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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2-27

SNS를 통해 보는 젊은 컬렉터의 취향

젊은 컬렉터들의 취향과 주목하는 작가를 SNS 로 들여다보다.

2020년 마드리드에서 열린 아트 페어 ‘JUSTMAD’ 전경. © JUSTMAD

미대를 졸업한 후 우리는 작가로, 큐레이터로, 미술 기자로 각자 자신의 길을 찾아 나섰다. 작품을 만들고, 전시를 기획하고, 기사를 쓰는 등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산다는 주변의 부러움을 사면서도 미술계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은 우리가 아닌 아트 컬렉터라고 자조적인 대화를 나누곤 했다. 아트 컬렉터의 가장 중요한 조건은 값비싼 예술 작품을 턱턱 살 수 있을 만한 자금력과 걱정 없이 여유롭게 예술을 즐길 수 있는 정신적 여유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상황이 달라졌다. 어마어마한 자산을 보유한 컬렉터나 기업인, 신흥 귀족이라 불리는 셀레브러티가 아니어도 월급을 기꺼이 예술 작품을 구매하는 데 쓰는 대중 컬렉터 세대가 등장했다. 이소희 컬렉터에 따르면 이들은 평균적으로 연봉의 20%라는 꽤 큰 비중의 자산을 아트 컬렉팅에 투자하고, 프러포즈를 기획하는 동료에게 “반지 말고 그림을 선물해야지!”라고 조언할 정도로 아트 컬렉팅에 푹 빠져 있는 집단이다. 비단 돈뿐일까. 여가도 대부분 아트 컬렉팅과 관련이 있다. 전시장이 몰려 있는 안국동 갤러리 투어가 어느덧 일상이 됐다. 주말이면 하루에 5~6회씩 전시를 보고 좋아하는 작가의 전시라면 지역을 가리지 않고 찾아간다. 그리고 휴가에는 여행 삼아 해외 아트 페어와 옥션 하우스를 방문한다. 대부분 미술과 무관한 학과를 졸업하고 관련 없는 일을 하면서도 단지 예술에 대한 애정과 열정만으로 시간과 돈을 아낌없이 쏟아붓는다. 이른바 MZ세대 컬렉터, 대중 컬렉터, 영 컬렉터 등이 스스로 ‘진짜’를 뜻하는 ‘찐’ 컬렉터라 부르며 아트 컬렉팅에 기꺼이 전력을 다하는 이유는 뭘까? 각자 목적은 다를 수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좋아서”다. 이들에게 컬렉팅은 자신을 드러내는 도구이자 자기표현의 수단이다. 작품을 컬렉팅할 때는 내가 이 작품을 좋아하는지, 내 마음이 끌리는지가 중요하고 작품이 내 컬렉팅 방향과 맞는지, 내 정체성에 어울리는지도 작품 선택의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마음에 드는 작품을 컬렉션에 차곡차곡 추가하며 자부심과 만족감을 느낀다.





젊은 컬렉터들은 소셜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한다.

