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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5-26

당신을 위한 호텔

호텔을 개발하는 한이경 대표가 말하는 웰니스 호텔의 오늘과 내일.

다소 생경하지만 메리어트 호텔 그룹의 컨설턴트로 한국 신규 호텔 오픈을 총괄하는 ‘폴라리스 어드바이저’ 대표 직함을 지닌, 그러나 국내외 호텔업계에서는 ‘새로운 호텔의 첫밗’으로 불리는 인물이 있다. 바로 한이경이다. 1989년 한이경은 혈혈단신 떠난 미국 유학길에서 호텔과 처음 연을 맺었다. 당시만 해도 쾌적하고 편안한 공간이라는 호텔의 첫인상이 직업으로 이어질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건축을 전공한 뒤 건축 사무소에 몸담았으나 ‘결정의 주체’가 되고 싶어 다시 대학원에 진학했고, 부동산 개발 공부를 마친 후 리조트 개발 회사에 입사하면서 호텔에 발을 들였으니 꽤 먼 길을 돌아간 셈. 그동안 힐튼 호텔 그룹, 중국 최초 웰니스 리조트 상하 리트리트, 서울 조선 팰리스 등이 그의 손을 거쳤다.
“현재 메리어트 대신 호텔 설계부터 완공까지 브랜드 관점에서 스탠다드에 맞는지 검토하고 승인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PM 업무는 소유주와 브랜드 측이 상이해요. 소유주 소속 PM은 예산·계약·시공·설계·운영 등을 총괄하고, 브랜드 소속 PM은 설계가 브랜드 기준을 따르는지 기술적으로 살펴보죠. 가령, 객실에 USB C 타입이 갖춰졌는지, 음식 냄새가 빠져나가지 않게 레스토랑 주방의 공기 압력이 제대로 유지되는지 등. 혹자는 너무 호텔 브랜드 기준만 강요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겠지만, 간과하면 추후 수정할 때 막대한 자본이 듭니다.”
한이경이 유학길에 오른 1989년은 우리나라 호텔 역사의 전환점이 된 시기다. 모멘텀은 해외여행의 자유화. 오래전부터 한국 최초의 호텔로 인정받은 인천 대불호텔, 서울 최초의 호텔인 팔레 호텔 등이 있었으나, 보통의 사람들은 인식조차 못하던 게 사실. 그런데 해외여행이 호텔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꿔놓았다. 호텔을 경험하기 시작하면서 심리적 문턱이 낮아진 것.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조류가 바뀌었어요.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가장 먼저 따진 다음, 그에 맞춰 호텔을 선택하는 게 여행의 기본값이 됐죠. 비슷한 맥락으로, 요즘 트렌드는 재생 여행입니다. 단순 소비에서 벗어나 여행지에 긍정적 기여를 하고 싶다는 여행자가 늘고 있어요. 국내에서는 아직 미미하지만, 조깅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워커힐 호텔의 플로깅 프로그램을 예로 들 수 있겠네요.”





위쪽 한이경 대표가 개발한 중국 최초 웰니스 리조트 ‘상하 리트리트’.
아래쪽 한이경 대표가 기술 자문 총괄 역할을 한 ‘페어필드 바이 메리어트 부산 송도비치’.

오늘날 소비자의 특징은 위 사례처럼 철학과 부합하는 콘텐츠에 거리낌 없이 큰돈을 지불한다는 것. 이때 등장하는 단어가 있으니, ‘경험’이다. 최근 다양한 분야에서 럭셔리 경험, 즉 ‘심리적 만족에 가치를 두는 소비’가 언급되는 모습을 자주 보았을 테다. 대표적인 건 아만 리조트의 홍보 방식. 그들은 ‘필수적인 것만 남기는 절제의 미학을 추구하며, 머무르는 자체로 여행이 되는 경험, 그 이상의 가치’를 강조한다. 더욱이 정원의 향기를 만끽하고 스파에서 힐링하는 아만의 라이프스타일은 아만이 ‘웰니스의 선도자’라고 인식하게 만들었다. 호텔 소식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근래 화두가 ‘웰니스’라는 것을 잘 알 터. 신체적·정신적·사회적 건강이 조화를 이룬 이상적 상태를 가리키는 웰니스는 팬데믹이 횡횡한 지난 몇 년간 사회 전방위에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심신이 지친 우리에게 쉼이 필요하다는 의미가 아닐는지.
“서로를 옭아매는 사회에서 주도적 인생을 살려면 먼저 자신을 돌봐야 합니다. 정신과 약보다 명상이 효과적이라는 게 알려지면서 웰니스가 주목받았어요. 그러나 명상은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만 해요. 잘못된 호흡은 되레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거든요. 거시적으로 웰니스 프로그램은 생활 습관을 바꾸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긴 시간 좋은 시설에서 검증된 테라피스트와 함께할 수 있는 호텔이 여기엔 제격이죠. 다만 해외와 비교할 때 국내 의료법상 아직은 제한적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에요.”
비록 단시간에 해외에서 성행하는 웰니스 프로그램을 국내에서 경험할 수는 없겠지만, 럭셔리 경험이 점철된 호텔에서 전문적으로 심신을 치유할 수 있는 날이 곧 오기를 기대해본다. 유명 소설가의 말마따나 호텔은 ‘근심 걱정과 거리를 둔 공간’이다. 침대에 누워 손만 뻗으면 모든 조명을 끌 수 있고, 하우스키핑에서 자유로우며, 조용히 사색에 빠질 수도 있다. 이처럼 호텔이란 소란스러운 현대인 일상에 위안이 되는 존재다.
“호텔에서 보내는 하루도 치유입니다. 웰니스의 하나죠. 우리나라 웰니스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이미 준비는 마쳤다고 생각해요. 예로, 템플스테이를 웰니스의 원조로 볼 수 있어요. 우리나라에는 천혜의 자연환경과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이 공존하는 지역이 많습니다. 독자 여러분과 호텔 관계자들이 관심을 보이고 의견을 내면 미국의 캐니언 랜치, 스위스의 라프레리 클리닉, 스페인의 샤 클리닉 같은 웰니스 프로그램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리라 예상합니다. 위안과 치유를 동시에 경험한다는 것, 벌써 설레지 않나요? 이는 분명 더 나은 삶, 다시 말해 진정한 럭셔리 라이프의 서막일 것입니다.”

 

에디터 박이현(hyonism@noblesse.com)
사진 서승희(인물)
장소 협찬 그랜드 워커힐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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