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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4-05

아트 스페이스의 진화

새로운 예술 공간 개오망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GCS), 여성 화가 프리다 칼로의 삶을 조망하는 국내 창작 뮤지컬 <프리다>의 솔직 담백한 리뷰.

개오망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외부 전경. 사진 조준용
김은진 작가의 개인전 <신의자리 2022> 설치 전경. 사진 조준용


탈주의 미학
‘경계 없음’과 ‘탈주’를 원동력으로 삼는 예술 공간이 생겼다. 지난 2021년 신사동에 문을 연 개오망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다.
개오망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이하 GCS)는 개오망디자인 건축가와 인테리어 디자이너, 이재현 디렉터 그리고 최주원 큐레이터가 협심해 만든 전시 공간이다. 하지만 미술계 안팎으로 더욱 큰 역할을 구상하고 있다. 아티스트의 매니지먼트와 프로젝트를 관리하며 공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 그것으로, 소수 작가와 컬렉티브에게 집중해 개인적 삶부터 작업 활동까지 전방위적 지원을 계획 중이다. 현재 듀킴, 고요손, 김은진, FW와 같이 젊거나 국내에서 활동한 경험이 많지 않은 작가와 컬렉티브 여덟 팀의 브랜딩부터 매니지먼트까지 신경 쓰고 있다. 이 밖에도 현대 음악가나 영상·다큐멘터리 감독, NFT 아트 작가 등 시각미술·음악처럼 다양한 예술 분야 속 인물과의 협업에도 관심이 많다.
“처음 공간을 만들 때 팬데믹의 소용돌이 한가운데 있었어요. 또 당시(2021년) 부동산이 큰 이슈로 대두됐고, 이를 비롯해 사회 전반에서 삶을 어떻게 영위해야 하는지 많은 질문이 오갔습니다. 예술 공간으로서 GCS가 이러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무엇일까 고민이 많았죠. 앞날은 어찌 될지 모르는 것이잖아요. 예술뿐 아니라 패션, 문화, 리빙 분야의 많은 브랜드가 새로움을 모색하고 영역을 확장하는 스탠스를 취했죠. 아무래도 GCS가 예술에서 이러한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이재현 디렉터와 최주원 큐레이터는 입을 모아 GCS를 통해 ‘답을 도출하기보다는 다음 스텝으로 넘어가도록 질문할 수 있는 역할’을 자처하고자 한다고 설명한다. 개관전으로 마련한 <신현대(新現代)> 3부작 전시가 이러한 GCS의 성격을 가장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자리가 아니었을까. 우리는 항상 동시대를 살며 동시대성에 관해 이야기하는데, GCS는 이 전시를 통해 어디에 ‘현대성’이 묻어 있고, 우리는 어디서 그걸 읽을 수 있는지 같은 실존적이면서 재미있는 생각을 발현하는 통로로서 전시를 제안했다. “GCS에서 눈여겨보는 작가들은 대체로 개성이 뚜렷하고 기존 주류 문화보다는 서브컬처에 관한 이야기를 펼치며, 불확실성을 다루면서도 이에 대해 유연하게 대화하는 이가 많은 것 같아요. 대화가 오가는 시점에 작가에게 탐구의 불꽃이 튀고, 우리는 또 그것을 잘 빌드업할 수 있도록 하는 인터랙션이 개오망의 핵심입니다.”
GCS는 3월 27일까지 김은진의 개인전 <신의자리 2022>를 개최했다. 개관전 이후 다수의 작가가 참여하는 기획전을 주로 마련해왔는데, 자연스럽게 궁금증이 생겨나는 행보다. “김은진 작가는 상대적으로 젊은 작가 축에 속하진 않지만, 작품에 절대적으로 소요되는 시간이 있고 소장처가 워낙 확고해서 그동안 개인전을 열 기회가 많지 않았어요. GCS가 그런 작가에게도 열린 공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거예요. 아무래도 기획전은 ‘탈주’ 느낌으로, 미술계 주류에서 조금은 엇나간 이야기를 들려줄 계획입니다.”
미술이라는 세계에서 경계 없음을 힘으로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하는 곳’이라고 인식되면 좋겠다는 이재현 디렉터와 최주원 큐레이터. 특히 이재현 큐레이터는 요제프 보이스의 말을 인용하며 “예술은 모든 사람의 참여로 이뤄집니다. 모두가 속한 커뮤니티가 다르더라도 이들이 모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비로소 예술이 완성되는 거죠. 이 모든 이가 없다면 GCS도 없는 공간이나 다름없습니다. 주변 지역부터 시작해 미술계에서 저희는 친숙한 공간으로 남고 싶어요”라고 덧붙였다. 앞으로 이들의 활동은 작가와 공간의 공생에서 작가와 지역, 미술계 전반에서 공생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다. 이러한 GCS의 역할에 공감한다면, 전시장을 자주 찾아 이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면 어떨까. 에디터 정송







프리다 칼로의 역을 맡은 배우 최정원의 컨셉 사진.
프리다 칼로 역을 맡은 배우 김소향의 공연 장면. 사진 제공 EMK 뮤지컬 컴퍼니
프리다 칼로 역을 맡은 배우 김소향의 공연 장면. 사진 제공 EMK 뮤지컬 컴퍼니


