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보는 올해의 시계 트렌드 - 노블레스닷컴

Latest News

    WATCH NOW
  • 2021-10-14

키워드로 보는 올해의 시계 트렌드

팬데믹 상황에서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조금씩 안정을 되찾은 시계 분야의 올해 주목할 만한 트렌드.

파네라이 섭머저블 eLAB–ID™

THE SHOW MUST GO ON
매년 초 시계업계는 스위스에서 열리는 시계 박람회를 통해 새롭게 개발한 기술과 신제품을 선보여왔다. 스위스 시계 박람회의 양대 산맥이던 국제고급시계박람회(Salon International de la Haute Horlogerie, SIHH)와 바젤월드는 해마다 제네바와 바젤로 전 세계 시계 브랜드 관계자와 바이어, 프레스, 관람객 등 엄청난 인파를 모았다. 하지만 바젤월드에 결별을 선언한 메종 브랜드가 점차 늘어나며 스위스 시계 박람회의 변화가 예고됐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바젤월드는 2020년에 이어 올해의 피지컬(physical) 행사도 전면 취소한 상태다. 바젤월드를 주최하는 MCH 그룹은 그 명칭을 아워 유니버스(Hour Universe)로 바꾸고 올 하반기 온라인 행사를 예고했지만 아직 뚜렷한 행보를 보이진 못하고 있다. 여기에 2022년에는 바젤월드를 부활시키겠다고 발표해 다음 행보에 관심이 모인다. SIHH를 주최하는 FHH 재단은 2020년부터 익스클루시브 이벤트로 열린 SIHH의 포맷을 보다 개방된 형식으로 변경하며 워치스 앤 원더스로 개명했다. 워치스 앤 원더스 제네바는 지난해에 예정되어 있던 오프라인 행사를 코로나19 확산으로 취소했고, 이후 발 빠르게 디지털 플랫폼을 정비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개막한 워치스 앤 원더스 제네바는 4월 7일부터 13일까지 38개 브랜드가 참여한 가운데 진행했다. 바로 이어서 4월 14일부터 18일까지는 워치스 앤 원더스 상하이가 오프라인 행사로 열렸다. FHH 재단은 2022년 워치스 앤 원더스 제네바를 팔렉스포에서 개최할 것이라고 발표한 상태다.
이처럼 위기는 변화를 가져온다. 시계업계에서 서서히 도입하던 온라인 플랫폼은 팬데믹 상황에서 한층 적극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1월 온라인으로 개최한 LVMH 워치 위크나 그외 브랜드들도 자사 홈페이지와 소셜 네크워크를 통해 신제품을 발표하는 추세다.
지난해에 침체된 시계업계의 분위기는 올해 다양한 신제품의 등장으로 활기를 되찾아가고 있다. 지금의 상황을 이겨낼 장기적 안목을 가진 시계 브랜드에서는 ‘지속 가능성’에 대해 고심한 결과물을 내놓았고, 다이얼을 그린으로 물들인 시계의 향연은 우리의 눈과 마음을 정화할 준비를 마쳤다. 클래식 시계부터보다 진화한 기술력을 탑재한 마스터피스까지 2021년 주목해야 할 시계 트렌드를 소개한다.

