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지만 익숙한 세 대의 차량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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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2-17

낯설지만 익숙한 세 대의 차량

전기차로 서서히 바뀌는 자동차의 진화, 그 정점의 단계에서 경험한 세 대에 대한 시승기

JEEP WRANGLER 4xe
결국 지프도 전기차 시대에 합류한다. 이미 랜드로버나 포드 등 다수의 오프로드 브랜드가 전기차 모델을 출시했지만, 지프는 왠지 최후의 보루 같은 느낌이었다. 이제 지구를 횡단하는 모든 자동차는 좋든 싫든 전기로 구동할 것이다. 지프의 변화가 그 트리거다. 지프의 첫 전동화 모델은 랭글러 오버랜드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시스템을 탑재한 4xe다. 외관은 내연기관 모델과 거의 같고 측면의 지프 로고와 트레일 레이티드 배지(오프로드 인증), 테일게이트의 ‘4xe’ 배지에 친환경을 상징하는 블루 컬러를 적용했다. 동력은 4기통 가솔린 터보엔진과 2개의 전기모터로 이뤄지며, 자동 8단 변속기에 풀타임 사륜구동 4WD를 적용했다. 최소한으로 적용한 매우 조심스러운 변화다. 그래서인지 이질감은 없다. 모르고 타면 내연기관과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가장 큰 궁금증. 오프로드와 전기차는 어울릴까? 답은 ‘매우 그렇다’다. 친환경이라고 하면 왠지 나약할 것 같지만, 전기모터의 토크는 순식간에 최대출력을 발휘한다. 직접 운전해보니 변화를 쉽게 체감할 수 있었다. 4xe에 달린 가솔린엔진과 2개의 전기모터가 만들어내는 출력(272마력, 합산 375마력)은 25도로 기울어진 비포장 언덕도 쉽게 올라간다. 그렇다면 데일리 자동차로의 활용도는 어떨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랭글러의 ‘험블한’ 승차감은 전기모터의 탑재로 한층 부드러워졌다(사실 승차감은 4세대로 넘어오면서 급격히 좋아졌다). 4xe는 총 세 가지 운전 모드를 제공한다. 전기모터와 내연기관이 함께 작동하는 ‘하이브리드 모드’와 전기모터의 출력만으로 주행하는 ‘전기 모드’(시속 40km를 넘어서면 가솔린엔진과 함께 구동한다), 가솔린엔진이 우선 작동하고 배터리 소모를 최소화하는 ‘전기 절약 모드’인데, 하이브리드와 전기 모드에서의 소음과 진동은 기존 랭글러에서 느껴보지 못한 정숙함을 제공한다. 전기 모드로 주행 가능한 거리가 최대 32km인 것이 다소 아쉽지만, Max Regeneration 모드일 때 작동하는 회생 시스템이 눈에 띄게 효율적으로 에너지 소모를 줄인다. 무엇보다 1리터당 12km 수준의 경제적 연비를 선보이는 것에 놀라웠다. 물론 기존 모델보다 크게 높아진 가격 논란은 있지만, 지프는 벌써 초도 물량을 전부 팔아 치웠다. 클래식한 디자인에 높아진 효율성과 정숙성, 한층 업그레이드한 오프로드 성능까지 지프는 4xe로 안전하면서도 영리한 변화에 성공했다. 이제 다음은 훨씬 수월할 것이다. _ 조재국

SPECIFICATION
엔진 I4 4기통 가솔린 터보 PHEV 엔진
최대출력 375마력
복합 연비 9.2km/L
가격 8340만 원





MERCEDES-BENZ S-CLASS 580 4MATIC
지난봄, 신형 S-클래스는 여러 가지 우려 속에 한국 땅을 밟았다. 실물이 주는 느낌은 확연히 달랐다. 사진처럼 눈길을 확 잡아끄는 요소는 없지만, 실루엣만으로도 모든 걸 압도한다. 이상적인 세단 디자인이라 칭송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 형태와 입체감 그리고 빛반사까지 어떤 각도에서 봐도 빈틈이 없다. 조립 단차마저 더 완벽해진 느낌이다. 아쉬운 게 있다면 이번 S-클래스 익스테리어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플러시 도어 핸들의 조작감이다. 손잡이를 당기면 문이 한 번에 열려야 하는데, 전자식 액추에이터가 걸쇠를 푼 다음에야 문이 열려 다소 불편하다. 실내 분위기 역시 사진과는 전혀 딴판. 세로 배치한 센터 디스플레이는 기존 ‘와이드 콕핏’을 대체하기에 충분할 만큼 근사하고 편리하다. 각종 소재의 조합에도 흠잡을 데가 없다. 특히 몇몇 사람이 ‘장롱’이라고 비하한 우드 패널의 완성도가 인상적이다. 계기반을 포함한 두 장의 디스플레이와 함께 입체감을 극대화하며, 정교한 면 처리로 각종 조명을 아름답게 반사한다. 편의 사양은 우리가 최고급 자동차에 기대하는 모든 것을 거의 갖췄다. 뒷좌석 공간 역시 이전보다 한결 안락하다. 다리 공간이 약간 늘어났고, 다리 받침대도 더 커졌다. 뒷좌석 시트 리클라이닝은 최대 43.5도까지 가능하다. 센터 디스플레이 모서리의 거친 마감이나 시트 제어부의 조작감 등 일부 거슬리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 사소하거나 빠른 개선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벤츠는 파워트레인의 세대교체를 부분 변경 모델을 통해 진행한다. 따라서 이번 S-클래스의 엔진과 변속기는 기존과 큰 차이가 없다. 시승차인 S 580 4매틱도 마찬가지. 이전 세대 S 560의 4리터 V8 엔진에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더해 출력과 주행 질감을 개선했다. 엔진과 변속기 사이에 장착한 전기모터가 엔진 작동을 매끄럽게 제어하는 것이 특징이다. 가속 성능은 503마력과 71.4kg・m라는 출력 수치가 의심스럽지 않을 만큼 경쾌하다. 그런데 S 580 4매틱 주행 특성의 매력은 파워트레인이 아닌 새로운 스티어링과 서스펜션 구성에서 찾을 수 있다. 뒷바퀴를 최대 10도까지 비트는 리어액슬 스티어링과 새로 설계한 에어매틱 서스펜션을 도입한 덕분에 운전이 손쉬운 데다 승차감도 편안하다. 방음 대책 강화로 정숙성이 한층 개선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 S 580 4매틱의 실내는 롤스로이스, 벤틀리 등 지금껏 시승한 그 어떤 고급차보다도 조용하다.
벤츠가 전기차에 모든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는 건, 그들조차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지금은 어떤 회사라도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벤츠는 영리한 대응으로 S-클래스만큼은 지켜냈다. 빈틈없는 디자인, 반박할 수 없는 만듦새, 새로운 스티어링 기구나 서스펜션 등 전기차에도 유용하게 쓰일 신기술 등으로 S-클래스를 한층 완벽한 차로 다듬었다. 남은 건 올해 말 EQS를 통해 시작될 차세대 주행 보조 시스템(SAE 레벨 3)의 구현 여부다. 하드웨어적으로는 대비가 끝난, 이미 출고된 S-클래스가 이 업데이트에 어떻게 대응할지 궁금하다. _ 류민(자동차 칼럼니스트)

