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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1-05

나의 첫 컬렉션, '너'를 처음 만난 날

컬렉터 7인이 공개하는 첫 작품의 추억

Courtesy of the Artist 노상균, Recordings, 2009

제가 설계한 갤러리시몬 소속 작가인 노상균 작가와 아주 오랫동안 인연을 이어왔습니다. 뉴욕에 있을 때 노상균 작가의 작업실 디자인과 공사를 도우면서 대작만이 아니라 작은 소품도 있다는 것을 알았죠. 당시 워낙 유명한 그의 대작을 구입할 만한 여력도 없었지만 무엇보다 작품을 걸어둘 공간과 벽체가 있을 때 구입하자는 나름의 원칙이 있었는데, 이 정도 크기라면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제 공간에 둘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구매했습니다. 아직 스스로 컬렉터라고 말하긴 어색하지만, 건축가로서 건축물을 설계하고 공간을 구상하는 과정에서 어울리는 작가와 작품을 고민해 구입해요. 건축주에게 공간에 어울릴 만한 작품을 권하며 컬렉팅에 도움을 주는 역할도 하고요. 액자 작업만 하는 권용래 작가에게 2006년 송암스페이스센터에 작품 설치를 제안했고, 2020년에는 성카타리나센터 성당 벽에도 작품을 설치했죠. 2011년에는 울산 인보성당에 황혜선 작가와 예수상, 십사처 작업도 했어요. 한국 미술 시장이 활황이라 그런지 미술 작품을 단순 투자나 투기의 방편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많이 봤어요. 작품 자체를 이해하고 작가에게 호감을 갖거나 순수하게 필요해서 작품을 컬렉팅하는 사례는 드물더라고요. 희한한 상황이죠. 내 공간에 좋아하는 작품을 걸어 힐링하고 날씨나 계절에 따라 다른 그림으로 바꿔 거는 것, 꼭 두고 싶은 자리가 있을 때만 구입한다는 처음의 기준을 유지하고 있어요. 작품과 공간을 3차원적으로 함께 생각할 수밖에 없는 건축가의 직업병일 수도 있지만요. 작품을 계속 구입하면서 단지 수장고에 쌓아두거나 되팔면서 수익을 올리기보다는 알맞은 공간에 좋아하는 음악처럼 곁에 두고 긍정의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존재로 작품을 대하고 싶습니다.
유병안 건축집단 MA 대표





Courtesy of the Artist 우국원, Magic, Woman and Dog, 캔버스에 유화물감, 162.2×130.3cm, 2008

처음 우국원 작가를 만난 순간이 생각납니다. 지인의 소개로 당시 아직 작가로 데뷔하지 않은 청년의 작업실에 방문했죠. 그때는 작가도, 저도 어렸습니다. 작업실에서 여러 가지 드로잉을 보고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요. 항상 악몽을 꾼다는 그는 매일 밤 꿈속을 헤매느라 너무 힘들다고 하더군요. 긴 대화 끝에 꿈속 장면을 그려보면 어떻겠냐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악몽에서 도망가지 말고 꿈속으로 들어가 주인공이 되라는 뜻이었죠. 몇 년 후 우국원 작가의 첫 전시가 열렸고, 바로 전시장을 찾아가 작품을 구매했습니다. 사실 그게 제가 구입한 첫 작품은 아닙니다. 그 전에도 해외 유명 작가의 판화와 여러 작품을 구입했어요. 그저 보기 좋고 어딘가 어울릴 것 같다는 이유로요. 하지만 우국원 작가의 작품을 컬렉팅하면서 단순히 심미성을 넘어 작가의 세계관을 공유하는 듯한 새로운 경험을 했습니다. 그래서 제게는 진정한 의미의 첫 컬렉팅입니다. 작품 컬렉팅은 작가의 인생 중 한순간을 소장하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작품으로 맺은 인연은 앞으로 나아가는 작가의 일생과 작업, 행보를 응원하게 해요. 그의 최근작은 제가 소장한 초기 작품과는 또 다른 형태로 계속해서 발전했어요. 그 과정을 쭉 지켜봤고, 과거부터 현재까지 모든 작품을 좋아합니다. 물론 그중에서도 제 소장품에 대한 애정이 가장 크죠. 우국원 작가의 초기 작품이 제 첫 컬렉션이라는 것만으로도 참 뿌듯합니다.
정구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Courtesy of the Artist 백윤조, Wind(Face Series), 캔버스에 유화물감, 53×45.5cm, 2020