SUSTAINABILITY TIMES
지속 가능성이란 미래에도 생태계가 본래의 구조와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지속 가능성을 위해 개인은 물론 사회적 기업 차원의 노력을 강조하면서 시계 분야에서는 특히 해양생태계 보존을 위한 프로젝트를 다양하게 진행해왔다. 롤렉스, 블랑팡, 브라이틀링, 오리스 등이 다이버 시계를 출시하면서 촉발된 바다를 향한 관심은 건강한 해양생태계 보존을 위한 움직임으로 이어졌다.
올해 지속 가능성을 위한 시도는 보다 적극적으로 제품에 반영되었다. 워치스 앤 원더스가 꼽은 2021년 빅 트렌드 중 하나도 지속 가능성. 그 중심에서 까르띠에와 파네라이의 새로운 타임피스가 주목받고 있다. 까르띠에는 탱크 머스트를 부활시키며 일부 쿼츠 모델에 솔라비트™ 무브먼트를 도입했다. 이 무브먼트는 인공조명과 태양빛으로 전지를 충전하고, 일반 쿼츠 무브먼트의 수명이 약 2~3년인 데 비해 16년 정도의 수명을 자랑한다. 까르띠에는 여기에 약 40%의 식물성 물질로 구성된 과일 가죽 소재 스트랩을 매치했다. 스위스, 독일, 이탈리아에서 재배해 폐기되는 사과로 생산하는 이 스트랩은 송아지가죽 스트랩 제작 과정에 비해 탄소, 물, 에너지의 사용량을 줄여 환경보호에 기여한다. 재활용 소재 사용에 적극적인 파네라이는 올해 컨셉 워치 섭머저블 eLAB–ID™의 경우 총중량의 98.6%를, 루미노르 마리나 e스틸™ 워치는 58.5%를 재활용 소재로 제작했다. 특히 섭머저블 eLAB–ID™ 모델은 다이얼은 물론 그 위에 도포한 슈퍼루미노바, 핸드, 이스케이프먼트 휠 등의 부품에도 재활용 소재를 도입하며 친환경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파네라이는 이 두 제품 모두 재활용 패브릭 스트랩을 사용했는데, 이처럼 화학물질 사용량을 줄이며 시계 스트랩을 친환경 소재로 바꾸는 브랜드도 점차 늘고 있다. 쇼파드는 L.U.C 타임 트래블러 원 블랙의 스트랩을 천연고무 소재인 비건 러버로 제작했다. 브라이틀링은 낚싯줄이나 어업용 그물 등의 나일론 폐기물로 제작한 에코닐®(Econyl®) 패브릭 스트랩을 매치한 시계를 선보였다. 브라이틀링은 패키지에도 재활용 소재를 사용하는 등 의미 있는 노력을 더해가는 중이다.





위 왼쪽 롤렉스 오이스터 퍼페츄얼 데이트저스트 36
위 오른쪽 리차드 밀 RM 07-01 컬러 세라믹
아래쪽 로저드뷔 엑스칼리버 글로우 미 업

Green Waves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이슈는 그린 컬러 다이얼의 대거 등장으로 이어졌다. 그린 다이얼은 지난 몇 년간 블루를 대체할 컬러로 예견되었지만 올해처럼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등장한 것은 처음이다. 팬데믹의 혼란 속에서 안정감을 주는 녹색의 열풍은 패션과 뷰티 전반에 걸쳐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시계 분야에서는 여기에 더해 파텍필립의 노틸러스 Ref.5711/1A-010 단종 소식이 그린 열풍을 더욱 가속화했다. 파텍필립이 생산을 중단한다고 발표한 블루 다이얼의 노틸러스를 대신할 모델로 올해 올리브그린 컬러 다이얼의 노틸러스 Ref.15202 모델을 선보였기 때문. 여기에 롤렉스가 가세했다. 롤렉스는 오이스터 퍼페츄얼 데이트저스트 36 컬렉션에 올리브그린 컬러와 야자수 모티브의 패턴을 함께 적용한 새로운 모델을 출시했다. 제니스의 크로노마스터 리바이벌 사파리와 튜더의 옐로 골드 케이스를 적용한 블랙 베이 피프티-에잇 18K 모두 올리브그린 컬러로 다이얼과 스트랩을 뒤덮었다.
올리브그린 컬러와는 또 다른 매력의 짙은 초록색 다이얼을 채택한 브랜드도 눈에 띈다. 예거 르쿨트르의 표현에 따르면, “매뉴팩처가 위치한 스위스 발레드주를 둘러싼 소나무 숲의 컬러”다. 예거 르쿨트르는 올해 탄생 90주년을 맞은 리베리소의 기념 모델인 리베르소 트리뷰트 스몰 세컨즈의 다이얼과 스트랩에 이 컬러를 적용했다. 간결한 디자인에 컬러 매치가 돋보이는 까르띠에의 탱크 머스트 컬렉션도 그린 모델을 빼놓지 않았고, 피아제 역시 알티플라노 울티메이트 컨셉 워치 라코토페 에디션에 짙은 초록색을 매치했다. 케이스 두께가 2mm에 불과한 피아제의 이 스페셜 타임피스는 지난해 제네바 시계 그랑프리(Grand Prix d’Horlogerie de Genève, GPHG)에서 최고상을 수상한 것을 축하하며, 라코토페(La Côte-aux-Fées)에 위치한 매뉴팩처에 보내는 찬사의 의미로 제작했다.
글라슈테 오리지날의 식스티즈 크로노그래프 애뉴얼 에디션과 태그호이어가 새로운 까레라와 모나코 컬렉션에 채택한 그린 컬러는 또 다르다. 청색을 살짝 가미한 쨍한 초록색이 빈티지한 무드를 자아낸다.
위블로와 스피크-마린이 선택한 그린 컬러는 청량한 민트색에 가깝고, 브라이틀링은 파스텔 그린 컬러로 프리미에르 크로노그래프와 슈퍼오션 헤리티지의 다이얼을 장식했다.

