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말하는 작가, 노보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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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2-01

행복을 말하는 작가, 노보

작가 노보는 전시장을 행복을 부르는 매직 박스로 만든다.

우리는 누구나 일상에서 누릴 수 있는 소소한 행복의 소중함을 느낀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의 줄임말인 ‘소확행’은 현대인의 삶 속 가치를 가늠해볼 수 있는 중요한 단어가 되었을 정도다. 회화와 설치, 조각, 드로잉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는 작가 노보는 누구보다 이 ‘행복’이란 단어가 주는 마법에 빠져 있다. “제 작품 속 이미지는 사실 제 마음속 풍경이자 마음속 정물입니다. 저는 꽤 자주 풍경이 정물 같고 정물이 풍경 같은 그런 모습을 마주합니다”라고 얘기하는 그의 작품에서는 강렬한 긍정의 에너지가 분출된다. 스스로 매일매일이 즐겁고, 작업하는 것이 행복할 수밖에 없다고 되뇌는 그의 시선이 머무르는 곳은 어딜까? 그것이 특별하지 않은 일상의 한순간이라도, 노보는 그 속에서 미세한 ‘다름’을 목격한다. 이번 개인전 에서 살펴볼 수 있는 작품 전반에 담긴 그가 자신 있게 선보이는 정물을 한번 살펴보자. 야구공과 글러브, 고양이, 어린 시절 좋아하던 스낵과 마트에서 매일 볼 수 있는 과일 및 세제 등 그의 그림에는 우리 모두의 기억 어딘가 저장된 사물이 존재한다. 작가는 이를 일종의 기억 트리거로 삼았다. 그 누구라도 노보의 작품을 볼 때면 자신의 기억 파편을 헤집어 그와 비슷한 추억거리 하나쯤 꺼내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작가는 작품을 매개로 관람객과 적극적인 소통을 이어나간다. 전시장 전반은 흰색 벽을 비롯해 초록빛과 노란색 톤으로 변화를 줬는데, 이 역시 ‘즐거움’을 상징하는 듯 알록달록한 작품 한 점 한 점이 눈에 자연스럽게 담길 방법으로 배경의 색을 활용했다. 대형 작품부터 소품 크기의 아주 작은 작업물은 물론, 전시장 곳곳에 산재한 ‘눈 세 개 스마일링 마크’는 그가 얼마나 자신의 전시가 주는 메시지에 심혈을 기울였는지 느껴지게 만드는 요소다. 특히 에디터는 작은 작품들을 관람객으로 하여금 소유의 욕망에 휩싸이게 만드는 ‘위험한 유희’라고 부르고 싶은데, 오레오를 비롯한 각종 스낵, 열쇠고리, 버터, 곰돌이 인형, 닥터 페퍼 등 동시대성을 내포하면서도 유년 시절 하나쯤은 직접 사봤을 만한 오브제들이 담겨 있어 마치 작품을 소장하면 이에 관한 기억을 영원히 내 것으로 만드는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Untitled, 130.3×162.2cm, Mixed Media on Canvas, 2021.

이 밖에 주목할 작품으로는 전시장 외부에서 볼 때 감상할 수 있는 작품 ‘Untitled’인데, 3단 선반 가득 빼곡하게 진열된 식료품점의 제품에서 우리는 마치 외국의 한 그로서리 스토어에 온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햄, 각종 수프와 스튜, 캔 주스 등 다양한 제품으로 작가는 시대성과 함께 문화의 단상을 그려내는 것. 더불어 이번 전시를 위해 특별히 설치 작품 한 점을 마련한 노보는 전시를 준비하며 뉴욕을 방문했을 때 길거리에서 발견한 재미난 것들로 가득 찬 카트에서 영감을 얻어, 작품의 소재로 삼은 물건들로 이를 꾸몄다. 이를 통해 작가는 이 전시 공간을 작품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작가 자신을 위한 공간, 더 나아가 이곳을 점유할 관람객을 위한 하나의 공간으로 상정한다. 결국 전시를 기획한 작가도, 전시를 채우는 작품을 비롯해 이를 즐기러 와준 사람들 모두가 노블레스 컬렉션에서 자신만의 경험을 하도록 유도하는 셈이다. 관람객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전시 관람에 뛰어들 수 있도록 몇 가지 재미난 요소를 또 추가했는데, 이는 앞서 언급한 ‘눈 세 개 스마일링 마크’와 작품 프레임 혹은 전시 구조물에 무심히 올라가 있는 오브제들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의 눈은 자연스럽게 시선을 사로잡는 화려한 화면에 붙잡히겠지만, 조금 능동적으로 전시장 이곳저곳을 차분히 훑어본다면, 예술에 대한 노보의 가벼우면서도 진중한 태도와 함께 이를 온전히 즐길 수 있다. 누군가는 노보가 기반하고 차용한 오브제들이 대체로 외국 문화의 산물이라는 것에 반문할지 모른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작가는 또 이를 통해 현시대의 문화 소비에 대해 고민해보자고 제안하는 듯하다. 동서양의 삶이 융합되어 있고 문화의 경계는 사라지고 있는 만큼 이를 무분별하게 소비하는 것을 넘어 진정으로 ‘나’의 것으로 소화하기를 바라는 그의 마음이 이에 담기지 않았을까. 단순한 듯 아닌 듯, 복잡한 듯 아닌 듯 노보의 전시는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하나의 신나는 일로 기억될 것이다.





 

에디터 정송(song@noblesse.com)
사진 김태화(전경), Le Reve Studio(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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