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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7-10

절체절명의 순간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춘 아름다운 섬에서 직접 목도한 ‘에르메스 컷’의 순간들.

시간의 형태를 경험하기 위한 첫 프로그램이 진행된 아름다운 풍광의 대리석 채석장.







시간을 초월하는 매력의 에르메스 컷은 원형처럼 보이지만 가장자리 부분이 컷되어 있는 케이스 디자인에 에르메스만의 유니크함이 담겨 있다.
시간을 초월하는 매력의 에르메스 컷은 원형처럼 보이지만 가장자리 부분이 컷되어 있는 케이스 디자인에 에르메스만의 유니크함이 담겨 있다.


푸른빛 가득한 키클라데스제도는 그리스 본토 남동쪽에 위치한 에게해의 군도다. 이곳에 위치한 티노스는 미코노스에서 배를 타고 한 시간 남짓 가야 만날 수 있는 섬이다. 주민 수가 9000여 명이 채 되지 않는 이곳은 돌로 둘러싸인 거친 아름다움과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대리석 공예를 자랑하는 곳이기도 하다. 에르메스는 새로운 워치 컬렉션을 선보이는 장소로 왜 티노스섬을 택했을까?
에르메스가 추구하는 시간에 대한 철학은 남다르다. 좋은 시계란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시간을 경험할 수 있는지 등 시간에 대한 철학적 접근으로 시계 본연의 기능에 시적이고 감성적인 이야기를 더해 잔잔한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 에르메스 워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필립 델로탈(Philippe Delhotal)은 어느 날 제네바의 자연을 만끽하며 산책하던 중 주운 돌에서 에르메스 컷(Hermes Cut)에 대한 미학적 영감을 받았다.
기계식 오토매틱 인하우스 매뉴팩처 무브먼트 H1912를 탑재한 에르메스 컷의 핵심은 기하학적 ‘형태’다. 우아하고 스포티하며 기본 원형 셰이프에서 벗어난 둥근 형태에 담긴 완벽한 원과 케이스 옆면의 절단된 날카로운 각도, 선이 시계에 정체성을 부여한다. 그래서 이런 에르메스 컷을 경험할 수 있는 이벤트 이름은 ‘시간의 형태(The Shapes of Time)’. 천혜의 환경을 간직한 티노스는 자연이라는 소재, 그리고 그 소재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인간의 손길을 거치면서 어떻게 다양한 형태를 갖추는지 직접 경험할 수 있는 행사다. 결국 에르메스는 티노스의 자연환경과 그 자연을 활용한 대리석 공예 등 다채로운 경험을 통해 새로운 시계의 소재와 형태, 시간을 형성하는 요소에 대해 말하고자 한 것일 터. 이는 하우스만의 시간에 대한 접근 방식인 셈이다.







에르메스 컷을 음악적으로 해석한 곡을 선보인 티노스 섬의 대리석 채석장과 호수.
알레산드로 시아로니의 지휘 아래 진행된 공연은 소리와 공간이 주는 힘을 대조적으로 표현했다.
무화과잎을 넣어 향긋함을 더한 마실 거리.
에르메스의 워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필립 델로탈.
그리스계 프랑스 가수 다프네 크리타라스와 기타리스트 폴 바레르의 공연.
해변을 바라보며 즐길 수 있는 그리스 레스토랑 ‘투 탈라사키(To Thalassaki)’.
하이킹 중간에 만난 자연 그대로의 풍경.
대리석 장인 조르고스 C. 팔라마리스와 함께한 공예 클래스.
대리석 장인 조르고스 C. 팔라마리스와 함께한 공예 클래스.


채석장에서의 시간
시간의 형태를 경험하기 위한 첫 번째 프로그램은 대리석 채석장에서 시작되었다. 이곳에서 이탈리아 예술가 알레산드로 시아로니(Alessandro Sciarroni)는 작곡가 오로라 바우자(Aurora Bauza), 페레 주(Pere Jou)와 협업해 에르메스 컷을 음악적으로 해석한 곡을 합창단의 공연을 통해 선보였다. 심플하고 날카로운 구조가 특징인 이 곡은 채석장과 호수가 어우러진 자연을 무대 삼아 아름답게 울려 퍼졌다. 공연 후에는 기하학적으로 절단된 대리석 테이블에서 그리스의 제철 재료로 만든 지중해식 요리를 즐기며 첫 여정을 마무리했다.

능선을 향한 시간
티노스섬의 경치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은 산등성이다. 거칠고 소박한 자연환경을 탐험하기 위한 두 번째 프로그램은 하이킹이었다. 약 1시간 30분 동안 지역 주민이 아니면 알 수 없는 비포장 바윗길을 따라 산을 오르는 시간은 매우 귀한 경험이었다. 숨이 차오를 즈음 유서 깊은 수도원에 다다랐고, 청명한 지중해 풍광을 감상할 수 있었다.

대리석 공예의 시간
마지막 프로그램은 대리석 공예를 직접 경험하는 것이었다. 먼저, 박물관을 방문해 고대부터 현재까지 대리석의 기술과 사용법을 살펴본 다음 장인의 지도 아래 대리석을 직접 세공하는 시간을 가졌다. 4대째 이어온 대리석 장인 가문 출신 조르고스 C. 팔라마리스(Giorgos C. Palamaris)는 미술을 전공한 조각가로, 필립 델로탈과 함께 대리석 커팅 방법과 에르메스 컷의 기술적·미적 요소와 형태가 어떻게 연관되는지 세심하게 설명해줬다.







