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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2-27

HISTOIRE DE STYLE

세상을 떠난 여왕에게 조의를 표하며, 지난 1월 부쉐론이 프랑스 파리에서 새로운 하이 주얼리 컬렉션 ‘라이크 어 퀸’을 공개했다.

다이아몬드를 파베 세팅한 펜던트를 중심으로 아코야진주를 세 줄로 엮은 ‘문 화이트‘ 멀티웨어 네크리스.
다이아몬드와 머더오브펄을 파베 세팅한 화이트 골드 ‘문 화이트‘ 링들.
오벌 컷 모잠비크산 루비 17개(총 18.82캐럿)와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롤링 레드‘ 네크리스.
다이아몬드를 파베 세팅한 펜던트의 ‘레몬 슬라이스‘ 네크리스. 펜던트를 분리하면 헤어핀이나 브로치로도 연출할 수 있다.


지난해 9월,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에 별 관심 없는 이조차 슬픔을 자아내는 소식이 들려왔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서거. 한 나라의 ‘국모’라는, 어쩌면 다소 부담스러운 이름으로 불려도 어색하지 않던 그는 말 그대로 근현대사에 웅장한 발자취를 남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1월, 부쉐론이 새롭게 공개한 하이 주얼리 컬렉션 이름은 ‘라이크 어 퀸(Like a Queen)’이다. 엘리자베스 2세에게 영감을 받아 탄생한 컬렉션이지만, 사실 그의 죽음과는 관계가 없다. 완전히 우연이었다. 단순히 트렌드나 유행을 따르지 않고 영원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이 프렌치 주얼러는 이미 3년여 전부터 이 컬렉션을 준비해온 것.
<노블레스>는 파리로 날아가 소문이 무성한 이번 컬렉션을 부쉐론 수장 클레어 슈완(Claire Choisne)의 소개로 마주했다. 그는 파리 방돔 광장에 자리한 주얼리 브랜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에 대해 상상할 수 있는 고고한 거리감 대신 편안한 웃음과 우아한 위트를 장착한 채 에디터를 반겼다. 그는 3년 전 처음으로 메종의 방대한 아카이브를 들여본 날을 회상했다. “한 쌍의 아르데코 더블 클립 브로치에 마음을 빼앗겼습니다.” 1944년 열여덟 살 생일을 맞은 엘리자베스 2세가 선물로 받은 부쉐론의 아쿠아마린 브로치를 발견한 클레어는 아르데코 특유의 기하학 라인이 전하는 강렬한 아름다움에 금세 매혹됐다. 즉위 60주년, 70주년 등 자신의 일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을 포함해 재위하는 동안 무려 50여 차례나 착용했을 만큼 여왕의 특별한 사랑을 받은 브로치라는 점 또한 상징적이다. 여왕의 브로치는 클레어 특유의 감각적 창의력을 바탕으로 18개 모델로 진화했다. 기존의 블루를 넘어 다양한 컬러 팔레트를 펼친 것은 물론 반지와 네크리스, 이어링 등으로 라인업을 확장했다. 제품 한 개를 분리해 여러 방식으로 착용할 수 있는 실용성은 덤이다.
여왕이 평생 소중히 간직했던 원본과 가장 닮은 피스는 다름 아닌 블루 테마의 ‘힙노틱 블루(Hypnotic Blue)’. 1937년에 만든 더블 클립 브로치를 흡사하게 재현하기 위해 화이트 골드에 총 34.69캐럿의 아쿠아마린, 총 11.48 캐럿의 라운드 컷 다이아몬드를 파베세팅했고, 블루래커 디자인을 더해 모던하게 탈바꿈했다. 6캐럿에 달하는 스리랑카산 사파이어를 파베 세팅한 라운드·바게트 컷 다이아몬드 사이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링도 시선을 끈다. 한 아이템으로 다채로운 스타일링을 가능케 하는 부쉐론 특유의 ‘멀티웨어’ 디자인은 ‘프로스티 화이트(Frosty White)’ 테마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화이트 골드에 다이아몬드, 록 크리스털을 세팅한 네크리스의 양옆 모티브를 분리하면 단독 혹은 더블 브로치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 네크리스 하단의 체인은 재킷, 케이프 등 클로징 액세서리로 착용할 수도 있다. 이 외에 레몬 옐로·푸시아 핑크·터콰이즈 블루 등 비비드한 컬러와 콤팩트한 사이즈가 돋보이는 이어 커프 ‘컬러 블록’도 함께 소개했다.







