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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1-21

달콤한 우리 술

지금 가장 핫한 전통주 여덟 종류에 대한 전문가들의 솔직 담백한 품평.

별산 오디 스파클링
양주도가가 빚은 탁주로, 전작 ‘별산 막걸리’에 오디를 부재료로 완성했다. 경기도 양주 지역의 쌀과 오디를 사용했으며, 탄산감을 위해 스파클링 방식으로 제조한다.
김다슬 색상이나 향, 맛 모두 베리류를 뭉근하게 조린 것 같다. 단맛과 은은한 산미가 특징이며, 조밀한 탄산이 입안에 남은 맛을 깔끔하게 정리해준다. 스파클링 탁주 중 단맛이 가장 적당하고, 기포가 오래 유지되는 술. 샴페인과 가장 닮은 막걸리가 아닐까.
이지혜 진정한 ‘샴페인 막걸리’. 오디와 견과류의 고소한 향, 팥죽 같은 컬러에서 느껴지는 무게에 비해 맛은 가볍다. 은은한 당도가 느껴지면서 섬세한 기포가 입을 즐겁게 해준다. 마지막 잔까지 탄산을 유지하는 퍼포먼스 탁주.
이지민 오디 자체가 낯선 데다 맛도 생소해서 첫 잔을 마신 뒤에는 갸우뚱할 수도 있다. 하지만 두 번째 잔부터는 독특한 감칠맛이 매력으로 다가온다. 자연 탄산이 입안을 즐겁게 하며 고소함과 담백함, 과일의 청량함까지 모두 챙긴 술.
추천 안주 피칸파이, 삼겹살

꽃잠
‘깊게 잘 잔 잠’이라는 뜻의 순우리말로 ‘잠을 잘 자야 삶이 생생하듯, 좋은 술을 마셔야 인생이 깊어진다’라는 의미로 이름 붙였다. 경남 함양군에 위치한 지리산옛술도가에서 빚은 탁주로, 우리 쌀과 우리 밀 누룩으로 담은 무첨가물의 전통 단양주다.
김다슬 탁주지만 의외로 보디감이 가볍다. 투박하면서도 솔직한 산미와 천연 탄산의 조화가 매력적이다. 벌컥벌컥 마시기 좋고, 마실수록 쌀의 은은한 단맛이 부드럽게 다가온다. 1리터 패키지지만 음용성이 좋아 용량이 아쉽게 느껴지는 술.
이지혜 단양주의 경쾌하고 깔끔함을 즐길 수 있는 술. 드라이하고 상큼한 느낌이 어우러져 어떤 음식, 어떤 자리에도 잘 어울린다. 질리지 않고 마실 수 있으며 마시고 취하고, 깨고, 다시 마시고 하는 무한 루프가 가능한 술. 보다 많은 곳에서 구매할 수 있게 되길.
이지민 잘 만든 단양주의 교본. 수제 막걸리가 공산품과 무엇이 다른지 궁금하다면 꽃잠을 마셔볼 것을 권한다. 단맛이 적고 적당한 산미, 여기에 담백한 맛이 어우러져 술술 넘어간다.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백지 같은 술로, 어디에도 잘 어울린다.
추천 안주 지리산 흑돼지 육포, 월남 쌈





추사 40
‘추사 40’은 예산사과와인(주)이 충남 예산 사과로 빚은 증류주로, 2010년부터 약 7년의 연구 끝에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추가 가당하지 않고 사과를 발효해 상압 다단식 동 증류기로 증류한 후 오크통에 장기 숙성해 완성한다.
김다슬 사과 증류주 특유의 산뜻함과 오크통의 스모키함이 복합적으로 느껴지는 향. 여기에 바닐라와 스파이시, 후추, 약간의 훈제 향이 더해진다. 알코올 도수에 비해 매우 부드러우며, 국내 전통주 중 오크 숙성한 증류주로 손에 꼽는다는 타이틀에 걸맞은 훌륭한 밸런스를 선사한다.
이지혜 한국 사과로 만든 대한민국 칼바도스 혹은 코냑. 은은한 향을 느낄 수 있으며, 잘 만든 브랜디에서 느낄 수 있는 깊은 맛과 달콤함이 배어 있다. 높은 알코올 도수에 비해 자극적이지 않아 부드럽게 즐길 수 있으며, 목 넘김이 좋아 온더록보다는 스트레이트로 즐길 것을 추천한다.
이지민 한국의 브랜디 수준은 이미 상당하다. 추사 40은 그 선두에 있다. 잘 익은 사과 향과 바닐라, 초콜릿의 풍미가 느껴지며 약간의 오크 터치로 부드러우면서 깊이 있는 술이 탄생했다. 양조장을 방문하면 다양한 오크통에서 숙성 중인 추사를 비교 테이스팅하며 즐길 수 있다.
추천 안주 생굴, 애플파이, 비프 굴라시

