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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9-15

I See You & Moment

아트나우의 시선을 사로잡은 전아현과 김지선의 작업.

전아현 Jeon Ahyun 〈深山, Mt.Jiri 35-35-34〉, 2023 레진, 콘크리트, 35×35×34cm

전아현 Jeon Ahyun
연무에 둘러싸인 산맥의 봉우리와 가파른 산줄기가 보인다. 인간의 흔적이 사라진 듯 고요한 심산(深山). 거대한 산자락은 작은 큐브 안으로 들어와 차가운 공기와 시간의 온도를 기록한다. 초록빛으로 물든 산이 아니라 흑과 백, 회색빛 산은 우리의 심연을 파고든다. 굳이 시간을 추측해본다면 생명이 움트는 새벽녘이 아닐까. 한 치의 소음도 용인하지 않을 것 같은 깊은 고요함과 나 홀로 산속을 걷고 있는 듯한 적막함이 투명한 큐브 안에 투영돼 있다. 마음이 외로울 때는 시선을 돌려보자. 산에 올라야 산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원한다면 투명한 큐브에서 응축된 거대한 산의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존재만으로도 위로를 건네는 친구처럼 우리 곁에 있다.





김지선 Kim Jisun 〈Blooming〉, 2023 Photo by Studio Round

김지선 Kim Jisun
빛이 갓을 투과하고, 은은하게 주변을 밝힌다. 작품 〈Blooming〉은 마치 꽃이 피는 듯한 모습을 연상시킨다. 조명 갓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소재가 아니다. 작가는 겹겹이 쌓은 재활용 비닐을 활용해 한 송이 꽃을 피웠다. 저 꽃잎의 모양과 크기를 보라. 꽃잎의 두께도. 길게 몸을 늘어뜨린 하얀 꽃잎은 바스러질 듯 연약해 보이지만 바람이 불어도 떨어지거나 사그라지지 않을 것 같은 강인함 또한 느껴진다. 아직은 만개하지 않은 꽃. 아마 며칠 후면 기지개를 켜듯 꽃잎을 활짝 펼칠 것이다. 비닐에서 탄생한 한 송이 꽃. 며칠 전 정원에서 바라본 꽃과는 다르다. 꽃의 형태가 하나의 모습으로 존재할 이유는 없다. 완벽하게 나뉜 꽃잎이 아니어도 괜찮지 않을까. 빛이 감싸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유일무이한 꽃이야말로 특별한 조각이 될 수 있다. 저마다 인생의 모습이 다르듯 자신이 원하는 모양으로 삶의 꽃을 피운다면 그 향기는 더욱 그윽해지리라. 너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적당한 속도로.

 

에디터 백아영(summer@noblesse.com)
최윤정(프리랜서)
사진 제공 작가, 프린트베이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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