 Dialogue with Hélène Poulit-Duquesne 
부쉐론 CEO 엘렌 풀리-뒤켄과 나눈 이야기


부쉐론의 새로운 하이 주얼리 컬렉션 ‘라이크 어 퀸’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달라. 전 영국 국왕 조지 6세의 동생이자 훗날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삼촌이 되는 켄트 공작이 1937년 7월 31일 런던 부쉐론 부티크에서 구입한 부쉐론 아쿠아마린 다이아몬드 더블 클립 브로치에서 영감을 받았다.
역사적 피스가 아닐 수 없겠다. 그로부터 7년 후인 1944년, 가족들은 이 더블 클립 브로치를 엘리자베스 공주의 18세 생일에 선물했다. 그는 살아생전 이 브로치를 50여 회 착용했다. 2012년 6월 5일 즉위 60주년 기념일은 물론 2020년 5월 8일 제2차 세계대전 종식을 선언한 조지 6세의 연설 75주년 기념일, 그의 마지막 공식 초상화에도 이 브로치가 등장한다.
라이크 어 퀸 컬렉션을 어떻게 기획하게 됐는가. 부쉐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클레어 슈완은 숱한 아카이브 중 이 브로치를 2년여 전에 처음 주목했는데, 부드러운 베이비 블루 아쿠아마린과 화이트 다이아몬드의 조화, 아르데코 디자인의 대칭성과 근엄한 이미지가 클레어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특히 여왕이 평생 착용했다는 점이 무엇보다 큰 가치로 여겨졌다. 이토록 독특한 작품을 기반으로 멀티웨어까지 가능한 창의적 하이 주얼리 컬렉션을 구성할 수 있었던 것은 클레어와 팀원의 뛰어난 감각 덕분이다.
라이크 어 퀸 컬렉션을 통해 고객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메종 아카이브가 현대 창작물의 훌륭한 영감이 된다는 것. 방돔 광장의 모든 하이 주얼리 메종은 오래된 역사와 풍부한 유산을 지녔지만, 부쉐론이 이를 해석하는 방식이 메종의 개성을 극대화한다. 클레어는 헤리티지를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재해석하는 창의력을 지녔다. 또 부쉐론은 클레어가 가장 좋아하는 테마이기도 한 아르데코에 경의를 표한다. 아르데코는 시대에 구애받지 않는 현대적 스타일로, 부쉐론 메종의 주요 디자인 코드다. 하이 주얼리에는 한계가 없다. 영감은 어디에서나 얻을 수 있고, 모든 이의 스타일에 어울릴 수 있다.
이번 컬렉션 중 가장 애착이 가는 피스를 꼽는다면. 너무 어렵다.(웃음) 굳이 꼽자면 ‘힙노틱 블루’ 테마의 하이퍼볼릭 브레이슬릿이다. 1937년에 제작한 더블 클립 브로치와 거의 비슷한 디자인이지만, 스톤을 강조하는 블루 래커 소재를 사용해 모던한 무드를 완성했다.
부쉐론은 유니섹스 라인을 포함해 남성용 하이 주얼리를 리드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럽 왕부터 시작해 인도 마하라자, 러시아 차르, 이집트 파라오 등 역사적으로 여러 문화권에서 남성들이 호화로운 주얼리를 착용해왔다. 스톤과 주얼리는 권력과 부의 상징이었으니까. 주얼리는 성별과 무관하게 개성을 드러내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다. 나는 항상 남성이 주얼리를 착용해야 한다고 주장해왔고, 이는 부쉐론의 젠더리스한 멀티웨어 접근과 일맥상통한다. 같은 맥락으로 부쉐론은 유니섹스 컬렉션을 출시한다.
