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ND TO YOUR HEART - 노블레스닷컴

Latest News

    FEATURE
  • 2022-08-04

SOUND TO YOUR HEART

소리로 감동을 선사하는 이들을 만났다. 새로운 소리를 만드는 첼로가야금, 청각적 경험과 주변의 관계에 주목하는 작가 김영은이 그 주인공이다.

2년 전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로 온 나라가 떠들썩할 때, 윤중강 국악평론가에게 우리가 주목할 신세대 국악인을 소개해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다. 그때 ‘첼로가야금’을 알았다. 오스트리아 출신 첼로 연주자 김 솔 다니엘과 가야금 연주자 윤다영이 결성한 직관적 이름의 듀오는 의외로 감미로운 국악 선율을 들려준다. 언제 들어도 기분이 좋아지는 이들의 음악은 꽤 시일이 지난 지금도 에디터의 음악 플레이리스트에 남아 있다.
첼로가야금의 시작은 2016년 독일에서 시작됐다. 한국문화원 가야금 강사로 베를린에 간 윤다영은 작은 공연을 준비하며 김 솔 다니엘을 만났다. 살아온 배경이나 연주하는 악기는 달랐지만, ‘창작’을 키워드로 특별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보통 클래식 음악가는 위대한 작곡가들이 만든 곡을 더욱더 완벽하게 연주하는 데 매진합니다. 저도 그중 한 사람이지만, 한편으로 나만의 음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컸죠. 그러던 중 다영 씨와 이야기를 나눠보니 국악계에는 연주자들이 창작하는 케이스가 많더군요.” 윤다영이 이어 말했다. “저도 고등학생 때부터 취미처럼 가야금 창작곡을 만들곤 했습니다. 다니엘과 마찬가지로 ‘내 음악’에 대한 갈증 때문이었죠. 첼로가야금의 시작은 단순했지만, 활동하며 그 목마름이 채워진다는 느낌을 받고 있습니다.”





위쪽 2020년 국립국악원 <금요공감> 무대에 오른 첼로가야금. 사진 하지영
아래왼쪽 2021년 <엔플러그 라이브 랩: 첼로가야금> 공연 현장.
아래오른쪽 첼로가야금 1집 앨범 [South Wave, North Wind].

2018년 수림뉴웨이브 수림문화상 수상, 2020년 정동극장 청년국악인큐베이팅 프로그램 ‘청춘만발’ 올해의 아티스트 선정, 2021년 서울남산국악당 ‘젊은 국악단장’ 아티스트 선정 등 첼로가야금의 음악적 성취는 꾸준하고 눈부시다. 지난 5월 청와대 개방 행사와 7월 프랑스의 쉬드 아를(Les Suds, a Arles) 페스티벌 무대에도 올랐는데, 이들의 음악이 신선하면서도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어서일 테다. 새로운 시도와 대중성 사이의 절묘한 경계, 어떻게 맞출까. “곡을 만들 때 음정이나 화음이 맞지 않아도 그것대로 좋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달리 말하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는 건데, 다니엘이 적절히 고삐를 잡아줍니다.” 다니엘의 변은 이렇다. “음악적 뿌리가 클래식에 있어서인지 전체적 밸런스를 고려하게 됩니다. 우리 두 사람의 음악 스타일은 극과 극이지만, 그 중간에서 첼로가야금의 음악이 탄생합니다.”
음반 판매 사이트 카테고리에서 첼로가야금 1집 앨범 [South Wave, North Wind](2018)는 ‘국악 크로스오버’로 분류된다. 언뜻 수긍이 가는 표현이지만, 이걸로 이들의 독창적 음악 세계를 규정하기엔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지난겨울 첼로가야금의 [Plug-in]을 보고 의심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사운드 이펙트, 타 분야 예술인과의 협업, 한국 근대 가요의 재해석이라는 세 가지 ‘플러그-인’으로 음악적 확장을 실험한 이 공연은, 첼로가야금은 첼로가야금일 뿐이라는 선언으로 보이기도 했다. “생각해보면 국악과 클래식의 만남은 새로운 아이디어가 아니에요. 그런 의미에서 첼로가야금은 ‘혁신’을 추구하기보다는 기존 것을 새롭게 조합해 ‘완벽’을 추구하는 그룹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여러 요소를 첼로가야금만의 스타일로 소화하는 과정에서 한계를 두지 않으려 해요. 이것이 바로 첼로가야금의 정체성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반기에 발매하는 2집 앨범에선 그러한 첼로가야금의 색깔이 잘 드러날 것이다. “1집 앨범을 무채색이라고 한다면 2집 앨범은 무지개색으로 표현하고 싶습니다. 각자 솔로곡도 준비했는데, 연주자의 성격을 대번에 파악할 수 있을 거예요.” 이들의 최종 목표는 그래미상이다. “수상에 주안점을 두기보다는 많은 사람에게 인정받으면 따라오는 결과물이라는 생각에 그렇게 정했습니다. 열심히 해야죠. 첼로가야금 음악이 여러분의 일상과 함께했으면 합니다.” 당장 내일 아침, 커피 한잔에 이들의 음악을 곁들여보는 건 어떨까.





