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길을 가고 싶은 사람들에게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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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1-17

'나'만의 길을 가고 싶은 사람들에게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일찍 찾은 사람들을 만났다. 배우 신현승, 소프라노 이해원, 작가 정그림이다.

블랙 레더 재킷 MMGL, 와이드 팬츠 HIFIFNK, 하이톱 스니커즈 Converse, 화이트 이너 티셔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여기 집중, 신현승
올해에도 재미있는 인기 드라마가 쏟아져나왔다. 그중 상반기 화제가 된 넷플릭스 드라마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에서 눈에 띄는 배우가 있었다. 신인 배우 신현승. 그는 대학에 갓 입학한 듯한 풋풋한 모습으로 카메라 앞에서 수줍게 미소 지었다. “이제 시작이죠. 작년 10월부터 굉장히 긴 시간 동안 박세완, 전 갓세븐 영재, 여자아이들 민니, 한현민 등 또래 배우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어요. 친구가 됐죠. 드라마 촬영이지만, 그냥 일상 같았어요. 진짜 학교생활을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즐거운 기억만 남은 작품입니다.” 그래서일까. 연기 이야기를 하는 그의 얼굴이 진심으로 즐거워 보였다.
“연기를 시작하기 전에는 숫기가 없었어요. 낯도 많이 가렸죠. 그런데 연기를 하면서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많이 풀린 것 같아요. 사람과 사람이 하는 일인 만큼 신뢰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배우 간, 스태프 간, 혹은 배우와 스태프 간에 믿음이 있어야 작품 속에서도 등장인물 간 끈끈함이 드러날 테고요.” 이 좋은 기운을 이어 신현승은 차기작 준비에 한창이다. 연예계에서 일어나는 일을 다루는 작품에서 신인 배우 역을 맡은 것. 첫 작품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에서 의미 있는 기억을 남긴 그는 앞으로 함께할 배우들과 현장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렇다면 신현승은 어떻게 연기를 시작하게 됐을까? 그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친구와 함께 연극을 보러 갔다가 배우의 길에 들어섰다. “솔직히 말하면, 내용이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재미있는 작품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연극이 끝나고 배우들이 인사하는데, 얼굴에 진심으로 지금 이 순간 행복과 희열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 보이더라고요. 궁금했어요. ‘도대체 어떤 감정일까?’, ‘나도 연기하면 그런 감정을 느껴볼 수 있을까?’ 하고요.” 갑작스럽게 선택한 길이지만, 그는 성균관대학교 연기과에 당당히 합격했다. 지금은 학생 신분이자 배우로서 카메라 앞에 서고 있다. “아직은 제 상황에 맞는 배역을 많이 맡고 있어요. 20대 대학생 역할이 대부분이죠. 그래서 ‘신현승다움’이 연기에 많이 묻어난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보면 일종의 생활 밀착형 연기죠.(웃음)” 하지만 그가 롤모델로 삼은 배우는 다름 아닌 남다른 카리스마를 분출했던 배우 앨런 릭먼. 현재 자신이 편안함과 부담스럽지 않은 매력을 뽐내고 있다면, 언젠가 연륜과 구력이 쌓여 그에 걸맞은 카리스마를 갖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시간이 날 때마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보면서 ‘나의 작은 숲은 무엇일까’ 고민한다는 신현승. 아무래도 그가 현재 삶의 즐거움과 위안을 얻는 자신의 숲은 바로 연기가 아닐까. 시간이 지나 그의 순수한 눈빛에 강단이 깃들기를 바라본다.





플레어 슬리브리스 원피스, 원피스 안에 입은 재킷 모두 Hankim, 이어링 Sagegasage.

