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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4-16

미래가 온다

‘영화 같은 소리 하네’라는 말은 오류다. 그 세계는 지금 우리 눈앞에 버젓이 있다.

포마드 외계인이 허공을 비행한다. 고등 곧, 세상을 바꿀 미래 기술 학생이 책가방을 내던지고 로봇에 올라 지구를 구한다. 그곳에선 유령들과 매스 게임을 벌이고, 600만 달러만 투자하면 초인도 될 수 있다. 영화 이야기다. 우리는 물리법칙 따위 개의치 않는 세계에 열광한다. 스크린에선 지구에서 6억 광년쯤 떨어진 곳에 반나절이면 도달하고, 강철을 뚫는 광선검과 범블비로 변신하는 쉐보레 카마로가 있다. 해마를 뒤흔들 정도로 황홀하지만 문제는 현실의 경계 밖 세계라는 점. 신통방통하고 매혹적이나 가상일 뿐이라는 것이다. 여기까지가 20세기 상황이다. 21세기 버전은 좀 더 과감하다. 벽을 허물고 선을 지운다. 근래 영화는 사각 스크린을 찢고 나온다. 영화가 현실이 되고 현실이 곧 영화가 된다. 순서에 차이는 있지만 상상과 현실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미래는 벌써 이만치 와 있다.
1980년대 후반에 할리우드엔 SF 열풍이 불었다. 시작은 1985년에 개봉한 <빽 투 더 퓨쳐>다. 맥플라이는 미치광이 박사가 개발한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와 미래를 오간다. 그가 도착한 2015년의 젊은이들은 호버보드를 타고 비행하고, 기계음이 요란한 음악을 듣는다. 현재 2015년은 과거가 됐고 EDM은 지구를 지배 중이다. 그리고 호버보드는 현실이 됐다. 지난해 프랑스의 스포츠 기업 자파타레이싱은 공중 이동이 가능한 ‘플라이보드 에어’를 내놨다. 플라이보드는 시범 운행에서 50m 상공에서 총 2.2km를 이동했다. 최대 성능은 3000m 상공에서 마하9(시속 150km)로 주행이 가능하다고 한다. 여기에 <빽 투 더 퓨쳐>에 등장한 또 다른 아이템도 상용화됐다. 신기만 하면 자동으로 끈을 조여주는 나이키 운동화 역시 ‘하이퍼어댑트 1.0’이란 모델로 판매되고 있다.
조금 더 먼 미래로 가보자. 마우스와 키보드는 곧 인류의 역사에서 자취를 감출 수도 있다. 2054년을 그린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등장한 투명 디스플레이와 에어 마우스는 현재 개발 막바지 단계다. 파나소닉은 3mm 두께의 투명 디스플레이를 2019년 상용화한다고 밝혔으며 ‘리프트’라는 에어 마우스 유사 기술은 손의 움직임을 파악해 페이지를 넘기고 네트워크에 접속한다. 사용자의 근육 움직임을 인식해 작동하는 웨어러블 기기 ‘마이요’는 이미 게임이나 VR 디바이스로 쓰임새가 많다. 휴대폰 역시 가까운 미래에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가 스핀오프한 스타트업이 개발한 ‘시그널’은 손가락 끝을 귀에 대면 디바이스 없이 통화를 가능케 하는 스마트 워치 밴드다. 음성신호가 체전도 유닛(body conduction)을 통해 진동으로 1차 변환되고, 진동이 손끝을 타고 올라 귀에 있는 공기를 울려서 다시 소리로 만들어내는 원리다. 과학은 남자의 로망을 실현한다. 오시이 마모루의 <공각기동대>에 등장하는 투명 슈트가 수년 내에 개발이 완료될 전망이다. 안구의 사물 인식 방법에서 착안한 이 기술은 가시광선을 굴절시켜 빛이나 전자기파를 반사 하지 않고 투과시킨다. 특히 최근 광학굴절률 값이 스스로 착용자에게 맞춰 조절되는 메타 물질이 개발돼 이질감을 최소화한다. 개발에 가장 열을 올리고 있는 곳은 군이지만 향후 쓰임새는 당신의 상상에 맡긴다. 외계인처럼 느껴지던 스파이도 누구나 될 수 있을 전망이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첫 편에서 클레어가 사용한 콘택트렌즈 카메라는 이미 개발을 마쳤다. 소니가 완성한 이 기술은 눈을 깜빡여 동영상이나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영리하게도 이 렌즈는 의도적 깜빡임과 무의식적·생체적 깜빡임을 귀신같이 구분한다. 이제 글라스 없는 구글 글라스 착용이 머지않은 것이다. 이 밖에 커다란 튜브 속에서 시속 1200km로 이동 가능한 초고속 자기부상열차 ‘하이퍼루프’나 최근 우버가 공개한 운전자 없는 자율 주행 택시 등은 ‘가까운 미래’가 아니라 ‘곧’ 세상에 나올 기술이다. 이제 영화는 현실의 예고편 같은 것이다. 그리고 <트랜스포머> 시리즈처럼 개봉 주기가 점차 빨라지고 있다.