백윤조 작가의 작품을 2020년 전시장에서 보자마자 바로 골랐어요. 공식적인 제 첫 컬렉션이죠. 백윤조 작가를 오랫동안 지켜본 만큼 그의 삶은 물론 초기 작업부터 지금까지 고민하고 노력한 시간을 아주 잘 알고 있어요. 절대 생각을 틀에 가두지 않는 작가예요. 자유롭고 편안하게 사고하고 행동하되, 모나지 않고 넘치지 않는 사람이라 함께하는 시간과 공간에도 잘 어우러지는 특유의 장점이 있죠. 타인의 개성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유연한 사고를 가졌고요. 이런 작가의 성향에서 비롯한 감성이 작품에도 고스란히 드러나요. 과격하지 않은 표현과 부드러운 색감, 일상의 단편에서 나오는 편안함이 백윤조라는 사람 자체와 작품이 동시에 보여주는 매력이에요. 자유로운 생각이 무심한 듯 무수히 이어지는 ‘두들(Doodle)’ 시리즈도, 하루를 꼬박 걷는 과정을 그려내는 ‘워크(Walk)’ 시리즈도, 여러 인물의 초상화도 마치 백윤조의 거울 같아요. 그리는 사람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야말로 가장 의미 있는 작품이 아닐까요? 각자 인생의 기록이 다르듯 작품도 서로 다른 매력이 있어요. 그 기록이 거울처럼 인간의 삶을 비추면서 작가의 꾸밈없는 시선 그대로 그려나가는 과정이 좋아요. 앞으로 그의 작업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해요.
우국원 작가





Courtesy of the Artist 그레고어 힐데브란트의 작품.

1990년대부터 작품을 수집했습니다. 제 컬렉션은 갤러리 창문 너머로 본 한 그림에서 출발했어요. 그 그림을 너무 갖고 싶었지만 이미 팔렸더군요. 다행히 며칠 뒤 작가의 작업실에 초대 받아 마음에 드는 그림을 하나 더 발견했어요. 예술가의 작업실에 찾아가 마치 마술 같은 시작과 과정을 마주하며 놀라운 경험을 한 이후 아트 컬렉팅을 하게 됐죠. 컬렉터가 되겠다고 결심하기보다는 그냥 갑자기 일어난 일이었어요. 몇 년 동안은 매우 밝고 화려하고 비유적인 작품을 수집했어요. 캔버스에 카세트테이프로 만든 그레고어 힐데브란트 (Gregor Hildebrandt)의 검은 그림에 치여 비틀거리던 날까지요. 사실 처음부터 단번에 끌리지는 않았어요. 속으로 ‘이 작품이 어떻게 예술이 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할 정도로 모티브나 주제도 없었습니다. 조금 불편했어요. 하지만 결국 그 작품을 사게 되더라고요. 작품이 지닌 무언가에 점점 흥미를 느끼고 끌렸거든요. 그때부터 훨씬 더 추상적이고 미니멀한 단색 작품을 모으기 시작했어요. 그레고어 힐데브란트의 검은 작품을 산 후로는 모든 구상적 요소를 없애기로 결심했습니다. 진정한 컬렉팅의 시작이죠. 요즘도 미니멀하고 추상적인 예술을 추구해요. 제가 수집한 아티스트의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면서 그들의 주변을 이루는 사회나 인물을 둘러보다 종종 제 취향을 반영한 다른 흥미로운 예술가를 발견해요. 대부분 예술가는 최고의 눈을 가지고 있거든요!
피터 입슨(Peter Ibsen) 선데이-S 갤러리(Sunday-S Gallery) 설립자, 아트 인플루언서





