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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1-18

슈퍼 아트 해

올해 열리는 주요 비엔날레와 트리엔날레 소식을 모았다. 아트 러버라면 행복한 비명을 지를 것이다.

위쪽 베니스 비엔날레 개최 장소인 자르디니(Giardini)의 센트럴 파빌리온. Photo by Francesco Galli
아래쪽 제8회 요코하마 트리엔날레가 열리는 뱅크아트 가이코(BankART KAIKO). Photo by Ohno Ryusuke

몇 달 전 흥미로운 기사를 접했다. 시기상 올해 열려야 할 제13회 베를린 비엔날레의 개막이 1년 늦춰진다는 소식이었다. 주최 측이 밝힌 이유가 꽤 솔직했다. 2024년은 ‘슈퍼 아트 해’로, 좋은 작가의 훌륭한 작품을 확보하는 데 극심한 경쟁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일정이 꼬이면서 태양계 행성이 일직선으로 정렬하듯 올해 유독 많은 비엔날레와 트리엔날레가 열린다. 행사 운영진으로선 도전적인 해가 되겠지만, 아트 러버에겐 더없이 반가운 소식이다.
우선 제8회 요코하마 트리엔날레(3월 15일~6월 9일)가 봄의 시작과 함께 찾아온다. 본래 2023년 겨울에 열릴 예정이었으나, 행사를 개최할 요코하마 미술관의 레노베이션이 늦춰질 것을 대비해 일정을 몇 달 미뤘다. 기다린 만큼 내용이 실하다. 예술감독 리우딩(Liu Ding)과 캐롤 잉화 루(Carol Yinghua Lu) 듀오가 선정한 주제는 ‘들풀: 우리의 삶(Wild Grass: Our Lives)’으로, 중국 문학의 큰 별 루쉰이 1920년대 중반 집필한 <들풀>에서 영감을 얻었다. 루쉰이 절망의 시기에 실낱같은 희망을 발견하며 민초의 삶을 응원했듯, 전쟁과 빈부 격차 등 거대한 도전에 직면한 우리의 현재를 살피고 더 나은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또 다른 개최 장소로 옛 다이이치 은행 요코하마 지점과 과거 요코하마 생사(生絲) 검사국 창고였던 뱅크아트 가이코를 선정했다. <들풀>이 쓰인 시기에 지은 두 건물을 오늘의 문제를 탐구하는 무대로 활용한다는 점이 뜻깊다.
4월에는 제60회 베니스 비엔날레(4월 20일~11월 24일)가 개막한다. 전통적으로 국제 미술전인 베니스 비엔날레는 홀수 해에,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는 짝수 해에 열렸다. 하지만 2020년 예정했던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가 한 해 밀리면서 반대가 됐다. 이번 베니스 비엔날레 예술감독은 브라질 출신 큐레이터 아드리아누 페드로자(Adriano Pedrosa). 중남미 출신이 베니스 비엔날레를 이끄는 건 128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본전시 주제가 ‘모든 곳에 이방인(Foreigners Everywhere)’으로 선정된 데에는 이러한 배경이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이 주제에는 크게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당신이 어디에 있든 이방인이 존재한다는 것, 어떤 측면에서는 당신도 이방인이라는 것.” 이민자, 난민, 아웃사이더, 퀴어 등 다양한 형태의 이방인을 조명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베니스 비엔날레의 또 다른 감상 포인트는 국가관 전시다. 한국관은 구정아가 단독 작가로 나서 한국을 나타내는 향기로 공간을 가득 채울 예정이다. 2022 부산비엔날레 예술감독을 맡았던 김해주, 2023년 제14회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이었던 이숙경이 각각 싱가포르관, 일본관 큐레이터로 활약한다는 사실도 기억해두자.





위쪽 2022년 제16회 리옹 비엔날레 현장. © Adagp, Paris, 2022 / Blandine Soulage
아래쪽 2023년 제14회 광주비엔날레 풍경. Courtesy of Edgar Calel and Gwangju Biennale Foundation Photo by Glimworkers

광주비엔날레는 지난 행사가 끝난 지 1년 2개월 만에 다시 열린다. 통상적으로 짝수 해 9월에 열렸던 개최 일정으로 돌아가기 위함이다. 제15회 광주비엔날레(9월 7일~12월 1일)를 관통하는 주제는 ‘판소리-21세기 사운드스케이프(PANSORI-a soundscape of the 21st century)’다. 이에 관해 예술감독 니콜라 부리오(Nicolas Bourriaud)는 “판소리를 통해 공감할 수 있는 동시대 공간이자 모두와 관계된 공간을 탐색하고자 한다. 기후변화, 거주 위기 등 지구에서 일련의 현안은 결국 공간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3개 섹션으로 나뉜다. 포화 상태의 지구를 나타내는 ‘부딪침 소리(Larsen Effect)’, 다양한 관점이 존재하는 세계에 살고 있음을 일깨우는 ‘다성음악(Polyphony)’, 분자와 우주 등 더 큰 세상을 탐구하는 ‘태초의 소리(Primordial Sound)’까지 간단한 서사를 따라가다 보면 각자 정답에 도달할 것이다. 한편, 광주비엔날레는 2018년부터 본전시 외에 해외 유수 문화 예술 기관과 함께 파빌리온 프로젝트를 전개하고 있다. 창설 30주년을 맞아 이를 대대적으로 확장, 인도네시아·아르헨티나·독일·카타르 등 30여 개국이 참여해 역대 최대 규모로 개최한다. 양림동, 동명동 등지를 포함해 광주 전역을 미술로 물들이는 만큼 여유롭게 방문하는 것이 좋겠다.
아직 구체적 윤곽이 나오지 않았지만, 아트 러버라면 구미가 당길 행사가 많다. 휘트니 비엔날레 2024는 ‘실제보다 나은 것(Even Better Than the Real Thing)’이라는 부제를 달고 3월 20일 개막을 확정했다. 휘트니 비엔날레 사상 처음으로 필름 프로그램을 온라인으로도 선보일 것이라고. 2년 주기로 열리는 스코틀랜드 최대 미술 축제, 제10회 글래스고 인터내셔널(6월 7일~23일)은 행사 큐레이터 팀이 기획한 프로젝트 그리고 지역 예술가와 미술 단체가 조직한 프로젝트를 동일 선상에 놓고 지원하는 새로운 접근 방식으로 치러진다. 제17회 리옹 비엔날레(9월 21일~2025년 1월 5일)는 ‘인간관계(human relations)’에 초점을 두고 이야기를 풀어갈 계획이다. 19세기 중반부터 2019년까지 프랑스 전역을 누비는 화물열차 엔진을 수리했던 곳이자 행사가 열릴 장소인 레 그랑드 로코스(Les Grandes Locos)와 잘 어울리는 키워드다. 지금까지 소개한 행사만 6개. 에디터가 괜히 호들갑을 떤 게 아니다. 지금부터 일정을 짜야 한다.

 

에디터 황제웅(jewoong@nobles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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