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RKLES IN AFRICA - 노블레스닷컴

Latest News

    FASHION
  • 2023-01-20

SPARKLES IN AFRICA

샤넬이 2022/23 공방 컬렉션을 위해 사하라사막 넘어 멀고 먼 아프리카 다카르로 날아갔다.





샤넬- 다카르 2022/23 공방 컬렉션.
샤넬- 다카르 2022/23 공방 컬렉션.
샤넬- 다카르 2022/23 공방 컬렉션.
샤넬- 다카르 2022/23 공방 컬렉션.
샤넬- 다카르 2022/23 공방 컬렉션.
샤넬- 다카르 2022/23 공방 컬렉션.


샤넬의 다카르 프로젝트
샤넬은 2022/23 공방 컬렉션을 처음 공개하기 위해 사하라사막을 건너 아프리카 서쪽 끝, 세네갈의 수도 다카르로 향했다. 샤넬의 다음 이정표가 다카르라는 소식은 몇 가지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패션 하우스에 아프리카는 줄곧 이국적 영감의 보고일 뿐 흥미로운 시장은 아니지 않은가. 그곳에 샤넬 부티크가 있었던가? 게다가 세네갈은 아프리카의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18세기 유럽 강대국의 쟁탈 대상이었고, 1960년대 세네갈공화국으로 독립하기 전까지 오랜 기간 프랑스령이었다. 그곳에서 컬렉션을 열어야 할 특별한 이유가 없음에도 샤넬은 다카르로 향했고, 세네갈에서 패션쇼를 연 최초의 유럽 럭셔리 브랜드가 되었다. ‘다카르’라는 선택은 샤넬 공방 컬렉션의 성격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동시에 21세기의 화두인 ‘다양성’과 ‘공존’에 대한 메시지다. 공방 컬렉션은 비즈니스를 위한 쇼가 아니라 샤넬만의 노하우와 커스텀 주얼리 및 단추를 제작하는 공방 데뤼(Desrues), 깃털 장식 공방 르마리에(Lemarie), 자수 장식 공방 르사주(Lesage) 등 샤넬과 협력하는 공방 장인들의 기술력을 소개하기 위해 존재한다. 매해 도시 한 곳을 선정한 뒤 해당 도시를 컬렉션 테마로 이끌어내 예술의 경지에 오른 정교하고 뛰어난 장인의 기술력을 이어간다. 이번 다카르 공방 컬렉션 역시 파리의 샤넬 크리에이션 스튜디오와 11개의 샤넬 공방이 모여 있는 포르트 도베르 빌리에의 르19M을 오가며 완성했다. “단순히 런웨이 쇼를 넘어 이벤트 전체를 고려했어요. 3년을 고민했죠. 여러 날에 걸쳐 깊이 있고 정중한 대화를 나누면서 부드럽게 진행되길 원했어요.” 샤넬의 아티스틱 디렉터 버지니 비아르의 말이다.
3년 전 샤넬 하우스 친구들과의 만남이 그 계기였다. 다카르에서 살았던, 그곳에서 예술 프로젝트를 맡고 있는, 그럴 계획이 있는, 단순히 다카르의 창의적인 활기에 매료된 사람들과 만난 결과였다. 다카르는 국제 무대 특히 패션, 영화, 무용, 현대미술, 음악 등 샤넬이 중요하게 여기는 모든 분야에서 탁월함을 보이는 예술의 수도다. 버지니 비아르는 아프리카의 문화 수도 예술계와 자신의 미적 세계관이 공존할 수 있도록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제 작품에 동기를 부여하고 제가 다시 기록하고자 하는 것은 오랫동안 주고받은 진솔한 대화 같은 인간적이고 따뜻한 측면이에요. 여기에 제 영혼을 모두 쏟아부었죠. 이번 컬렉션처럼 예술적 모험이 탄생하는 놀라운 만남이야말로 저를 움직이게 하는 힘입니다.”
샤넬의 다카르행은 단순한 패션쇼 이상으로 다카르와 세네갈 출신의 아티스트, 디자이너, 문화계 인사, 학생, 예술 및 공예 애호가, 언론 또는 패션 에디터 등 게스트를 위해 2022년 12월 5일부터 7일까지 3일동안 진행되었다.