음악에 기대, 이해원
얼마 전 종영한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로 주목받은 것이 있다. 바로 클래식 음악이다. 그중에서도 성악. 소프라노로서 이해원은 세간의 이런 관심이 퍽 반갑다고 말한다. “아무래도 [팬텀싱어]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남자 성악가는 조명을 받았는데, 여자 성악가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많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펜트하우스]가 꽤 오랫동안 방영되면서 사람들이 가곡이나 아리아에 대해 알게 된 것 같아요. 미디어의 힘을 느꼈죠.”
예원학교·서울예술고등학교·서울대학교까지, 그야말로 클래식 음악계에서 엘리트 코스만 밟아온 그녀. “학교에 다니는 내내 부담감이 있었어요. 스스로 잘하고 싶어 갖는 부담감은 당연하지만, 주변에서 제 다음 행보를 지켜보는 건 더 부담스러웠죠.” 그런데 이해원은 이제 자신을 억누르는 이러한 부분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진 듯 보인다. 2020년 9월 독일 한스 아이슬러 음악대학교에 공부하러 간 이후 그녀는 늘 해온 음악의 색다른 매력을 느꼈다. “한국에서는 어떻게 하면 좋은 소리를 낼 수 있는지에 집중했어요. 그런데 독일에서는 음악 자체를 느끼고 그 느낌을 표현하는 방법에 초점을 맞춰요. 아무래도 독일은 클래식 음악의 성지이자 본고장이잖아요. 베를린에서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런 음악이 나올 수밖에 없었겠다는 생각을 종종 해요. 이제야 음악을 제대로 이해하기 시작한 것 같아요.” 이해원은 그간 미처 꺼내놓지 못한 감정과 감성, 표현력을 베를린에서 봇물 터뜨리듯 분출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이탈리아 페사로에서 열린 ‘2021 로시니 오페라 페스티벌’에서 [Il Viaggio a Reims]의 폴 에빌레 백작부인 역을 맡으며 유럽에서 화려한 오페라 데뷔 무대를 치렀다. 세계적 테너이자 로시니 연주의 대가로 알려진 에르네스토 팔라초가 “밝고 맑으면서 기품 있는 소리를 가진 소프라노로, 백작부인 역에 딱 맞는 연주자”라는 평과 함께 그녀를 이번 작품에 캐스팅했다. “엄청난 경험이었어요. 백작부인 역에 최초로 한국인이 캐스팅된 것도 벅찬데, 에르네스토 팔라초에게 직접 연주 지도를 받았거든요. 잊을 수 없는 기억이죠.” 이해원은 10월 12일 광림아트센터 장천홀에서 단독 콘서트 ‘With’를 마치고 독일로 돌아간다. “지금은 노래 부를 때 가장 즐거워요. 베를린에 머무르며 진짜 클래식이 무엇인지,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열심히 찾아보려고요.”





롱스커트 La Cage, 롱부츠 Nonetheless, 오른손에 착용한 링 Xinsin, 왼손에 착용한 브레이슬릿과 링, 이어링 모두 Sagegasage, 슬리브리스 터틀넥 톱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초연의 느낌, 정그림
올 블랙 드레스를 입고 자신의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한 정그림을 보며 왠지 ‘초연(超然)’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얽매이지 않고 태연하면서도 보통은 뛰어넘는 기운이 느껴졌달까. 인터뷰 내내 작가는 이러한 기운에 꼭 맞는 확신과 자신감을 드러냈다.
2021년 개인전을 비롯해 여러 그룹전에 참여하고, 협업도 진행하며 여러모로 바쁘게 보낸 정그림은 “욕심냈다”고 말한다. “연초 대구 021갤러리와 서울의 갤러리나인에서 개인전을 치렀어요. 제 작품만으로 온전히 저 혼자 공간을 채워야 해서 부담됐지만, 제 스스로를 밀어붙였어요. 작업이 고되지만 재밌거든요. 특히 선으로 작업하는 ‘모노(mono)’는 스스로 다양한 방식으로 발전시키려는 욕심이 있는 작업이라 더 힘내곤 하죠.” 공간을 하나의 큰 캔버스로 생각하고 형형색색 라인을 획으로 그림을 그리는 정그림의 작품은 아트 퍼니처로 읽히기도, 설치 작품으로 읽히기도 한다. “현대미술 관점에서 볼 때 제 작업은 조금 다를 수밖에 없어요. 디자인 쪽에서 볼 때도 마찬가지고요. 테이블이나 벤치, 조명처럼 일상에서 쓸 수 있는 용도를 지닌 사물처럼 보이지만, 완벽하게 그 사물의 역할에 부합하지는 않죠.” 말 그대로 그런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게 보이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점이 핵심이다. 형태와 색채가 조화를 이루는 작품을 통해 관람객의 상상 범주를 확장하고 싶다는 그녀의 의지는 이렇게 작업 전반에 걸쳐 극명하게 드러난다.
시선을 사로잡는 구불구불한 형태와 색으로 무장한 그녀의 작품은 여러 브랜드에서 협업을 요청할 정도로 힘이 느껴진다. 최근 보테가 베네타와 협업한 그녀는 브랜드의 반지에서 영감을 얻어 실리콘을 매듭지었다고. “그동안 구불구불하게 만드는 데 집중했는데, 꼬아서 매듭을 지어보니 새롭더군요. ‘모노’라는 이름에 맞게 하나의 선임은 여전하지만, 그 안에서 장치를 주어 환기하는 것. 이후에 이러한 방식을 발전시켜 작업에 응용해보고 싶어요.” 나이가 들면서 점점 다른 사람들과 좋은 에너지를 주고받는 일이 중요하게 느껴진다며 요즘 고민을 진지하게 털어놓은 정그림. 어느 공간에 두어도 밝고 쾌활한 에너지를 전하는 작품을 보고 있자니, 그녀의 그런 고민이 자신도 모르는 새 작품에 투영되는 듯하다. 오늘 상상하지 못한 일을 내일은 해내는 삶을 살고 싶다는 작가는 이루고자 하는 일을 세세하게 상상하면 그대로 이루어질 거라고 믿는다. 이러한 작업에 대한 정그림의 태도가, 이미 입지를 탄탄하게 다졌음에도 그녀의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에디터 정송(song@noblesse.com)
사진 안지섭
헤어 김승원
메이크업 박이화
스타일리스트 현국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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