강철 같은 심장을 지닌 여인, 프리다
멕시코 화가 프리다 칼로의 삶을 다룬 뮤지컬 <프리다>가 막을 올렸다. 더블 캐스팅한 최정원과 김소향이 프리다 칼로의 일생을 연기하며, 전수미·리사·임정희 등 한국 뮤지컬을 대표하는 여배우 아홉 명이 출연해 화제가 된 작품이다.
초현실주의·상징주의 화풍에 속하는 프리다는 찢기고, 부서지고, 얼기설기 깁거나 피 흘리고, 못 박힌 자화상을 많이 그렸다. 그림 속 프리다는 비록 부서진 육체지만 강렬한 원색을 통해 내면의 강직한 생명력을 드러낸다. 부서진 육체임에도 정면을 똑바로 응시하는 자화상에서는 결의마저 느껴진다. 프리다 칼로의 삶은 고통으로 점철된다. 여섯 살에 척추성 소아마비로 한쪽 다리가 왜소해지는 병을 앓아야 했다. 운동으로 신체의 약점을 극복하며 의사의 꿈을 키우던 그녀는 열여덟 살에 교통사고를 당해 척추와 오른쪽 다리 그리고 자궁을 크게 다친다. 30여 차례 수술을 받는 동안 침대에 누워 있어야 했지만, 그녀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그렸다. 파괴된 육체를 화폭에 옮겨 담는 과정은 삶의 의지를 단단하게 해주었고, 그녀를 화가의 길로 인도했다.
프리다는 멕시코의 위대한 화가 디에고와 사랑에 빠져 스무 살이라는 나이 차를 극복하고 결혼하지만, 남편의 끊임없는 바람기로 상처를 받는다. 의사의 만류에도 운명과 맞선 프리다는 두 번 임신하지만 결국 유산한다. 이후에도 디에고는 프리다의 동생과 바람을 피우는 등 그녀를 끊임없이 극한으로 내몬다. 그럼에도 그녀는 무너지지 않고 삶을 단단히 부여잡는다. 생을 마감하기 전 그린 마지막 그림은 수박 정물인데, 붉은 수박의 속살에 ‘ViVA LA ViDA(인생이여, 만세)’라는 글귀를 넣기도 했다.
뮤지컬 <프리다>는 ‘부러진 척추를 부여잡고 사랑과 심장으로 그림을 그린 여자’(극 중 프리다를 소개하는 문구) 프리다 칼로의 삶을 들여다본다. 인물의 일대기를 전개하지만 보여주는 방식은 평범하지 않다. 인생의 끝자락에 선 프리다 칼로가 쇼 프로그램 에 출연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으로 일대기를 전한다. 고통의 아이콘 프리다 칼로의 삶을 쇼 프로그램으로 풀어낸다는 것은 그녀의 삶을 바라보는 창작진의 태도를 반영한 것이다. 프리다의 남편이자 예술적 동지인 디에고만을 실제 등장시킬 뿐 다른 주변 인물은 직접적으로 등장시키지 않는다. 대신 끊임없이 그녀 주변을 맴돌던 죽음을 의인화하고, 아무런 상처 없이 무균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보낸 평행 우주의 또 다른 자신을 등장시킨다. 이는 프리다에게 벌어진 고통스러운 사고와 사건이 내면에 어떤 갈등을 유발했는지, 즉 그녀의 내면 세계에 포커스를 맞추겠다는 의도다.
무대 역시 그녀의 내면을 보여주듯, 프리다의 그림처럼 상징적으로 꾸몄다. 교통사고 이후 오른팔만 움직이는 딸을 위해 아버지가 천장에 붙여준 거울, 몸이 불편한 그녀와 한 몸이던 침대가 핵심 오브제로 사용된다. 그리고 무대 전면에는 거대한 설치미술 같은 심장을 배치했다. 소아마비와 사고, 그로 인한 수술과 재활로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이 그녀를 따라다녔지만 굴복하지 않고 강렬한 열정을 불태웠던 그녀의 삶을 상징하는 강철 같은 심장을 무대화한 것이다. 극 내내 프리다의 이야기에 맞춰 이 심장 위로 그녀의 그림이 비치면서 더욱더 풍성한 무대 연출을 선보인다.
죽음은 육체적으로 부서지고, 정신적으로도 무너진 그녀에게 모든 것을 훌훌 벗어던지고 자신과 함께 가자고 유혹한다. 죽음보다 더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가는 프리다에게는 달콤한 제안일 수 있으나 끝내 유혹을 이겨낸다. 도대체 무엇이 그녀가 고통을 이겨내고 삶을 택하도록 한 것일까. 뮤지컬에서는 평행 우주의 천사 같은 자신, 항상 용기를 주던 아버지, 그리고 애증 관계지만 프리다의 예술과 삶을 가장 잘 이해하고 사랑했던 디에고 등이 그녀에게 응원을 보낸다. 하지만 그녀를 죽음의 유혹에서 삶으로 이끈 것은 무엇보다 스스로를 직시하며 또 다른 우주를 만들어낸 그림이었을 것이다. 뮤지컬 <프리다>는 고통 속에 살다 간 프리다의 삶을 에너지 가득한 쇼로 펼쳐 보이며 강렬했던 프리다의 삶을 재현한다. 공연 칼럼니스트 박병성

 

에디터 정송(song@nobles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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