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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0-06

A Gardener in the Kitchen

세계적인 셰프이자 예술가, 알랭 파사르가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루이 비통과 손잡았다. 미식과 패션의 경계를 넘어 새로운 미감을 창조한 이들의 만남.

온실로 변신한 루이 비통 메종에서 만난 알랭 파사르 셰프.

루이 비통 메종 서울 4층이 아름다운 온실로 변신했다. 천장에는 형형색색 식물과 차넬라토/보르토토(Zanellato/Bortotto) 랜턴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고, 안쪽에는 초록 식물로 둘러싸인 벌보(Bulbo) 체어가 막 꽃망울을 터뜨린 꽃처럼 수줍게 자리한다. 아련하게 들려오는 새소리와 청량한 기운, 곳곳에 자리한 루이 비통 오브제 노마드 컬렉션이 어우러져 이국적 온실 속으로 여행 온 듯한 기분을 선사하는 곳. 바로 루이 비통 메종 서울이 마련한 두 번째 팝업 레스토랑 ‘알랭 파사르 at 루이 비통’이다.
지난 5월, 한국계 프랑스인 셰프 피에르 상 보이에(Pierre Sang Boyer)와 협업해 첫 번째 팝업 레스토랑을 성공리에 마친 루이 비통은 두 번째 팝업 레스토랑을 위해 미슐랭 스타 셰프 알랭 파사르(Alain Passard)와 손잡았다. 미식에 문외한이라도 알랭 파사르의 이름은 한 번쯤 들어봤을 터.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아르페주(Arpege)를 운영·총괄하는 그는 2001년 미식의 나라 프랑스에서 붉은 고기를 없애고 채소를 주재료로 한 메인 디시를 선보이며 채식 위주의 메뉴를 파인다이닝에 접목해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장본인이다. 그의 이런 행보는 단순히 요리에 그치지 않는다. 프랑스의 사르트(Sarthe), 외르(Eure), 망슈(Manche)에서 직접 농장을 운영하며 채소와 허브, 과일 등 양질의 재료를 직접 재배하고 계절감과 지역성을 살려 채소의 식감과 향, 풍미를 극대화한다. “셰프는 지금 거의 정원사나 마찬가지예요. 채소에 온전히 집중하고 있죠.” 크리스토프 블랭이 쓴 책 <알랭 파사르의 주방>의 한 구절처럼 알랭 파사르는 흙과 햇볕의 맛을 오롯이 요리에 담기 위해 노력하는, 이 시대 가장 진보한 자연주의 셰프. 그는 루이 비통과의 협업을 위해 런치·디너 코스, 애프터눈 티 타임 등 세 가지 세션으로 나눠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다채로운 메뉴를 구성했다. 라비올리와 채소 콩소메를 비롯해 단풍나무 시럽을 곁들여 따뜻함과 차가움을 두루 담아낸 시그너처 달걀 요리, 채소를 고루 섞어 채워 넣은 프로방스 니스식 요리 등은 예술의 경지에 오른 자연주의 요리를 경험하게 한다. 알랭 파사르 at 루이 비통 오픈을 기념해 서울을 찾은 그에게 루이 비통과의 여정과 자연주의 요리 철학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왼쪽 신선한 제철 생선과 조개. 오른쪽 시그너처 달걀.

세계적 럭셔리 브랜드 루이 비통과 협업하게 된 계기는? 루이 비통이 내가 하는 작업에 매료되어 협업을 제안한 것이 아닐까.(웃음) 사실 루이 비통과는 공통점이 여럿 있다. 내가 요리를 하거나 농장에서 채소를 기르는 일을 모두 손수 진행하는 것처럼 루이 비통도 장인이 수작업으로 제품을 탄생시킨다. 우린 모두 손으로 뭔가를 창조하고 그것으로 고객의 오감을 만족시킨다는 접점이 있다.
루이 비통 메종 서울은 프랭크 게리의 건축물로, 공간 자체에 특별함이 있다. 이 공간의 매력을 어떻게 풀어냈나? 첫 미팅 때 담당자는 내게 “루이 비통 메종 서울 4층 공간을 전부 내줄 테니 마음껏 운영하라”고 했다. 카르트 블랑슈(Carte Blanche, 백지수표)와 같았다. 그곳이 내 정원이 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내가 원하는 정원을 정말 그대로 구현해줬다. 루이 비통에 감사하게 생각한다.
채식 위주의 자연주의 요리를 선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팝업 레스토랑에서는 당신의 요리 철학을 어떤 식으로 구현했나? 이곳은 초록 에너지를 전파하는 정원이지만, 노천이 아닌 실내다. 이 안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 정원(혹은 농장)에서 나는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요리를 선보이기로 했다. 나는 신선한 제철 재료를 존중하며 재료 본연의 풍미를 살리기 위해 단순하면서도 심플하게 조리하는 것을 지향한다. 화장을 많이 해서 예뻐 보이는 건 쉽지만, 한 듯 안 한 듯 예쁘게 화장하는 것은 어렵다. 요리도 마찬가지다. 단순한 터치를 가미하면서도 재료의 풍미를 오롯이 살리는 요리를 만들고자 한다.
이번 팝업 레스토랑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요리는 무엇인가? 식물’이라는 범주 안에서 채소와 과일, 허브 혹은 뿌리 식물을 활용한 요리가 주를 이룬다. 이번 팝업 레스토랑에서 4와 5 두 숫자가 중요한데, 사계절 그리고 오감을 위한 요리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채소가 다채로운 것이 마음에 든다. 이번에 선보이는 메뉴의 모든 재료는 한국에서 수급했기에 한국 고객들이 더 좋아할 것 같다. 개인적으로 양파 본연의 풍미를 극대화한 양파 그라탱을 맛볼 것을 추천한다. 브르타뉴 지역의 가염 버터를 넣어 볶은 양파에 파르메산 치즈를 뿌려 오븐에 굽고, 신선한 박하와 후추를 뿌려 내는 요리다.
실제 세 곳의 농장을 운영하며 재료를 수급한다. 농장을 운영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요리는 식재료에 대한 신뢰를 밑바탕으로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여름에 토마토로 요리를 한다면 재료의 신선도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20여 년 전부터 직접 농장 운영을 시작했고,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100% 유기농으로 경작한다. 이를 위해선 토양 자체의 품질관리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지렁이를 비롯한 토양 생물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이들이 이로운 유기물질을 제공하고 벌레를 잡아주기 때문에 별도로 농약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메뉴를 선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감의 근원은 무엇인가? 예술가 집안에서 태어났다. 어머니는 재단사, 아버지는 음악가, 할아버지는 조각가, 할머니는 요리사였다. 태생적·환경적 요인 덕분에 뛰어난 손재주를 타고났고, 오감이 발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재능보다 노력과 열정이 더 중요하다. 나는 열네 살 때부터 하루에 18시간씩 일했다. 자신의 일을 진심으로 좋아하고 열정이 있다면 그 직업이 평생 동반자 같은 역할을 해줄 거라 믿는다.





알랭 파사르 at 루이 비통 전경.
양파 그라탱.

 

에디터 문지영(jymoon@noblesse.com)
사진 제공 루이 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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