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예술로 만드는 공간과 소장품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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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0-15

일상을 예술로 만드는 공간과 소장품

아트스페이스 언주라운드를 개관한 윤승준 관장이 마음을 담은 공간에서 소장품을 꺼냈다.

작업실에서의 윤승준 관장. 세르주 무이 조명을 비롯해 컬렉팅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2020년 11월에 개관한 아트스페이스 언주라운드는 비영리 공간으로 대안적 성격을 띤다. 이를 만들고 운영하는 사람은 바로 윤승준 관장. 한양대학교 건축과를 졸업한 후 시공 회사 ‘시가건축’을 운영한 그는 자신이 활동하던 사진 모임 ‘꿈꽃팩토리’ 멤버 정진호 작가를 포함해 15명과 함께 2013년부터 약 7년간 사진 전문 비영리 갤러리 스페이스22를 공동 운영해왔다. 힘들게 작업하는 사진작가들을 독려하고 전시를 비롯해 다방면으로 도움을 주던 곳에서 자신만의 확고한 방향성을 갖고 전시 방법을 모색하던 중 아예 독립 공간인 아트스페이스 언주라운드를 만들게 된 것. 윤승준 관장은 동호회에서 취미로 사진을 찍다가 좀 더 전문적으로 사진을 배우기 위해 2011년 KT&G 상상마당 홍대에서 진행하는 ‘KT&G 상상마당 생활예술사진가 SLAP 4기’에 지원했다. 성남훈·박종호·강홍구 작가 등에게 본격적으로 배우면서 사진에 푹 빠진 그는 일반인이 가장 접근하기 쉬운 다큐멘터리 사진 작업으로 시작해 지금까지 10여 년간 진정성 있게 사진을 다뤄왔다. 그래서일까. 대부분 새롭게 오픈한 공간 아트스페이스 언주라운드를 당연히 사진 전문 전시 공간이라고 오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곳은 사진을 비롯한 다양한 모습의 예술이 상호작용하며 시너지를 내는 ‘복합 문화 예술 공간’임을 윤승준 관장은 분명히 밝혔다.





왼쪽 윤승준 관장은 핫셀블라드, 린호프, 페이즈원의 카메라를 소장하고 있다. 요즘은 페이즈원 XT로 작업 중이다.
오른쪽 얼마 전부터 모으기 시작한 빈티지 가구로 작업실을 채웠다. 론 아라드의 체어가 특히 눈에 띈다.

“사진은 탄생부터 지금까지 ‘예술’의 범주로 볼 때 충분히 논란을 일으킬 만한 장르입니다. 원래 그 탄생이 회화를 서포트하기 위해 만든 것이니까요. 또 요즘 누구나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되면서 그 가치가 폄하되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사진도 결국 다른 예술처럼 의도하고, 개념을 표현하고, 다양한 방식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충분히 예술적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사진은 예술이기에 큰 예술의 범주를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자연스럽게 사진만을 고집하는 공간을 운영하기보다는 생각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사유의 장을 마련한 이유다.





디터 람스의 턴테이블은 윤승준 관장이 고심 끝에 고른 것이다. 소품 하나하나에 그의 취향이 반영돼 있다.

그는 ‘자동 기술’, ‘이름 없는 집’, ‘road-view’, ‘코드 블루’ 총 네 번의 개인 프로젝트를 선보일 정도로 사진에 대한 사랑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건축을 기반으로 해서인지, 그의 작업 전반에는 ‘도시의 이면’ 혹은 ‘도시에서 떨어져 나간 것’이라는 키워드가 등장한다. 원래 목적을 상실한 채 버려진 자동차와 건물 그리고 완공되지 않은 건축물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며, 이를 통해 이 도시에 대해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논의할 점을 만들어가는 것이 그의 사진이다. 진중한 사진을 찍는 만큼 사진기를 고르는 데도 심혈을 기울인다. 윤승준 관장은 한동안 핫셀블라드와 린호프로 작업했는데, 다큐멘터리 사진이 아닌 건물을 찍다 보니 수직·수평을 맞추는 일이 꽤 어려웠다고. 이젠 수직·수평 맞추는 것이 상대적으로 쉬운 페이즈원의 XT 모델을 재작년부터 사용하고 있다. 큰 규모의 작업을 하는 데에는 핫셀블라드나 린호프의 테크노보다 적합하다고 판단해 현재 ‘코드 블루’는 페이즈원으로 작업 중이다.
회화나 조각과 달리 접근하기 쉬우면서도 거리감이 있는 사진에 아쉬움을 느끼던 그는 그 절절한 마음을 컬렉팅으로 이어갔다. “한 5년 전부터 작품 컬렉팅을 시작했어요. 처음 소장한 작품은 김태동 작가의 것이었죠. 건축적 요소가 있고, 단순하지만 눈을 사로잡는 뭔가가 있는 사진을 선호합니다. 지금은 제 수장고에 100여 점의 작품이 있어요. 참 많이 모았네요.” 그가 자신이 컬렉팅한 사진 작업에 얼마나 애착을 보이는지는 작업실을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벽면에 작품이 걸린 것은 물론이고, 탁 트인 하나의 공간을 가로지르는 트레이를 설치해 슬라이딩 벽 5개를 마련했다. 앞뒤로 제법 큰 작품을 걸고 필요할 때 보고 싶은 작품을 바꿔 감상할 수 있게 한 것. 그의 작업실은 그래서 프라이빗한 전시장이기도 하다. 작품을 컬렉팅할 때 기준이 있다면 이렇다. 한 작가의 작품을 여러 점 컬렉팅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사진 쪽에 커리어가 탄탄한 작가들을 서치하고 이들의 작업을 골고루 선택하는 것. “작년부터는 젊은 친구들에게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아트스페이스 언주라운드를 시작하면서부터인 것 같네요. ‘언주라운드 포토랩’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어요.





