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lendid Materials - 노블레스닷컴

Latest News

    SERIES
  • 2023-08-24

Splendid Materials

홍콩에서 뉴욕, 라스베이거스와 파리까지. 하이 주얼리 시장의 중심에 있는 돗에서 직접 목도한 최신 동향과 2023년을 관통하는 하이 주얼리 트렌드를 소개한다

카테나 밀라노 네크리스 POMELLATO
레기나 몬티움 네크리스 VAN CLEFF & ARPELS
목에 걸거나 손목에 걸어 착용할 수 있는 삭 비주 쉔 당크르. HERMèS


매년 발전을 거듭하며 능력을 향상시켜온 하이 주얼리 하우스들이 올해도 기술적으로 스스로 한계를 뛰어넘으며 비전을 담아냈다. 주요 도시에 대한 헌사를 담은 새로운 컬렉션으로 그동안 억눌러온 여행 욕구를 충족시켰고, 일상에 즐거움과 기쁨을 불어넣을 참신한 요소가 비비드한 컬러 스톤과 함께 다채롭게 전개되었다. 자연의 선물인 유색 보석과 브랜드 고유의 생명력 넘치는 스토리는 비록 소유할 수 없을지라도 보는 것만으로 우리 마음을 들뜨게 한다. 마음을 사로잡는 것, 어쩌면 이것이 진정한 21세기 하이 주얼리의 몫이 아닐까? 홍콩과 뉴욕에서 개최된 소더비와 크리스티의 매그니피슨트 주얼스 경매에서는 최상급 보석이 자웅을 겨루는 판세를 확인했고,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최신 젬스톤의 트렌드는 물론 지속 가능성과 윤리적 측면을 강조한 주얼리 산업의 변화를 목도했다. 마지막으로 7월의 파리 오트 쿠튀르 현장에서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디자인, 탁월한 장신정신과 독창적 스토리를 내세운 럭셔리 주얼러의 최신 컬렉션과 마주했다.

트랜스포머 주얼리의 강세
가성비 따위는 염두에 두지도 않을 것 같은 하이 주얼리에서도 가성비를 내세우던 시절이 있었다. 전 세계적 대공황으로 기반 경제가 초토화된 1930년대에는 아침부터 밤까지 다양한 스타일로 착용할 수 있고 평범한 의상에 활기를 불어넣는 다이아몬드 더블 클립이 크게 유행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후에는 팔찌에서 목걸이 또는 브로치로 변신할 수 있는 트랜스포머 주얼리가 인기를 끌었다.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일수록 주얼리 역시 가성비 좋은 멀티웨어가 힘을 발휘한 것이다.
팬데믹으로 무기력하고 답답한 일상을 보내는 동안 여러 하이 주얼리 하우스에서 다양한 TPO에 활용할 수 있는 스타일이나 가격 대비 최고 ‘드레스업’ 효과를 낼 수 있는 주얼리를 구상했다. 반클리프 아펠과 샤넬은 탈착이 가능해 브로치나 귀고리로 변신하는 목걸이를 선보였고, 포멜라토는 여러 개의 스페이서를 활용해 소투아르(길게 늘어지는 목걸이)나 Y자로 연출하는 로프 목걸이를 내놓아 호평받았다.







파라이바 투르말린, 핑크 투르말린, 아코야진주 등으로 물속에서 반짝이는 라군을 묘사한 플로리쉬 이어링 TASAKI ATELIER
파라이바 투르말린을 중심으로 화이트 펄, 차보라이트 가닛,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르 자뎅 드 라 꾸뛰르 네크리스 DIOR JOAILLERIE
9.39 캐럿 카보숑 컷 파라이바 투르말린을 올린 알타 조엘레리아 컬렉션 링 DOLCE&GABBANA
유기농 아세테이트와 마그네슘을 입힌 화이트 골드에 다이아몬드와 래커를 장식한 아이 갓 유어 백 헤어 주얼리 BOUCHERON
부쉐론이 2022년 출시한 작품이다. 혁신적인 조약돌 소재와 라운드 컷 및 페어컷 다이아몬드를 사용한 갈레 디아망 이어링 BOUCHERON


