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절, 새롭게 만나는 전시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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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2-06

이계절, 새롭게 만나는 전시

올겨울 열리는 전시 아홉 편과 지난가을 전시 리뷰 세 편.

Korea & World 전시 소식
2021. 11 — 2022. 1

올겨울 미술 애호가들의 마음을 따듯하게 데워줄 국내외 주요 전시 아홉 편.



Yuyi, 2015

<아이웨이웨이>전
기간 12월 3일~2022년 4월 17일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설치미술 작가이자 영화감독, 사회 참여적 실천가인 아이웨이웨이의 신작과 대표작을 선보이는 전시. 2020년 코로나19 확산으로 폐쇄된 우한의 상황을 담은 영상 ‘Coronation’과 VR 기술을 활용한 영상 ‘Omni’ 등을 상영한다. 장소 특정적 프로젝트도 실행하는데, 이는 미술관 마당의 장소성에서 착안한 대규모 신작이다. 현대사회의 감시와 검열을 비롯해 난민의 인권과 연대 등 동시대의 주요 이슈를 다뤄온 아이웨이웨이를 통해 사회 속 미술의 역할과 영향력을 살펴볼 수 있다.





Peter Sedgley, Colour Cycle III, 1970 ⓒ Tate: Purchased 1970

<빛: 런던 테이트 미술관 특별전>
기간 12월 21일~2022년 5월 8일
장소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
누구나 공감할 만한 ‘빛(light)’을 주제로 영국 테이트 미술관 대표 소장품을 선보이는 전시. 18세기 윌리엄 블레이크, 19세기 윌리엄 터너와 클로드 모네, 20세기와 동시대 작가 백남준, 댄 플래빈, 제임스 터렐, 올라푸르 엘리아손 등 빛을 탐구한 다양한 작품의 연대기적 흐름을 살펴볼 수 있다. 특정 작가나 사조 중심의 명화전에서 벗어나 특정 주제로 새로운 전시를 기획함으로써 최고 수준의 근·현대미술 소장품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제공한다.





아트 바젤 마이애미비치 2019. ⓒ Art Basel

아트 바젤 마이애미비치
기간 12월 2일~4일
장소 마이애미비치 컨벤션센터
지난해에 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뷰잉룸(OVR)으로 진행한 아트 바젤 마이애미비치가 정상 개최된다. 5대륙 36개국에서 온 254개 갤러리가 다채로운 작품을 선보이며, 영국 런던의 사우사드 레이드(Southard Reid)와 나이지리아의 렐레 갤러리(Rele Gallery) 등 처음 행사에 참여하는 갤러리 43개가 함께한다. 메인 섹터로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갤러리스(Galleries) 외에 노바(Nova), 서베이(Survey), 포지션(Position), 에디션(Edition) 등 여러 프로그램을 마련해 현대미술의 과거와 현재, 미래까지 다각도로 조명한다.





Positive(California), 2016 ⓒ Anne Collier

<앤 콜리어>전
기간 11월 19일~12월 23일
장소 갤러리바톤
앤 콜리어(Anne Collier)는 지난 20년간 사회적·문화적 관계를 이미지와 사진 매체로 탐구해왔다. 그는 우리가 이미지로 발현하는 감정적·심리적 애착 그리고 자전적 서술 방식이 어떻게 기억, 멜랑콜리아, 상실 같은 감정과 내적 관련성을 맺는지 지속해 고찰한다. 전시에선 작품 전반에 걸쳐 젠더와 이미지 메이킹 사이의 연관성을 탐구하는 방식을 살펴볼 수 있으며, 대상에 대한 객관적 묘사와 그가 다시 표현하는 이미지의 감정적 성격 사이의 긴장을 유지하는 특유의 작업 방식이 돋보이는 신작을 선보인다.





Yellow Flags, 2011

<Flowers>전
기간 12월 9일~2022년 2월 5일
장소 타데우스 로팍 서울
뉴욕을 대표하는 원로 작가 앨릭스 카츠(Alex Katz)가 플라워 페인팅을 주제로 미공개 신작 회화를 포함한 작품 21점을 선보인다. 1950년대 미국 화단에서 주류를 형성한 추상표현주의가 회화의 평면성을 강조하며 형상과 내용이 없는 순수성으로 나아간 반면, 앨릭스 카츠는 그들이 추구한 평면에 일상의 소재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했다. 밝은 색채, 과감한 화면 구성, 빛나는 표면이 특징인 그의 회화에는 그의 가족을 비롯한 가까운 지인의 초상, 꽃, 자연풍경이 주로 담겼다.