SPECIFICATION
엔진 V8 4.0리터 트윈 터보 + 48볼트 마일드 하이브리드
최대출력 503마력
복합 연비 7.9km/L
가격 2억1860만 원





KIA EV6
차의 뼈대인 플랫폼은 자동차가 외부 충격을 얼마나 흡수하는지, 무게중심이나 배분이 얼마나 안정적인지, 내부 공간이 어떻게 구성되는지 결정한다. 플랫폼을 어떻게 개발하느냐에 따라 자동차의 기본 성능이 결정되기에 플랫폼 개발 능력이 곧 자동차 제조사의 경쟁력이다. 문제는 플랫폼을 개발하는 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는 점이다. 최근 플랫폼 하나로 여러 차가 공유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기아 EV6는 현대 아이오닉 5와 같은 E-GMP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사용한다. 출시 시기도 얼마 차이 나지 않아 아이오닉 5보다 뒤에 출시되는 EV6에는 어느 정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거다. 두 차를 한 저울에 놓고 비교할 게 뻔했으니까. 하지만 두 차의 방향성은 전혀 달랐다. 아이오닉 5가 공간과 실용성에 초점을 맞췄다면 EV6는 주행 감각과 스타일에 집중했다. 박스카 형태의 아이오닉 5와 달리 EV6는 곡선을 주로 사용해 매끈하고 풍만한 볼륨감을 내세운다. 보닛에서 시작해 테일램프까지 이어지는 실루엣만 봐도 예사롭지 않다. 오리 주둥이처럼 튀어나온 테일램프는 리어 스포일러 역할을 겸하며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현대 디자인의 기본 개념을 충실히 따른다. 엔지니어와 익스테리어 디자이너가 긴밀히 협력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실내는 동승자보다는 운전자에게 초점을 맞춘 모양새다. 그립감이 좋은 운전대, 운전자를 향해 있는 버튼과 다이얼이 그 증거다. 심지어 컵 홀더도 운전석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운전에만 집중하라는 무언의 압박이 느껴지는 것 같다. 시승한 모델은 최대출력 325마력을 발휘하고 네 바퀴를 모두 굴린다. 처음부터 최대토크를 뽑아내는 전기모터와 바닥에 깔린 배터리가 만들어내는 낮은 무게중심, 민첩하게 움직이는 핸들링이 어우러져 재미있는 주행 감각을 선사한다. 앞쪽 오버행이 짧아 운전대를 조금만 돌려도 앞부분이 즉각적으로 움직여 코너 안쪽으로 파고드는 감각 또한 일품이다. 특히 오르막에서 엄청난 토크를 폭발시키며 앞으로 튀어나갈 땐 전기차가 단순히 효율을 위한 게 아니라 부단히 성능을 추구하는 탈것이라는 기분마저 든다. 덕분에 내년 하반기에 출시할 GT에 대한 기대를 저버릴 수 없게 만든다. EV6 GT는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3.5초에 불과해 출시되면 국산차 중 가장 빠른 가속력을 자랑할 거다. 기아는 주행 감각과 시원한 가속 등 대중 브랜드가 쉽게 선택하지 않는 방식으로 전기차라는 오브제를 풀어냈다. 조금 낯설긴 하지만 아이오닉 5와의 간섭효과를 줄여 최대 이익을 창출해야 하는 현대차그룹 입장에서 볼 때 전략은 꽤나 성공적이다. _ 김선관(<오토캐스트> 기자)

SPECIFICATION
구동 방식 전기모터 풀타임 사륜구동
최대출력 239.0kW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 441km
가격 5938만 원

 

에디터 조재국(jeju@nobles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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