Cotton Candy Color
녹색과 함께 눈길을 사로잡는 또 하나의 컬러 트렌드는 바로 파스텔 톤이다. 과거 시계 시장에서는 블랙, 화이트, 브라운 등 보수적 컬러 팔레트가 주를 이뤘지만 여성과 젊은 세대로 소비층이 확대되면서 손목 위에도 전에 없던 독특한 컬러로 포인트를 줄 수 있게 됐다. 적극적인 신소재 개발이 이런 트렌드를 뒷받침한다. 특히 선명한 발색이 가능한 세라믹 소재를 다양한 컬러로 제작할 수 있게 되면서 다이얼이나 스트랩에 국한하지 않고 베젤과 케이스에까지 화려한 컬러를 입히는 추세다.
리차드 밀이 올해 캡슐 컬렉션으로 선보인 RM 07-01 컬러 세라믹은 케이스에 강도 높은 TZP 세라믹 소재를 사용했다. 파스텔 블루, 파스텔 핑크, 파스텔 라벤더 세 가지 컬러로 제작한 케이스는 기하학적 패턴의 다이얼과 어우러졌다. 리차드 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세실 게나(Cécile Guenat)는 “이번 컬렉션은 마이애미에서 본 아르데코 양식 건축물에서 영감을 얻었다. 파스텔컬러와 대담한 패턴의 조합에 단숨에 사로잡혔다. 그 컬러와 패턴에서 나오는 밝은 에너지를 타임피스에 담아내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브라이틀링도 파스텔컬러를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올여름 한정으로 선보이는 컬러풀한 슈퍼오션 헤리티지 ’57 파스텔 파라다이스 캡슐 컬렉션의 다섯 가지 모델 중 파스텔 그린, 샌드 베이지, 스카이 블루 모델은 베젤에 다이얼과 동일한 색상의 세라믹 링을 탑재했다.
“미소를 주고 싶은 단순한 야망을 위해 파스텔컬러 팔레트를 택했다”고 밝힌 오리스는 세 가지 파스텔컬러 다이얼의 다이버즈 식스티-파이브 코튼 캔디를 출시했다. 오리스의 시계 이름처럼 솜사탕을 연상시키는 이 달콤한 색은 팬데믹 상황에서 더 나은 시대를 향한 낙관주의를 꿈꾸게 한다.

