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메스 정원에서 배우는 자연과의 공존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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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7-01

에르메스 정원에서 배우는 자연과의 공존

에르메스 재단의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특별한 교육 프로그램 ‘마누테라 (Manuterra)’의 위크숍 참관기를 전한다.

자연을 사랑하는 방식을 전하는 에르메스 재단의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특별 교육 프로그램, 마누테라.

시대와 유행을 불문하고 여성들이 꿈꾸는 최고 핸드백으로 꼽히는 에르메스의 켈리 백은 고유의 ‘기능’을 담당하기 위한 잠금장치나 스트랩 같은 기본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 굳이 새로운 디자인 장치를 더하지 않아도 충분히 특별할 수 있다는 명제를 증명한 셈. 전 세계적으로 환경 이슈가 중요한 난제로 떠오른 지금, 자체 재단이나 단체 지원을 통해 친환경 후원에 앞장서는 기업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2008년 설립한 이래 예술, 기술 전수, 환경보호 그리고 사회 연대를 테마로 800여 개의 자체 프로젝트를 운영해온 에르메스 재단(Fondation d’Entreprise Hermes)이 지난해 가을부터 시작한 교육 프로그램 ‘마누테라(Manuterra)’도 얼핏 비슷한 행보로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에르메스는 켈리 백이 그러했듯 이번에도 ‘무엇을’이 아닌 ‘어떻게’에 집중할 때 얼마나 특별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지 증명해냈다. 프랑스 동부에 자리한 도시 브장송(Besancon) 교육청, 프랑스 장인협회(Compagnons du Devoir et du Tour de France), 아르크 에 세낭 왕립 제염소(Saline Royale d’Arc-et-Senans)와 함께 에르메스 재단에서 준비한 이번 교육 프로그램은 인류와 지구의 조화로운 공존이라는, 아이들에게 다소 무거운 화두를 자연 속에서 직접 체험하면서 배울 수 있는 소중한 기억과 시간을 제공한다.
아르크 에 세낭 왕립 제염소를 찾은 지난 5월 중순. 프랑스혁명이 일어나기 전까지 왕실 소속 건축가였던 클로드 니콜라 르두(Claude-Nicolas Ledoux)가 1775년 이상적인 산업도시를 목표로 설립한, 지금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곳에는 한여름을 방불케 하는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었다. 에르메스 재단 이사장 올리비에 푸르니에(Olivier Fournier)의 프레젠테이션으로 시작된 마누테라 워크숍 참관은 클로드 니콜라 르두가 미완으로 남겨둔 건물을 중심으로 고안한 반원형 정원과 완벽한 대칭을 이루는 건물 반대편의 반원형 정원을 방문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조경사를 꿈꾸는 학생들이 꾸민 조경 예술 작품은 물론 향기, 컬러 등 테마로 나뉜 10개 정원에서 자연의 다양성을 만날 수 있는 이 아름다운 공간은 내부를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배움의 시간을 선사한다.





마누테라는 브장송 근교의 초·중·고등학교 여섯 곳이 참여 중이며, 원예사·농업인 등 전문가들이 학생들과 함께하는 2시간가량의 워크숍으로, 총 12가지 세션으로 구성된다.

브장송 근교의 초·중·고등학교 여섯 곳이 참여 중인 마누테라 프로그램은 원예사·농업인 등 전문가들이 학생들과 함께하는 2시간가량의 워크숍으로, 총 12가지 세션으로 구성돼 있다. 아이들이 직접 땅을 가꾸고 식물을 심고 키우면서 생태계의 원리, 퍼머컬처(permaculture, 영속 농업)의 의미, 환경의 소중함 등을 몸소 느끼게 하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지난 현장 학습을 통해 자신들이 가꾼 작은 정원을 보유한 초등학생들은 그날 잡초를 테마로 한 워크숍에 참여하고 있었다. 작은 풀들을 보면서 어떤 식물이 해로운지, 이유는 무엇인지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설명하던 선생님의 위트 넘치는 수업은 어른들에게도 충분히 흥미로웠다. 참관을 위해 찾아온 많은 사람 앞에서 발표하는 것이 어색했는지 수줍어하는 아이들의 목소리는 시도 때도 없이 지저귀는 새소리에 묻혀 잘 들리지 않았지만,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자연 속에서 진행한 진정한 의미의 현장 학습을 이해하는 값진 시간이었다. 아이들에게는 다소 무거운 물뿌리개를 들어주며 고사리손으로 정성껏 심은 식물에 물 주는 것을 도와주었다.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덜 손상된 환경을 물려줘야겠다는 자각과 함께 에르메스 재단에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마누테라의 체험형 프로그램을 통해 자연의 소중함을 깨달은 아이들은 다음 세대를 위해 환경을 지켜나갈 테고, 이런 진실한 노력이 모여 하나뿐인 지구는 앞으로도 놀라운 다양성과 생명력을 이어갈 것이다. 친환경 활동을 단순한 홍보 수단으로 이용하는 ‘그린 워싱(green washing)’이라는 단어까지 생겨난 요즘, 에르메스의 행보는 언제나 그렇듯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에디터 정순영(jsy@noblesse.com)
배우리(파리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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