필립 델로탈과의 인터뷰
Philippe Delhotal
 Hermès Horloger Creative Director 


에르메스 워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에르메스를 세계 10대 제조 브랜드로 만드는 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에르메스 워치에서 보낸 15년은 어땠나요? 에르메스 시계 제조 역사는 거의 100년 전인 1928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많은 사람이 잘 모르죠. 에르메스 하면 시계가 아닌 가방이나 실크를 먼저 떠올리기 때문입니다. 에르메스는 창의적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다채로움과 놀라움을 안겨줬지만, 동시에 에르메스 워치는 시계 제조사로서 정통성과 신뢰성을 인정받는 것 또한 중요했습니다. 과거 많은 쿼츠 시계를 선보인 만큼 기술적 측면에서 칼리버를 통해 시계 제조업체로서 정당성을 구축해야 했죠. 지난 15년 동안 우리 팀은 이 작업을 꾸준히 해왔고, 시계 브랜드로서 모두에게 인정받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에르메스 컷에 사용된 무브먼트 H1912는 에르메스의 손목시계가 세상에 알려진 해인 1912년에서 영감받아 지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무브먼트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H1912는 H08에 탑재된 H1837과 같은 기능적 사양을 갖췄지만, 사이즈가 좀 더 작습니다. 디자인할 때 먼저 형태와 비율을 생각하는데 컷의 정체성을 표현하기에는 36mm가 적당했고, H1912는 이 사이즈에 가장 알맞은 무브먼트였습니다. H1912는 우리의 많은 시계에 활용되는 무브먼트지만, 여성 컬렉션 라인 중 메커니컬 무브먼트를 탑재한 모델만 출시된 컬렉션은 에르메스 컷이 처음입니다.
에르메스 컷은 둥근 다이얼과 핸드, 입체적 숫자 타이포가 결합되어 전체적으로 둥근 느낌이지만 베젤 라인에서는 옅은 사각형 DNA도 엿볼 수 있죠. 완벽한 원형 시계를 선보인다는 게 조금 식상하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케이스에 살짝 거친 제스처로 변화를 주고자 했는데, 모서리(edge)를 컷(cut)하기로 한 거죠. 에르메스 컷을 보면 부드러움과 둥근 형태의 라인이 있고, 동시에 날카로운 각도와 요소를 더해 강렬한 디자인도 있습니다. 부드럽지만 대담하고, 폴리싱·새틴 마감 처리한 면이 대조되면서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죠. 에르메스 워치에서 ‘형태’는 매우 중요한 용어이며, 이를 잘 표현한 것이 바로 에르메스 컷 케이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독특하면서 단순한 시계를 표현하고자 모서리를 잘라내고 폴리싱 마감 처리한 후 강한 개성과 거친 제스처를 더해 이 시계를 차별화했습니다.
1시 30분에 자리한 크라운의 위치가 독특합니다. 케이스의 곡선과 실루엣을 미학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디자인이 아닐까 짐작해봤어요. 맞아요. 크라운이 기존 시계처럼 3시 방향에 자리한다면 좌우 균형이 깨지기 때문이죠. 케이스 옆 에지를 그대로 유지하고 싶기도 했고요. 크라운을 옮겨 크라운이 케이스에 녹아든 것처럼 숨길 수 있었고, 아름다운 디자인을 해치지 않고 균형과 조화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다이얼의 경우 오팔린 실버만 선보인 이유가 궁금합니다. 에르메스 컷의 무드와 스토리에 맞춰 단순함을 유지하고 싶었어요. 오팔린 실버 다이얼이 시계와 함께 선보인 여덟 가지 색상의 러버 스트랩과 쉽게 매치할 수 있기 때문이죠. 만약 블루·브라운·블랙 컬러 다이얼을 택했다면 스트랩과 매치하기가 쉽지 않았을 거예요. 물론 나중에는 다이얼에 새로운 컬러를 입히거나 애니메이션 다이얼을 선보일 수도 있지만요.
스트랩 인터체인저블 시스템 또한 에르메스적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에르메스 컬러 팔레트에서 추출하듯 뽑아낸 여덟 가지 컬러를 선별한 기준은 무엇인가요? 이번 시계를 론칭할 때 다양한 러버 스트랩을 함께 선보이고 싶었는데, 하우스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에르메스 가방과 가죽 제품의 컬러에서 많이 접하는 가죽의 컬러를 러버 스트랩으로 표현했죠. 에르메스는 제품의 다채로운 표현에 경의를 표하는데, 이에 따라 보다 많은 선택지를 제공하고자 했습니다. 회색이나 흰색처럼 무채색 시계를 차고 싶은 날도, 레드나 오렌지 같은 컬러풀한 시계를 차고 싶은 날도 있을 테니까요.
에르메스 컷을 감각적으로 소개하기 위해 장소를 선정하는 데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스 티노스섬은 시계를 선보일 때 강한 인상을 주기 위해 신중하게 선택한 장소입니다. 이번 행사에서 소재를 다루는 방식이나 날카로운 컷에 대한 프로그램을 통해 시간을 형성하고, 시계를 구성하는 많은 요소에 대해 더 깊게 경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대리석 채석장은 돌이라는 소재가 자연이나 인간의 손길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여주죠. 이는 시계의 다양한 요소를 다루는 워치메이킹과도 분명하게 연결됩니다.
에르메스 컷을 세 가지 키워드로 표현한다면? 형태, 개성 그리고 다재다능함이요. 어떤 상황에서도 착용할 수 있고, 어떤 삶이나 순간에도 어울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어떤 라이프스타일의 사람들이 에르메스 컷을 착용하길 바라는지. 어떤 제품을 디자인한다는 건 누군가 착용한 모습을 상상하는 게 아니라 그저 새로운 오브제를 만드는 일입니다. 에르메스 컷은 나이, 남녀노소, 인종과 상관없이 누가 착용해도 멋진 제품입니다.







 

에디터 이정윤(julie@noblesse.com)
사진 에르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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