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챤 디올 뷰티의 정원 - 노블레스닷컴

Latest News

    BEAUTY
  • 2022-07-26

크리스챤 디올 뷰티의 정원

정원의 아름다움을 선보이는 현대미술 작가 장-미셸 오토니엘과의 만남.

위쪽 무슈 디올이 어린 시절을 보낸 그랑빌 저택.
아래쪽 디올 뷰티가 퀸즈 그로브 정원의 재건을 후원한 베르사유궁전.

시대와 지역을 막론하고 정원은 끊임없는 영감의 원천이었다. 헤르만 헤세는 스위스 남부 몬타뇰라의 저택 카사 로사에서 정원을 바라보며 <싯다르타>, <유리알 유희> 같은 명작을 집필했다. 클로드 모네는 43년간 파리 근교 지베르니에 거주하며 정원을 가꾸고 그 풍경을 화폭에 담아냈다. 그리고 지난 20세기 여성성을 새롭게 정립한 패션 디자이너 무슈 크리스챤 디올 역시 정원에서 얻은 영감을 자신만의 꾸뛰르 패션과 뷰티로 승화한 인물이다.
무슈 디올은 거센 바람이 부는 노르망디 해안 절벽 위 그랑빌 저택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의 어머니 마들렌은 거친 자연 속에 위치한 저택의 매력에 푹 빠졌고, 그곳에서 정원을 가꾸며 마주하는 도전과 가능성에 행복해했다. 그 모습을 지켜본 어린 디올은 자신만의 스타일로 꾸민 정원을 상상하기도 하고, 바다를 향한 정자와 장미 정원을 조성할 때는 직접 감독할 정도로 관심을 쏟았다.
이후 그랑빌 저택 정원이 무슈 디올의 생애에 미친 영향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소나무, 동백나무, 등나무를 비롯한 20종류의 장미꽃과 헬리오트로프, 제라늄 등은 그가 디자인에 관한 실질적 안목과 향기에 관한 뛰어난 취향을 지니도록 환경을 제공했다. 나아가 디올 하우스의 크리에이션을 구성하는 근간이 되었다. ‘플라워 우먼’에 대한 아이디어부터 코롤(Corolle) 혹은 튤립 라인, 안감이나 옷 밑단에 수놓거나 디올의 세계적으로 유명한 향수 제품들의 크리에이션까지! 2010년에 선보인 향수 ‘라 콜렉시옹 프리베 크리스챤 디올 –그랑빌’은 그에게 끊임없는 영감의 원천이 되어준 특별한 장소를 기념해 제작한 것이다.
무슈 디올이 세상을 떠난 지 반세기가 넘었지만, 꽃과 정원은 여전히 디올 하우스를 관통하는 키워드다. 이는 정원에 대한 열정을 표현하고 예술과 일상의 연계를 높이고자 하는 ‘디올 문화 정원'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디올 뷰티는 프랑스의 고전적 조경 예술을 대표하는 파리 튈르리 정원과 베르사유궁전에 위치한 여왕의 숲길 복원을 후원했다. 그뿐 아니라 예술과 자연의 관계를 재창조하는 예술가를 양성하고자 파리 소재 국립 고등 미술학교인 에콜 나시오날 쉬페리외르 데 보자르(Ecole Nationale Superieure des Beaux–Arts)와 파트너십을 맺어 특별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설, 뛰어난 성과를 거둔 학생 수상자의 작품을 무슈 디올의 라 콜 누아르 저택 정원에 전시하기도 했다.





정원에서 무한한 영감을 얻었던 무슈 크리스챤 디올.

