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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2-14

예술로 뜨거워진 동네, 한남

미술 공간이 집중된 서울, 그중에서도 한남동은 리움 미술관과 페이스 서울 갤러리, 아마도예술공간 등 방문해야 할 갤러리와 공간들이 가득하다.

재개관한 리움미술관에서 김수자 작가의 ‘호흡’을 감상할 수 있다.

2017년 홍라희 전 관장이 돌연 사퇴하기 전까지, 삼성문화재단에서 설립한 리움미술관은 한마디로 서울 그리고 한남동의 랜드마크나 다름없었다.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도 투어 코스에 꼭 리움미술관을 넣을 정도로 소장품의 퀄리티와 규모 면에서 단연 독보적이었다. 그런 리움미술관이 2017년부터 잠정적으로 상설전만 운영하다가 2020년 코로나19 여파로 문을 닫자 많은 아트 애호가가 아쉬워했다. 그런데 지난 10월 리움미술관이 고(故) 이건희 회장의 차녀인 이서현 운영위원장을 필두로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김성원 교수를 부관장으로 영입해 다시 문을 열었다. 재정비 과정에 패션 디자이너 정구호가 아트 디렉터로 참여하고 슬기와 민, 아워레이보 등이 합세해 리움미술관의 아이덴티티에 변화를 줬다. 그렇게 로비와 아트 숍 등의 분위기를 확실히 전환하며 리움미술관 제2막의 오픈을 알렸다. 개관전으로는 <고미술 상설전>, <현대미술 상설전>과 더불어 특별 기획전 <인간, 일곱 개의 질문>을 마련하여 동서고금을 아우르는 휘황찬란한 작품을 선보인다. 특히 특별 기획전은 예술의 근간인 인간의 다양한 면모를 들여다보는 전시로 론 뮤익의 작품, 이브 클랭의 대형 회화 작품과 영상을 비롯, 국내외 작가 51명의 작품 130여 점을 한데 모아 시너지를 낸다. 확실히 리움미술관 재개관은 한동안 뜸하던 사람들의 발길을 한남동으로 이끄는 데 한몫하고 있다. 매일 자정에 하루씩 추가되는 전시 관람 예매는 여느 아이돌 콘서트 못지않게 티케팅이 쉽지 않은 실정.





리움미술관의 특별 기획전 <인간, 일곱 개의 질문>에서 선보이는 이브 클랭의 ‘대격전’.





론 뮤익의 ‘마스크 2’도 리움미술관에서 볼 수 있다.

리움미술관 인근 대규모 갤러리의 전시도 한남동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그중 특히 눈에 띄는 곳은 올여름 이 동네로 이전한 페이스 서울. 2017년 국내에 진출한 뉴욕에 베이스를 둔 페이스 갤러리는 ‘한국 미술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한남동 르베이지빌딩 2·3층으로 이전하면서 이전보다 4배 정도 규모를 키웠다. 미국 출신 회화 작가 샘 길리엄을 집중 조명한 개관전에 이어 두 번째 전시로 키네틱 아트의 거장 알렉산더 콜더의 개인전 <Calder>를 열어 관람객에게 다채로운 볼거리를 선사했다. 1950~1970년대 작품 위주로 8점의 조각과 10점의 종이 위 작업, ‘The Black Moon’이란 1점의 회화로 구성한 전시는 그간 콜더에 대해 단편적으로 알고 있던 관람객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해주었다. 조각과 평면 작품을 유기적으로 배치해 콜더의 예술 세계를 이루는 큰 두 흐름을 잡을 수 있도록 도운 전시. 이처럼 갤러리는 우리에게 익숙한 작가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곳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오스트리아, 영국, 프랑스를 베이스로 활약하는 타데우스 로팍까지 갤러리를 오픈하며 한남동이 예술 동네로 자리매김하는 데 힘을 실었다. 이 갤러리 역시 한국을 ‘아시아 문화 예술의 중심지’로 보고 서울 진출을 준비했다고. 사실 국내에 진출하기 전부터 타데우스 로팍은 한국과 꽤 깊은 인연을 이어왔다. 소속 작가들이 국내 미술관에서 전시를 개최해 작품을 소개한 적이 있는 것. 2007년 이불 작가와 협업하고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게오르그 바젤리츠의 국내 첫 개인전 <잊을 수 없는 기억: 게오르그 바젤리츠의 러시안 페인팅>을 개최했으며 2018년에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마르셀 뒤샹, 하룬 파로키의 전시를 나란히 선보였다. 이런 과거의 인연이 이어져 타데우스 로팍은 개관전 작가로 게오르그 바젤리츠를 출격시켰다. 15년 만에 다시 한번 소속 작가 바젤리츠를 조명한 후 타데우스 로팍은 연말 앨릭스 카츠의 미공개 회화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를 개최할 예정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작가로 시작해 이들이 서울 한남동의 전시 공간에서 앞으로 어떤 작가를 소개할지 자못 기대된다.









페이스 갤러리가 새로운 공간에 자리 잡고 연 알렉산더 콜더 개인전 <Calder> 전경.





타데우스 로팍 서울의 개관전 <가르니 호텔>전에 출품한 게오르그 바젤리츠의 ‘Hotel Garni’.

이 외에도 한남동 일대에는 재미난 공간이 많다. 아마도예술공간은 2013년 예술의 과정과 담론, 비평의 활성화를 목표로 이곳에 자리 잡은 뒤 다양한 세대의 전시 기획자와 작가를 한데 묶어냈다. <아마도애뉴얼날레_목하진행중>전, ‘아마도사진상’, ‘아마도전시기획상’ 같은 연례 전시와 공모전을 통해 예술 매개자를 양성하는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 지난 2월 문을 연 윈드밀이란 공간도 눈여겨볼 만하다. 작가 문보람, 정명우, 조익정이 운영하는 이 공간은 특별히 퍼포먼스를 위해 문을 열었다. ‘놀이터’이자 ‘실험실’로 작가 개개인의 작품 세계를 확실히 보여주는 곳이다. 공연과 미술 전시 그리고 강연까지 진행하며, 같은 분야지만 각기 다른 영역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서로의 영역을 탐험해볼 수 있는 자리다. 올 한 해 미술계를 강타한 빅 이슈인 대체 불가능한 토큰(NFT)에 관한 전시로 주목받은 빌라해밀톤도 살펴볼 필요가 있는 공간이다. 계원예술대학교 융합예술과 유진상 교수와 홍학순 작가가 공동 기획한 이 공간에선 오디오 소셜 네트워크 앱인 클럽하우스와 카톡 오픈창을 통해 국내 참여 작가 86명과 함께 <NFT 빌라>전을 개최했다. 새로운 예술 생태계에 대한 이들의 탐구는 시의적절했다는 평과 함께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한남동은 우리나라의 대규모 사립 미술관과 상업 갤러리를 비롯해 다양한 미술 공간이 혼재하는 특별한 곳이다. 이태원을 중심으로 그 일대에 이렇듯 다양한 공간이 들어서며 향유할 수 있는 예술의 영역 또한 확장되었다. 우리나라에서 다양한 예술을 멀리 가지 않고 한 동네에서 경험하고 싶다면 서울에선 한남동을 찾아가면 되는 것이다. 진짜 예술의 가치를 알아보고 이를 향유하며 그 경험을 오롯이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자 하는 이들이 모인 곳. 그래서 한남동은 앞으로도 많은 갤러리와 미술관 그리고 소규모 예술 공간 운영자들이 눈여겨보는 곳인 동시에 아트 러버의 발길을 끄는 장소로 주목받을 것이 틀림없다.

 

에디터 정송(song@nobles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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