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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5-04

나에게 쓰는 편지

대한민국 피겨를 이끄는 최다빈, 김예림 선수가 자신의 몸에 보내는 메시지.

김예림 선수가 입은 파니에 드레스, 최다빈 선수가 입은 실크 드레스 모두 Sportmax.

 





화이트 오프숄더 톱은 Recto, 샤 스커트 Repetto.

 보이는 그대로의 단단함, 김예림 
베이징 동계 올림픽이 끝난 지 어느새 두 달이 지났네요. 올림픽 이후 어떻게 지냈나요. 올림픽이 끝나고 바로 세계 선수권 대회 준비에 전념했어요. 안타깝게도 참여하진 못했지만, 새 시즌을 위한 훈련에 집중하고 오늘 같은 촬영을 하며 나름 재미있게 보낸 것 같아요.

코로나19로 세계 선수권 대회에 불참하게 되어 많은 팬이 안타까워했어요. ‘피겨 장군’이라는 인상이 있다 보니 툭툭 털어냈을 것 같지만, 실제론 어땠나요. 사실 충격을 좀 받았고, 하루이틀은 많이 속상했어요. 예상치 못한 이유였으니까요. 다행히 주변의 도움과 마인드 컨트롤로 빨리 털어낼 수 있었죠.

선수 생활을 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상황에 맞닥뜨리거나 부상을 입는 등 힘든 일이 많아 마인드 컨트롤이 중요할 것 같아요. 여러 변수를 만날 땐 어떻게 마음을 다지나요? 앞으로 다가올 일을 생각해요. 언제까지 아쉬운 부분에 묶여 있을 순 없으니까. 그로 인해 스스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는 성격이에요. 아쉬운 일이 생기면 그 부분까지 만회하자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아요. 부상은 선수에게 떼려야 뗄 수 없는 부분이죠. 엄청난 일이 닥쳤다는 생각보다는 일상으로 받아들이려 해요.

큰 경기를 치르기 전 마인트 컨트롤을 하는 방법도 궁금해요. 이번 베이징 동계 올림픽은 처음 참가한 올림픽이었어요. 너무 큰 시합이라 긴장하거나 당황해서 연습한 걸 보여주지 못할까 봐 걱정했죠. 호흡부터 하나하나 연습해온 것과 똑같이 하자는 마음으로 제 자신에게 집중했어요.

그래서인지 크게 긴장하지 않는 씩씩한 모습이 화제가 됐어요. 평소 성격은 어떤가요. 엄청 털털해요. 올림픽 때 보인 이미지가 평소 제 모습 그대로구나 싶어요.

매일 훈련하니 다이어트가 따로 필요 없을 것 같아요. 외적인 모습도 중요하고 실제로 가벼워야 점프도 수월하기 때문에 훈련량이 많아도 체중 관리는 필수예요. 다행히 저는 먹는 만큼 찌는 체질은 아니라 상대적으로 식단에 자유로운 편인데, 그렇다고 먹고 싶은 대로 먹진 못하죠. 사실 치킨이나 살찌기 쉬운 배달 음식을 좋아하거든요.(웃음)

피겨스케이팅을 시작한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부상도 늘 따라다녔을 거예요. 부상의 기억을 꺼내볼 수 있을까요. 이번 베이징 동계 올림픽 최종 선발전을 앞두고 겪은 부상이 생각나네요. 훈련이 잘된 상태였어요. 이대로만 하면 좋은 결과가 있겠다 생각할 만큼 자신감이 있었어요. 그런데 바로 선발전 전날 허리가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느꼈고, 선발전 당일 아침 허리 통증은 더 심해졌어요. 좋은 점수를 받느냐가 아닌 시합 자체를 뛸 수 있느냐가 문제일 정도로요. 왜 제게 이런 시련이 닥치는지 억울하고 속상했어요. 시합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병원에 가서 진통제를 맞고 어떻게든 시합을 마무리한 것 같아요.

그야말로 부상 투혼, 진통제 투혼인데 지금 허리 상태는 어떤가요. 그때보다는 많이 좋아졌어요. 선수 생활을 하는 한 완치는 어려울 거예요. 그래도 크게 불편한 통증이 아니라 괜찮아요.

오늘 발 사진을 찍었어요. 느낌이 어떤가요. 다른 발레리나의 발 사진을 본 적은 있지만, 제 발을 촬영한 건 처음이라 의미 있는 것 같아요. 늘 굳은살이 따라다니는 데다 항상 스케이트화를 신기 때문에 습해서 선수들에겐 티눈도 자주 생겨요. 작은 티눈이지만 눌릴 때 느껴지는 통증이 큰 편이라 스트레스도 많죠. 흉터 가득한 발이지만, 제겐 소중해요.