Courtesy of the Artist 스테파니 로즈, The Riddle, 캔버스에 유화물감과 아크릴물감, 1989

스테파니 로즈(Stephanie Rose)의 작품은 제 초기 컬렉션 중 하나입니다. 당시 작가가 잘 알려지거나 유명한 화가는 아니었지만 이 그림의 강한 기운에 끌려 마음에 감동이 일더군요. 컬렉팅한 다음 방콕에 있는 집 벽에 몇 년 동안이나 걸어두었어요. 지금도 아주 좋아하는 작품이고, 스테파니 로즈의 작품을 더 사지 않은 걸 후회할 정도예요. 어떻게 보면 이 그림이 국제적 현대미술 세계를 향해 제 마음과 눈을 열어주었고, 이 작품을 구매한 뒤 1년 남짓한 동안 프랭크 스텔라(Frank Stella), 프란체스코 클레멘테(Francesco Clemente), 데이비드 살레(David Salle)처럼 국제 무대에서 이름을 떨친 작가의 규모가 큰 작품을 사기 시작했어요. 해외 작가뿐 아니라 비슷한 시기에 태국 현대미술가의 작품도 많이 수집했어요. 그중 태국을 대표하는 예술가로 20여 년 전 타계한 몬티엔 분마(Montien Boonma)의 작품도 있고요. 그럼에도 여전히 스테파니 로즈의 작품은 제 미술품 수집 역사의 전환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페찌 오사타누그라(Petch Osathanugrah) DIB 방콕(DIB Bangkok) 설립자, 아트 인플루언서





Courtesy of Thaddaeus Ropac Gallery, © Oliver Beer 올리버 비어의 ‘Long View(Leg Side)’.

오랫동안 미술계에 몸담으면서 작가들에게 종종 작품을 선물 받았어요. 하지만 제가 처음 구매한 작품은 2017년 젊은 영국인 작가 올리버 비어(Oliver Beer)의 손에서 탄생했어요. 작가 자신의 카메라에 레진을 묻힌 작품을 런던에서 구매했어요. 당시에는 올리버 비어라는 작가를 잘 알지 못했지만, 작품을 본 순간 궁금증과 호기심이 생겨 열심히 찾아보고 알아봤죠. 알면 알수록 흥미로운 작가더군요. 이 작품을 시작으로 올리버 비어를 더욱 심도 있게 공부했고, 지금은 제가 속한 타데우스 로팍의 작가로서 함께 일해요. 첫 컬렉팅 작품의 주인공이자 지금도 소중한 인연을 이어가는 작가죠. 구매한 작품은 런던에 있는 저희 집 거실에 걸어놓았어요. 제 눈이 가장 많이 머무는 곳에 여전히 자리합니다.
황규진 타데우스 로팍 서울 총괄 디렉터





Courtesy of the Artist 마르셀 드자마, Untitled, 종이에 잉크와 수채물감, 35.6×27.9cm, 2004

항상 예술에 둘러싸여 일하고 예술을 가장 사랑하는 만큼 직접 작품 컬렉팅도 해요. 남편과 함께 다양한 예술 작품을 수집하는데, 그러다 보니 지금은 100점이 넘는 작품을 소장했죠. 처음 컬렉팅한 작품을 떠올리면 2003년 뉴욕에서 열린 ‘스코프 아트 페어(Scope Art Fair)’로 거슬러 올라가요. 페어 현장에서 마주한 샌프란시스코 출신 작가 티머시 커밍스(Timothy Cummings)의 작은 그림 ‘Spring’s Theatric Arrival’이 제 시선을 확 사로잡았죠. 마치 몇 세기 전 템페라 작품 같았는데, 작은 화면을 세심하면서 세련된 표현법으로 채우고 기발한 위트까지 더해 동시대성도 느껴졌어요. 여전히 제 곁에서 우리를 미소 짓게 하는 작품이죠. 캐나다 작가 마르셀 드자마(Marcel Dzama)도 제가 남편과 컬렉팅을 시작할 때 처음 수집한 예술가 중 한 명입니다. 현재 루이 비통 트래블 북이나 음악 앨범 커버 작업에도 참여할 만큼 이름을 알린 작가인데, 전 2003년부터 계속해서 그의 작품을 수집했어요. 그러다 보니 어느덧 9점을 소유하게 됐죠. 물론 아직 끝은 아닙니다!
맷 케리-윌리엄스(Matt Carey-Williams) 빅토리아 미로 시니어 디렉터・영업부 책임자

 

에디터 백아영(summer@nobles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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