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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2-11

이 계절, 풍성한 한상을 위한 새 그릇

겨울의 끝자락과 다가올 봄기운을 신경균 도예가의 새 그릇에 정갈하게 담아냈다.

신경균 도예가가 지난해 몇 달에 걸쳐 강원도 양구에 새로 지은 전통 방식 가마에서 빚어낸 도자기 그릇. 고운 촉감과 특유의 맛으로 유명한 양구의 백토 유약을 입혔다. 다른 흙과 달리 돌처럼 단단해 분쇄해서 써야 하는 양구 백토는 품질이 우수한 대신 높은 온도에서 견디는 힘인 화도가 낮아 다른 흙과 적절한 비율로 섞어 쓰는 기술이 필요하다. 곳곳의 검푸른 점이 색다른 미감을 전하는 깊고 은은한 회백색은 철분을 제거하지 않고 백토의 거친 결을 그대로 살린 덕분에 한층 자연스러워 보인다.





팥고물을 입힌 도토리찰떡과 황차
가을 도토리로 만든 요리는 겨울 간식으로 손색없다. 물에 담가 쓴맛을 우려내고 곱게 내린 도토리 가루에 찹쌀과 동지에 쓰고 남은 팥을 넣어 쪄냈다. 거친 듯 부드럽고, 도토리 특유의 쌉싸래함이 감돌면서 씹을수록 고소함과 은은한 단맛이 올라온다. 여기에 곁들인 누런 빛깔의 황차는 덖은 찻잎을 자연 발효한 중국차로 부드러운 향미가 일품이다. 도토리찰떡을 담은 접시와 다완 도구는 신경균 도예가가 양구 가마에서 빚은 다른 종류의 도자기. 짙은 올리브그린 빛깔로 깊은 멋을 품은 도자기는 자연 유약을 쓰는 장안요에서만 볼 수 있다.

봄동을 곁들인 해물김치
바다에서 나는 해산물이 풍성한 계절인 만큼 김치도 갖가지 해물로 담가 샐러드처럼 만들었다. 커다란 양푼에 키조개, 세발낙지, 개불, 굴, 전복, 뿔소라와 함께 물기 없이 꼬들한 무말랭이를 듬뿍 넣어 남겨둔 김장 양념으로 버무렸다. 싱싱한 각종 해물을 더 맛있게 즐기기 위해 임계화 요리연구가가 만들고 ‘해물김치’라 이름 붙인 것. 이때가 아니면 먹기 힘든 해물김치는 노란색을 띠며 푸릇푸릇한 봄동에 싸서 일주일 안에 먹어야 가장 맛있게 즐길 수 있다. 꼬들꼬들하고 쫀득하며 오돌오돌한 식감과 김장김치 양념이 어우러져 근사한 계절 별미가 된다.





달래와 미나리를 넣은 굴무침, 무생채를 넣은 모자반무침, 톳무침, 미역쌈
유난히 알이 굵은 데다 싱싱해서 단맛이 도는 굴은 거제 근처의 작은 섬인 취도에서 수확한 것이다. 자연산 달래와 미나리를 넣어 쌉싸래하면서도 향긋한 풍미를 더한 굴무침을 완성했다. 바다의 보물이라 불리는 모자반은 바다 향을 가득 머금은 겨울철 별미다. 꼬들꼬들한 식감이 씹을수록 재미있는 모자반을 새콤달콤한 무생채와 함께 조선간장을 넣고 무쳐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다. 생젓국에 버무린 톳무침은 자연산 톳을 이용한 것으로 통통하게 살이 올라 오독오독한 식감이 배가되고, 도톰하고 부드러운 미역은 살짝 데친 후 갓 지은 밥 한 술 올리고 간장과 참기름을 일대일 비율로 섞어 만든 양념장을 넣어 쌈으로 먹으면 깊은 맛을 즐길 수 있다. 장안요 식구들은 이 풍성한 겨울 해초를 맛보는 즐거움에 봄이 오는 것을 아쉬워할 정도다.





대구모젓, 명란젓과 구운 김
겨울이면 통통하게 살이 오르는 대구를 꾸들하게 말려 젓갈을 담갔다. 탱글탱글한 살과 알, 아가미 등을 넣어 무쳤으니 대구 한 마리를 통째로 쓴 셈. 담백한 듯 맛깔스럽고, 톡톡하게 씹히는 식감도 색다르다. 겨울이 제철인 명란으로 담근 젓갈도 이 계절에 더 맛있다. 여기에 고흥 김을 곁들였다. 김은 찬 바람이 불 때 더 맛이 좋아 겨울이면 밥상 위에 자주 오른다. 장안요 식구들은 밥상에 김이 오른 것을 보고 겨울이 왔음을 실감할 정도. 얇게 편으로 썬 마늘과 다진 쪽파를 담뿍 올리고 참기름과 통깨를 살짝 뿌린 명란젓을 소금과 기름 바르지 않은 김에 싸서 먹는데, 명란젓의 짭조름함을 감싸는 김의 담백하면서 구수한 조합이 일품이다.

채 썬 대파와 양파, 고수, 유자 소스를 곁들인 훈제 오리구이
가마에 넣어 장작불에 훈연한 오리구이를 손으로 죽죽 찢어 접시에 담았다. 훈제 오리구이는 겨울철 장안요를 찾는 손님을 대접할 때 내놓는 메인 메뉴 중 하나다. 신경균 도예가가 1990년대 중반 중국에 갔을 때 처음 맛본 베이징 덕을 그만의 방식으로 구워 ‘장안 덕’이라 이름 붙였다. 당시 현지 식당에서 썼던 사과나무 대신 기장의 장안요 근처에서 구한 참나무를 8~10cm 길이의 장작으로 자른 뒤 가마솥 안에 깔고 오리를 얹어 1시간 가량 약불에서 천천히 익힌다. 수액을 가득 머금은 참나무는 반드시 잎이 다 떨어진 것으로 골라야 한다. 영양분이 잎으로 흡수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열을 받은 참나무 목초액이 오리에 코팅되면서 노릇노릇 윤기 나게 구운 고기가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오리구이를 더 맛있게 즐기기 위한 신경균·임계화 부부의 비결은 곱게 채 썬 대파의 흰 부분과 양파, 뿌리채 숭덩숭덩 썰은 고수를 함께 곁들여 먹는 것. 장안요 텃밭에서 키운 고수는 특유의 향이 강하지 않고 향긋해 감칠맛을 배가한다. 여기에 제철 유자를 이용한 즙에 양조간장, 식초, 매실액기스, 약간의 설탕을 넣어 만든 유자 소스를 더하면 달콤새콤함과 쌉싸래함이 적절히 어우러진 풍미를 만끽할 수 있다.

 

에디터 이정주(jjlee@noblesse.com)
사진 박우진
코디네이션 마혜리
요리 임계화
도예 작품 신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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