6월 16일부터 8월 7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과 덕수궁 정원에서 열리는 <장–미셸 오토니엘: 정원과 정원> 역시 ‘디올 문화 정원’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후원하는 전시다. 전시의 주인공 장-미셸 오토니엘은 유리, 스테인리스스틸, 금박 등 다양한 물질과 풍부한 의미를 엮어 아름다움과 경이의 세계를 선보이는 현대미술 작가다. 디올 뷰티가 장-미셸 오토니엘을 주목한 이유는 그에게도 정원이 남다른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작가는 꽃과 정원에서 느낄 수 있는 환희와 경이, 매혹 같은 서정적 경험과 감성을 자신의 작업에 녹여왔다. 1997년부터는 정원을 포함한 야외 장소에서 꾸준히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정원’이라는 키워드를 전면에 내세워 관람객과 특별한 교감을 시도한다. 미술관 입구 쪽 야외 조각 공원을 장식한 작품은 곧 사색과 명상의 세계가 펼쳐진다는 것을 예고하는 듯하다. 미술관 안으로 들어서면 장미꽃을 향한 오토니엘의 애정을 엿볼 수 있는 그림을 비롯해 자두나무에서 영감을 받아 이번 전시를 위해 특별히 제작한 신작을 만날 수 있다.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덕수궁 정원 연못에 설치한 ‘황금 연꽃’. 한국에서 순결, 지혜, 생명력, 창조의 힘 등 다양한 의미를 지닌 연꽃을 묘사한 황금빛 작품은 정원의 초록빛 풍경과 조화를 이뤄 동화 속 한 장면 같은 경이로운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작가가 지난 10년간 작업한 주요 작품 74점을 선보이는 이 전시는 그 자체로 장-미셸 오토니엘이 서울에 조성한 개인 정원처럼 느껴진다. 정원을 거닐며 작가 스스로 경험했듯, 관람객에게도 현실에서 입은 상처를 회복하고 앞으로 나아가도록 통찰의 공간과 시간을 제공하고자 하는 것. 이는 정원 속 꽃과 나무가 만들어내는 예술적 대화에 관심을 갖고, 추억과 탄생의 장소로서 정원을 가꾸고자 하는 디올 뷰티의 열정과 다시 한번 이어진다.





