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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 2023-10-02
샤넬의 창조적 미래
샤넬은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며 예술에 대한 후원을 아끼지 않는다.

M+ 애프터이미지에서 선보인 CAMP의 도큐멘터리 필름 〈From Gulf to Gulf to Gulf〉(2013). Courtesy of M+, Hong Kong ©CAMP
미술과 영화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며 예술에 대한 후원을 이어온 샤넬. 이는 100여 년에 걸친 샤넬 하우스의 헤리티지를 확장하는 동시에 “앞으로 펼쳐질 미래(what happens next)의 일부가 되어라”라는 창립자 가브리엘 샤넬(Gabriel Chanel)의 바람을 반영한다.
샤넬은 창립 이래 특히 영화계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다양한 후원 활동을 펼쳤다. 2022년에는 아시아 영화 교육 프로그램 ‘CHANEL×BIFF 아시아영화아카데미’를 공동 주최했다. 올해 7월, 샤넬은 홍콩 서주룽 지역을 대표하는 미술관 M+에 3년 동안 큐레이터 후원을 시작하며 더욱 관심을 모았다. 차세대 홍콩 영화 제작자들에게 영감을 주고자 샤넬문화기금을 통해 홍콩 문화 기관과 맺은 첫 파트너십이다. 샤넬은 이전에 M+와 협력해 소규모 동영상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2022년에는 영화 교육과 함께 영화감독 마크 코신스(Mark Cousins)의 14시간짜리 다큐멘터리 〈Women Make Film〉 상영을 지원하기도 했다. 올해 후원의 수혜자는 샤넬 무빙 이미지 리드 큐레이터 실케 슈미클(Silke Schmickl)로, 그녀가 큐레이터를 맡은 전시와 함께 M+의 무빙 이미지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슈미클은 2021년부터 프로그래밍과 동영상 컬렉션을 감독했으며 이번에 샤넬의 후원으로 영화 연구, 보존, 교육 등 무빙 이미지에 관한 다각적 활동을 왕성하게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위 M+ 리디스커버리즈에서 선보인 머르첼 연코비치(Marcell Jankovics)의 〈Son of the White Mare〉(1981). Courtesy of National Film Institute Hungary
아래 M+ 애프터이미지에서 선보인 CAMP의 〈Al Jaar Qabla Al Daar (The Neighbor Before the House)〉(2009–2011).
Courtesy of M+, Hong Kong ©CAMP
그뿐 아니라 샤넬은 영화 〈Son of the White Mare〉, 〈Eyes on Hong Kong〉, 〈A City of Sadness〉 같은 아시아 고전 영화를 선보이는 리디스커버리즈(Rediscoveries), 비디오 아티스트와 실험적 영화 제작자의 작품을 소개하는 애프터이미지(Afterimage)를 포함한 M+ 시네마 프로그램도 3년 동안 지원한다. 이 파트너십은 또한 홍콩의 풍부한 영화 유산을 보존하는 새로운 영화 복원 프로그램 M+ 리스토어드(M+ Restored)와 아시아 최초이자 유일한 아시아 아방가르드 영화 순환 도서관(Asian Avant-Garde Film Circulation Library)도 지원한다.
샤넬은 현대미술에도 관심을 보이며 후원하고 있는데, 지난해 9월 샤넬 코리아는 프리즈(Frieze)와 함께 〈나우 & 넥스트(Now & Next)〉라는 영상 시리즈를 제작해 한국의 신진·중진 미술가를 조명하는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영상에는 국내 중진 예술가 3인 박진아, 박경근, 정희승과 떠오르는 신진 예술가 3인 유예림, 이유성, 김경태 총 6인이 출연했다. 각각 짝을 이뤄 세대 간 예술적 대화를 조명해 현재의 성취와 미래의 비전을 연결했다.

예올×샤넬 프로젝트 전시 《우보만리: 순백을 향한 오랜 걸음》 포스터. 사진 제공. 샤넬 코리아
그동안 현대미술계와 소통하며 문화를 발전시키는 데 힘쓴 샤넬 하우스는 지난해 11월에는 한국 공예 후원 사업에 헌신하는 재단법인 예올과 5년간 파트너십을 체결함으로써 그 경계를 확장했다. 장인정신과 수공예 기법을 기반으로 하는 샤넬 하우스의 정체성을 고려하면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소식이었다. 샤넬은 2002년에 처음으로 공방 컬렉션 ‘메티에 다르(Métiers d’Art)’를 선보였는데, 여기서 메티에 다르는 ‘예술적 교류’를 뜻한다. 수백 명의 장인이 모여 수작업으로 디테일이 살아 있는 옷을 제작하며 창의성의 가치를 기렸는데, 이 옷들은 가히 예술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파트너십의 핵심은 국내 공예 산업과 장인을 조명, 후원하는 예올×샤넬 프로젝트. 이를 통해 과거와 현재를 잇는 ‘예(올해의 장인)’, 현재와 미래를 잇는 ‘올(올해의 젊은 공예인)’을 선정했다.

예올×샤넬 프로젝트 2023 올해의 장인으로 선정된 화각장 한기덕과 올해의 젊은 공예인으로 선정된 도자공예가 김동준의 작품. 사진 제공. 샤넬 코리아
2022년 ‘올해의 장인’에는 금박장 박수영, ‘올해의 젊은 공예인’에는 옻칠공예가 유남권을 최종 선정했다. 이 프로젝트는 선정된 장인, 공예가의 지속 가능한 작품 활동에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공예의 미래를 밝힌다. 금박장 박수영은 건축가 임태희와 협업해 ‘낮과 밤’이라는 자연의 흐름과 움직임을 주제로 모빌을 제작, 금박의 생동하는 반짝거림을 표현했다. 옻칠공예가 유남권은 종이로 된 기물을 옻칠로 마감하는 지태칠기를 활용한 작품을 선보였다. 장인들이 프로젝트를 통해 완성한 작품은 지난해 12월 16일 막을 내린 전시 《예올×샤넬 프로젝트: 반짝거림의 깊이에 관하여》에서 선보여 많은 관심을 모았다.
올해 역시 그 행보를 이어간다. 2023년 올해의 장인으로 화각장 한기덕(경기도 무형문화재 제29호 화각장 전수교육조교)을, 올해의 젊은 공예인으로는 도자공예가 김동준을 최종 선정했다. 장인들의 프로젝트 결과물은 8월 25일부터 9월 23일까지 열리는 예올×샤넬 프로젝트 전시 《우보만리: 순백을 향한 오랜 걸음》에서 선보인다.
이렇듯 영화와 현대미술, 공예를 넘나들며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에게 영감을 주고 창조적 예술 세계를 만들어가는 데 일조하는 샤넬의 미래를 응원한다.
에디터 백아영(summer@noblesse.com)
글 최윤정(프리랜서)
사진 제공 샤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