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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1-13

이레의 빛나는 시간

제2의 누구, 한국의 누구라는 수식어가 필요치 않은 가능성 덩어리, 이레.

블랙 미니드레스 Oef, 블라우스 Miu Miu, 헤어밴드 Bae-Bae, 골드 이어링 Fruta, 블랙 타이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2021년은 ‘이레의 해’였어요. 영화와 드라마, OTT까지 정신없이 바빴죠? 2020년 막바지까지 드라마 <스타트업>을 촬영했어요. 그리고 2021년(손가락으로 헤아리며) <안녕? 나야!>부터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 정리사입니다>,
<홈타운>, <지옥>까지 감사하게 여러 작품에 참여할 수 있었어요. 지금은 좀 쉬고 있어요. 원래 캐릭터에서 나를 찾아가는 과정을 좋아하는데, 요샌 작품에서 벗어나 책이나 음악, 사람들 속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정리하고 있어요.
전 세계에서 <지옥>이 이슈예요.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보고 있다는 걸 실감하나요? 사실 <지옥>이라는 작품이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종교적 코드나 철학적인 면이 있고 ‘시연’ 장면 같은 부분은 거부감이 들 수도 있을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결과물을 보니 너무 좋은 작품이 나와서 기뻐요. 이런 작업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게 영광이었고, 함께한 스태프나 선배들이 잘해주셔서 감사하고 있어요.
<지옥>은 다소 어둡고 오컬티즘 같은 요소가 있어요. 참여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섭외가 들어왔을 때 어떤 생각을 했어요? 먼저 연상호 감독님 작품인 걸 알고 무조건 OK!(웃음) 연 감독님은 영화 <반도>에서 함께했는데, 제게 굉장히 의미 있는 시간이었어요. 연기도 많이 배우고, 자신감도 생겼고요. 그래서 무조건이었어요. 시나리오를 읽고 나선 이렇게 다양한 해석이 많은 작품에 불러준 것이 너무 고마웠죠. 또 평소 좋아하던 여러 선배님들과 함께할 수 있어 좋았어요.
아직 미성년자이다 보니, 극 중에서 보호자로 만나는 선배 연기자가 많아요. 신기한 건 <반도>에선 이정현과 진짜 모녀 사이 같았고, <홈타운>에선 한예리와 실제 고모와 조카 같다가, <지옥>에선 양익준과 진짜 부녀 사이 같았어요. 사실 제가 조금 내향적이에요. 처음부터 그러진 않았는데, 아무래도 현장에서 감독님이나 여러 스태프, 선배님들과 오래 시간을 보내다 보니 조심스러워진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 말한 선배님들이 모두 먼저 다가와줬고, 편안하게 연기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주셨어요. 덕분에 큰 어려움 없이 연기할 수 있었고요. 한예리 선배님 같은 경우엔 현장에서 ‘고모’라는 말만 들어도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았어요. 그만큼 정서적으로 서로 교감하지 않았나 싶어요.
인터뷰에 앞서 양익준 감독님과 통화했어요. “이레는 어떤 배우냐”고 물으니 “이레는 훌륭하다. ‘나이가 어리지만 잘한다’거나 ‘아역치고는 뛰어나다’가 아니라 그냥 동료 배우로서 훌륭하다”고 하더군요. 자칭 ‘배우 칭찬 잘 안 하는’ 분이 극찬을 하던걸요. (꺅!) 너무 극찬을 해주셨어요. 감사합니다.(웃음) 저는 사실 연기를 전문적으로 배워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저 혼자만의 방법으로 해석하는 버릇이 있어요. 자연스럽게 캐릭터에 스며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캐릭터에 나를 투영하고, 반대로 내게 캐릭터를 투영한다고 할까요. 그래야 진심이 느껴질 거라는 생각을 어렴풋이 한 것 같아요. 그런데 아직도 매 순간 부족한 부분과 벽을 느껴요. 아직 한참 모자란 배우에게 그런 칭찬을 해주셔서 어떻게 마음을 전해야 할지 모르겠네요.(웃음)





니트 톱 Eenk, 데님 스커트 Miu Miu, 화이트 터틀넥 니트와 헤어 스카프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Peer, 트위드 쇼츠 Nancy Boo, 페이턴트 플랫폼 슈즈 Miu Miu, 골드 하트 링 Fruta.