Rainbow Gemstones
화려한 컬러와 볼드한 스톤 세팅은 더 이상 여성만을 위한 시계에 국한되지 않는다. 올해는 특히 파텍필립, 바쉐론 콘스탄틴, 피아제 등 하이엔드 브랜드를 주축으로 과감한 바게트 컷 다이아몬드 세팅이 돋보이는 타임피스가 쏟아졌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베젤에 레인보 컬러 그러데이션으로 젬스톤을 세팅한 남녀 시계가 대거 등장했다. 특히 샤넬 워치 크리에이션 스튜디오의 디렉터 아르노 샤스탱(Arnaud Chastaingt)은 1990년대 일렉트로닉 뮤직 신의 활기 넘치는 클럽 분위기를 모티브로 강렬한 네온 컬러와 레인보 컬러를 적극 활용했다. J12와 프리미에르 컬렉션에는 레인보 컬러를 적용했고, J12 일렉트로 드림 모델은 베젤에 레인보 컬러 스펙트럼을 표현한 46개의 컬러 사파이어를 장식했다.
오데마 피게는 로열 오크의 더블 밸런스 휠 오픈워크 모델에 독보적인 프로스티드 골드와 레인보 컬러 젬스톤 세팅을 조합했다. 루비, 차보라이트, 에메랄드, 유색 사파이어 등 열두 가지 원석을 바게트 컷으로 다듬어 베젤에 총 32개의 컬러 스톤을 세팅했다.
로저드뷔의 엑스칼리버 글로우 미 업은 밝은 곳에서는 베젤의 바게트 컷 화이트 다이아몬드가 반짝이지만, 어둠 속에서는 다양한 색상의 야광 다이아몬드가 빛을 발한다. 다이아몬드를 고정하는 홈에 각기 다른 컬러로 발광하는 슈퍼루미노바를 채워 독보적 효과를 낸 것이다.
피아제는 처음으로 라임라이트 갈라에서 그린 차보라이트와 유색 사파이어로 레인보를 형상화해 시그너처인 비대칭 러그를 한층 강조했다.





위 왼쪽 위블로 빅뱅 인테그랄 투르비용 풀 사파이어
위 오른쪽 불가리 옥토 로마 카리용 투르비용
아래 왼쪽 예거 르쿨트르 리베르소 히브리스 메카니카 칼리버 185 콰드립티크
아래 오른쪽 바쉐론 콘스탄틴 히스토릭 아메리칸 1921

3D SKELETON EFFECTS
스켈레톤 다이얼은 최소한의 구조만 미적 형태로 남기고 그 외의 부분을 모두 컷아웃시키는 방식으로 시계 내부의 무브먼트를 손목 위로 드러낸다. 여기에 샤넬 워치와 위블로를 주축으로 사파이어 크리스털 소재 개발 기술이 진보를 이루면서 투명 컨셉의 스켈레톤 워치 출시가 줄을 잇고 있다. 2016년 처음으로 다이얼과 백케이스뿐 아니라 케이스 전체에 사파이어 크리스털을 적용한 위블로는 꾸준히 이 소재에 대한 연구를 이어왔다. 올해 위블로는 브레이슬릿 링크는 물론 무브먼트 부품을 지지하는 브리지까지 사파이어 크리스털로 제작해 다이얼 위 투르비용이 마치 공중에 떠있는 듯한 입체적 효과를 극대화했다. 지난해에 J12 컬렉션의 엑스레이(X-ray) 컨셉을 선보인 샤넬 워치는 올해 보이·프렌드 컬렉션에 처음으로 사파이어 크리스털 케이스를 적용했다. 보이·프렌드 스켈레톤 엑스레이 워치는 투명한 사각 케이스를 통해 내부에서 박동하는 스켈레톤 무브먼트를 사방에서 감상할 수 있다. 루이 비통도 화이트, 핑크, 블루 세 가지 모델에 사파이어 크리스털 케이스를 적용한 땅부르 문 플라잉 뚜르비옹을 출시했는데, 사파이어 크리스털 케이스의 타임피스 중 처음으로 제네바 인증을 받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스켈레톤 다이얼의 정수를 보여주는 로저드뷔는 엑스칼리버 컬렉션의 새로운 모델 엑스칼리버 싱글 플라잉 투르비용을 출시하며, 한층 대범하고 입체적인 다이얼을 내놓았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다이얼 위 상징적인 아스트랄 스켈레톤(Astral Skeleton) 모티브다. 기존에는 무브먼트의 메인 플레이트 일부에 포함된 이 별 모양이 새로운 모델에서는 무브먼트 위 브리지 형태로 올라와 한층 입체적이고 명료하게 드러난다.
스텔레톤 다이얼은 탄탄한 기술력을 갖춘 시계 브랜드에서 기존의 아이코닉 모델을 이색적으로 변주하는 방식으로도 많이 사용된다. 지난해에 오버시즈 퍼페추얼 캘린더 울트라 씬 모델의 스켈레톤 다이얼을 처음으로 선보인 바쉐론 콘스탄틴은 올해 화이트 골드 버전을 추가했고, 피아제는 쿠션형 케이스가 특징인 폴로 컬렉션을 스켈레톤 다이얼 버전으로 제작했다. 에르메스는 슬림 데르메스의 문페이즈 모델을, 해밀턴은 벤츄라 엘비스80 모델을 스켈레톤 다이얼로 변주해 눈길을 끌었다.

