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터너상의 주인공은 누구?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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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2-24

2021년 터너상의 주인공은 누구?

최고의 권위를 유지해온 현재미술상, 터너상은 시대의 흐름에 맞춰 변화를 꾀하고 있다. 2021년, 올해도 그 사실은 변함이 없다.

1984년 테이트 갤러리가 제정한 영국 최고 권위의 현대미술상인 터너상(Turner Prize)은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춰 최근 10년 동안 새로운 시도를 거듭해왔다. 2015년에는 미술가 개인이 아니라 건축, 디자인, 미술의 경계를 넘나들며 활동하는 컬렉티브 어셈블(Assemble)이 수상의 영예를 안아 미술계를 놀라게 했고, 50세 미만이던 수상 후보의 연령 제한도 2017년부터 사라졌다. 2019년에는 수상 후보 4명의 요청에 따라 후보 모두 최종 수상자가 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예술계와 아티스트를 위해 선정 작가 10명에게 지원금을 주는 것으로 수상 후보 선정 및 시상을 대신했다.
그리고 2021년 5월 공개한 올해의 터너상 후보는 전원 컬렉티브로 선정해 또다시 화제가 됐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를 의식한 듯, 올해 심사위원단은 새롭고 평등하며 보다 희망적인 미래를 제안하는 예술적 상상력에 주목했다. 테이트 브리튼 디렉터 앨릭스 파쿼슨(Alex Farquharson)은 “수상 후보로 선정된 작가들의 협업은 팬데믹에 대응해 영국 곳곳에서 보여준 연대와 공동체 의식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터너상 후보작 전시는 격년으로 런던 바깥에서 개최한다. 올해는 2021년 영국 문화도시(UK City of Culture)로 선정되어 다양한 문화 예술 행사가 꽃피는 코번트리에서 9월 29일 개막했다. 내년 1월 12일까지 허버트 아트 갤러리 앤 뮤지엄(Herbert Art Gallery and Museum)에서 열리며, 최종 수상자는 델피나 재단 디렉터 에런 세자르(Aaron Cezar), 배우 러셀 토비(Russell Tovey) 등 다양한 이력을 지닌 심사위원단의 심사를 거쳐 12월 1일 발표한다. 코로나19 여파로 직접 이 전시를 찾긴 어려운 상황. 못내 아쉬운 사람들을 위해 쟁쟁한 후보와 그들이 선보인 작품을 소개한다.





쿠킹 섹션스의 ‘Salmon: Traces of Escapees’. Photo by Garry Jones

쿠킹 섹션스(Cooking Sections)
다니엘 페르난데스 파스콸(Daniel Fernández Pascual)과 알론 스와브(Alon Schwabe)가 2013년 만든 쿠킹 섹션스는 음식의 대량생산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한다. 전시에서 선보이는 ‘Salmon: Traces of Escapees’는 스코틀랜드의 연어 양식장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조명한 설치 작품. 양식 연어를 값싸게 즐길 수 있는 럭셔리로 여기는 일반적 생각과 달리, 연어 양식으로 파괴된 주변 환경은 어마어마한 환경 비용을 발생시키고 있다는 불편한 진실을 드러낸다. 이들은 ‘Becoming CLIMAVORE’ 프로젝트를 통해 영국 내 갤러리와 미술관의 카페나 레스토랑 메뉴에서 양식 연어를 없애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어레이 컬렉티브의 ‘The Druithaibe’s Ball’. Photo by Doug Peters - PA Wire