손에도 굳은살이 있어요. 중학생 때부터 늘 있었어요. 운동하는 분 아니면 굳은살에 대해 물어보는 경우도 있어요. 그래서 가끔은 남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을 때도 있죠. 하지만 제 몸의 훈장 같은 거라 굳은살도 자랑스러워요.

곳곳에 굳은살까지 박이며 애써주는 몸에 메시지를 남긴다면. 12년 정도 됐네요. 부상도 많이 입었고 곤혹스러운 일도 많았는데, 그래서 남과 다른 특별함을 지닐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조금만 더 고생해서 더 멋있어지고 인정받는 몸이 되자고 말해주고 싶어요.





실크 슬리브리스 미니드레스 Prada, 블랙 빅 리본 장식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노력으로 빚어낸 아름다움, 최다빈 
은퇴를 미뤄 많은 팬이 한시름 놓게 됐어요. 대학 졸업과 함께 자연스럽게 은퇴를 결심했는데, 은퇴 무대로 생각하며 준비 중이던 유니버시아드 경기가 코로나19로 취소되고 출전이 무산되면서 아쉬움이 남더라고요. 그래서 내년 출전을 목표로 다시 선수 생활을 조금 더 이어가기로 결심했습니다. 많은 분이 제 선택을 지지하고 응원해주셔서 다시 한번 힘을 내보려고요.

올해 대학원에 진학해 스포츠심리학을 공부하고 있어요. 스포츠와 관련한 여러 분야 중 심리학을 선택한 이유가 있다면. 스포츠에서 선수의 심리는 승패를 좌우할 만큼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해요. 훈련할 때나 경기할 때 많은 실패와 좌절을 딛고 일어나야 하니까요. 저 역시 아무리 철저히 준비해도 경기 당일의 심리 때문에 망친 적이 있고, 반면 오히려 부상을 입어도 경기를 잘 푼 적이 있어요. 이런 제 경험 외에도 실제 이론을 공부하고 싶어 선택했습니다.

기술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 실패를 수없이 반복하죠. 다치기도 하고요. 힘들지 않나요. 물론 실패하면 슬프고 속상하지만 빨리 털어내기 위해 노력해요. 그 덕분에 실패에서 회복하는 능력이 남보다 좋은 것 같아요. 일상에서도 힘든 일에 부딪혔을 때 좀 더 빨리 회복하는 편이죠.

경기에서 고도의 집중력과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한 최다빈 선수만의 마인드 컨트롤 방법은 무엇인가요. 경기 전 이미지 트레이닝을 많이 해요. 경기장에 들어갔을 때 분위기라든가 긴장이 될 만한 순간을 미리 반복해 생각해보는 거죠. 실수가 많이 나오는 구간이 몇 개 정해져 있으니 만약 실수할 경우 어떻게 대처할지 머릿속으로 여러 번 시뮬레이션합니다. 이미지 트레이닝을 통해 미리 생각해본 것과 아닌 경우 실제 닥쳤을 때 꽤 많은 차이가 나거든요.

피겨 선수의 평소 운동법을 공개한다면요. 피겨스케이팅은 시각적 예술성도 고려해야 하는 만큼 무거운 웨이트를 하는 대신 무게를 낮추고 개수를 많이 해 근육이 너무 커지지 않도록 몸을 만들어요. 밸런스를 잡는 코어 운동을 가장 많이 하고, 하체와 상체 근력 운동도 골고루 하죠.

훈련과 부상의 연속일 텐데, 기억에 남은 부상이 있나요.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주니어 그랑프리 대회가 떠오릅니다. 컨디션도 좋고 준비도 잘했지만, 경기 전날 갑작스럽게 허리 통증이 생겼어요. 걷기도 힘들 정도라 많이 속상했는데, 경기 직전까지 한국에 있는 트레이너와 연락하면서 재활 운동을 한 끝에 다행히 잘 마무리하고 동메달을 땄어요. 일단은 열심히 준비한 것이 경기에 주효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제게는 의미가 크고 생각이 많이 나는 순간입니다.

오늘 발 사진을 촬영했어요. 느낌이 어떤가요. 제 몸에서 가장 고생하는 부위가 바로 발 아닐까요. 어릴 때는 무지외반증도 있고 뼈도 많이 튀어나와 예쁘다고 생각한 적이 없는데, 크면서 소중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많은 시간과 노력의 흔적이 보이는 만큼 정말 자랑스러워요.

자신의 역사이기도 한 몸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부상이 많은데도 잘 버텨줘서 고마워. 조금만 더 버텨줘.”

 

에디터 이혜진(hjlee@noblesse.com),김현정(hjk@noblesse.com)
사진 김외밀
헤어 박희승
메이크업 이숙경
패션 스타일링 김수정
세트 스타일링 이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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