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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1-10

치유와 기쁨을 전하다

20주년을 맞이한 재단법인 예올의 김영명 이사장을 만났다.

예올 한옥에서 만난 김영명 이사장.

“벌써 20년이 되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아요. 우리도 스무 살은 더 나이가 들었다는 뜻이잖아요. 그 세월의 무게만큼 성숙해졌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엔 ‘작은 것부터 하나씩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이젠 좀 더 차분하고 착실하게 여러 사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되었어요.” 올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공예 . 디자인문화진흥원에서 선정한 2022 공예상을 수상한 예올 김영명 이사장은 20주년을 맞아 더욱 뜻깊고 특별한 감회와 감사함을 느낀다고 했다.
예올은 창립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9월 1일부터 10월 7일까지 한 달여간 예올 북촌가와 예올 한옥, 북촌 생활 한옥인 ‘집운헌’에서 전시를 진행했다. 예올이 후원하며 함께해온 여러 장인 중 18인의 작업을 다시 한번 선보이며 그간의 활동과 결과를 돌아보는 전시였다. <치유와 다독임의 공예>. 제목만으로도 마음 깊이 내재된 뭉클한 감성이 피어오른다. 수십, 어쩌면 수백 시간일 수도 있는 인고의 시간을 담아낸 생활 속 공예 작품을 보며 깊은 시름이 걷히는 듯했다. 김영명 이사장은 이 프로젝트를 기획하며 예올이 매년 선보이는 작품을 식상하지 않게, 새롭게 보여주는 것이 가장 큰 숙제였다고 말했다. 그 숙제를 새로운 시각으로 풀어낸 이는 전시감독으로 참여한 양태오 디자이너. 북촌에 사는 이웃이기도 한 그는 2019년 조선시대 사랑방을 재해석한 전시를 예올 한옥에서 선보여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김영명 이사장은 전통문화를 이해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독창적이고 현대적인 한국의 미학을 구현하는 데 그만 한 적임자가 없다고 생각했다. “이미 많이 봐왔을 뿐 아니라 직접 구매해 사용하는 후원자들에게도 새로운 감동을 전하기 위해 양태오 디자이너가 치유와 다독임이라는 가치를 부여한 거죠. 전시를 찾은 많은 분이 큰 위로를 받았다고 말씀해주셨어요. 지금 우리 사회에 치유와 다독임이 얼마나 절실한지 새삼 느꼈죠. 스마트폰을 통해 빠르게 많은 정보를 얻으며 생활 자체가 많이 바뀌었잖아요. 그러다 보니 마음속 공허함을 느끼는 것 같아요. 공예 작가들이 직접 빚은 작품의 의미를 전달하고 조금이나마 마음에 위안이 된다면 더 바랄 게 없습니다.”





예올 창립 20주년 기념 전시의 두 번째 공간, 집운헌의 전시 풍경. 각각 침실과 다이닝 룸.

