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괴와 재건 사이 피어난 예술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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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8-07

파괴와 재건 사이 피어난 예술

현대미술가 차이궈창과 생로랑이 하늘에 남긴 기억의 저편.

위쪽 중국 현대미술가 차이궈창.
아래쪽 도쿄국립신미술관에서 열리는 차이궈창의 대규모 개인전 전경. Photo by Kenryou Gu, Courtesy of Cai Studio

지난 6월 어느 날 핑크빛 폭죽이 일본 후쿠시마현 이와키 요쓰쿠라 해변의 수평선을 가로질러 하늘로 솟구쳤다. 중국 현대미술가 차이궈창(Cai Guo-Qiang)의 ‘하늘이 벚꽃으로 물들었을 때’ 프로젝트는 생 로랑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안토니 바카렐로가 의뢰하고 작가의 예술적 동반자인 이와키 집행위원회가 주관한 행사로, 불꽃놀이 퍼포먼스는 약 30분간 진행된 후 환호와 놀라움 속에 막을 내렸다.
이는 형식적으로는 단순한 불꽃놀이 형태를 띠지만, 이와키라는 도시와 아티스트의 접점을 살펴보면 비언어적 위로와 치유를 품은 서사 예술로 이야기할 수 있다. 차이궈창은 젊은 시절 9년간 일본에 거주했는데, 1988년 이번 프로젝트를 실현한 해안 마을 이와키에 자리를 잡았다. 평생 어업을 생업으로 삼던 주민들은 그를 만나기 전까지 예술과 접점이 없었지만, 차이궈창의 꿈과 아트에 대한 열정에 공감해 그의 작품 활동을 도우며 함께 성장한다. 차이궈창은 과거 인터뷰에서 “이곳에서 작품을 창조하고 우주와 대화를 하며 사람들과 함께 시대 이야기를 만들어간다”고 말하며 마을에 대한 애정과 국적·정치적·역사적 차이를 뛰어넘은 끈끈한 유대감을 내비쳤다. 2011년은 작가에게 잊을 수 없는 해로 기억된다. 이와키 지역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발생한 쓰나미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일본 역사를 넘어 세계 역사에 기록될 만큼 강력했던 지진은 많은 이의 목숨을 앗아갔고, 터전을 황폐화시켰으며, 삶을 멈추게 했다. 차이궈창은 이번 ‘하늘이 벚꽃으로 물들었을 때’의 시작은 죽은 이들을 위한 진혼곡과 인간이 자연에 끼친 해악을 표현한 것이라고 밝혔다. 대낮에 불꽃놀이를 하던 날, 아직도 잔존하는 상처의 공간에 회복을 염원하며 하늘 높이 재건의 꽃을 피운 차이궈창의 퍼포먼스는 단순히 존재로서 가치를 지닐 뿐 아니라 지역 주민과 상호작용으로 승화되며 예술의 가치와 숭고함이 무엇인지 다시금 일깨웠다.
이렇듯 차이궈창은 인류, 자연, 생명,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영감으로 끊임없는 대화를 이어왔다. 그리고 6월 29일, 그 이야기의 근간이자 오디세이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대낮의 불꽃놀이 프로젝트에 이어 도쿄국립신미술관(NACT)이 차이궈창의 대규모 개인전 <우주 속 산책-원초적 불덩이 그 이후>를 개최한 것. 패션을 넘어 창작 분야에 대한 우수성을 지원하는 생 로랑의 안토니 바카렐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도 힘을 보태 공동 주최했다. 1991년 도쿄에서 선보인 그의 개인전 <원초적 불덩이: 프로젝트를 위한 프로젝트> 연장선이자 고대 철학과 사상에 입각해 풍수와 점성술로 이어지는 우주와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를 꿈꾼 차이궈창의 예술적 발자취를 조명한 전시다. 그만의 독자적 화약 드로잉과 LED 설치미술, 실외 폭발 프로젝트 등 약 50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이와 함께 벽면을 중심으로 차이궈창의 예술적 연대기를 담은 텍스트와 다큐멘터리, 그동안 볼 수 없던 기록 자료 등을 준비해 관람객이 차이궈창의 예술 세계를 보다 쉽게 이해하고 관람하도록 큐레이션한 것이 특징. 현대미술가 차이궈창의 관점과 통찰력 그리고 공동체적 가치를 담은 예술 경험은 도쿄국립신미술관에서 8월 21일까지 계속된다.





Photo by Kenryou Gu, Courtesy of Cai Studio

 

에디터 박재만(pjm@noblesse.com)
사진 생 로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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