양다리, 2021 Photo by Jonathan Bassett ⓒ Emma Hart

<Big Mouth>전
기간 11월 24일~2022년 1월 23일
장소 바라캇 컨템포러리
2016년 ‘막스마라 아트 프라이즈 포 우먼’ 수상자인 영국 작가 에마 하트(Emma Hart)의 첫 국내 전시. 세라믹 조각을 주 매체로 활용하는 작가는 보편적 행동 규범을 안내하는 동시에 강요하기도 하는 사회 시스템을 익숙한 사물로 은유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전시에선 언어적·비언어적 행동양식을 기반으로 사람을 분류하는 암묵적 계층 사회에 대한 작가의 개인적 경험과 관찰을 바탕으로, 이에 자신을 맞추기 위해 외면과 내면이 분리된 이중적 상태와 심리를 표현한 작품을 선보인다.





Croissant Clouds

<Miniature LifeⓇ Seoul>전
기간 10월 30일~2022년 1월 9일
장소 MPX갤러리
옥수수로 만든 로켓부터 브로콜리 숲, 크루아상 구름, 노트로 만든 수영장까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오브제를 활용해 위트 있는 미니어처 세계를 구축하는 다나카 다쓰야(Tatsuya Tanaka)의 개인전. 320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거느린 글로벌 아티스트인 그는 2011년 4월부터 현재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웹사이트 ‘Miniature Calendar’에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전시에선 한국 팬을 위해 제작한 미공개 신작과 오리지널 실물 미니어처를 포함해 15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호리병, 2020

<권대섭>전
기간 12월 10일~2022년 1월 9일
장소 조현화랑
홍익대학교에서 서양미술을 전공했지만, 20대 후반 인사동에서 조선백자를 본 후 그 아름다움에 빠져 장르와 매체에 연연하지 않고 전통문화를 근간으로 한 도예 작업에 40년 넘게 매진해온 권대섭이 1년 만에 조현화랑에서 개인전을 연다. 지난 전시에서 지름 50cm가 넘는 달항아리의 아름다움을 보여주었다면, 이번 전시에선 제기(祭器)와 문방사우(文房四友), 주병(酒甁), 작은 항아리를 선보인다. 전통 방식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작가의 독보적 미의식을 확인할 수 있다.





네로의 코 주위의 탈물질화(Dematerialization Near the Nose of Nero), 1947 ⓒ Salvador Dalí, Fundació Gala-Salvador Dalí, SACK, 2021. 이미지 제공 지앤씨미디어

Editor’s Choice <살바도르 달리: Imagination and Reality>전
기간 11월 27일~2022년 3월 20일
장소 DDP
스페인 초현실주의 거장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í)의 정열적인 삶과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소개하는 국내 최초 원화전. 스페인 피게레스에 위치한 달리 극장-박물관(Dalí Theatre-Museum)을 중심으로 미국 플로리다의 살바도르 달리 박물관(Salvador Dalí Museum), 스페인 마드리드의 레이나 소피아 국립미술관(Museo Nacional Centro de Arte Reina Sofia) 컬렉션으로 구성한다. 1910년대 초부터 1980년대까지 작가의 전 생애에 걸친 회화와 삽화, 설치, 영상, 상업광고 등 걸작 140여 점을 소개한다.



전시 일정은 미술관과 갤러리 사정에 따라 변경될 수 있음.






Korea 전시 리뷰
2021. 10 — 2022. 3

아트 러버 에디터 3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가을·겨울 전시 세 편.



오민, 헤테로크로니의 헤테로포니, 시간 기반 설치, 5채널 프로젝션과 8채널 오디오, 컬러, 15분 30초, 2021. Photo by Hong Cheolki

