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정, 현시대의 관찰법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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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0-20

이미정, 현시대의 관찰법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 매번 관람객의 새로운 감각을 깨우는 이미정.

자신의 작품 앞에 앉아 있는 이미정.





2018년 아트딜라이트에서 열린 《The Gold Terrace》전 전경.

현재 작가님의 작업에 영감을 준 유년기의 기억이 있을까요?저는 유난히 종이 인형을 좋아한 기억이 있습니다. 스케치북 첫 페이지에는 집의 외관을 그리고, 다음 페이지부터 거실과 방을 차례차례 그리며 직접 종이 인형을 그리고 만들며 놀기도 했어요. 그때는 그저 즐거움을 위한 행위였겠지만, 돌이켜보면 그때부터 이미지의 힘과 매력에 빠져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린 시절 저는 항상 그림을 그렸고, 앞으로도 그러리라 예감한 것 같아요.

작가님은 평면 작품을 조립하고 배치해 입체 형태로 만든 ‘조립식 회화’를 선보였죠. 이런 방식은 어떤 의미를 가지나요? 작품을 설계할 때 매체를 규정하지 않는 편입니다. 저에게 회화는 제가 바라본 세계를 프레젠테이션하는 표면이며, 공간을 점유하는 장치이기도 합니다. 하나의 작품이 조립과 해체를 통해 매번 가변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작품 스스로 변화할 수 있는 생명력을 가진 것처럼 느껴집니다. 또한 다른 방식으로 조립해 존재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보함으로써 관람객이 작품의 외연을 다르게 상상해보는 경험을 통해 작품에 개입할 수 있는 여백을 만들어주고 싶었습니다.

전시 설치에서는 연극 무대 같은 요소가 돋보였습니다. 그런 재치 있는 조형 요소는 어떻게 탄생했나요?사회 속에서 살아가며 동시에 사회를 관찰하는 것이 저에게는 일종의 ‘메타인지’인 것 같습니다. 거리를 두고 지켜보는 과정에서, 치열한 일상의 순간이 저에게는 오히려 그림 같은 ‘장면’으로 기억되는 것 같습니다. 송은아트큐브의 《Sandwich Times》전은 당시 유행한 주거 환경의 이미지를 소재로 했는데, 사람들이 온라인상에 직접 업로드한 집의 이미지들이 실재이면서 허구적인 점을 흥미롭게 여긴 기억이 납니다. 각각의 이미지에서 읽어낼 수 있는 시각 요소와 그 안에 숨은 현대인의 생각을 저만의 조형 언어로 번역하고자 한 것입니다.

최근에는 인간의 신체에 집중한 작품을 선보였죠. 지난 전시와 비교할 때 큰 변화가 느껴집니다. 2018년부터 2021년까지 동시대 주거 환경 이미지를 집중적으로 관찰하며 작업을 전개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제 관심사가 ‘집’이라는 대상 자체에 있다기보다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유행에 따르며 유사한 풍경을 만들어내는 것이 흥미로웠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어요. 작년에 G 갤러리에서 열린 《SUITE》전에서는 온라인상에서 끊임없이 생산·소비되는 ‘얼굴 이미지’를 관찰하며 이런 감각을 새롭게 느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보고자 했습니다.





[The Shadow Effect: Invisible Fairy’s Hand], 2023, 자작나무 패널에 아크릴릭, 벽면에 아크릴릭, 가변 설치





[Night-Light], 2021, 캔버스에 아크릴릭, 117×91cm / [Stone], 2021, 자작나무 패널에 아크릴릭, 115×25.4cm, 114×30cm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계시네요. 그럼 최근 관심사는 무엇인가요?최근에는 다양한 효과를 지시하는 이미지에 관심이 있습니다. 효과라는 것은 대상이라기보다는 현상에 가까운데, 효과를 내기 위해 수많은 대상과 이미지가 동원된다는 점이 재미있어요. 그리고 많은 사람이 원하는 효과에는 언제나 특정한 욕망과 바람이 녹아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최근 발표한 작품 [The Shadow Effect: Invisible Fairy’s Hand](2023)에서는 가시화되지 않는 가사 노동에 대해 다뤘는데, 가사 노동을 하는 손의 실루엣과 행위의 효과 이미지를 중첩하는 형식을 취했습니다.

작가님의 작품은 자작나무 합판, 시트지 등 색다른 다양한 재료의 조합이 재미있습니다. 이런 재료를 선택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재료는 제가 원하는 최적의 시각적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도구이자 방법입니다. 작업의 맥락을 고려해 재료의 성질이 논리적으로 설득력을 갖는지, 편리한지, 적합한지 등을 스스로 질문하고 판단합니다. 일례로 오랫동안 즐겨 써온 자작나무 합판은 그림을 그리기에 적절한 평평한 표면이면서 입체나 구조물을 만들기에도 적합합니다. 특정한 모양으로 오려내기에 용이하고 구멍과 요철을 통해 근사한 그림자까지 만들어내는, 저에겐 믿음직한 재료입니다. 그리고 시트지는 규모가 큰 공간을 다루거나 임시적으로 공간을 장악하고 싶을 때 즐겨 쓰는 재료입니다. 일러스트레이터 프로그램으로 그린 벡터 데이터를 손쉽게 커다란 물질로 변환해 출력할 수 있는 편의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10월에 노블레스 컬렉션에서 열리는 그룹전 《Seize the Moment》에 참여하시죠. 어떤 작품을 구상하고 계신가요? 저는 사적 공간인 동시에 사회적 지표로 기능하는 집 안에서 벌어지는 일에 관심이 많습니다. ‘집 안’은 고정된 듯하지만 늘 분주하게 변화하는 공간인 만큼, 수많은 이미지가 생성되고 소멸되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마침 건물의 외관이나 유리창, 미디어 파사드 등 대규모 작업을 해보고 싶던 터라 노블레스 컬렉션 건물 외관의 윈도 공간 활용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공간에서 사물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적 서사를 상상하고, 생활과 가사 노동의 결과로 발생하는 효과 등을 레이어링해 허구적 장면을 만들어보고자 합니다.





[Striking Feature(s)_Suite_01-01_w.d], 2022, 캔버스에 아크릴릭, 접착 시트, 134.5×255.5cm

 

에디터 조인정(노블레스 컬렉션)
사진 안지섭(인물)
사진 제공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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