어레이 컬렉티브(Array Collective)
북아일랜드 벨파스트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어레이 컬렉티브는 작가이자 액티비스트 멤버 11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언어, 젠더, 재생산권(출산과 관련한 인간의 권리와 선택의 자유를 일컫는 용어) 같은 북아일랜드의 사회적 이슈에 대응하는 단체 행동을 조직한다.
어레이 컬렉티브의 ‘The Druithaibe’s Ball’은 아일랜드 분단 100주년을 함께 기억하기 위한 경야(주로 서양에서 장례식이 끝나고 지인들끼리 모여 망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밤을 새우는 풍습)로 벨파스트에서 처음 기획했는데, 터너상 후보작 전시에서는 같은 행사를 이머시브 설치로 구현했다. 고대 제의 장소를 떠올리게 하는 원형으로 꽂힌 깃대를 따라가면 아일랜드식 펍에 도착한다. 펍에 걸린 거울에는 “이 사람은 전환 치료 금지를 지지합니다(This person supports a ban on conversion therapy)”라는 슬로건이, 천장에 걸린 현수막 중 하나에는 “내 난소에서 네 묵주를 썩 치워라(Get your rosaries off my ovaries)”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트라우마와 블랙유머, 좌절과 해소가 공존하는 모순의 장소에서 지난 100년간 북아일랜드의 집단 기억을 장악한 종파주의의 무거움은 코스튬, 롤플레이, 퍼레이드의 왁자지껄함 속에 녹아든다.





차별과 억압에 저항하며 힘을 모은 소수집단을 조명하는 B.O.S.S의 터너상 후보작. Photo by David Levene

블랙 옵시디언 사운드 시스템(Black Obsidian Sound System(B.O.S.S))
2018년 여름 결성한 B.O.S.S는 미술, 사운드 분야에서 활동하는 퀴어, 트랜스, 논바이너리 흑인과 비백인으로 이루어진 컬렉티브다. 사운드 시스템의 정신을 이어받아 소수집단에 대한 차별에 대항하는 작업을 하는 것이 특징. 자메이카의 대중문화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사운드 시스템은 주류 라디오에서 틀기를 거부한 스카나 레게 같은 음악을 함께 즐기기 위해 트럭에 턴테이블, 대형 스피커를 싣고 DJ와 MC가 야외 라이브 공연을 하던 것에서 유래했다. 이번 전시에서 B.O.S.S는 영상, 조명, 사운드, 조각 작품으로 만든 이머시브 세팅과 아카이브 이미지를 함께 엮어 영국에서 차별과 억압에 저항하며 힘을 모은 소수집단을 조명하고, 사운드 문화가 공동의 치유와 새로운 형태의 연대가 싹트는 시작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더불어 살아가기를 고민하는 젠틀/라디칼의 터너상 후보작. Photo by David Levene

젠틀/라디칼(Gentle/Radical)
예술가를 비롯해 지역사회 활동가, 교육자, 성직자, 교사 등으로 이루어진 젠틀/라디칼은 웨일스 수도 카디프의 리버사이드를 기반으로 ‘더불어 살아가기’를 고민하고 실천하는 프로젝트 그룹으로 다양한 팝업 행사, 영화 상영회, 미술 전시, 공연, 출판 등을 기획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들의 활동과 철학을 영상, 출판, 사운드와 텍스트 작업으로 보여주며, ‘어떻게 핵가족의 테두리를 넘어 아이들을 키울 것인가?’, ‘슬픔과 상실을 위한 공간을 어떻게 지킬 수 있을까?’, ‘디아스포라의 다양성이 공동체 안에서 어떻게 나타나는가?’ 같은 질문을 함께 고민해보도록 이끈다. 





신경다양성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는 프로젝트 아트 워크스의 터너상 후보작. Photo by Doug Peters - PA Wire


프로젝트 아트 워크스(Project Art Works)

잉글랜드 헤이스팅스에 기반을 둔 프로젝트 아트 워크스는 자폐증, 학습장애 등 다양한 컨디션의 작가로 구성된 컬렉티브다. 이들은 따로 또 같이 작업하며 전시, 프로젝트 등을 통해 신경다양성(neurodiversity)에 대한 인식을 제고한다. 이번 전시에선 지난 200년간 신경다양성을 겪는 작가들이 만들고 그린 4000점이 넘는 작품을 물리적 공간, 디지털 아카이브로 선보인다. 또 갤러리 한쪽에는 작업실을 설치해 작가들의 작업 과정이 전시의 일부를 이룬다.

 

에디터 황제웅(jewoong@noblesse.com)
김윤정선(미술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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