영화 <소원>부터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반도> 그리고 최근작까지 이레는 항상 또래보다 성숙한 역을 맡았어요. 그런 역을 자주 맡으면 싫을 것 같기도 한데. <소원>을 찍을 때였나. ‘나이답지 않게 성숙하다’, ‘철이 일찍 들었다’, ‘똑똑하다’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아, 근데 똑똑하다는 게 정말 머리가 좋다는 뜻은 아니었어요.(웃음) 그때 조금 혼란스러웠던 것 같아요. ‘더 아이처럼 굴어야 하나?’, ‘내가 말을 조금 더 어눌하게 해야 하나?’ 같은 고민이 있었어요. 그리고 조금 창피했다고 해야 할까.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고민마저 저인 것 같더군요. 그러니까 성숙한 역을 연기해서 성숙해진 게 아니라, 그냥 이레가 성숙하니까 저런 연기가 나왔구나. ‘이 아이가 결국 저 아이고, 저 아이가 결국 이 아이다’라는 결론. 현장에서 감독님이나 스태프, 선배 배우들에게 배운 게 많아요. 프로다운 거, 연기자 다운 거. 그런 모습이 자연스럽게 몸에 배지 않았나 싶어요.
롤모델이 있나요? 닮고 싶은 배우. 아주 어릴 때부터 단 한 번도 변하지 않았어요.(웃음) 전지현 선배님과 앤 해서웨이. 어릴 때부터 항상 동경해왔거든요. 나도 저렇게 대단한 배우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지금도 혼란스러울 때면 두 분이 나오는 작품을 봐요. 그러면 다시 정신이 번쩍 들거든요.(웃음)
두 배우 모두 미모로 주목을 받다 어느 순간 배우로 성장했어요. 특히 앤 해서웨이는 영화 <레미제라블>에서 노 메이크업에 삭발까지 하고 조연으로 출연하는 과감함도 마다하지 않았죠. 그런 도전 같은 것도 자신 있어요? 너무너무 하고 싶어요.(웃음) 사실 전 딱히 예쁜 배우가 아니기 때문에 연기로 승부를 봐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웃음) 그래서 그런 색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제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캐릭터가 주어진다면 꼭 해보고 싶어요.
지금이 잠시 쉬어 가는 시기라고 했는데, 요새 자신을 위해 어떤 것을 하고 있는지?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요. 낮잠도 자고 싶고.(웃음) 그림도 그리고 싶고, 춤도 배우고 싶고, 친구들과 맛있는 것도 먹으러 다니고 싶고. 그런 것들을 하나씩 하고 있어요. 가장 마음이 가는 건 그림을 그리는 거예요. 엄마가 미술을 전공하셔서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그림을 그렸어요. 전문적으로 배우진 않았지만, 그림을 그리다 보면 마음이 편해져요. 주로 풍경화를 그리거든요.
배우로서 이레의 무기, 그리고 부족한 건 무엇이라고 생각해요? 음, 무기랄 건 없고 제 장점이면 하는 건 있어요. 진심이 느껴지는 연기. 제 웃음이나 눈물에 관객이나 시청자들이 진심을 느끼고 공감해줬으면. 그런 바람으로 연기를 하려 해요. 부족한 건 많지만,(웃음) 요샌 마음의 근육이 좀 생기면 좋겠어요. 의도치 않게 혼란스럽거나 상처받고 좌절하는 순간이 종종 있거든요. 그럴 때마다 단단히 버틸 수 있는 힘이 생겼으면 해요.
잠시 쉬고 있다지만, 벌써부터 차기 작품 미팅을 하고 있다고 하던데. (웃음) 몇몇 작품을 논의하고 있어요. 잘 진행되면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통해 곧 만날 수 있을 거예요.

 

에디터 조재국(jeju@noblesse.com)
사진 신선혜
헤어 조소희
메이크업 하나
스타일링 권수현
어시스턴트 에디터 김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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