예올 북촌가 1층과 예올 한옥에서는 산업적 재료를 이용해 현대 도심의 형태를 닮은 기물 위에 장인들의 공예품을, 예올 북촌가 2층에서는 ‘손끝의 인연’이라는 주제로 장인들의 제작 도구를 전시했다. 장인들의 도구야말로 ‘공예’라는 무형의 가치를 하나의 공예품(craft-object)으로 만들어주는 소중한 매개체인 만큼 더욱 의미 있는 전시였다. 이와 함께 집운헌에서는 장인과 젊은 공예인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고즈넉한 운치를 품은 북촌 골목의 한옥에서 펼쳐진 전시는 나이도 감성도 다른 두 세대 작가의 공예 작품에 양태오 디자이너의 감각이 더해져 오래도록 바라보며 머무르고 싶을 만큼 감흥을 불러일으켰다. 그야말로 생활 속에 녹아든 공예가 어떤 가능성을 지녔는지, 공예를 통해 우리 삶이 얼마나 향상되는지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협업이다.
“2017년 즈음부터 꾸준히 협업해왔어요. 장인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드리는 거죠. 2017년에 선보인 두석 장인과 젊은 목공예 작가의 협업 작품이 그 예입니다. 독창적 멋을 지닌 공예 가구를 선보였어요. 두석은 장롱의 한 부분에 붙이거나 자물쇠, 경첩 등 소재로 쓰여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장인과 서로 다른 색깔을 지닌 공예가와 디자이너가 함께하는 협업을 통해 감각적 디자인을 입고 독립 작품으로 부각되었습니다. 두석 장인들이 조연이 아닌 주연이 된 거죠.” 이러한 예올의 시도는 매번 새롭게 이어져왔다. 갓을 만드는 정춘모 장인과 젊은 도예인 김덕호 작가가 합심해 갓 모양 램프를 만들고, 왕골로 작업하는 허성자 장인과 젊은 목공예인 임정주 작가가 뚜껑을 열면 물건을 넣을 수 있는 함으로도 사용 가능한 나무 스툴을 선보였다. 장인들의 손길에 젊은 작가, 디자이너의 감각이 더해지며 색다른 형태감으로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는 유의미한 작업이다.
“문화재로 선정되지 않아도 뛰어난 장인이 많아요. 그중 외길만 고집하지 않고 유연한 태도로 열려 있는 분들과 좋은 협업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예올은 문화 재단인 만큼 그러한 장인들을 선정해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가능성을 제시하고 독려합니다. 작가들에게는 매우 큰 도전이죠. 어려운 과정이 따르지만, 완성된 작품을 보면서 보람을 느낍니다.” 3~4회의 회의를 거치며 전문가들의 여러 의견과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동안 김영명 이사장은 오히려 소비자의 시선으로 의견을 제시한다. 작품 자체의 순수한 아름다움도 중요하지만, 소유하거나 선물로 주고 싶어 하는 고객의 소비를 이끌어내야 작가들도 계속 작업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위쪽 예올 한옥에 전시된 갓일장 정춘모와 유기장 김수영의 작품. ©예올 YE′OL
아래쪽 예올 집운헌 전시 풍경. ©예올 YE′OL

글로벌 무대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칠 젊은 세대도 생활 속에서 자연스레 접하고 체험하며 우리 전통에 애정과 자부심을 갖기를 바라는 그녀는 그런 부분이 수반되어야 고유의 아름다움이 계속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영자 초대 이사장에 이어 예올 이사장을 맡은 지 10년이 되었어요. 그간 우리 공예에 관심이 더 많아졌지만, 이에 그치지 않고 다음 세대가 이어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K-무비, K-팝, K-푸드 등이 큰 인기를 끄는 만큼 우리 공예 또한 해외에서도 인정받을 시기가 되었다고 생각해요. 그러한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가교 역할을 해야죠.”
예올은 20주년 전시에 이어 금박 장인과 옻칠 작업을 하는 젊은 공예인 프로젝트를 계획 중이다. 11월 11일에는 팬데믹 때문에 지난 2년간 하지 못했던 알뜰시장을 ‘예올 후원 마켓’이라는 이름으로 진행해 전통문화대학교 장학금과 문화유산보호기금으로 사용할 예정이고, 12월에는 조금 축소된 규모로 후원의 밤도 다시 진행한다. 지난 스무 해의 시간보다 더 의미 있는 발걸음을 뗀 예올의 행보가 자못 기대된다. 김영명 이사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전시를 둘러보며 예올의 존재가 새삼 소중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이 ‘아름다운 물건’이 주는 진정한 기쁨과 치유의 힘을 경험하면서, 우리 전통문화와 교감하고 소통하는 예올의 노력이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많은 이에게 고스란히 전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일었다.





예올 북촌가에 전시한 예올이 뽑은 올해의 장인과 올해의 젊은 공예인 작품들. ©예올 YE′OL
예올 한옥에 전시한 우산장 윤규상과 화혜장 안해표의 작품. ©예올 YE′OL

 

에디터 이정주(jjlee@noblesse.com)
사진 안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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