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의 발달은 예술가의 종말인가? - 노블레스닷컴

Latest News

    ISSUE
  • 2023-03-10

AI의 발달은 예술가의 종말인가?

AI의 급속한 발전은 과학과 산업계를 넘어 예술 영역에서도 뜨거운 화두다.

왼쪽 OpenAI의 DALL·E 2로 만든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의 모작. Courtesy of OpenAI
오른쪽 DALL·E 2를 활용해 ‘사실적인 스타일로 그린 말 타는 우주 비행사’라는 문장으로 생성한 이미지. Courtesy of OpenAI

지난해 9월, 그림을 생성하는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의 존재를 대중에게 널리 각인한 사건이 발생했다. 미국 콜로라도 주립 미술 공모전(Colorado State Fair) 디지털 아트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그림이 사실은 이미지 생성 AI 프로그램 ‘미드저니(Midjourney)’로 만든 것이라는 뉴스는 많은 이에게 충격을 안겼다. AI가 만든 정교하고 사실적인 묘사와 독특한 상상력의 조합을 인간이 직접 그린 그림과 쉽게 구분하기 어렵다는 것을 깨달은 사건이다. 비단 미드저니뿐 아니라 DALL·E2, 스테이블 디퓨전(Stable Diffusion) 등 사람이 원하는 이미지를 간단한 문장으로 입력(프롬프팅)하면 높은 퀄리티의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는 AI 모델이 대거 등장했다. 일론 머스크와 샘 올트먼이 공동 설립한 오픈AI(OpenAI)가 2020년 GPT-3*를 출시한 후, 이제는 서점에서도 AI로 쓴 책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음악을 작곡하거나 영상을 제작하는 AI도 더는 놀랍지 않다. 최근 공개한 GPT-3로 만든 챗봇이 조만간 구글 검색엔진을 위협할 거란 전망이 유력한 한편, AI를 탑재한 가전제품도 어느새 우리의 일상에 자리했다. 이렇듯 급속한 발전 속도는 AI가 근미래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꿀 뿐 아니라 장차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 믿은 예술까지 위협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증폭시키기에 충분하다. 그런데 AI의 등장이 과연 예술의 죽음 또는 인간을 대체할 기계 창작자의 등장을 의미할까?





아피찻퐁 위라세타쿤의 책 ‘A Conversation with the Sun’(2022). Published by BANGKOK CITYCITY GALLERY
ⓒ Apichatpong Weerasethakul

AI as a Persona, 페르소나로서 AI
지난해 11월에는 뉴욕 출신 아티스트이자 과학자 미셸 황(Michelle Huang)이 7세부터 18세까지 10년 넘게 쓴 일기를 GPT-3에 학습시켜 어린 시절의 자신(을 반영한 AI 챗봇)과 대화를 시도했다. 미셸 황은 정말 당시 자신이 대답했을 것 같은 답을 얻었고, 잊고 있던 꿈과 좌절, 불안과 시련을 다시 마주했다고 한다. 마지막에 지금의 자신과 나눈 대화가 행복했는지, 혹시 실망하진 않았는지 묻자 어린 미셸은 “솔직히 당신이 이룬 모든 일이 자랑스럽다”라고 답했다. 이 시도는 개인화된 정보를 학습한 AI가 얼마나 자신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지 실험하는 동시에 외형만 꾸민 아바타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자신을 대변할 수 있는 디지털 페르소나를 상상하도록 도왔다.
또한 태국 출신 아티스트 아피찻퐁 위라세타쿤(Apichatpong Weerasethakul)은 개인적 기억이 없는 존재인 AI와 태양에 관한 대화를 나눈 뒤, 그 결과를 ‘태양과의 대화’라는 제목의 전시와 책으로 엮었다. 작가는 GPT-3 기반 AI 모델에 자신이 자연에서 경험한 산책과 태양에 관한 명상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그 과정에서 AI는 점점 일관되고 흥미로운 허구를 생성했다. 사회적·문화적 이슈를 성찰하는 작품 세계를 펼쳐온 그는 이 작업에서 숭고한 자연을 대하는 인간과 기술의 관계를 들여다보았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AI의 큐레이션(맞춤형 정보 학습)으로 자신 또는 누군가의 페르소나를 생성하고 대화하는 상호작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고정된 이야기와 등장인물이 아니라 AI로 관객이 모두 다른 결말을 볼 수 있는 인터랙티브 영화나 연극을 만들 수 있다.





레픽 아나돌의 ‘Machine Hallucination-Nature Dreams’(2021). Courtesy of Refik Anadol Studio and Konig Galerie

AI as a tool, 다양한 감각의 확장 도구
GPT-3가 인간이 프롬프팅한 텍스트를 인식하고 답변을 다시 텍스트로 출력하는 초대형 AI라면, 미드저니나 DALL·E2 같은 이미지 생성 AI는 멀티모달 AI라 한다. 멀티모달 AI는 텍스트 외에도 다양한 모달리티(modality, 인체의 감각적 양상 또는 이를 표현한 양식)를 동시에 받아들이고 사고하는 AI 모델을 뜻한다. 문자로 이뤄진 텍스트 정보 외에도 이미지, 음성, 제스처, 시선, 표정, 생체 신호 등 여러 입력 방식을 받아들이고 사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과’라는 단어를 멀티모달 AI에 입력하면 사과에 관한 음악이나 그림, 영상 등을 자동 생성할 수 있는 멀티모달 AI의 등장은 인간과 AI의 자연스러운 의사소통을 돕고 예술 영역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달리 말하면 자신이 원하는 방식에 따라 언어에서 이미지로, 이미지에서 사운드로, 사운드에서 언어로 자유롭게 표현 양식을 변환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 작가가 직접 쓴 이야기와 AI를 활용한 이미지를 합쳐 웹툰을 제작하거나 사운드 아티스트가 자신의 음악에 기반한 영상을 손쉽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전통적 개념의 예술가가 주력 장르의 예술적 기교를 연마하는 방식을 넘어설 수 있도록 AI가 다양한 예술적 확장성을 제시한 사례다.

새로운 예술의 패러다임
미국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터키 출신 미디어 아티스트 레픽 아나돌(Refik Anadol)은 AI를 활용해 보이지 않는 정보를 예술로 승화했다. 추상적이고 난해한 데이터의 집합을 시각화 재료로 선택하고, 시간의 흐름과 변화를 대입해 새로운 종류의 조각을 제시한 것. 만약 예술이라 불리는 대상이 물감 덩어리나 종이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인간의 표현 의지라면, AI는 기교를 더해 상상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 뛰어난 도구이자 창작의 고민을 나누는 예술가의 보완적 페르소나로서도 활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제 다시 처음에 던진 질문을 떠올려보자. AI는 과연 예술의 종말을 불러올까? 아니면 새로운 예술의 패러다임을 일으킬 마중물이 될 것인가?

 

에디터 백아영(summer@noblesse.com)
윤하나(미술 저널리스트)

관련 기사

페이지 처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