샤넬 속 세네갈, 세네갈 속 샤넬
버지니 비아르가 영혼을 쏟아부어 창조한 아름다움은 커다란 나무 그늘이 드리워진 다카르의 옛 법원에서 열렸다. “샤넬이 컬렉션을 진행했던 곳 중 가장 아름다운 장소예요. 당연한 선택이었죠. 이번 컬렉션의 영감의 원천이기도 합니다. 우리의 방식으로 이곳의 레노베이션에 보탬이 되고 싶었어요.” 런웨이가 열리기 하루 전 12월 5일, 다카르의 옛 법원에서는 ‘캉봉가와 만나는 문학’ 행사가 있었다. 행사를 기획한 문학사가인 파니 아라마(Fanny Arama)와 샤넬 앰배서더 샬롯 카시라기가 진행을 맡았다. 소설 <세 여인(Three Strong Women)>으로 파리의 문학상 공쿠르(Goncourt)상을 수상한 작가 마리 은디아예가 함께하며 그녀의 작품을 소개했다. 배우 로카야 니앙이 마리 은디아예의 또 다른 소설 에서 발췌한 내용을 낭독했고 토론을 이어갔다. 토론이 끝날 무렵 래퍼 닉스(Nix)가 켄 부굴(Ken Bugul)의 저서 의 내용을 인용해 멋진 공연을 펼치며 데뷔 20주년을 축하했고 코라 연주자 노우모우코운다 시스코(Noumoucounda Cissoko)의 콘서트가 이어졌다.
런웨이는 지난 2021/22 샤넬 공방 컬렉션의 영상 안무를 이끈 안무가이자 예술가 디미트리 샹블라(Dimitri Chamblas)가 진두지휘하고 다카르의 국제 교육기관이자 크리에이션 센터 에콜 데 사블(Ecole des Sables)의 무용수들이 함께한 퍼포먼스로 시작되었다. 세네갈의 가수 오브리 다만(Obree Daman)과 그의 합창단을 선두로 무용수들이 자유롭게 춤을 추며 그 뒤를 따른다. 그 모습은 마치 영화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속 하얀 옷을 입고 춤사위를 펼치며 슬픔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키는 장례식 장면을 떠올리게 했다. 단지 전개 방식이 비슷했기 때문만이 아니다.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는 할리우드라는 거대한 서구 사회의 세계관 속 대상이 아닌 주체로서 아프리칸의 모습을 그리며 다양성을 받아들이고 다른 문화를 존중하는 자세와 통합을 통한 평화가 주제다. 마블이 전하고 싶었던 다양성을 향한 세계관은 샤넬이 다카르를 선택한 이유와 맞닿아 있다. 다카르 공방 컬렉션에서 아프리칸은 영감의 대상이 아닌 런웨이의 한 부분을 담당하는 주체로 참여한다. 유럽과 아프리카 문화가 뒤섞여 새로운 형태의 예술을 만들어낸 것이다. 21세기가 원하는 창조란 바로 그런 평등한 공유다.
안무가 디미트리 샹블라는 각기 다른 지역에서 온 아마추어 댄서 50명과 함께 자유롭지만 움직임의 속도를 고도로 계산해 움직이는 군상을 하나의 유기체처럼 표현한 2019년 퍼포먼스 ‘슬로 쇼(Slow show)’로 주목받은 아티스트다. 다양성을 받아들이고 나아가 통합을 주제로 하는 그의 예술적 행위와 이번 프로젝트에 시작부터 참여한 세네갈의 제르멘 아코니(Germaine Acogny)가 이끄는 전통 및 현대 아프리카 무용 아카데미 에콜 데 사블과의 협업이 특별한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세네갈의 수도이자 아프리카 대륙의 가장 서쪽에 위치한 도시 다카르와의 협업을 통해 완성된 샤넬 다카르 2022/23 공방 컬렉션.
세네갈의 수도이자 아프리카 대륙의 가장 서쪽에 위치한 도시 다카르와의 협업을 통해 완성된 샤넬 다카르 2022/23 공방 컬렉션.
세네갈의 수도이자 아프리카 대륙의 가장 서쪽에 위치한 도시 다카르와의 협업을 통해 완성된 샤넬 다카르 2022/23 공방 컬렉션.
세네갈의 수도이자 아프리카 대륙의 가장 서쪽에 위치한 도시 다카르와의 협업을 통해 완성된 샤넬 다카르 2022/23 공방 컬렉션.
세네갈의 수도이자 아프리카 대륙의 가장 서쪽에 위치한 도시 다카르와의 협업을 통해 완성된 샤넬 다카르 2022/23 공방 컬렉션.
세네갈의 수도이자 아프리카 대륙의 가장 서쪽에 위치한 도시 다카르와의 협업을 통해 완성된 샤넬 다카르 2022/23 공방 컬렉션.
세네갈의 수도이자 아프리카 대륙의 가장 서쪽에 위치한 도시 다카르와의 협업을 통해 완성된 샤넬 다카르 2022/23 공방 컬렉션.