멀티컬러 투르말린 열풍
현재 하이 주얼리 시장은 가히 ‘투르말린의 세상’이라 할 정도로 투르말린의 모든 색과 종류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 투르말린을 자세히 보면 일출과 일몰, 만개한 꽃, 밀물과 썰물이 만들어내는 변화무쌍한 바다 같은 자연 색의 변화가 두드러진다. 신할리즈어로 혼합 보석이라는 뜻의 ‘토르말리’가 어원인 것만 봐도 도대체 지루할 틈이 없는 보석이다. 그린 투르말린은 에메랄드 대신 자주 쓰며, 투르말린 중 가장 고가인 파라이바는 네온 블루의 인기 열풍에 힘입어 가격표가 연일 고공행진하고 있다. 깊은 바다가 연상되는 녹청색 인디콜라이트(블루 톤 투르말린)와 고요한 몰디브 바다색의 라군 투르말린도 자주 포착된다. 여기에 2023년 팬톤 컬러인 비바 마젠타를 그대로 표현한 루벨라이트(레드 톤 투르말린)와 부드러운 핑크 투르말린까지 합세했다. 고대 그리스인은 투르말린을 ‘무지개의 모든 색을 흡수한 보석’이라고 믿었는데, 볼 때마다 신이 가장 공들여 창조한 돌인가 싶게 오묘한 색채와 감성을 자극하는 풍요로움에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소재 확장과 기술혁신
돌이켜보면, 상상력이 풍부한 디자이너들은 시대를 막론하고 자신의 창의성을 전형적 소재에 가두지 않았다. 오늘날 가장 보수적으로 알려진 하이 주얼리에서도 소위 ‘귀보석’과 ‘귀금속’에서 벗어난 다양한 소재를 만날 수 있다. 천연 보석의 스펙트럼을 뛰어넘는 컬러의 연장선이자 자연과 인간이 협업한 신소재에 대한 찬사라고 할까. 특히 매년 7월이면 창의력의 정점을 경신하는 부쉐론(부쉐론은 1월에 비해 7월에 훨씬 아티스틱한 피스를 발표한다)이 올해는 마그네슘·알루미늄·티타늄 및 아세테이트를 주요 소재로 팝아트를 연상시키는 컬러 조합과 패턴을 선보였다. 포멜라토는 티타늄 체인에 문스톤을 세팅한 초경량 링크 목걸이를 선보이며 착용감에 주안점을 두었고, 탄자나이트와 루벨라이트의 위아래를 거꾸로 세팅해 디자인을 차별화하는 데 성공했다. 비전형적 소재나 세팅에 도전하는 독창적 시각과 기술력은 어쩌면 브랜드의 가장 귀중한 자산일지 모른다. 더불어 미래지향적 럭셔리의 가치를 이해하는 진보적 소비자를 위한 발 빠른 대응이자 아트와 하이 주얼리의 경계가 모호해진 추세를 반영한다.







7.67캐럿의 모잠비크산 브릴리언트 컷 루비를 올린 솔리테어 LOUIS VUITTON HIGH JEWELRY
모잠비크산 루비를 세팅한 트위드 로열 네크리스 CHANEL HIGH JEWELRY
12캐럿 브릴리언트 팬시 인텐스 옐로 다이아몬드를 품은 버드 온 어 락 브로치 TIFFANY&CO
13.81 캐럿 쿠션컷 팬시 옐로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벨 에포크 스페셜 클래식 링 DAMIANI
3.53 캐럿 프린세스 컷 팬시 비비드 옐로 다이아몬드를 메인에 장식한 르 자뎅 드 쇼메 우드 포플러 브레이슬릿 CHAUMET


