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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1-08

반클리프 아펠의 세계

시간, 자연, 사랑이 생동하는 공간에서 마주한 반클리프 아펠의 세계.

알바 카펠리에리(Alba Cappellieri) 학자, 작가이자 밀라노 공과대학교 주얼리 및 패션 액세서리 학과장

이 전시의 큐레이터로서 직접 전시에 대한 소개를 부탁합니다. 이 전시를 구성하는 세 가지 테마인 시간, 자연, 사랑은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이자 1906년 메종 설립 이후 지금까지 이어진 중요한 카테고리입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감동적인 주얼리 걸작을 비롯해 타임피스 작품, 귀한 오브제는 물론 문서, 스케치, 창작 과정의 첫 단계로 아이디어를 그린 구아슈 디자인까지 메종의 탄생 이후 지금까지 그 일련의 과정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바케롤 초커(1971) 옐로 골드, 에메랄드, 다이아몬드가 어우러진 반클리프 아펠 패트리모니얼 컬렉션.





패트리모니얼 전시 〈Van Cleef & Arpels: Time, Nature, Love〉 포스터.

전시를 위해 1906년부터 메종이 창조한 300개 이상의 주얼리와 워치 그리고 고귀한 오브제와 90여 점의 오리지널 작품을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메종의 방대한 아카이브 중 이들을 선정한 기준이 궁금합니다. 저는 밀라노에서 반클리프 아펠 CEO 니콜라 보스(Nicolas Bos)와 당시 패트리모니얼 부서 디렉터 리즈 맥도널드(Lise MacDonald)를 만났고, 예술의 동시대성에 대해 대화를 나눴습니다. 그 결과 우리는 시간의 정신을 품는 메종의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전시를 열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그때 가장 먼저 떠오른 아이디어는 단순히 고귀한 젬스톤이나 진귀한 주얼리 작품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 그 이상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반클리프 아펠은 가장 혁신적인 주얼리 메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3년 동안 아카이브를 탐구하며 과거에 전혀 본 적 없는 많은 작품을 접했고, 모르는 이야기가 많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저 걸작을 선보이는 데 그치고, 다양하고 풍성한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지 않는 것은 메종에 결례를 범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작품에 담긴 비하인드 스토리를 모두 펼쳐 보이는 자리로, 뜻깊은 전시가 될 것입니다.
주얼리에 대한 당신의 견해가 인상 깊었습니다. “주얼리라는 범주의 예술은 영원과 덧없이 사라지는 찰나 그리고 전통과 패션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고, 시간과 복잡성을 이루며 관계를 이어간다”고 하셨죠. 패션과 주얼리 부문의 전문가로서 패션에 속하지만 그 안에서 주얼리만이 가진 힘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저는 시간, 자연, 사랑이라는 주제가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여기기 때문에 일상에 늘 함께 존재하는 오브제 역시 동일한 가치를 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중 시간의 가치는 창의력과 생산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죠. 오브제의 미학을 빚어내고, 그 기능과 사회적 효용성을 결정하며 스타일을 규정하고, 소재와 기술의 선택에 영향을 주고, 기원을 보여주고, 취향을 나누고, 무엇보다 탄생의 배경을 알려줍니다. 이것이 시간을 담은 주얼리가 지닌 힘입니다. 반클리프 아펠의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는 시간의 흐름이 주얼리에 미친 영향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오브제와 함께한 경험도 담아내 긴밀하게 구성했습니다.





왼쪽 건축 디자이너 요한나 그라운더가 연출한 전시의 ‘사랑’ 공간 속 작품. 한국의 도자기 청자에서 따온 색을 활용해 한국적 색채의 특별한 전시장을 구현했다.
오른쪽 반클리프 아펠의 아이코닉한 미스터리 세팅 작품을 전시한 ‘시간’ 테마의 정밀성 공간의 전경.

이탈리아 작가 이탈로 칼비노(Italo Calvino)의 〈다음 천년을 위한 6개의 메모(Six Memos for the Next Millennium)〉에서 핵심 개념을 차용, 메종 작품과의 연관성 그리고 시간과의 관계를 해석해 공간을 구성한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6개 메모의 어떤 개념을 전시에 차용했고, 이를 어떻게 연관시켰는지 듣고 싶습니다. 먼저 시간은 열 가지 가치로 세분화했고, 그중 다섯 가지 가치인 가벼움(lightness), 기민함(quickness), 시각적 구현(visibility), 정밀성(exactitude), 다양성(multiplicity)은 이탈로 칼비노의 〈다음 천년을 위한 6개의 메모〉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또 메종의 작품은 패션(fashion), 무용(dance), 건축(architecture)과 함께 파리(Paris), 머나먼 곳(elsewhere) 등 총 열 가지 키워드로 새롭게 해석했습니다. 이런 요소는 아르데코 시대에 탄생한 걸작, 명성 높은 지프 네크리스 작품, 미스터리 세팅 또는 미노디에르를 아우르는 반클리프 아펠의 상징적 작품이 탄생한 배경에 대한 이해나 연구에 유용합니다. 그리고 사랑은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에너지입니다. 이 공간에는 리처드 버턴(Richard Burton)이 엘리자베스 테일러(Elizabeth Taylor)에게 선물한 바케롤(Barquerolles) 초커처럼, 반클리프 아펠이 20세기를 빛낸 전설적 러브 스토리와 함께한 상징적 작품과 사랑을 위해 탄생한 선물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3개의 공간은 동물과 꽃을 비롯한 식물의 묘사를 통해 자연을 선보입니다. 장인정신으로 정교하게 빚어낸 젬스톤이 어우러져, 메종의 아름다운 자연 세계가 예술로 활짝 피어나는 뜻깊은 장소입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에게 전하고 싶은 브랜드의 가치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전시에 대해 제가 설정한 방향성은, 요한나 그라운더(Johanna Grawunder)가 연출한 공간에서 반클리프 아펠의 걸작들을 시대정신(zeitgeist)을 반영해 선보이는 것입니다. 한국의 관람객이 다양한 감각이 어우러진 하나의 경험을 통해 특별한 의미가 깃든 이 아름다운 예술 작품을 온전히 이해하게 된다면 저에겐 큰 기쁨이 될 것입니다.

 

에디터 정순영(jsy@nobles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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