아프리카의 히피 부르주아
컬렉션은 식물 모티브, 아프리칸 전통 문양이 연상되는 기하학 패턴, 오렌지·그린·핑크·버건디 등 따뜻한 컬러, 검은 피부에 대비되며 더욱 섬세하게 드러나는 크로셰 디테일, 부족의 상징이자 주술적 의미를 지닌 담대한 장신구, 독특한 컬러의 비즈, 복잡하고 섬세하게 수놓은 자수 등 아프리카 전통 의상에서 영감을 받은 요소로 가득했다. 그러나 원초적이고 민속적인 모습을 강조하는 식상한 방법은 아니었다. 아프리칸 요소는 버지니 비아르의 주요 영감의 원천인 1970년대 정신과 어우러져 컬렉션 전반을 활력 넘치고 자유분방하게 이끌면서 세련되게 변화했다. 가부장적 관습에 억압되고 규제를 받았던 여성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시기를 거쳐 그 에너지가 폭발한 1970년대의 자유로움이 당대의 표상이던 플레어 팬츠(의상 대부분이 팬츠 슈트였다!), 플랫폼 힐, 보디라인을 따라 흐르는 롱 앤 린 실루엣의 코트를 통해 리드미컬하게 표현되었다. 무엇보다 쇼 노트에 적힌 ‘The pop-soul-funk-disco-punk decade’는 반짝임의 변주로 룩에 완벽하게 녹아들었다. 기학학적 패턴 위에 박힌 컬러 스톤, 무지갯빛으로 반짝이는 실을 직조한 트위드 재킷, 동글동글한 컬러 비즈를 빼곡하게 수놓은 베스트와 스커트, 스팽글과 시퀸으로 뒤덮인 톱과 팬츠, 주얼리 단추와 금빛 장식은 예술적 경지와 버지니 비아르의 실용주의 노선을 두루 아우르며 현재형으로 완성되었다. 런웨이 후반부는 샤넬의 상징인 블랙 & 화이트와 그레이 팔레트의 클래식 드레스, 이브닝드레스로 채워지며 DBN 고고(DBN Gogo)의 공연으로 막이 내렸다. 런웨이를 준비하는 과정 역시 협업으로 이루어졌다. 쇼에 참가한 62명의 모델 중 19명이 아프리카 출신이었고, 그중 12명은 세네갈인이었다. 헤어 & 메이크업팀 역시 절반은 다카르의 스태프로 구성되었다.







버지니 비아르의 비전
버지니 비아르의 비전
샤넬의 아티스틱 디렉터 버지니 비아르


버지니 비아르의 비전
영화 또한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 요소다. 영화감독 레드 리(Ladj Ly)와 몽페르메유(Montfermeil)가 다카르의 쿠트라즈메(Kourtrajme) 학교와 협업해 컬렉션이 탄생한 파리에서부터 다카르 쇼까지 진행 과정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시리즈를 제작했다. 쿠트라즈메(단편영화를 뜻하는 프랑스어 court metrage를 거꾸로 읽은 속어)는 1994년 킴 샤피론(Kim Chapiron), 투마니 산가레( Toumani Sangare), 로메인 가브라스(Romain Gavras)가 설립한 오디오비주얼 분야에서 일하는 프랑스 예술가들의 집단이다. 지난 2022년 1월부터 다카르에도 쿠트라즈메 학교를 신설해 누구에게나 무료로 별도의 자격 요건 없이 영화 관련 교육을 제공하며 예술 및 기술 교육뿐만 아니라 직업 네트워크를 확장할 수 있는 기회 또한 제공함으로써 세네갈의 젊은 감독과 각본가를 돕고 있다. 이번 작품은 캉봉가에 위치한 샤넬 크리에이션 스튜디오, 파리와 오베르빌리에 사이에 자리한 le 19M, 그리고 다카르를 오가며 4편의 영상으로 촬영했다. 레드 리는 이번 협업의 창조적 자유를 강조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몽페르메유의 학교와 다카르의 학교 간 다리를 놓아주는 것, 진정한 교류를 위한 것입니다. 쿠트라즈메의 교훈은 항상 완전한 자유죠. 학생들에게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하고 비전을 제시하니 학생들은 샤넬의 세계에 충실하면서도 자신만의 예술적 정체성을 간직한 제안을 했어요.” 영상에 이어 2022/23 다카르 공방 컬렉션의 룩북은 세네갈 사진작가 맬릭 보디언(Malick Bodian)이 촬영했다. 샤넬의 다카르 프로젝트의 정점은 19M 갤러리(la Galerie du 19M)가 2023년 1월부터 몇 달간 다카르에 머무는 것이다. 검은아프리카 기초연구소(IFAN, Institut fondamental d’Afrique noire)의 지원으로 세네갈 관계자들과 교류하고 창의적 대화를 나누며, 무료 공개 프로그램을 통해 화려하고 다양한 자수와 직조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프로그램의 목적은 노하우 전수를 촉진하고 대중, 아동, 학생, 가족, 공예 애호가들 사이에 관련 직업을 장려하기 위함이다. 현대적 창작과 전통 노하우 사이에서 탄생한 새로운 협업 작품은 파리의 포르트 도베르빌리에에 위치한 19M 갤러리에서 두 번째 전시회를 가질 예정이다.
버지니 비아르가 2019년 샤넬의 아티스틱 디렉터가 된 이래 다른 이들을 만나고, 꿈꾸고, 함께 빚어나가는 그의 작업 방식은 이토록 언제나 동일하다. 방돔에만 머무르면 창의력은 힘을 잃다는 사실을 그는 아주 잘 알고 있다.

 

에디터 정순영(jsy@noblesse.com)
남지현(프리랜서)

관련 기사

페이지 처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