아래쪽 ‘미래의 청취자들에게 I’, 싱글 채널 비디오, 스테레오 사운드, 7분 58초, 2022.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 All rights reserved
‘청음훈련’, 싱글 채널 비디오, 스테레오와 바이노럴 사운드, 15분, 2022.
‘밝은 소리 A’, 싱글 채널 비디오, 멀티 채널 사운드, 16분 56초, 2022.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 All rights reserved

가요에서 노랫말과 멜로디의 비중을 55 대 45로 보는 한 사람으로서, 김영은 작가를 ‘소리로 작사하고, 미술로 작곡하는 종합예술인’이라 부르려 한다. 그의 작업을 설명하는 텍스트를 읽다 보면, 비물질적 성향에만 초점을 맞춘 문구가 늘 붙어 다닌다는 걸 알게 되는데,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김영은의 작업은 비물질적 소리와 이를 잘 전달하기 위한 가시적 혹은 물질적 매체(설치, 스피커, 영상 등)가 만나야 비로소 완성되는 까닭이다. 물론 이 모든 것에서 소리의 중요도가 조금 더 높은 건 변하지 않는 사실. 그러나 흥미롭게도 그의 작업 여정 출발점에는 조소가 있다. 김영은은 왜 소리에 무게추를 옮긴 걸까? “거칠고 무거운 소재를 다루는 일이 몸에 딱 맞지 않았어요. 이후 제게 맞는 매체를 찾다가 자연스레 소리를 만났죠. 자유롭고 편안해지더라고요. 아마 어릴 때 바이올린을 연주해 청각이 발달한 것이 영향을 주지 않았나 싶어요. 그런데 소리 작업에 엄청난 노동력이 들어갈 줄은 꿈에도 몰랐죠. 정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니까요.(웃음)”
현재 ‘송은’에서는 김영은의 개인전 <소리의 틀>이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소리를 물리적·심리적·역사적 관점에서 해석이 가능한 어떤 영역으로 바라보며, 개인이 소리를 인식하는 기준에 의문을 품고 음악을 형성하는 기존 시스템의 구축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그중 눈과 귀를 사로잡는 건 악기를 조율할 때 기준이 되는 A(라) 음이 440Hz로 자리 잡은 역사를 소개하고, A 음이 한국에 도입된 순간을 재구성한 ‘밝은 소리 A’(2022), 피아노로 연주되는 음을 듣고 그 음높이를 맞히는 훈련이 일본에선 군사훈련의 하나로 변질한 사건을 소환한 ‘청음훈련’(2022), 일제강점기부터 1990년대까지 법적 금지곡으로 지정된 대중음악을 발췌해 섞은 ‘눈물 젖은 트위스트’(2022)다. 작업 모티브만 놓고 볼 땐 소리를 둘러싼 사회적 맥락을 바탕으로 무언가를 비판하는 듯했던 그동안의 전시와 일맥상통하게 느껴진다. “비판보다는 반영이에요. 예전 작업을 예로 들면, 통금 사이렌과 라디오 전파를 활용한 ‘붉은 소음의 방문’(2018)은 강제성과 집단성을 이야기하는 것 같으나, 이는 제가 경험하지 못한 소리의 메커니즘을 추적한 것이었고, 대북 확성기 방송에서 선동 도구로 사용되는 사랑 노래에서 출발한 ‘총과 꽃’(2017)은 소리와 폭력의 관계를 연구하는 것이 목적이었어요. 실제 닿을 수 없는 과거의 소리를 재구성하는 일에 흥미를 갖고 작업한 것이죠. 어쩌면 제가 말하는 소리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는 표현이 적절할 수도 있겠네요.”
이미 눈치챘겠지만, 김영은이 말하는 소리란 즉각적이고 직관적인 감각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매개체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날 소리의 ‘틀’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아보려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데, 이때 타임머신 역할을 하는 것이 소리이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 <소리의 틀>은 소리에 퇴적된 레이어를 파고드는 데 의의가 있어요. 가요나 클래식의 첫 마디처럼 바로 가슴에 꽂히는 반응은 오진 않을 거예요. 그렇다고 너무 놀라진 마세요. 대신 찬찬히 소리를 들으며 오랜 시간 청감각으로 구성된 서사에 주목해보시길 바랍니다. 아무리 미미하고 미세해도 모든 소리에는 다 이유가 있거든요.” 이 같은 김영은의 기억을 걷는 소리는 8월 13일까지 ‘송은’ 안을 감돌 예정이다.

 

에디터 박이현(hyonism@noblesse.com),황제웅(jewoong@noblesse.com)
사진 안지섭(인물)

관련 기사

페이지 처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