연희민트
같이 양조장에서 빚은 전통 단양주 ‘연희민트’. 동동주의 일종인 부의주(경기도 지방 전통 민속주) 레시피를 기본으로 민트를 첨가해 빚었다. 모히토에서 영감을 받은 술로, 탁주 특유의 시큼한 맛이 아닌 새콤한 감칠맛이 특징이다.
김다슬 민트 향 첨가물이 아닌 진짜 민트로 만든, ‘민초’를 위한 술. 민트 향이 강렬하지 않고 부드러우면서 은은하게 잘 어우러진다. 모히토를 탁주로 재해석한 술답게 눈을 감고 마시면 이국에 온 듯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이지혜 탁주 재료로 ‘민트’를 선택한 과감함이 돋보인다. 전통주에 이국적 부재료와의 만남 자체가 신선하다. 민트를 첨가했다는 생색만 낸 것이 아니라 역할이 확실하다. 전체적으로 싱그러움이 가득 느껴지며 산미와 약간의 스파이시함 속에 민트가 맛의 밸런스를 조율한다. 이 정도면 성공한 만남의 표본.
이지민 전통 방식과 현대적 해석의 하모니가 절묘하다. 재야의 고수가 빚은 술로, 이미 핫한 레스토랑에선 판매하고 있다. 쌀과 물, 누룩으로 빚은 기본 막걸리가 지루하다면 탁주의 변주가 어떻게 이뤄질 수 있는지 경험하기 좋은 술.
추천 안주 양고기 스테이크, 리코타 치즈 샐러드

풍정사계 춘
농업회사법인(유) 화양이 빚은 ‘풍정사계 춘’은 2017년 한미정상회담에서 국빈 만찬주로 선정된, 설기로 밑술한 법주다. 발효 후 저온 숙성한 백일주의 일종으로 국내산 맵쌀과 밀로 빚은 전통 누룩으로 완성했다.
김다슬 지역에서 재배한 쌀, 직접 만든 누룩, 전통 방식 발효 기법까지 모든 과정에서 장인의 손길을느낄 수 있다. 녹두 누룩에서 기인한 황금빛 컬러와 핵과류 특유의 산미가 느껴지는 향, 끈적이지 않고 산뜻한 단맛까지 약주의 표본을 보여준다. 잘 익은 백도를 한 입 베어 문 것처럼 농밀하면서도 산뜻하다.
이지혜 요즘 보기 드물게 자가 누룩으로 빚는다. 전통 방식을 고집해 생산량이 적기 때문에 마시고 싶어도 쉽게 구할 수 없는 귀한 술이다. 양조장 고유의 맛을 제대로 담은 술로, 차갑게 칠링해 마시면 특유의 산미가 부각된다. 한 모금 마시면 ‘춘’이라는 이름처럼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는 듯하다.
이지민 ‘전통’스러운 패키지 때문에 약간 손해 보는 느낌의 술. 풍정사계 춘은 제대로 만든, 한국을 대표하는 약주다. 직접 빚은 누룩으로 만드는 장인의 고집이 그대로 느껴진다. 단맛과 신맛, 쓴맛의 밸런스가 훌륭하며, 피니시가 길고 입안에 담기는 텍스처가 뛰어나다.
추천 안주 오리진흙구이, 봄동무침





여유 40
양촌양조의 여유 소주는 전통 방식의 소주를 시대에 맞게 복원한 증류식 소주다. 논산의 햅쌀로 만들며 한국 식품연구원과 공동 개발한 독자적 효모를 적용했다. 감압식 방식으로 저온 숙성 생산하며 8개월의 후숙을 거친다.
김다슬 감압식 소주의 화사하고 화려한 향이 특징인 소주. 깔끔하면서도 씁쓰름하고, 그러면서도 특유의 단맛이 느껴진다. 40도라는 알코올 도수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부드럽고 매우 섬세한 풍미를 느낄 수 있다. 바닐라와 바나나, 흰 꽃, 라일락 등의 향이 은은하게 이어진다.
이지혜 소주 특유의 강한 맛이 싫다면 여유 40은 괜찮은 선택이다, 알코올의 자극적인 맛이 없고 목 넘김이 부드러워 술술 넘어간다. 라일락처럼 화사한 흰 꽃 향에 입안에서 연기처럼 부드럽게 사라진다. 바닐라의 느낌이 묵직하게 눌러주며 피니시도 깔끔하다.
이지민 가성비와 완성도를 잡은 증류식 소주. 편안하고 부드러우며 우아하게 입에 감긴다. 향은 화사하지만 맛에선 녹진한 남성성이 느껴진다. 적당한 피니시와 기분 좋은 텍스처, 거기에 바닐라 풍미까지 뺄 것이 없다.
추천 안주 참치 머리구이, 문어 숙회, 바닐라 수플레