 




곧, 세상을 바꿀 미래 기술

가상현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경계가 사라진다
몇 년 전만 해도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은 뉴스에서나 가끔 접하는 먼 나라 이야기였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목격한 극한의 기술부터 스마트폰의 별 쓸모 없는 ‘약국 찾기’ 애플리케이션에 이르기까지 그저 상상 속 무엇, 혹은 눈요기 정도였을 뿐이다. 곧 가상현실이 수십 개의 하드웨어와 그 몇 곱절에 달하는 소프트웨어와 콘텐츠를 양산하는 산업이 되리라고 짐작한 사람은 별로 없었다. 가상현실은 그렇게 지금 이 순간 벌어지고 있는 진짜 현실이 됐다. 페이스북이나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소니, 애플 등 세계적 기업과 미국 국방성 산하의 다르파(Darpa, 국방고등기획국)에서 막대한 자금과 인력을 쏟아부으며 개발에 열중하고 있으며, 그 성과의 일부는 단순한 형태이긴 하나 이미 일반 유저용으로 발매돼 쓰이고 있기도 하다. 가상현실 기술의 발달과 상용화는 생각보다 큰 변화를 우리 삶에 가져올 것이다. 현재 무겁고 불편한 고글을 착용하고 게임이나 간단한 체험을 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지만 향후 10~20년 후 발전을 거치면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세상이 올까? 온라인이 오프라인에 필적할 만큼 실감 나게 다가온다는 것은 오프라인, 즉 현실세계의 중요성과 무게가 그만큼 줄어든다는 뜻이다. 게임이나 쇼핑은 물론 여행, SNS 등이 가상현실 및 초고속 네트워크와 결합하며 오프라인에서의 활동을 대체하게 한다. 사람들은 더 적게 움직이지만 보다 다양하고 많은 선택을 누리게 되며 그런 세상에 태어난 세대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에 대한 인식이 지금의 우리와는 현저히 다를 것이다.
원종우 <태양계 연대기>·<파토의 호모사이언티피쿠스> 저자, <과학하고 앉아 있네> 팟캐스트 진행자

갈릴레이 위성항법 시스템
더 정확한 위치로, 더 나은 서비스를

GPS(Global Positioning System)는 인공위성을 이용해 사용자의 위치를 파악하는 시스템이다. GPS를 가장 활발히 활용하는 분야는 내비게이션으로 운전자라면 누구나 사용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내비게이션이 지정해준 경로에서 벗어났음에도 한참 후에야 시스템이 인식하는 것을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것은 현재 GPS의 정확도 때문이다. 현재 GPS의 정확도는 최대 3.5m 정도인데, 실제로는 오차가 더욱 커서 10m 이상인 경우가 많다. 이렇게 오차가 크면 활용할 수 있는 폭이 제한된다. 그래서 세계 각국에서 GPS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 중이다. 물론 GPS 서비스를 미국에 의존하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관심을 끄는 것은 유럽우주국(ESA)에서 진행 중인 갈릴레이 위성항법 시스템이다. 이 프로젝트는 2020년 완성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30개 위성을 이용해 정확한 위치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무료 서비스는 1m 이내, 유료 서비스는 몇 센티미터 이내가 될 전망이다. GPS 개발은 군사적 목적이 첫째겠지만 상업적 활용 가치도 매우 높다. 특히 위치의 정확도가 1m 이내로 높아지면 자동차 내비게이션이 차선까지 안내하는 것은 물론, 주변의 맛집 정보 역시 좌석의 위치를 안내하는 수준까지 이를 수 있다. 한창 개발 중인 자율 주행 자동차에도 정확한 위치 정보는 필수다. 드론을 이용한 상품 배달에도 정확한 위치 정보는 중요하다. 집 안에서 항상 사라지는 리모컨을 GPS로 찾을 수 있는 날이 올까?
이강환 서대문자연사박물관 관장

 

에디터 조재국(jeju@noblesse.com)
사진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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