<올해의 작가상 2021>전
기간 10월 20일~2022년 3월 20일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매년 날씨가 쌀쌀해지면 미술 애호가들의 눈은 자연스레 국립현대미술관으로 향한다. 한국 현대미술의 가능성과 비전을 제시하는 ‘올해의 작가상’ 전시가 열리기 때문. ‘올해의 작가상’은 2012년부터 매년 동시대의 미학적·사회적 이슈를 다루는 시각예술가 4인을 후원 작가로 선정해 신작 제작 지원과 더불어 전시 기회를 제공한다. 문경원·전준호를 시작으로 노순택, 정은영, 이슬기 등 주목할 만한 작가들이 거쳐간 올해의 작가상 2021년 후원 작가는 김상진, 방정아, 오민, 최찬숙 4인. 조각, 설치, 회화, 영상 분야에서 각각 독자적 영역을 구축해온 이들은 어느 때보다 다채로운 작품으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2·3·4전시실을 수놓았다.
전시 동선이 특별히 정해진 건 아니지만, 숫자 순으로 먼저 2전시실에 들어서면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최찬숙의 작업을 만날 수 있다. 어디선가 밀려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토지 소유 문제를 탐구해온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도 개인의 기억과 역사를 이루는 땅과 몸에 주목했다. 영상과 사운드 설치로 구성한 신작 ‘큐빗 투 아담(Qbit to Adam)’은 과거 광산 채굴에서 오늘날 가상화폐 채굴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노동과 토지 소유 역사의 아이러니를 이야기한다. 3채널 영상 속 서로 다른 서사는 공간에서 합체되고 분리되며 서로 관계를 재정립하는데, 이것이 전시실 바닥의 구릿빛 표면에 투영되며 깊은 사유의 기회를 제공한다.
커튼을 젖혀 2전시실 안쪽으로 향하면 삶의 터전과 긴밀하게 연관된 회화 작업을 지속해온 방정아의 작품 세계가 펼쳐진다. 부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는 ‘흐물흐물’이라는 주제 아래 ‘한국의 정치 풍경’ 섹션과 자연생태계를 투영한 ‘플라스틱 생태계’ 섹션 두 공간을 조성했다. 여기서 흐물흐물은 딱딱한 경계 혹은 견고한 체제가 무너지는 모습을 뜻한다. 부산에서 미군이 몰래 시행한 탄저균 실험을 소재로 그린 ‘미국, 그의 한결같은 태도’, 부산을 둘러싼 원전의 위협을 상기시키는 ‘플라스틱 생태계’ 등 방정아의 작품은 일상에서 잘 드러나지 않는 현실을 마주하게 하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인간과 세계에 대한 동시대적 관점과 변화에 관한 작업을 해온 김상진은 3전시실에서 영상 설치, 사운드, 조각 작품으로 구성한 ‘비디오게임 속 램프는 진짜 전기를 소비한다’를 통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속화된 가상 경험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주목했다. 여러 작품 중 단연 눈길을 끄는 건 교실 안 학생들이 천장에 매달린 소용돌이-네트워크 패널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모습을 형상화한 ‘로파이 마니페스토_클라우드 플렉스’. 이는 온라인 수업이 일상화된 현실에 대한 은유로, 경이로운 순간으로 구축된 하이파이(hi-fi) 가상이 아니라 보편적 개념의 로파이(lo-fi) 가상이 도래했음을 멋스럽게 알린다.
4전시실엔 시간의 속성과 성질을 다뤄온 오민의 신작 ‘헤테로크로니의 헤테로포니’가 자리한다. 헤테로포니는 하나의 선율을 여러 사람이 동시에 연주할 때 원래 선율과 그것을 변주한 선율이 공존하는 상태를 말하는 음악 용어. 5개의 화면과 입체적인 사운드 설치로 이루어진, 질문 퍼포먼스 수행자와 그를 찍는 스태프의 모습을 담아낸 이 작품은 과거 퍼포먼스를 촬영한 영상이 현재의 시간에서 어떤 의미를 지닐 수 있는지 탐구한다. 전시장에서 관람객은 각자의 시간을 보내지만, 동시에 동시간을 감각하고 사유하며 헤테로포니적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이렇듯 네 작가의 전시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지금 여기’를 인식하게 한다. 몇몇 작품은 단박에 이해하기 어렵지만, 그래서 전시장을 나와도 그 의미를 곱씹게 된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세상 한가운데서 현기증을 느끼고 있다면, 몸에 좋은 쓴 약 같은 이 전시를 추천한다. _에디터. 황제웅





제20회 한국국제아트페어가 열린 코엑스 전경.

