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은의 역할 - 노블레스닷컴

Latest News

    FEATURE
  • 2022-05-09

박병은의 역할

촬영 중 요란하게 돌아가는 커피 머신을 보고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렸다. “쟤도 쟤 역할을 잘하고 있네”. 박병은은 카메라 앞에서 그저 충실하다.

해바라기 그래픽이 돋보이는 니트와 로퍼 모두 Paul Smith, 스트랩 디테일 팬츠 Officine Générale.

오늘 촬영 어땠어요? 기분 좋게, 그리고 신속하게 일사천리로 촬영을 진행해서 너무 좋았어요. (웃음) 유쾌하게 잘 찍은 것 같아요.
화보 촬영하는 걸 좋아하나요? 사진 촬영을 많이 해보지 않아서 어색하긴 해요. 그래도 연기만 해오다 이런 화보 작업들이 기분 좋은 활력소가 되는 것 같아요.
사진은 정지된 순간만 느낄 수 있어요. 영상으로 이야기를 만드는 배우로서 사진 촬영은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요. 지금은 디지털로 작업을 하지만 예전엔 필름 영화를 찍었어요. 필름 영상이라는 것이 사진과 비슷하잖아요. 순간의 연속된 연사로 사진들이 쫙 나오며 영상이 되는 것처럼 말이 에요. 크게 다르다고 느끼진 않고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예능에 나오는 걸 봤는데 외향적인 성격 같더라고요. 하지만 이면엔 혼자 있는 걸 즐길 것 같다는 생각도 했어요. 촬영이 밤늦게 끝나고 집에 돌아갈 때, 나만의 시간을 되게 좋아해요. 집에 도착해서 씻고 양념치킨 하나 시켜서 맥주 먹는 것들. (웃음) 이런 시간들이 너무 소중하고 즐거워요. 그렇지만 어울리는 것도 좋아해요.
제주 생활도 했잖아요. 배우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삶을 즐긴다고 생각했어요. 작품을 많이 하기도 하고,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에요. 한 작품에 들어가면 거의 백여 명 가까운 스텝들이 움직여요. 일 년에 다섯 작품을 한다고 하면... 정말 많죠. 그렇다 보니, 나쁜 사람이 아니라도 서로 일터에서 부딪히다 보면 스트레스도 받잖아요. 저뿐만 아니라 직장인 분들도 그럴 거고. 오래 연기를 하며 사람을 많이 만나다 보니 나만의 시간이 꼭 필요하다고 느껴졌어요. 그래서 도시가 아닌, 제주도를 택했어요. 저에게 있어 제주도는 낚시도 마음껏 할 수 있고 걷기도 너무 좋고 공기도 맑은 최적의 장소였죠. 그래서 제주도에 머물며 혼자 오롯이 시간을 보내려 노력했어요.





인트레치아토 패턴 오버 셔츠와 팬츠, 슈즈 모두 Bottega Veneta.

낚시 좋아하죠? 언제 처음 시작하게 됐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낚시를 좋아했어요. 어릴 적 동네에 연못이 있었는데 그 주위에서 동네 어르신들이 낚시를 하셨어요. 그 주위에서 놀다가 어르신들이 버린 바늘, 낚싯줄을 가져와 낚시를 처음 하게 된 거죠. 그때 첫 고기를 잡게 되었는데 너무 재밌는 거예요. 그때부터 푹 빠져서 하게 됐어요. 저에겐 평생 같이 갈 취미이자 오랜 친구죠. 싸우지도 않고, 좋아만 할 수 있는.
찌를 던지고 난 뒤의 시간은 기다림이잖아요. 무슨 생각 해요? 많이들 물어보더라고요. 솔직히 ‘고기 어떻게 잡을까?’ ‘왜 안 잡히지?’ ‘미끼를 바꿔볼까’ 이런 생각밖에 안 해요. 낚시의 좋은 점은 고기라는 것을 잡는 모든 순간에 몰두할 수 있는 거예요. 여러 잡생각을 안 하게 되는 거죠. 현실에서 마주한 고민들은 낚시터를 떠나 현실로 돌아와 하는 편이에요.
핸드폰 사진첩에 고기 사진들이 가득할 것 같아요. 많이 있어요. 그런데 요즘엔 낚시하러 가서 저수지, 강, 바다의 배경을 많이 찍는 것 같아요





데님 재킷과 브이 로고 디테일 저지 모두 Valentino.