부쉐론에 합류한 지 벌써 10년이 지났다. 그간 메종에 많은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켰는데, 가장 주력한 부분이 있다면. 부쉐론에 입사한 후 비즈니스뿐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 등 다양한 분야에 힘쓰고 있다. 우선 제품군 구성과 관련해 쎄뻥 보헴부터 콰트로, 잭 드 부쉐론 컬렉션까지 더욱 신선하면서 스타일리시하고 접근하기 쉬운 라인을 선보이고자 한다. 부쉐론은 매년 두 가지 하이 주얼리 컬렉션을 선보이는데, 혁신과 창의성에 집중해 주얼리의 한계와 장벽을 뛰어넘고자 끊임없이 고민한다. 비즈니스 측면으로는 아시아 시장, 특히 중국과 한국에서 사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집중해 왔다. 또 부쉐론은 스타일리시한 디자인을 추구하는 주얼러를 대표하는데, 이것이 젊은 세대 정신을 잘 반영한다. 창의적 착용 방식과 유니섹스 아이템을 제안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 10여 년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2019년 방돔 광장의 플래그십 부티크 리뉴얼을 꼽을 수 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경험을 고객에게 선사하고자 했고, 집에 있는 듯 편안한 공간을 기획했다. 지극히 개인적인 곳에 있는 것처럼 말이다. 침실과 욕실을 만든 것도 같은 맥락이다. 리뉴얼 공사가 한창일 때, 현재 욕조가 놓인 바로 그 자리 바닥에 누웠던 기억이 난다. 청동 기둥 위 나폴레옹 조각상을 바라봤는데, 마치 방돔 광장을 떠다니는 것 같았다. 내가 상상한 모습 그대로였다. 현재 부티크 응접실에 들어가 가지런한 문을 열면 욕실 풍경을 볼 수 있다. 브랜드 쇼룸이 아닌, 파리의 어느 아파트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고객은 물론 저널리스트까지 모두가 이곳에서 얼마나 아름답고 따뜻하게 환영받았는지 회자한다.
창작에 관해 꼽는다면? 2018년에 공개한 감성적 컬렉션 ‘이터널 플라워(Fleurs Eternelles)’가 기억에 남는다. 클레어의 창의력과 메종의 기술력 덕분에 실제 살아 있는 꽃잎을 결정화했다. 이는 부쉐론 메종뿐 아니라 하이 주얼리 역사상 처음 시도한 것으로, 시간이 지나도 영원히 보존되는 아름다움을 표현했다. 이를 부쉐론 헤리티지 아카이브로 지정해 경의를 표했다.
1858년부터 지속해온 부쉐론 역사에서 당신이 꼭 지키고 싶은 가치가 있다면. 사실 우리는 부쉐론을 ‘165년 된 스타트업’이라고 이야기한다. 메종의 가치는 시간이 지나며 발전했으나, 메종 설립자 프레데릭 부쉐론(Frederic Boucheron)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팀 스피릿’ 즉 가족 정신이라는 핵심 가치는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메종은 창작 과정에서도 착용자 개개인을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 개인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한 주얼리를 제작한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녔으면서도 기술과 소재, 디자인 방면에서 혁신을 멈추지 않는 것 또한 같은 맥락일 것 같다. 그렇다. 부쉐론은 오늘날 가장 스타일리시하고 세련된 하이 주얼러라고 자부한다. 혁신은 프레데릭 부쉐론이 1858년부터 구현한 메종의 핵심 가치 중 하나다. 