제20회 한국국제아트페어(KIAF SEOUL 2021)
기간 10월 13일~17일
장소 코엑스 1층 A·B홀
올해 한국국제아트페어(KIAF SEOUL)의 가장 큰 성과는 현대미술의 대중화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위축된 문화생활에 대한 갈망과 부의 쏠림 현상이 야기한 보복 소비가 현대미술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간 미술 전시 관람이나 컬렉션을 남의 일로만 생각하던 사람들이 현대미술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에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은 키아프 서울에는 어느 때보다 많은 8만8000여 명의 관람객이 몰렸고, 작품 구매 여부를 떠나 흥겨운 축제 분위기를 연출했다. 아트 페어를 처음 찾는 이들에겐 170여 개 갤러리 부스 전시를 감상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일 수 있는데, 미술 애호가로 알려진 방탄소년단 RM 등 명사들의 방문 소식이 연일 언론을 통해 전해지면서 관람을 망설이는 이들을 독려했다. 아트 페어가 열리는 현장은 당연히 미술관이나 갤러리보다 산만하지만, 왜 많은 이들이 미술 컬렉션에 관심을 갖는지 실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올해 키아프 서울 개막 기간에 맞춰 서울의 미술관과 갤러리가 가장 주목할 만한 작가들의 전시를 선보였다는 점도 도시 전체를 미술 축제로 물들인 긍정적 요인이다.
특히 내년부터 세계 3대 아트 페어 중 하나인 프리즈(Frieze)와 협업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키아프 서울은 국제적 주목을 받았다. 2013년 홍콩에 아트 바젤이 처음 상륙했을 때와 비슷한 현상을 올해 키아프 서울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이미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는 페이스, 페로탕, 리만머핀뿐 아니라 슈프뤼트 마거스, 탕 컨템퍼러리, 에스터 시퍼, 페레스 프로젝트 등 국제적 갤러리가 대거 참여했다. 이는 최근 해외 갤러리들이 아트부산에서 거둔 성과와 더불어 프리즈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결과로 분석할 수 있다. 쾨닉과 타데우스 로팍 갤러리가 올해 서울에 개관했고, 글래드스톤 갤러리와 화이트 스톤 갤러리의 개관도 예고됐다. 해외 갤러리들이 팬데믹과 반정부 시위로 어려움을 겪는 홍콩에서 서울로 눈길을 돌린 것이다. 이들은 키아프 서울에서 가장 좋은 부스를 차지하고 갤러리를 대표하는 작가의 작품을 전시해 시선을 사로잡았다. 더불어 그들이 프로모션하는 한국 작가의 작품을 메인으로 내걸었다. 해외 갤러리에서 만나는 한국 작가의 작품은 더욱 매혹적이다. 페이스 갤러리는 김환기의 작품과 그에게 영감을 준 미국 작가 애돌프 고틀리브의 대형 추상을 나란히 배치해 앞으로 김환기의 작품을 세계에 알리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었다.
리만머핀 갤러리는 이불과 서도호의 작품을 대거 소개하며 한국 작가의 위상을 과시했다. 슈프뤼트 마거스에 걸린 송현숙 작가의 작품과 글래드스톤의 아니카 이 작품도 인기를 모았다. 한국 작가를 매니지먼트하지 않는 해외 갤러리도 자연스레 한국 작가의 작품을 접하게 될 테니, 이들의 한국 시장 상륙을 부정적으로 바라볼 필요만은 없을 것이다. 아트 바젤과 피악(FIAC) 아트 페어도 한국 시장에 대한 관심을 표하고 있으니 또 다른 협업을 기대해볼 만하다.
물론 올해 키아프 서울에서 아쉬운 점도 있다. 키아프 서울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아트 페어로서 그 뒤를 추격 중인 아트부산, 대구아트페어와는 다른 특색을 보여야 한다. 하지만 지금 이들의 차별점을 단언하긴 쉽지 않다. 또 미술 작품을 투자 대상으로 인식하는 일부 컬렉터에 대한 안타까움도 크다. 이들은 페어 개막 전 오픈한 온라인뷰잉룸과 디스커버링 갤러리즈 프로그램에서 투자가치를 중심으로 공격적 컬렉션에 나섰다. 초보 컬렉터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이 부족한 우리나라의 현실도 이런 사태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된다. 미술 작품을 보는 안목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이를 토대로 긍정적 컬렉션을 할 수 있는 교육제도가 뒷받침되기를 기대해본다. 내년 창립 21주년을 맞는 키아프 서울의 책임이 막중하다. _에디터. 이소영(프리랜서)





