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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4-27

시작은 웹소설로부터

어느덧 우리가 소비하는 콘텐츠 깊숙이 스며든 웹소설에 관하여.

<김비서가 왜 그럴까> 종이 책 애장판 세트. 2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 스틸 컷.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스틸 컷.

지난해 큰 인기를 끈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원작은 웹소설이다. 아직 스마트폰으로 소설을 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낯설 수 있지만, 이미 웹소설은 기존 종이 책으로 나오는 소설을 독자 수와 매출액 등에서 압도하고 있다. 웹소설은 급속히 성장한 웹툰의 길을 그대로 따라가는 중이다. 웹소설 산업은 2013년 100억 원에서 2021년 6000억 원 규모로 성장했다. 8년여 만에 시장 규모가 60배 넘게 성장한 것이다. 2022년 웹소설 시장 규모는 1조 원 정도로 추산된다. 이제는 웹툰과 웹소설 시장이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웹툰 시장이 2000년대 초반부터 꾸준히 성장한 것에 비하면, 10년 정도 뒤늦게 출발한 웹소설의 성장은 이례적이고 또 눈부시다.
그뿐만이 아니다. 최근 인기 웹툰 상당수는 웹소설 원작을 각색해 그린 ‘노블코믹스’다. 노블코믹스가 인기를 끌면 덩달아 원작 웹소설이 다시 팔리기도 한다. 지난 10여 년간 한국 영화와 드라마 등 영상물의 원천 스토리가 웹툰이었는데, 근래엔 웹툰 원작을 웹소설이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상 콘텐츠도 증가했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 <사내 맞선>, <구르미 그린 달빛>, <법대로 사랑하라> 등 드라마 원작은 웹소설이다. <황제의 외동딸> 등 인기 웹소설을 게임으로 개발한 사례도 주목할 만하며, <나 혼자만 레벨업>은 게임뿐 아니라 TV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고 있다.
현재 한국 웹소설과 웹툰 산업을 주도하는 네이버와 카카오는 해외 진출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해외에 작품을 수출하는 것은 물론, 픽코마와 라인망가 등 직접 운영하는 해외 플랫폼에서 한국 웹소설을 번역해 서비스한다. 그리고 네이버는 세계 최대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를,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웹툰 플랫폼 타파스와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를 인수했다. 한국 스토리를 해외 독자에게 직접 전하며 전 세계 메이저 문화로 빠르게 성장하는 K-컬처의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왼쪽부터 웹소설 <사내 맞선> 표지. 이미지 제공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웹툰 <그녀가 공작저로 가야 했던 사정> 표지. 원작 웹소설은 최근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졌다. © 고래, 밀차 2017 / D&C WEBTOON Biz
웹툰 <나 혼자만 레벨업> 표지. © DISCIPLES(REDICE STUDIO), 추공, 현군 2018 / D&C WEBTOON Biz