CLASSIC REVIVAL
시계 브랜드의 아카이브에 보관된 과거 모델을 보면 그들의 선구적 안목에 놀라게 된다. 오랜 전통의 아이코닉 시계들이 과거의 디자인을 거의 그대로 이어가면서 여전히 큰 인기를 얻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올해도 브랜드의 역사적 모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신제품이 많은데, 그중에서도 디자인을 심플하게 정제한 클래식 워치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바쉐론 콘스탄틴의 히스토릭 아메리칸 1921은 무려 100년 전 첫선을 보인 디자인이다. 당시 바쉐론 콘스탄틴이 미국 시장을 겨냥해 소량만 제작한 이 타임피스는 쿠션형 케이스에 다이얼의 12시 방향이 오른쪽으로 약 45도 기울어진 유니크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크라운 역시 케이스 상단의 모서리 부분에 배치했다. 운전 중 핸들에서 손을 떼지 않고도 시간을 확인할 수 있게 고안한 이 시계는 오프셋 다이얼에 맞춰 제작한 무브먼트의 탁월한 기술력까지 두루 갖췄다. 까르띠에도 올해 1920년대 스타일을 재조명했다. 1922년 처음 등장한 탱크 루이 까르띠에 모델을 새롭게 디자인한 것. 새로운 탱크 루이 까르띠에는 예술과 문화가 화려하게 꽃피운 1920년대의 아르데코 무드와 탱크의 아이코닉한 요소가 어우러져 빈티지한 스타일로 탄생했다.
쇼파드는 1996년 설립한 플뢰리에 매뉴팩처의 25주년을 맞아 올해 L.U.C 컬렉션을 재조명했다. 같은 해에 쇼파드는 창립자 루이 율리스 쇼파드의 이니셜을 따온 L.U.C 컬렉션을 런칭하며 브랜드에서 개발한 첫 번째 인하우스 무브먼트를 탑재하기도 했다. 새로운 L.U.C 콰트로 스피릿 25는 쇼파드에서 처음 선보이는 점핑 아워 모델로, 4개의 배럴로 최대 8일간 파워리저브를 제공하는데, 점핑 아워 시계 중에선 매우 드문 탁월한 성능이다.
몽블랑은 미네르바 매뉴팩처에서 1940~1950년대에 선보인 피타고라스 워치를 모티브로 디자인한 헤리티지 컬렉션의 피타고라스 리미티드 에디션 148을 공개했다. 여기에 탑재한 새로운 칼리버 MB M14.08은 피타고라스의 황금 비율에 따라 제작한 미네르바 칼리버 48의 전통을 이어가는 무브먼트로 의미가 깊다. 그 밖에 론진은 1956년 첫선을 보인 실버 애로우 모델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었다. 실버 오팔린 다이얼 위에는 오리지널 버전과 동일한 바 인덱스와 검 모양 핸드를 더했고, 최신 기술력을 적용한 오토매틱 무브먼트로 정확도와 자기장에 대한 저항력을 향상시켰다.