곧 <이브>라는 작품으로 만날 수 있다고 들었어요. 맞아요. 이번 작품에서 ‘강윤겸’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하게 되었어요. 모든 것을 다 갖추고 단 한 번의 스캔들도 없이, 많은 여성들이 선망하는 사람이죠. 하지만 흔들리지 않는 (웃음) 이런 완벽한 남자에게 한 여자의 등장으로 모든 것이 흔들려요. 그런데 그 여자에게 또 다른 이야기가 있는데... 자세한 내용은 드라마에서 확인하실 수 있어요. (웃음)
작품을 위해 새롭게 준비한 모습이 있어요? 이번 드라마에서 약간의 노출이 있었거든요. 불가피하게 다이어트와 운동을 병행하면서 닭 가슴살과 프로틴 파우더를 먹었어요. 근데 엊그제 끝났어요. 기념으로 치킨과 맥주를 시켜 먹었는데, 살짝 부은 것 같아요. 미안해요. (웃음)
그동안 출연했던 영화나 드라마, 예능 유튜브 댓글 보면 인기가 참 많아요. 인기를 의식하나요? 운동하고 사우나 가고, 거리에 돌아다녀도 아무도 못 알아보던데요? (웃음) 그래도 작품 댓글 보면 감사함을 많이 느껴요. 그럼에도 배우 박병은의 모습을 지키려고 해요. 댓글을 너무 많이 보면 어느덧 의식하게 되고 연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최대한 촬영 중인 영상이 올라가면 댓글은 안 보려고 해요. 배우로서 해석된 캐릭터를 꾸준히 유지하고 보여야 하니까. 끝난 작품들 댓글은 즐거운 마음으로 봐요.
연기를 오랫동안 해왔는데, 그동안 재미있었어요? 음… 연기를 재미라고 하기엔 매 순간 힘들고 괴로워요. 욕심도 많아서 그런지 캐릭터를 만나고 다가서서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어 고민의 연속이죠. 고민이 재미라면 재미일 수 있지만… 그건 아니겠죠. 카메라 앞에 서서 연기를 할 때마다 긴장되지만 몰입하려고 해요. 장르를 불문하고 그 안에 존재하는 캐릭터들은 호락호락한 놈들이 아니거든요. 에너지를 정말 많이 쓰게 되고 고된 것 같아요.
힘들고 괴롭다면 연기는 예술이 아니라 일이라고 느껴질 것 같아요. 저에겐 일이죠. 연기라는 것을 일로 할 수 있는 것 자체만으로 너무 감사해요. 가끔 연기를 안 했으면 무엇을 했을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데 아무것도 안 떠오르더라고요. 연기가 예술일 순 있지만 지금은 배우로서 연기라는 일을 하며 부모님들 맛있는 거 사드리고 여행 보내드리면서 지내는 삶이 너무 행복해요. 그렇기에 매 순간 열심히 잘해야겠다 마음먹죠.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했지만 꿈꾸던 캐릭터가 있었을 것 같아요. 배우로서 인생의 끝자락까지 간 인간을 연기해 보고 싶어요. 모든 공포와 절망이 주위에 가득 차고 안 좋은 상황이 극으로 간. 그런 작품 한 번 하면 일 년 동안 몸과 정신이 힘들 것 같지만 해보고 싶어요. 세상의 끝에 서 있는 외로운 남자라고 할까? (웃음)
꿈은 젊은이들에게만 있는 게 아니잖아요. 지금 박병은은 어떤 꿈을 꾸고 있나요? 연예인? (웃음) 크게 목표를 정해 놓고 살진 않아요. 그날 촬영이 있으면 열심히 하고, 낚시를 가면 열심히 캐스팅하고. 최근 문자로 부모님이 장어집에서 20만 원어치를 결제하셨더라고요. 어떻게 두 분이서 드셨을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웃음) 이런 에피소드들이 하루하루 있다는 게 즐겁고 아름다워요. 그저 매 순간 즐기면서 살고 싶어요.
즐기는 삶을 꿈꾸는 배우 박병은, 어떻게 기억되고 싶어요? 박병은이라는 배우가 있었다. 있었고. 이 정도로 기억해 주면 만족해요.





아이보리 컬러의 테리 소재 셔츠와 팬츠 모두 Bottega Veneta.

 

에디터 박재만(c7@noblessedigital.com),유재영(c3@noblessedigital.com)
사진 이재돈
스타일리스트 하경미
헤어 이옥연 at 끌로에
메이크업 주시나 at 끌로에

관련 기사

페이지 처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