게다가 전통적으로 작품을 구매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는 ‘출처와 소장 경력(provenance)’이 이들에게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유니크하고 새로운 작가에게 더 열광하고 남들은 갖지 않은 작품을 발굴하며 의미를 찾는다. 또 일반적으로 빅 컬렉터는 작품 공개를 꺼리지만 젊은 대중 컬렉터는 반대다. 갖고 있는 모든 작품의 이미지와 정보를 낱낱이 공개한다. 내가 갖고 있는 작품이 곧 나 자신을 드러내기 때문. 이들이 컬렉션을 공개할 때 가장 선호하는 플랫폼은 단연 인스타그램이다. 개인 계정 외에 컬렉션을 위한 계정을 따로 만들고 자신의 이름을 붙인 특별한 해시태그를 달아 필요할 때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정리한다.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에서 자신을 공개하는 데 거리낌이 없어 아트 페어의 VIP 프리뷰 현장에 가면 모르는 사람이 말을 걸기도 한다고.
인스타그램에서는 구매하고 싶은 작품, 작가와 전시 정보를 찾거나 타인의 컬렉션을 구경하기 위해 주로 해시태그 검색을 이용한다. 특정 작가의 이름을 가장 많이 찾아보지만 전반적으로 흐름을 훑고 싶을 때는 #contemporaryart, #exhibition 같은 평범한 해시태그가 오히려 도움이 된다. 지역 이름과 전시를 합성한 #안국전시, #청담전시, #서울전시 등도 유용하다. 무한한 정보에 지칠 때는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선별한 뉴스를 올리는 아트 인플루언서의 피드를 참고해 가보지 못한 전시를 생생하게 경험하곤 한다. 쉽게 방문할 수 없는 작가 스튜디오와 인테리어를 참고할 수 있는 컬렉터들의 하우스 이미지를 올리는 칼 라슨(Carl Larsson, @theartreporter), 선데이-S 갤러리(Sunday-S Gallery) 설립자이자 컬렉터로서 정제된 전시 전경 이미지를 보여주는 피터 입슨(Peter Ibsen, @pibsen), 뉴욕과 런던,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며 동영상 콘텐츠를 주로 올리는 아트드렁크(ArtDrunk, @artdrunk) 같은 계정이 인기다. 이 외에 <아트나우> 인스타그램 계정(@artnow_official)과 주목할 만한 인스타그래머를 소개하는 ‘SNS Now’ 지면도 추천한다.





카멜 므누 갤러리(Kamel Mennour Gallery)에서 선보인 알리차 크바데(Alicja Kwade)의 공공 설치 작품. Courtesy of Paris+ par Art Basel

정보는 소셜 네트워크에서 주로 얻지만 또래 컬렉터와의 교류는 온라인 카페와 오픈 채팅을 이용한다. 네이버에서는 회원수가 1만7000명이 넘는 ‘직장인 컬렉터 되다’ 카페가 활발하며 컬렉팅 관련 카카오톡 오픈 채팅도 여럿 찾아볼 수 있다. 기자가 참여하는 ‘컬렉팅 동사무소’ 오픈 채팅방에서는 약 200명의 인원이 하루에도 수백 차례 대화를 주고받는다. 콰야, 김선우, 무나씨, 옥승철, 김슬기, 장콸처럼 마켓에서 인기 있는 젊은 작가의 이야기뿐 아니라 미술사적 가치가 있는 유명 작가의 작품 이야기도 나눈다. 온라인 옥션이 열리면 채팅방에서 함께 지켜보고, 좋은 전시에 다녀오면 사진을 찍어 공유하고, 누군가 원하는 작품을 낙찰받으면 진심으로 축하해준다. 같은 것을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금방 친구가 되고 무언가에 열정적으로 몰두한다는 점에서 팬 문화나 덕질과 비슷하다. 익명으로 정보를 주고받는 데 그치지 않고 전시 현장에서 즉석 만남을 갖고 정기적으로 오프라인 모임도 진행한다. 삼삼오오 모여 컬렉팅 스터디 모임을 조직, 좋아하는 작가에 대해 공부해 발표하고 갤러리 스터디도 함께한다. “갤러리가 컬렉터를 선택한다”는 말처럼 갤러리와 좋은 관계를 구축해야 작품 리스트를 받고 좋은 작품을 구매할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 원하는 작품을 구매하지 못하면 갤러리와 작가에게 장문의 편지를 보내 작품에 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림에 빠져 ‘덕질’하는 대중 컬렉터를 취재하며 덩달아 행복해지는 걸 보면 역시 아트 컬렉터는 행복한 사람이 맞다. 하지만 이 글에 처음 언급한 이유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구매한 작품을 절대로 창고에 쌓아두지 않고 무조건 자신의 공간에 거는 사람들, 컬렉션에 새로운 작품을 더할 때마다 디스플레이를 고민하는 사람들은 혼자만의 작은 박물관에서 매일 작품을 보고 ‘힐링’하며 삶을 즐긴다. 이제는 정말로 누구나 컬렉터가 되어 이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에디터 백아영(summer@nobles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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