제주오메기 맑은술
제주술익는집에서 빚은 제주오메기 맑은술은 4대째 이어온 전통 방식으로 일체의 첨가물 없이 손으로 빚는 약주다. 좁쌀과 햅쌀, 정제수와 누룩을 사용하며, 쌀이 귀하던 시절 차조로 술을 빚던 방식을 고수한다.
김다슬 참외, 익은 황도, 살구 등 뭉근하고 달큼한 과일에 약간의 누룩과 곡물 향이 느껴지는 술. 맛 역시 농밀한 단맛이 지배적이다. 은은한 산미가 목 넘김과 함께 느껴지지만 금세 사라지고, 단맛과 함께 혀를 누르는 알코올의 존재감이 이어진다. 전반적으로 농축미가 느껴지는 술.
이지혜 원래 오메기 맑은술의 매력은 산미였는데, 리뉴얼을 거친 새로운 버전은 산미가 줄어 조금 아쉬운 느낌이다. 하지만 누룩과 고소한 곡물, 달콤한 향이 은은하게 어우러지고 피니시로 요거트 풍미가 올라오는 맛은 여전히 좋다. 단맛과 신맛이 조화로우며 쌉싸름한 끝 맛이 깔끔하다. 목 넘김도 부드럽고 여운도 긴 편.
이지민 대중적인 맛을 위해 산미를 줄였다. 개인적으로 아쉽지만, 입문자에겐 오히려 좋은 시작이 될 수 있을 듯. 오랫동안 제주도를 대표해온 술답게 뛰어난 밸런스와 부드러운 목 넘김을 자랑한다.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지만, 짱짱한 술기운이 느껴지는 약주.
추천 안주 오메기떡, 화이트 초콜릿, 갈치조림





산머루 크라테 드라이
경상북도 김천에 위치한 수도산와이너리에서 생산한 와인으로, 3년 이상 오크 숙성을 거친 빈티지의 산머루 와인.
김다슬 오크통과 후추 같은 스모키한 향부터 블랙베리・정향 같은 달콤한 향이 복합적으로 느껴진다. 보디감은 무겁지 않은 편. 드라이하면서 은은한 단맛이 특징이다. 산머루의 묵직함이 느껴지지만 오래 남지 않고 휘발된다.
이지혜 복합적 맛과 향이 해외 와인과 견주어도 손색없다. 잘 숙성된 와인에서 느낄 수 있는 깊은 적색과 흙, 후추, 베리, 가죽 향이 특징. 부드러운 텍스처가 고급스러운 맛을 자아낸다.
이지민 홀로도 빛나지만 그릴에 구운 고기와 함께할 때 진가를 발휘하는 와인. 묵직한 레드베리와 바닐라, 가죽, 오크 향이 복합적으로 느껴지며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맛을 선사한다. 스파이시하면서도 섬세하고 탄탄한 맛의 레드 와인.
추천 안주 돼지고기 바비큐, 스테이크

264 청포도 와인 절정
절정은 독립운동가 육사 이원록의 시 ‘청포도’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와인이다. 2021 한국와인 베스트 트로피 골드상을 수상했으며, 국내에서 개발한 청포도 품종인 ‘청수’로 빚었다.
김다슬 청수 품종 특유의 설익은 청포도를 으깬 향과 흰 꽃, 레몬, 라임 같은 산뜻한 향이 특징. 향은 날카롭지만 혀로 느끼고 목으로 넘길 땐 은은한 단맛과 산미가 조화롭다. 청수 주종에 입문하기 좋은 술.
이지혜 잔에 절정을 따를 때는 ‘한국산’이라는 말을 뺀다. 마신 뒤 알려주면 전부 놀란다. 그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 한국 와인에 대한 편견을 삭제한다면 충분히 만족할 만하다. 단단하고 생생한 과일 향 덕분에 부드러우면서도 풍미 있게 즐길 수 있는 술이다.
이지민 대중성과 가성비를 두루 갖춘 국산 와인. 한국을 대표하는 포도 품종인 청수의 뛰어난 산미와 단맛이 술에 잘 녹아들었다. 망고나 파인애플 등 열대 과일과 설익은 포도 향이 특징이며, 가벼우면서도 매력적인 맛으로 계속 다음 잔을 부른다. 산미가 뛰어나면서 입안을 조이는 짜릿함이 있다.
추천 안주 하와이안 피자, 새우구이, 조개구이


김다슬 2021년 제11회 국가대표 전통주 소믈리에 경기 대회 우승. MZ세대의 전통주 유망주로 우리 술에 대한 콘텐츠와 기획, 상품 개발자로 활동 중.
이지혜 2017년 제8회 국가대표 전통주 소믈리에 경기 대회 장려상. 전통주 전문 콘텐츠 기획자이자 마케터, 상품 기획자로 활동 중.
이지민 대동여주도, 언니의 술 냉장고 가이드 대표. 전국 100여 곳의 양조장 컨설팅을 진행했으며, 대한민국 주류대상(2017~2021) 심사 진행을 맡고 있는 우리 술 전문가.

 

에디터 조재국(jeju@noblesse.com)
사진 김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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