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욱, 심오한 그리고 오묘한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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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2-07

김정욱, 심오한 그리고 오묘한

먹과 안료를 사용하는 전통 초상화 기법으로 탄생한 인물 형상.

OCI미술관에서 김정욱 작가

김정욱  Kim Jungwook 
1970년 서울에서 태어난 김정욱은 덕성여자대학교 예술대학 동양화과를 졸업한 후 전통 매체에 몰두하며 독자적 화풍을 개척한 작가다. 금호미술관, 갤러리스케이프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고 국립현대미술관, 경기도미술관, 소마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등 주요 미술관 단체전과 암스테르담, 도쿄에서 열린 아트 페어에 참여하는 등 국내외를 오가며 활동하고 있다. 올 12월 OCI미술관 개인전을 앞두고 있으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서울대학교미술관,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등에서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먹과 안료를 사용하는 전통 초상화 기법으로 한지에 독특한 인물 형상을 그려나가는 김정욱. 자신의 내면과 보편적 인간의 감정을 우주로 확장하는 등 다양한 존재론적 작업을 선보이는 작가다. 특히 김정욱의 작품을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절대로 잊을 수 없을 만큼 강렬하고 오묘한 기운을 뿜어내는 고유의 스타일이 특징이다. 그런 김정욱의 회화와 도자 작품을 모은 개인전이 OCI미술관에서 열린다. 미술관 측이 “보이지 않는 모든 것을 보여주는 작가”라고 표현할 정도로 신비로운 작품 세계관을 갖춘 작가 김정욱과 직접 대화를 나눴다.





한지에 먹, 170×116.5cm, 2023





한지에 먹, 162×112cm, 2023

김정욱 특유의 인물화를 사랑하는 독자가 많습니다.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은 누구인가요? 어떤 대상을 주로 그리는지 궁금해요.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가장 오래된 현생인류인 호모사피엔스, 모든 것과 관계를 맺는 생명체, 즉 우리 인간을 그려요.
결국 우리 모두의 모습이 될 수 있겠네요. 특히 인물의 눈동자 표현이 중요해 보여요. 내리깐 눈, 검은색으로만 칠한 눈, 흰자와 검은자가 뒤바뀐 눈도 있고, 혹은 검은 눈물이 흐르거나 흰자가 무수한 별처럼 박혀 있는 모습으로 표현하는 등 유독 눈을 다양한 모습으로 그리잖아요. 이 부분을 집중해 표현하는 이유는요? 인간은 (크게) 시각 위주로 진화해 왔습니다. 그러면서 많은 상호작용을 거치고 다양한 개념을 공유했다고 봤죠. 우리는 같은 시선의 방향, 집단 지향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꿈을 꾸며 사회와 문화를 이뤄왔잖아요. 또 동양에는 초상화를 그릴 때 인물의 형상 묘사뿐 아니라 내면과 정신까지 전해야 한다는 의미의 ‘전신사조(傳神寫照)’라는 화론이 있어요. 전신사조의 요점이 눈동자에 있다고 하거든요. 비슷하게 ‘이형사신(以形寫神)’, 즉 형체를 제대로 묘사함으로써 정신을 표출할 수 있는데 인물의 얼굴, 그중에서도 눈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는 화론이 있죠. 조선시대 초상화의 뛰어난 형식과 생생한 결과물이 뿜어내는 기운생동에 빠져들어 영향을 받았어요. 여기에 인간 현상에 관한 근원적 질문과 호기심, (우주, 빛, 생명 자체, 에너지, 행성, 성인, AI, 초자연적 존재, 외계 생명체 같은) 실질적이면서도 추상적이고 은유적인 개념, 상상을 뒤섞어 표현하고 있어요.
눈 표현도 그렇지만 그동안 작품이 많은 변화 과정을 거쳤어요. 누구나 바로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특징적인 김정욱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건 무엇일까요? DNA와 환경 아닐까요? 제가 장착하고 태어난 형질과 살아온 환경 등 모든 관계가 저를 만들어낸 듯해요. 호기심과 질문도 중요하죠. 좋아하는 것을 탐구하고 상상하며 근원적 질문을 던지는 것, 원인과 현상을 드러내는 (양대 산맥 같은) 종교와 과학 등 제가 아끼고 관심을 두는 요소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나서는 점점 감정과 느낌이 불거지면서 결국 ‘실제 행위’인 작업으로 이어지는 것 같아요.
한국 미술 신에서 전통 한국화 재료를 사용해 동시대의 공감을 끌어내는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화와 먹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장인들이 세상을 떠나면 그분들이 만들던 붓과 종이(한지)를 구할 수 없게 되고, 큰 크기로 개량한 종이를 찾기도 어려워요. 자연 재료를 써서 수작업으로 진행하다 보니 일정하게 안정된 조건을 형성해야 하는 점이 까다롭고, 때로는 고되기도 해요. 제가 쓰는 주재료인 먹은 소나무나 기름을 태워 그을음을 채취해서 아교와 섞어 만드는데, 태생 자체부터 생과 사의 모든 것을 품고 있는 듯한 빛깔을 자아내거든요. 벼루를 ‘심지연/마음을 (갈아) 담는 연못’이라 부르고, 다 쓴 붓을 묻는 붓무덤도 있을 정도예요. 그만큼 오랜 세월에 걸쳐 원형 그대로 존재하면서 물성 자체에 에너지와 오라를 장착한 재료와 매체가 제 작업 행위와 맞물려 정신이나 태도, 몸과 마음의 수행으로 이어지는 지점도 무척 매력 있죠. 결국 한국, 동양의 정체성을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어요.





