와 함께 힙합 스타 웨스트사이드 건(Westside Gunn)이 피처링한 앨범 작업과 캡슐 컬렉션 기획을 했습니다. 앨케미스트와는 다른 몇몇 프로젝트에서도 협업했는데, 샘플링 작업을 할 때 컬렉션을 통한 공감대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이 좋았어요. 그가 음악 비트를 샘플링하는 것처럼 나는 원단을 샘플링하며, 첫 앨범을 함께 만들면서 시너지 효과를 끌어낼 수 있었습니다. 나와 스펜서는 후속 프로젝트를 위해 래퍼 드레이크(Drake)의 사무실로 옮겼고, 중고 물품 전문 브랜드 굿윌(Goodwill)과 협업하면서 재활용 섬유로 친환경 캔버스를 만드는 작업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좋아하는 아트 행사가 있는지, 또 미술 작품은 주로 어떤 경로로 구입하는지 알고 싶습니다.
초기에는 유명 아트 페어를 둘러보면서 컬렉션을 시작했지만, 그곳에서 작품을 많이 구매하지는 않았습니다. 아트 컬렉팅의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방문한 목적이 컸고, 페어 자체보다는 주변의 또 다른 전시를 감상하는 것이 흥미로웠어요. 예를 들면 NADA 페어와 연계해 우리 회사가 기획한 배리 맥기(Barry McGee)의 비츠 바이 닥터 드레(Beats by Dr. Dre) 협업 프로젝트도 아트 바젤의 에너지를 품고 있었지만, 사실 그 페어의 일부는 아니었죠. 요즘도 여전히 유명 페어를 방문하지만, 가끔은 과하게 상업적으로 느껴질 때도 있어요. 그런 면에서는 루스벨트 호텔에서 열리는 펠릭스(Felix) 아트 페어 같은 소규모 독립 페어에서 더 친근한 캘리포니아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어 즐겨 찾습니다. 사실 아티스트의 스튜디오를 방문하거나 그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을 선호합니다. 하지만 새로운 갤러리나 아티스트를 발견하려면 대규모 페어를 방문하는 것이 효과적 방법이고, 나도 그런 경험이 없었다면 아마 지금처럼 미술계에 대한 깊은 이해도가 없었을 거예요.

팬데믹을 맞아 온라인으로 미술 작품을 구입하는 이들도 많고, 자산 증식을 목적으로 하는 MZ세대의 컬렉션 붐 또한 일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의견이 궁금합니다.
혁신적 기술을 통해 미술 작품을 컬렉팅한다는 개념은 흥미롭습니다. 첨단 기술 덕분에 손가락으로 화면을 세 번만 건드려도 작품을 찾고, 보고, 구매할 수 있죠. 속도감과 편의성은 물론이고 현대미술에 대한 대중의 접근성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놀랍습니다. 컬렉션 초기에 내가 아트 페어를 찾아다니던 때와는 확연히 다릅니다. 다만 걱정스러운 점은 사람들이 미술 작품과의 개인적 연결 고리를 잃어간다는 겁니다. 직접 작품을 보고 관계를 쌓아가는 일도 특별하거든요. 운동화 리셀 시장이 최근에 유행시킨 물건을 사고파는 행위에만 집중하는 소비 행태는 선호하지 않습니다.

 

에디터 이소영(프리랜서)
사진 Justin Ch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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