왼쪽 케이스 브라크만의 데스크 역시 그가 최근에 컬렉팅한 빈티지 가구다.
오른쪽 세계 3대 산업 디자이너 중 한 명인 론 아라드의 블랙 & 레드 체어.

사진학과 대학원생, 석사과정을 밟고 이제 막 전업 작가로 뛰어든 친구들의 포트폴리오를 받아 선정하고 전시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죠. 이를 통해 알게 된 작가가 상당히 많아요. 가능성이 보이는 작가도 많고요.” 단순히 작품을 소유하려는 목적이 아닌, 진정으로 즐기기 위해 공간을 마련한 윤승준 관장. 그의 컬렉팅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최근에는 빈티지 가구도 공부하고 있습니다. 건축을 해서인지 인테리어나 가구, 소품, 조명 등에도 관심이 많아요. 건축을 한다는 건 건물과 함께 실제로 사용할 내부, 집기도 함께 완성한다는 뜻이거든요. 종합예술인 셈이죠. 그래서 세계적 건축가 중 산업 디자이너로 이름을 알린 분도 있죠. 르코르뷔지에, 장 프루베, 한스 베그너가 대표적입니다.” 소장한 작품도 자기만의 공간에서 감상하기 위해 직접 인테리어한 그의 컬렉팅 기준은 가구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윤승준 관장은 처음부터 생활하는 공간에서 사용할 수 있고, 이와 감성이 맞는 작품을 찾기 시작했다. 지금 작업실에는 한스 베그너(Hans Wegner)·케이스 브라크만(Cees Braakman)·론 아라드(Ron Arad)·세르주 무이(Serge Mouille) 등의 빈티지 가구와 조명, 스탠드가 전체 인테리어의 주축을 담당한다. “독특한 디자인을 선호하는 컬렉터도 있을 테지만, 제가 관심 있는 디자인은 ‘미니멀하면서도 시선을 사로잡는 뭔가’가 있는 것입니다. 제가 모은 사진 작업과 비슷하죠. 가구는 대체로 인테리어의 한 부분으로서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뤄야 하는데, 너무 독특한 디자인은 어울리지 못하고 결국 천덕꾸러기가 되거든요.” 더불어 그는 디자이너가 누구인지도 세심히 살핀다. 그가 작업실 책상 옆 창가에 놓아둔 턴테이블은 디터 람스의 작품이다. “현존하는 건축가이자 디자이너라는 점과 예전 디자인이 지금까지 사랑받는 디자이너라는 것, 또 그가 만든 것이 이후 애플의 롤모델이 되었다는 사실에 마음이 끌렸어요.” 과거와 현재가 이어지고, 또 산업디자인계에서 끊임없이 좋은 레퍼런스로 작용하는 점이 오랜 시간 좋은 건축과 디자인이 무엇인지 고민해온 윤승준 관장에겐 제격이었다.





위쪽 작업실 한쪽 벽면에 윤승준 관장이 작업한 사진이 걸려 있다.
아래쪽 윤승준 관장의 사진 컬렉션 가운데 하나인 김신욱 작가의 2017년작 ‘Hatpon Cross’. @사진 제공 윤승준

이렇듯 그의 활동과 굵직굵직한 소장 작품, 가구를 살피다 보니 문득 윤승준 관장에게 취향은 무엇인지, 또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궁금해졌다. 그의 답은 간단했다. “본래 사람마다 지닌 것이 있어요. 무엇이 좋고 덜 좋은지는 본인만 알 수 있죠. 제가 깔끔하면서도 특징 있는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 비슷한 디자인을 공부하고 모으듯, 어떤 것이 좋다는 생각이 들 때 그 부분을 파고드는 것이 중요해요. 좋은 취향, 나쁜 취향은 없어요. 그저 모두 서로 다른 것을 좋아할 뿐이죠.” 그의 말을 들으니 컬렉팅도 결국 관심이라는 말이 기억난다. 윤승준 관장은 ‘중독성’이라고 표현했는데, 한 번 뛰어들기가 어렵지 막상 시작하면 또 다른 갖고 싶은 것이 생긴다. 상황에 맞게 구매하다 보면 어느새 어엿한 컬렉터가 되어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단순히 사진에 호기심이 생겨 시작했지만, 진심이 되었어요. 결국 그 관심이 예술 전반으로 옮겨 갔죠. 저도 벌써 10여 년간 사진을 공부했으니, 사진을 베이스로 하되 전시장에서 다른 작업을 하는 작가의 영상·회화·설치 작업과 조화롭게 어울리며 대화하고 더욱 확장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앞으로 아트스페이스 언주라운드가 사람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공간에 가능성을 남겨두려 합니다.” 이렇게 사진과 다른 장르의 작품을 병치하면서 어쩌면 윤승준 관장은 사진의 지위를 관람객에게 주지시키고 싶었는지 모른다. 컬렉팅할 수 있는 작품으로, 또 예술의 한 자락으로 사진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는 것. 이렇듯 그의 사진 작업부터 컬렉팅, 전시 기획까지 이 모든 일은 사랑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진해지는 그의 마음이 앞으로 또 어떤 작업과 전시로 발현될지 자못 궁금하다.





아트스페이스 언주라운드에서 9월 25일까지 열리는 <가족, 사진, 굿바이 포토앨범>전 출품작과 전시 전경.
위쪽 사진 제공 아트스페이스 언주라운드
아래쪽 사진 제공 아트스페이스 언주라운드

 

에디터 정송(song@noblesse.com)
사진 이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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