그러나 혁신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클레어의 상상에서 비롯한 디자인을 현실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혁신이 이어진다. 또다시 말하지만, 부쉐론은 제품이 아닌 고객 개인에게 집중한다. 초창기 프레데릭 부쉐론이 각 고객 스타일을 반영해 제품을 선별 구매한 큐레이팅 방식에서 비롯한 철학이다. 그는 직물을 판매하던 가족에게 영향을 받아 자연스럽게 여성복에 관심을 갖게 됐으며, 이를 고려해 고객에게 아이템을 제안하는 데 흥미를 느꼈다고 한다. 그 덕에 부쉐론 하이 주얼리는 단순히 금고에 넣어 보관하지 않고, 실제로 자주 착용할 수 있는 피스를 지향한다.
동의한다. 주얼리와 패션, 라이프스타일은 불가분의 관계다. 부쉐론을 선택하는 고객은 어떤 삶을 향유한다고 생각하는가. 독특한 개성을 지녔으면서도 스타일리시하고 세련된 삶.
최근 주얼리 마켓에서 주목할 만한 키워드가 있는가. 지속 가능성. 사실 부쉐론뿐 아니라 우리가 속한 케어링 그룹의 목표가 지속 가능성이다. ‘에투알 드 파리(Etoile de Paris)’ 솔리테어 링을 런칭하면서 광산부터 부티크까지 모든 공정을 추적할 수 있는 디지털 시스템을 구축, 이 같은 에코 시스템 덕에 최고 품질과 디자인뿐 아니라 메종이 믿는 윤리에도 부합하는 제품을 만들 수 있었다. 창의성 또한 중요한 키워드다. 하이 주얼리 분야에 패션이 더 많이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훨씬 더 스타일리시하고 더 많은 쿠튀르적 요소를 갖춘다는 의미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볼 수 없던 새로운 요소가 컬렉션에 녹아들어 발전하는 것을 보면 매우 흥미롭다. 예를 들어, 주로 유리 산업 폐기물을 재활용한 소재인 코팔리트(Cofalit®)를 활용해 ‘잭 드 부쉐론(Jack de Boucheron)’을 완성했다.
많은 대중에게 경계 없이 펼쳐진 온라인 세계에서 소수를 위한 럭셔리는 어떤 모습일까. 디지털화는 전반적으로 하이 주얼리에 대한 가시성을 높였고, 구매력과 별개로 다수의 사람에게 하이 주얼리를 꿈꾸게 한다. 실제로 부쉐론 고객층은 점점 어려지고 있으며, 18~25세 고객층이 더욱 명확해졌다.
부쉐론에 한국 시장은 어떤 의미인가. 세련된 동시에 예술적 측면에서 소비하는 트렌드를 지닌 마켓이라 특별하다.
한 브랜드를 이끄는 CEO로서 좌우명이 있는가. 팀원을 존중하고 공감할 것. 겸손하고 누구에게나 친절할 것. 또 코로나19 사태 발생 초기부터 매일 다짐한 주요 모토는 ‘좋은 위기를 망치지 말자’다. 위기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 끝내 우리는 전례 없는 위기를 극복했다.







보츠와나산 에메랄드 컷 다이아몬드와 록 크리스털을 파베 세팅한 ‘프로스티 화이트’ 링.
6.25캐럿의 잠비아산 쿠션 컷 에메랄드와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그린 가든’ 링.
5캐럿의 쿠션 컷 모잠비크산 루비 1개와 다이아몬드를 파베 세팅한 화이트 골드 ‘롤링 레드’ 링.
아쿠아마린과 다이아몬드를 파베 세팅한 화이트 골드 ‘힙노틱 블루‘ 브레이슬릿.
아쿠아마린과 다이아몬드를 파베 세팅한 화이트 골드 ‘힙노틱 블루‘ 브레이슬릿.

 

에디터 윤혜연(yoon@noblesse.com)
현지 취재 배우리(파리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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