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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SHION
- 2024-05-03
레포시의 조용한 변화
세련된 감각을 추구하는 프랑스 하이엔드 주얼리 브랜드 레포시 CEO 앤 드 베제롱(Anne de Vergeron)과 나눈 이야기.

Q. 첫 번째 방한이다. 당신에게 한국은 어떤 곳인가?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운 나라. 한국만의 노하우나 장인정신이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매우 모던한 것을 추구하는 문화가 공존하는 점이 흥미롭다.
Q. 아직 레포시가 낯선 <노블레스> 독자에게 브랜드를 소개해달라.
레포시는 1957년 코스탄티노 레포시(Costantino Repossi)가 이탈리아 토리노에 설립한 후 3대에 걸쳐 헤리티지를 이어온 하이엔드 주얼리 브랜드다. 희귀한 보석으로 제작한 주얼리 덕분에 모나코 왕실의 공식 보석상으로 지정되었으며, 모든 주얼리는 프랑스와 이탈리아 공방에서 100% 핸드메이드로 제작한다. 예술과 건축적 영감, 장인정신에서 비롯된 노하우를 기반으로 클래식하면서 아방가르드한 디자인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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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레포시는 1986년 파리 방돔 광장에 입성하며 하이엔드 주얼리 하우스의 입지를 다졌다. 파리라는 도시는 레포시의 아이덴티티다. 방돔 광장에 위치한 주얼리 하우스로서 반드시 지켜야 하는 수준과 퀄리티가 존재한다고 믿는다. 뛰어난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그 소재가 되는 스톤을 발굴하는 데 힘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 파리를 기반으로 하기에 파리 패션 위크 기간에 맞춰 주기적으로 새로운 컬렉션이나 리미티드 에디션을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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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당신은 2015년 LVMH 그룹에 합류했고, 2020년 레포시 CEO로 브랜드를 이끌고 있다. 취임 이후 레포시에 변화가 있다면.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하우스 브랜드 모두 팬데믹의 영향을 받았고, 우리도 예외가 아니었다. 다행히 팬데믹 여파에도 불구하고 지난 몇 년간 매출이 크게 늘었고, 메종의 고객층이 탄탄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입증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 시기 일본에 두 번째 스토어를 오픈했고,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와 사우디아라비아 리아드 두 곳에 스토어 오픈 준비도 병행했다. 물론 한국 시장의 확장에 대해서도 다방면으로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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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디자인 측면에서 영감받는 곳이 있다면. 우리 제품의 모든 디자인에는 무수한 의미가 담겨 있다. 건축가 안도 다다오(Ando Tadao)나 자하 하디드(Zaha Hadid)의 작품처럼 건축학적 미니멀리즘의 디자인적 요소에서 영감을 받는다. 미니멀리즘 예술가 도널드 저드(Donald Judd), 추상주의 화가 사이 톰블리(Cy Twombly) 등 작가들도 빼놓을 수 없다. 또 아프리카 부족의 수공예에서 모티브를 얻은 레포시 블라스트 컬렉션처럼 니치 한 서브컬처에서도 관심이 많다. 주얼리 하우스에서 시도하지 않는 과감하고 유니크한 요소를 하이엔드 방식으로 믹스하는 것을 표방한다.
Q. 레포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현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브랜드만의 진정성을 타협하지 않고 유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에 선택과 집중을 통해 무리하게 빠른 확장을 진행하지 않으려고 한다. 우리만의 속도로 의미 있는 성장을 통해 고객과 강력한 유대관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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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레포시의 대표 컬렉션을 꼽는다면.
하나만 고르는 건 어렵고, 세르티 수르 비드(Serti Sur Vide)와 앙티페(Antifer)를 꼽겠다. 세르티 수르 비드와 앙티페의 공통점은 은근하게 우아함을 표현했다는 점이다. 간결한 요소에 기반을 두고 시대를 초월해 누릴 수 있는 영원한 아름다움을 좇는다. 조용한 럭셔리 트렌드의 선두 주자라고 할 수 있다.
Q. ‘세르티 수르 비드’ 컬렉션이 올해 10주년을 맞았다. 컬렉션의 특징을 구체적으로 듣고 싶다.
세르티 수르 비드 컬렉션은 클래식 주얼리 코드인 솔리테어를 재해석해 모던하고 시대를 초월한 뉴 클래식 스타일을 표방한다. 숨은 구조물로 세팅해 마치 손가락 위에 떠 있는 듯한 ‘플로팅 스톤’으로 메종에서 자체 개발한 기법으로 제작했다. 주얼리 뒷면에는 에펠탑 형태의 베젤이 주얼리를 고정하는 역할을 하는데,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기술이라고 자부한다. 또 어떻게 하면 아름다우면서도 착용했을 때 멋스러움과 편안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지 고민 끝에 탄생한 컬렉션이다.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클래식의 재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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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꼭 지키고 싶은 헤리티지는 무엇인가?
모든 컬렉션의 주얼리 피스를 기계 힘을 빌리지 않고 핸디크래프트 방식으로 제작한다. 3대에 걸쳐 내려온 전통적 주얼리 하우스인 만큼 과거부터 현재까지 고수해온 제품 표현 방식을 유지하고자 한다. 새로운 세대의 장인 양성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알리고 싶다.
Q. 평소 영감을 받은 인물이 있다면.
가장 좋아하는 작가 도널드 저드(Donald Judd)다. 그의 작품으로 구성된 미술관 치나티 파운데이션이 있는 텍사스의 예술 도시 마파(Marfa)는 남편과 내가 가장 애정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메종의 시그너처인 베르베르 컬렉션(Berbere Collection)을 제작할 때도 도널드 저드에게서 영감을 받았다.
Q. 영원히 변치 않을 굳건한 신념은?
윤리적인 일에 솔선수범하는 것, 그리고 여성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일을 찾는 것. 현재 주얼리업계의 CEO 90% 이상이 남성이다. 나처럼 여성 CEO는 흔치 않은 케이스다. 그렇기에 여성에게 힘을 보탤 수 있는 일을 꾸준히 하고 싶다. 아프리카 탄자니아에 있는 광산 중 여성들이 운영하는 광산의 원석을 중점적으로 사용하고, 여성을 지원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고민 중이다. 이러한 삶의 방식이 곧 열정을 이끄는 원동력이 된다고 믿는다.
Q. 브랜드 책임자로서 궁극적인 목표가 궁금하다.
레포시의 인지도를 높이는 것, 궁극적으로 더 많은 사람이 브랜드를 알게 만드는 것이다.
Q. 계획 중인 새로운 프로젝트가 있는가?
세르티 수르 비드 컬렉션 10주년을 기념한 두 번째 프로젝트 론칭을 계획하고 있다. 올해 함께하는 스폰서 기관 중 하나가 파리의 퐁피두 센터다. 오는 6월 파리에서 열리는 쿠튀르 컬렉션 기간에 레포시 대표작과 작가들의 작품을 한데 모아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협업 전시를 선보일 계획이다. 오랜 기간 준비한 만큼 기대해도 좋다.
Q. <노블레스> 독자에게 트렌디한 주얼리 스타일링 팁을 준다면.
스타일링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심플한 룩에 주얼리를 레이어링해 확실한 포인트를 주는 식이다. 하나의 이어링을 착용하더라도 비대칭 디자인이나 볼드한 이어 커프 같은 과감한 디자인에 도전해볼 것을 추천한다.
에디터 한지혜(hjh@noblesse.com)
사진 레포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