EXCEPTIONAL WATCHMAKING
매년 새롭게 등장하는 타임피스 중에서도 진화한 워치메이킹 기술력을 보여주는 혁신적 익셉셔널 피스는 시계 분야의 현재와 미래의 가능성을 가늠하게 해준다. 복잡한 메커니즘을 실제로 구현한 것을 보면 상상 속 기술을 경험하는 듯한 경이로움이 느껴진다. 지난해 말 브레게가 클래식 더블 투르비용 5345 퀘드올로지를 공개하며 쏘아 올린 신호탄을 시작으로 올해 다수의 브랜드에서 최신 기술력을 적용한 마스터피스의 등장이 이어졌다.
리베르소의 탄생 90주년을 기념하며 예거 르쿨트르는 세계 최초로 4개의 페이스를 지닌 시계이자, 메종 역사상 가장 정교한 타임피스인 리베르소 히브리스 메카니카 칼리버 185 콰드립티크를 선보였다. 개발 및 제작에 6년 이상의 시간을 쏟아부은 이 걸작은 퍼페추얼 캘린더와 미니트리피터를 비롯해 지금까지 손목시계에서 제공한 적 없는 삭망 주기 등 총 열한 가지 컴플리케이션 기능을 선사한다.
바쉐론 콘스탄틴도 천문학을 키워드로 새로운 그랜드 컴플리케이션을 제작했다. 4년에 걸친 개발 끝에 완성한 칼리버 1991을 탑재한 캐비노티에 아밀러리 투르비용 퍼페추얼 캘린더-플라네타리아가 그 주인공. 다이얼의 9시 방향에 배치한 2축 투르비용, 낮/밤과 24시를 표시하는 2개의 3차원 반구, 그리고 레트로그레이드 점핑 퍼페추얼 캘린더가 어우러진 마스터피스다.
퍼페추얼 캘린더의 명가 파텍필립은 새로 개발한 무브먼트를 탑재한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인-라인 퍼페추얼 캘린더 Ref.5236P-001을 소개했다. 다이얼 상단의 가로로 긴 창을 통해 요일, 일, 월을 일렬로 나란히 표시하는 메커니즘을 구현한 이 시계는 세 가지 특허를 출원 중이다. 불가리는 울트라 씬과 사운드 분야의 명실상부한 마스터로 자리를 굳힐 2점의 마스터피스를 내놓았다. 옥토 로마 까리용 투르비용은 투르비용과 3개의 해머로 연주하는 웨스트민스터 차임 기능을 결합한 그랜드 컴플리케이션으로, 15점만 선보인다. 울트라 씬 분야에서는 일곱 번째 신기록을 달성했다. 무브먼트 두께 2.75mm, 케이스 두께 5.8mm에 불과한 옥토 피니씨모 퍼페추얼 캘린더를 공개한 불가리는 2019년 오데마 피게가 거머쥔 ‘가장 얇은 퍼페추얼 캘린더 시계’의 타이틀을 앗아갔다.