모잠비크산 루비의 강세
모잠비크산 루비의 상승세가 무서울 정도로 가파르다. 지난 6월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모잠비크산 루비가 컬러스톤 경매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이후 루비 시장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그동안 하이 주얼리 업계에서는 루비의 신화적 존재로 여기는 미얀마산 루비에 수요가 쏠렸다. 하지만 최근 들어 모잠비크산 루비에 대한 수용도가 확실히 높아지고 있다. 오늘날 미얀마산 루비는 고갈되어 공급이 극히 제한적인 데다 윤리적 문제로 대부분의 럭셔리 브랜드에서 거래를 중단한 상황이다. 특히 열처리되지 않은 미얀마산 루비와 비교할 때 유사한 품질의 모잠비크산 루비의 가격이 상당히 저평가되어 앞으로 가격 상승의 여지가 충분하다. 주얼리업계에서는 지난 소더비 경매를 기점으로 열처리되지 않은 고품질 모잠비크산 루비 가격이 약 20~30%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팬시 컬러 다이아몬드의 약진
화이트 외 다른 색상을 지닌 다이아몬드를 ‘팬시 컬러 다이아몬드’로 부르는데, 보통 화이트 다이아몬드 1만 개당 하나꼴로 산출된다. 총 12개 컬러 중 옐로가 팬시 컬러 다이아몬드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핑크·블루·옐로 다이아몬드의 도매 시세를 추적하고 분석하는 팬시 컬러 다이아몬드 인덱스(FCDI)에 따르면, 컬러 다이아몬드의 시장가치는 최근 연간 9~12%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2022년에만 거의 4% 증가한 데 이어, 2023년 1분기 팬시 컬러 다이아몬드의 평균 가격이 모든 색상과 크기에서 1.3% 상승했다. 이는 화이트 다이아몬드의 분기별 추세(-2.8%)와 지난 12개월 동안 추세(-17.6%)와 대조적이다. 지구촌 경제 위기 속 컬러 다이아몬드는 비교적 안정적 수요를 유지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올해 발표한 럭셔리 브랜드의 하이 주얼리에서도 컬러 다이아몬드는 브랜드마다 정체성을 살린 다채로운 디자인으로 변주를 꾀했다. 까르띠에는 ‘르 보야주 레코망쎄’ 컬렉션에서 팬시 그레이-바이올렛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온듈레 링을 선보였고, 쇼메와 샤넬은 회복과 재창조·탄력성을 상징하는 강렬한 태양빛 옐로 다이아몬드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윤리적으로 소싱된 다이아몬드와 아콰마린, 에메랄드, 라피스라줄리, 오닉스를 사용한 팬더 지브레 네크리스 CARTIER
책임감 있는 채굴 방식으로 조달한 원석만을 사용하는 구찌 하이 주얼리 피스. 알레고리아 브레이슬릿 GUCCI


책임 있는 소싱, 지속 가능성, 투명성의 삼박자
최근 하이 주얼리 산업에서 책임 있는 소싱과 노동 조건, 지속 가능성, 투명성 세 가지가 가장 중요한 요소로 떠올랐다. 책임 있는 소싱은 보석의 정확한 용어 사용, 각종 처리법에 대한 공개 및 인증과 보증이 핵심이다. 다행히 기술 발전이 이를 좀 더 용이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MZ세대는 보석의 지리적 출처뿐 아니라 광산에서 시장까지 모든 여정에 대해 알고 싶어 한다. 책임 있는 소싱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고, 많은 브랜드에서 이런 관행을 만드는 데 앞장서고 있다.
까르띠에는 최고 보건·안전·환경 및 노동 기준에 따라 윤리적으로 소싱된 젬스톤만 사용하며, 최근 케어링 그룹과 함께 ‘워치 & 주얼리 이니셔티브 2030’을 발족해 기후 회복력 구축, 자원 보존, 포용력 증진에 초점을 둔다. 부쉐론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출처 추적 및 산지 인증을 위해 사린 테크놀로지스와 협업을 시작했다. 또 윤리적 문제로 대두된 미얀마의 모든 보석과 아프가니스탄의 라피스라줄리, 러시아의 다이아몬드 구입도 중단했다. 포멜라토는 윤리적 문제에서 자유로운 그린란드에서 소싱한 루비를 사용한다.

 

에디터 이주이(jylee@noblesse.com)
윤성원(주얼리 전문가, 한양대학교 공학대학원 보석학과 겸임교수)

관련 기사

페이지 처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