위쪽 <정원과 정원>전 전시장 풍경. © CJY ART STUDIO
아래쪽 덕수궁 정원에 피어난 ‘황금 연꽃’. ©CJY ART STUDIO

 장-미셸 오토니엘과의 만남 
이번 전시는 디올 뷰티가 ‘디올 문화 정원’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후원했습니다. 명망 있는 브랜드의 후원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작업 방향과 맞지 않으면 함께하기 어려웠겠죠. 프로젝트의 어떤 점이 작가님의 마음을 움직였나요? 지난겨울 파리의 프티 팔레(Petit Palais)에서 펼쳐진 전시에서 시작된 프로젝트입니다. 작품 일부를 프티 팔레 내부와 중앙 정원에 전시했는데, 그 모습을 본 디올 뷰티가 제안을 했습니다. 디올 뷰티와는 10년 전 ‘쟈도르’ 향수 한정판 보틀 디자인을 협업해 좋은 기억이 남아 있었어요. ‘디올 문화 정원’ 프로젝트는 메종에 새로운 시도였고, 저는 거기서 특별한 가능성을 보았기에 뜻이 잘 맞았습니다. 디올 뷰티와 세계 여러 도시에서 전시를 함께할 예정으로 <정원과 정원>이 첫 해외 전시입니다.
여러 전시로 작가님의 작품을 만났지만, 이번 전시는 유독 압도적이고 기억에 오래도록 남을 것 같습니다. 미술관은 공간이 넓어 큰 설치물을 만들 수 있고, 다양한 이야기를 전한다는 장점이 있죠. 이번 전시는 2011년 퐁피두 센터 전시 이후 최대 규모입니다. 미술관 내부 바닥에 유리 벽돌을 설치한 ‘푸른 강’은 프티 팔레에서도 선보인 작품으로, 서울 전시에서는 크기를 두 배나 키웠습니다.
디올 뷰티가 후원하는 전시인 만큼 무슈 디올이 어린 시절 머물던 그랑빌 저택 정원에서도 영감을 받았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쉽게도 그랑빌 저택에 직접 가보진 못했어요. 하지만 무슈 디올과 정원에 얽힌 이야기는 잘 알고 있죠. 무슈 디올처럼 저도 꽃과 정원에 관한 한 열정이 남다르지만, 열정의 형태는 좀 더 개인적이에요. 무슈 디올의 정원이 유년기나 가족과 관련이 깊다면, 제게 정원은 명상하고 재생하는 공간에 가깝습니다.
‘재생’이라면 정서적 위안을 의미하나요? 그보다는 창의적 영감에 가까워요. 정원을 관찰하며 에너지를 얻고 예술의 동력으로 활용하는 거죠. 그래서 한 국가를 방문하면 그 나라의 멋진 정원을 꼭 둘러봅니다. 한국의 경우 덕수궁 정원 연못에 핀 작은 연꽃이 유독 인상 깊었어요. 해가 떠오르면 오므린 연꽃이 서서히 피어나는 모습이 굉장히 아름답거든요. 덕수궁 정원에 설치한 ‘황금 연꽃’은 그 모습을 닮아 있기도 합니다.
2016년 국제갤러리에서 치른 개인전 <검은 연꽃>에서는 전시명처럼 검은 연꽃을 형상화한 작품을 선보였습니다. ‘황금 연꽃’은 덕수궁 정원 풍경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기도 하지만, 연꽃을 다시 피워낸 데에는 다른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 삶에서, 그리고 예술 활동에서도 빛을 향해 나아가려 합니다. 그러다 보니 점점 밝은 계열의 컬러를 사용하게 되는 것 같아요. 또 황금색은 컬러이기 전에 금속이기도 하죠. 야외 전시에선 자연환경과 작품의 에너지가 서로 통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대지에서 온 황금색이 그 화합을 이끌어냅니다.
디올 뷰티는 파리 튀일리 정원과 베르사유궁 여왕의 숲길 복원을 후원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활동에 대한 작가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베르사유궁전은 제게 익숙한 공간이에요. 2015년 조경 전문가 루이 베네크(Louis Benech)가 베르사유궁전에 방치된 물의 극장을 새로 조성할 때 그곳에 ‘아름다운 춤’이란 작품을 영구 설치하기도 했습니다. 국가적 유산을 재탄생시키고 이를 현대적 시선으로 바라보는 일은 매우 중요한데, ‘디올 문화 정원’ 프로젝트가 그 일을 하기에 더욱 특별합니다.
<정원과 정원>처럼 한 작가가 미술관 내·외부를 아우르는 전시는 흔치 않습니다. 이런 전시 형식을 구상한 특별한 계기가 있는지, 또 어떤 의도가 담겨 있는지 궁금합니다. 예술의 공공성은 제게 큰 화두입니다. 개인적으로 예술은 지금보다 대중과 가까워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술은 미술관이나 갤러리에 가는 사람 또는 예술품을 소비하는 사람만을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예술의 본질은 세계와 보편적 생각을 창조하고 참여를 유도하는 데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접근성은 중요한 요소이고, 제가 다양한 공공장소에서 작품을 선보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제 전시가 덕수궁을 방문한 관람객에게는 생애 처음으로 현대미술을 접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거예요. 그렇게 더 많은 분이 미술관으로 발걸음하기를 바랍니다.
야외에 설치한 작품은 다양한 이야기를 간직한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며 새로운 의미를 얻는 것 같습니다. 이야기하는 걸 좋아해서, 제 전시에는 항상 내러티브가 있습니다. 덕수궁 정원에서는 보물섬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정원 연못을 한 바퀴 돌면 ‘황금 연꽃’을 통해 꽃봉오리부터 활짝 핀 꽃까지 꽃이 만개하기까지의 과정을 볼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은 매우 감성적이고, 그 자체로 하나의 스토리텔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전시를 100% 즐기기 위한 팁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미술관 내부 그리고 야외 공간은 거울처럼 반사되는 개념으로, 이번 전시의 주요 관람 포인트입니다. 야외에서는 연못에 반사되고, 실내에서는 ‘푸른 강’에 반사되기에 데칼코마니처럼 느껴지기도 하죠. 또 야외는 현실, 실내는 환상의 세계를 나타내기도 합니다. 전시를 감상하며 현실과 상상을 오가는 것도 좋은 접근이 될 것이고요. 정원을 거닐며 사색의 시간을 갖고, 현실 속 또 다른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왼쪽 ‘루브르의 장미’, 2019. ©Othoniel Studio / Jean-Michel Othoniel Adagp, Paris, 2022
오른쪽 프랑스 현대미술 작가 장-미셸 오토니엘. 사진 김제원

 

 

에디터 황제웅(jewoong@noblesse.com)

관련 기사

페이지 처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