한지에 수묵 채색, 130.5×162.5cm, 2012, OCI미술관 소장





한지에 먹, 채색, 90×160cm, 2023

그런 정신이 담겨서 그런지 작품을 계속 들여다보게 되는 매력이 있어요. 이렇게 관람자의 시선을 끌어당기는 작품의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오나요? 작업 구상과 리서치 과정을 들려주세요. 자연(우주)과 인간과 사회, 문화 현상을 잘 드러내는 종교와 과학을 중심으로 근원적 질문을 던지고, 나아가 우리 (종) 앞에 놓인 긴 여정을 흥미롭게 바라보면서 절실히 공부하고 있어요. 이러한 과정을 거쳐 작품을 만들어내요. 제 작품은 결국 제 모든 행위의 결과물인 셈이죠.
그럼 그 과정에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그것이 무엇이든, 어떤 종류든 제 중심을 이루는 어느 지점을 움직여야 한다는 겁니다.
12월 14일부터 내년 2월 8일까지 OCI미술관에서 〈모든 것〉전이 열리죠. 오랜만의 개인전이 반가운데, 어떤 작품을 선보이세요? 준비하면서 특히 더 고민한 점은요? 지금 제가 관심 있게 바라보는 것을 전체적으로 조망하는 자리가 될 듯해요. 전시를 준비하면서 제가 현재 어떤 모양새로 어느 지점에 있는지 느끼고 생각해보게 됐어요. 앞으로 작업의 방향성에 대한 커다란 지도를 그려본 듯한 느낌이에요. 약간 특별한 점은 앞으로 적극적으로 작품으로 만들어내거나 작업실에서 멈춘 그 상태 그대로 남을 수도 있는 것, 제가 좋아하고 재밌어하는 조악한 취향의 날것을 일부 보여드릴 것 같습니다.
궁극적으로 작품에 담고 싶은 주제는 무엇인가요? 혹은 다루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중요하고 소중한 (그 자체가 빛이 되는) 것, 우리에 관한 근원적 질문, 앞으로 펼쳐질 세계요. 그래서 우리를 생존하고 살아가게 하는 것을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올 연말과 내년 계획, 향후 목표를 공유해주세요. 이번 개인전을 준비하면서 앞으로 더 하고 싶은 공부나 작업이 생겨 설레고 기대됩니다. 내년 프리즈 서울 기간에 제이슨함에서 개인전을 열 예정이에요. 앞으로 목표라기보다는 제가 서 있는 좌표를 잘 인지하는 것, 상상하고 꿈꾸며 이를 실행해가는 것, 이 모든 것의 밸런스를 잘 유지하길 염원해요.





한지에 먹, 채색, 콜라주, 125×162cm, 2023

 

에디터 백아영(프리랜서)
사진 안지섭(인물), OCI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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