케이트 쿠퍼, 감염 몰이, 비디오 스틸, 2018. 사진 제공 케이트 쿠퍼

<트랜스포지션>전
기간 10월 14일~12월 12일
장소 아트선재센터
‘인간’은 언제나 예술가의 작업에서 아주 중요한 주제였다. 그중에서도 특히 ‘신체’는 인종, 젠더와 관련한 이슈까지 끌어내는 화두였다. 더욱이 코로나19 확산으로 바이러스 침투에 무너지는 우리 신체의 무기력함과 한계를 목격하며 예술가에게 관람객을 비롯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담론을 이끌어낼 주제로서 그 중요도가 증폭되었다.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는 <트랜스포지션>전은 현시점 신체에 대해 우리가 말할 수 있는 무엇을 한데 모은 전시로 기획했다. 트랜스포지션(transposition)은 음악과 유전학에서 동시에 사용하는 용어로 ‘전위(轉位)’ 혹은 ‘이항(移項)’을 뜻한다. 즉 경계를 가로지르며 자유롭게 넘나드는 상태를 의미하는 것. 전시에선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상식을 다르게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시각적 전위를 경험하게 한다.
참여 작가는 박웅규, 이유성, 무스퀴퀴 치잉, 케이트 쿠퍼, 쿨 매거진 5명(팀). 박웅규는 우리가 흔히 부정하다 여기는 것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작가다. 2015년부터 이어온 연작 ‘Dummy’를 이번에도 선보인다. 이번에 부정하다 여기는 존재로 선택한 것은 돈벌레다. 이를 몇백 배로 확대해 작가는 자신이 부정하다 느낀 감각을 단순히 투영하는 것을 넘어 떨어져서 볼 수 있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특히 작가는 불교의 ‘번뇌’라는 개념을 차용했는데, 대상이나 현상을 경험하는 중립·긍정·부정 세 가지 마음 상태를 통해 표현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이유성은 조각을 통해 근·현대사회의 개념적 발명에 질문을 던지고, 오브제의 물리적 한계에 도전하며 시각의 힘과 공간적 인식을 탐구한다. 그는 신체의 개념을 정의하고, 개인이 물질을 경험하고 인식하는 방식이 정치적 영역이라고 말한다. 작품 ‘쿠로스’를 통해 그는 어떤 신체를 공간에 펼쳐두고 상호작용하며 힘을 주고받는 형태를 만들어냈다. 조각으로 치환한 신체에 빛을 투영함으로써 신체에 가하는 물리적 저항을 인식하도록 한다.
1987년생 작가 안초롱과 양민영이 함께하는 쿨 매거진은 2015년부터 옷과 스타일에 관한 잡지를 비정기적으로 발행해왔다. 동시대의 ‘아름다움’에 대한 관점을 이번엔 대형 작품 ‘뷰티 낫 뷰티’를 통해 보여줬다. 제6호 <뷰티(BEAUTY)>를 기획하며 리서치한 결과물을 1000여 개의 이미지로 구성, 무드 보드 형식으로 연출한 작품이다. 2021년 현재 국내에 유통되는 화장품 브랜드, 상품 등의 정보와 함께 화장품의 질감 이미지와 뷰티 콘텐츠의 스크린 캡처 등을 섞어 다양한 층위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작품에서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보티첼리의 ‘비너스’와 같이 전통적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이미지와 제모, 부항 등 현대사회의 다양한 뷰티 시술에 관한 이미지까지 혼재하며 ‘미’의 개념 변화를 한눈에 짚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현재 생각하는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 ‘나는 아름다운 사람인가?’ 같은 질문이 절로 떠오르는 작품이다.
한편 컴퓨터 그래픽 이미지가 주체와 객체의 구분을 교란하는 현상을 탐색하는 케이트 쿠퍼는 영상 작품 ‘Infection Drivers’를 출품했다. 2018년에 만든 작품을 통해 그는 자기 자신과 싸우며 갈등하는 신체를 보여준다. 컴퓨터 기반 이미지로 만든 여성이 등장하고, 그녀가 입은 투명 옷은 팽창과 압축을 반복하는데, 이를 통해 작가는 젠더적 스테레오타입을 과장해 드러낸다. 이 작품을 통해 디지털로 만든 신체가 우리를 대신할 수 있을지 되묻는다.
무스퀴퀴 치잉도 ‘The Lighting’이란 제목의 3채널 영상을 선보였다. 이미지 제작 기술에서 ‘빛’은 대체 불가한, 가장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다. 이미지로 드러나는 인간의 얼굴은 빛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며, 그 빛을 인간이 어떻게 컨트롤할 수 있는지, 인간이 컨트롤한 이미지는 과연 우리가 실제 이들을 마주했을 때의 형상과 감정을 고스란히 담아낼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_에디터. 정송

 

에디터 황제웅(jewoong@noblesse.com), 정송(song@noblesse.com), 이소영(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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