위 왼쪽 에르메스 슬림 데르메스 세 라 페트
위 오른쪽 태그호이어 아쿠아레이서 300 칼리버 5 오토매틱
아래쪽 오데마 피게 로열 오크 컨셉 블랙 팬서 플라잉 투르비용

TOUCHABLE ART PIECES
손에 꼽히는 하이엔드 워치메이커만이 다이얼을 캔버스 삼아 하나의 예술 작품 같은 타임피스를 완성한다. 매끈한 다이얼 표면을 정교한 형태로 조각하거나 에나멜 안료를 얹어 여러 번 구워내는 등 다양한 공예 기법을 접목한다. 올해는 미니어처 페인팅 기법으로 다이얼에 한 폭의 회화 작품을 그려낸 메티에 다르 피스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예거 르쿨트르는 리베르소의 케이스 뒷면에 가쓰시카 호쿠사이(Katsushika Hokusai)의 1830년대 초 목판화 작품을 그대로 재현했다. 산비탈 아래로 쏟아져 내리는 폭포의 웅장함과 대담한 컬러를 구현하기 위해 미니어처 페인팅에만 70시간 이상 할애했고, 여기에 기요셰 작업과 투명 그린 에나멜층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더했다.
2004년부터 메티에 다르 컬렉션을 지속적으로 선보여온 바쉐론 콘스탄틴은 올해 미니어처 페인팅과 그랑푀 에나멜링으로 다이얼을 완성한 메티에 다르 트리뷰트 투 그레이트 익스플로러를 선보였다. 새로운 발견을 위해 바다로 모험을 떠난 15세기 위대한 탐험가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이 작품은 리스본 해양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1519 밀러 아틀라스 지도의 복원본 일부를 다이얼 위에 담아냈다. 특히 고난도 공예 기법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도록 중앙의 핸드 대신 오프센터 디스플레이를 채택한 워치메이킹 기술력과의 조화가 탁월한 타임피스다. 쇼파드도 그랑푀 에나멜링 기법으로 다이얼 위에 작약 모티브를 풍부한 색감으로 표현했고, 백케이스를 통해 감상할 수 있는 무브먼트 위에는 작약 문양을 인그레이빙했다.
유니크하면서 재치 넘치는 메티에 다르 다이얼을 선보여온 에르메스는 에나멜링과 함께 입체감을 더해주는 인그레이빙 기법을 사용해 슬림 데르메스에 예술적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에르메스의 남성용 실크 스카프에 사용하던, 모자 쓴 연미복 차림의 해골이 말을 타는 장면을 다이얼 위에 구현했다. 스피크-마린은 멸종 위기에 처한 코뿔소를 다이얼 위에 실감 나게 재현했는데, 하나의 다이얼을 위해 40시간이 넘는 인그레이빙 시간이 필요했다.

PARTNERSHIP & ANNIVERSARY
시계 브랜드에서 시도하는 다른 분야와의 이색적인 파트너십은 시계 애호가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주로 스포츠, 자동차, 예술 분야와의 파트너십이 대부분이던 시계 분야의 협업은 최근 그 폭이 점차 넓어지고 있다. 특히 전통적 시계 분야와의 조우를 예상하기 어렵던 마블 스튜디오나 닌텐도 등 엔터테인먼트 & 대중문화와의 파트너십, 그라피티나 타투 아티스트 같은 서브컬처와의 협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마블 스튜디오와의 장기적 파트너십을 발표해 뜨거운 관심을 모은 오데마 피게는 올해 드디어 마블 히어로 시리즈의 첫 번째 에디션을 공개했다. 로열 오크의 다이얼 위에 플라잉 투르비용과 함께 블랙 팬서가 등장한 컨셉 워치가 그 주인공이다. 250점 한정 생산하는 로열 오크 컨셉 블랙 팬서 플라잉 투르비용은 티타늄 케이스와 세라믹 베젤로 제작됐다. 다이얼 위 입체적인 블랙 팬서 미니어처는 화이트 골드 디스크를 CNC 가공 후 슈트의 질감을 위해 레이저 인그레이빙을 거쳐 한 명의 조각가가 근육, 얼굴 표정, 발톱 등 섬세한 디테일을 정교하게 조각했다.
태그호이어는 닌텐도와 파트너십을 맺고 한정판으로 선보이는 커넥티드 워치에 장난스러운 슈퍼마리오 캐릭터를 넣은 워치 페이스를 제공한다. ‘우리의 게임에 규칙은 없다’라는 새로운 브랜드 모토를 공표한 로저드뷔는 타투 아티스트 닥터 우(Dr. Woo)와 그라피티 아티스트 걸리(Gully)로 구성된 어번 아트 집단(Urban Art Tribe)과 협력하기로 했다. 불가리는 DJ이자 프로듀서, 아티스트인 스티브 아오키(Steve Aoki)와의 파트너십으로 불가리 알루미늄 워치를 컬러풀하고 유쾌한 분위기로 재탄생시켰다. 또 세계적 건축가 안도 다다오(Tadao Ando)와 협업한 옥토 피니씨모 안도 다다오 리미티드 에디션을 통해 건축적이면서 시적인 타임피스를 출시하기도 했다.
한편, 올해 상징적 기념일을 맞이한 브랜드들의 행보도 주목할 만하다. 아이코닉한 리베르소 컬렉션의 탄생 90주년을 맞은 예거 르쿨트르는 미국 작가 마이클 머피(Michael Murphy)의 ‘스페이스 타임’과 함께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전시를 개최한다. 브레게는 올해 창립자 아브라함 루이 브레게가 발명한 투르비용의 탄생 220주년을 맞아 이를 기념하는 이벤트를 준비 중이다.