한국에서 웹소설의 시작은 2013년 네이버 웹소설이 서비스를 시작하면서부터. 하지만 웹소설의 기원은 1990년대 인터넷 소설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우혁의 <퇴마록>, 이영도의 <드래곤 라자> 그리고 귀여니의 로맨스 소설 등 한국에서 보기 드물던 장르의 소설이 PC통신 게시판 등에 올라오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종이 책으로 출간되어 수백만 부가 팔리기도 했다. <퇴마록>과 <늑대의 유혹> 등은 영화로 제작되며 미디어믹스가 진행됐다. 하지만 인터넷 소설의 인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당시 인터넷상 과금 시스템이 없는 이유가 컸다. 인터넷상에서 인기를 끌어도 결국 종이 책으로 나와야 작가가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출판사는 인터넷 소설이 잠시 유행하는 것뿐이라고 판단해 작가와 매체 등 장기적 시스템에 투자하지 않았다. 작가 발굴 시스템과 좋은 작품을 평가하며 응원하는 비평이 필요했지만 전무했고, 인터넷 소설의 독자적 생태계는 형성되지 않았다. 인터넷 소설의 종이 책 판매 열기가 사그라든 후 인터넷 소설은 인터넷 동호회와 소규모 웹사이트 등에서 지속되었다.
최초의 인터넷 유료 연재는 2008년 웹소설 창작 사이트 조아라에서 시작했다. 비슷한 플랫폼인 북큐브에서 편당 결제 시스템을 도입했다. 그리고 네이버 웹소설이 서비스되며 한국의 웹소설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했다. 새로운 산업이 정착하기 위해서는 히트작이 있어야 하는 법. 2007년 처음 출판된 <달빛조각사>는 큰 인기를 끈 소설로, 2013년 당시 유명무실하던 카카오페이지에 뒤늦게 41권부터 연재되면서 많은 독자를 끌어들였다. 이 작품은 지금도 웹소설의 초인기 장르인 판타지의 기초를 다진 것으로 평가된다. 그리고 <전지적 독자 시점>, <왕의 딸로 태어났다고 합니다> 등 히트작이 연이어 쏟아졌다. 현재는 판타지뿐만 아니라 무협, 로맨스, 스릴러, SF 등 한층 다양한 장르의 웹소설이 연재되는 중이다.
인터넷 소설과 웹소설은 기존 출판 소설과 많이 다르다. 한국에서 인터넷 소설이 한창 인기를 얻을 때 일본에선 게타이 소설이 붐을 이루었다. 게타이는 일본어로 휴대폰이라는 뜻이다. 즉 휴대폰으로 읽는 소설. 기존 출판 소설과 달리 작가와 독자가 같은 세대고, 독자가 작가로 전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댓글을 통해 내용이 바뀌는 등 상호작용이 활발했다. 인터넷 소설과 웹소설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미디어 환경이 변했다. PC를 통해 읽던 인터넷 소설이 휴대폰으로 읽는 웹소설로 바뀌며 한 회 분량이나 구성 방식에 차이가 생겼다. 유튜브, 틱톡 등 단시간에 많은 콘텐츠를 훑는 방식으로 대중의 수용 방식과 환경이 변화했다. 스낵 컬처가 대세가 된 것이다.
미국과 일본의 영화·드라마를 보면 원작 소설이 있는 작품이 국내보다 훨씬 많다. 대중소설과 논픽션이 출판 시장을 압도적으로 주도하면서 스티븐 킹, 히가시노 게이고 등 인기 작가의 작품이 속속 영화와 드라마로 만들어지는 것. 유명하지 않은 소설의 각색도 많다. 이유는 간단하다.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시나리오가 필요하다. 아이디어 구상부터 시놉시스, 캐릭터와 플롯 구성 등을 거쳐 시나리오로 완성하기까지 길고도 험난한 과정이 이어진다. 중간에 엎어지는 경우가 태반이다. 판권료를 내고 구입하는 원작이 처음부터 시나리오로 시작하는 것보다 수월하고 비용도 절감된다. 이에 반해 한국은 대중소설의 기반이 약했고, 출판 만화도 취약한 상태에서 웹툰이 급격히 성장했기에 웹툰 원작의 영화와 드라마가 많아졌다. 하지만 지금은 웹소설이 한몫을 차지한다.
웹툰에 비해 짧은 역사와 번역 문제로 아직 직접적 해외 진출 사례가 적은 점을 고려하면, 웹소설의 영향력은 앞으로도 점점 커질 것이다. 장르와 독자층이 여전히 다소 편향된 단점이 있지만, 소설의 무게중심은 이미 기존 출판 소설에서 웹소설로 기울고 있다. 재미있고 대중적인 소설을 찾는다면 압도적으로 웹소설에 많다. 그렇다면 웹소설은 어떻게 발전해나갈 것인가. 또 기존 장르 소설은 어떻게 웹소설과 결합해 더 많은 독자에게 나아갈 것인가. <재벌집 막내아들>이 증명했듯, 웹소설 특유의 장르라 여기던 ‘회빙환(회귀, 빙의, 환생)’도 대중에게 흥미롭게 다가갈 수 있다. 설정이 논리적이고 이야기 전개가 흥미롭다면 누구나 좋아할 만한 이야기. 그것이 바로 웹툰으로, 애니메이션으로, 드라마로, 영화로, 게임으로 무한한 확장 가능성을 지닌 대중소설이고 웹소설이다.





웹소설 <황제의 외동딸>은 단행본으로도 출간됐다. © 윤슬 / D&C MEDIA

 

에디터 황제웅(jewoong@noblesse.com)
김봉석(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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