NEW DIVER WATCHES
지난 몇 년간 이어진 다이버 시계의 인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올해는 특히 하이엔드 브랜드부터 중저가 브랜드까지 다양한 다이버 워치 신제품을 추가해 선택의 폭이 한층 넓어졌다. 오데마 피게는 로열 오크 오프쇼어 다이버 컬렉션에 새로운 무브먼트 칼리버 4308을 장착한 세 가지 색상의 모델을 선보였다.
블랑팡은 아이코닉한 피프티 패덤즈의 신작인 트리뷰트 투 피프티 패덤즈 노 래디에이션을 출시했다. 이 모델은 6시 방향에 ‘방사선 없음’을 표시한 ‘노 래드(No Rad)’ 로고가 시각적 효과를 더한다. 블랑팡은 1960년대 초 방사능 물질인 라듐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라듐계 야광도료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제작한 과거 모델을 부활시켰다.
오메가와 태그호이어도 아이코닉한 다이버 워치 컬렉션을 재조명했다. 1957년 프로페셔널 라인에서 첫선을 보인 오메가의 씨마스터 300은 몇 년 전 오리지널 모델의 빈티지한 디자인을 살려 리뉴얼 런칭했다. 올해는 여기에 오메가에서 처음으로 사용하는 브론즈 골드 소재의 씨마스터 300과 스테인리스스틸 케이스에 알루미늄 링 베젤을 장착한 씨마스터 300 마스터 크로노미터 모델이 추가됐다. 또 오메가는 1993년 첫선을 보인 씨마스터 다이버 300M 컬렉션의 올 블랙 모델을 새롭게 선보이기도 했다.
태그호이어는 아쿠아레이서 컬렉션의 새로운 세대를 대대적으로 런칭했다. 현대적으로 정제한 아쿠아레이서는 더 얇고 가벼워진 것이 특징. 태그호이어는 아이코닉한 12면의 한 방향 회전 베젤 각 면에 홈을 파서 어떤 각도에서도 베젤을 잡고 회전하기 편하게 조정했다. 또 손목에 착용한 상태에서 브레이슬릿을 최대 1.5cm까지 늘일 수 있는 미세 조정 시스템을 도입해 실용성을 더했다. 이 외에 루이 비통, 오리스, 티쏘, 미도 등의 브랜드에서도 한층 프로페셔널한 다이버 워치를 출시했다.

 

에디토리얼 디렉팅 이경섭
취재 및 진행 이서연, 박원정, 박소현, 이혜미
아트 디렉팅 이경주
디자인 김유정

관련 기사

페이지 처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