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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5-03

22세기 먹거리 솔루션

인구의 폭발적 증가로 인류는 곧 기아에 허덕이게 될 수도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솔루션이 IT와 농업을 결합한 어그테크(ag-tech)다.

전 세계 인구는 얼마나 될까? 한 해가 다르게 그 수가 변하고 있어 선뜻 답하기 어렵다. 2018년 4월 현재 집계된 수치는 76억 명이다(조사가 이뤄지지 않는 지역을 포함하면 더 많을 가능성이 있다). 2008년 7월에 67억 명이었던 걸 떠올리면 불과 10년 동안 10억 명 이상이 증가한 것이다. UN은 2050년에 전 세계 인구가 97억7000만 명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인구 증가 속도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저출산으로 고심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선 공감하기 어려운 문제지만 세계 인구 증가 속도는 무서울 정도다.
인구 부양의 필수 요건은 식량이다. 굶는 걸 상상하기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지만 인구 증가율과 식량 생산량의 균형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세계 인구 증가율 그래프를 보면 수천 년 동안 바닥에 붙어 느릿느릿 움직이던 선이 1900년대를 기점으로 가파르게 오르는 것을 볼 수 있다. 공중위생, 항생제가 평균수명에 영향을 미쳤다면, 인구의 폭발적 증가에 기여한 것은 ‘하버-보슈법(Haber-Bosch Process)’의 개발이다.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화학자 프리츠 하버(Fritz Haber)와 화학공학자 카를 보슈(Carl Bosch)의 이름을 딴 이 방법은 대기 중 질소를 ‘고정’하는 걸 뜻한다. 배경은 이렇다. 모든 생물은 질소를 필요로 한다. 숨 쉬기 위해 산소를 사용하듯 대기 중 질소(대기의 80%)를 그대로 사용하면 좋겠지만, 문제는 대기 중 질소는 불활성화된 상태라는 것이다. 대기 중 질소 원자는 홀로 다니지 않고 둘이 쌍을 이뤄 결합된 형태로 존재한다. 3개의 팔로 서로를 얼싸안은 형태다. 이것을 생물이 이용 가능한 형태로 만들려면 이들의 삼중결합을 끊고 산소나 수소와 결합시켜야 한다. 이 ‘질소고정’ 작업은 상당히 어려워 해낼 수 있는 생물이 많지 않다. 이걸 가능케 하는 박테리아가 바로 콩과 식물의 뿌리에 공생하는 뿌리혹박테리아다. 그래서 지력(땅의 힘, 질소화합물)이 떨어진 땅에 콩을 심으면 다시 지력이 회복돼 농작물이 잘 자란다고 한 것이다. 비료가 없던 시절 농작물이 잘 자라지 않은 이유는 농부의 정성이 부족해서도, 경작 방법이 잘못됐기 때문도 아니다. 농작물을 비롯해 모든 생물이 필요로 하는 양분인 질소화합물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걸 보충하는 방법은 콩과 식물 뿌리의 세균을 사용하거나, 번개로 인해 대기에서 소량 만들어지는 것을 이용할 수 있도록 기대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식량 생산의 혁명, 하버-보슈법
하버-보슈법은 혁명과 같았다. 질소와 수소를 섞은 혼합물에 강한 압력을 가하고(그러면 너무 좁아서 질소가 수소의 손을 잡으며 부피가 줄어드는 반응이 일어난다) 적절히 온도를 높이며(온도를 높이면 반응 속도는 빨라지지만 너무 높으면 질소와 수소의 결합이 어렵다), 여기에 적절한 촉매를 사용하면 암모니아가 생성된 것이다. 암모니아가 생성되면 간단한 가공을 거쳐 식물이 이를 흡수해 수월하게 성장할 수 있다. 농작물에 필요한 양분을 얼마든지 공급하게 할 수 있게 됐다는 이야기. 넉넉한 식량이 확보되면서 인구 증가를 옥죄던 가장 큰 문제가 사라졌다. 하버-보슈법에 따른 화학비료가 탄생하기 전 인류는 빈곤에 시달렸다. 그러나 이제는 물과 연료, 공기에서 빵을 얻는 방법을 알게 됐다. 그때부터 인구는 폭발하기 시작했다. 먹지 않고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미래의 패권은 식량과 에너지를 쥔 자가 가져가리라는 예측은 만국 공통이다. 지금 당장은 현재의 식량 생산량으로 인류를 부양할 수 있다. 기아가 발생하는 지역은 전쟁이나 무역 제재 등 유통의 문제이지 생산의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현재처럼 인구가 증가한다면 식량 생산량이 따라가지 못할 것은 자명하다. 농업 종사자들과 관련 학계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이 ‘어그테크’라고 보고 있다.











식량 솔루션 어그테크
어그테크란 농업과 첨단 기술을 결합한 합성어(agriculture technology)다. 농업생명공학 기술(ag biotechnology)과 정밀 농업(precision ag), 대체 식품(innovative food), 식품 전자상거래(food e-commerce) 등 품종 개발과 농경 재배, 유통 등을 포괄적으로 아우르는 분야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어그테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농업의 미래, 어그테크 스타트업’ 자료에 따르면 어그테크에 대한 투자 규모는 2010년 4억 달러에서 2015년 46억 달러로 연평균 40% 이상 증가했다. 세계 농경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EU가 대표적이다. EU의 공동농업정책(Common Agricultural Policy, CAP)과 EU농촌개발기금(European Agricultural Fund for Rural Development, EAFRD), 유럽지역발전기금(European Regional Development Fund, ERDF) 등에선 21세기 최우선 과제로 농업혁명을 꼽았다. 어그테크는 단순히 식량 생산량의 증대만이 아니라 산업의 미래가 달린 사업이다. 효율성과 품질, 환경보호, 지속 가능성 등 인류의 생존을 위한 모든 것이 포함된다. 이에 각국은 식량 생산 과정과 유통 그리고 품질에 이르기까지 빠짐없이 연구를 진행 중이다. 새로운 품종 개발은 물론 비료와 살충제, 토지 개량, 유전학 같은 전통적 기술부터 드론, 로봇공학, 빅데이터의 농업 적용, 스마트 농장 관리 시스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개발, 음식 패키징, 운송 시스템, 식품 폐기물의 재활용, 영양 개선까지 모든 것이 어그테크의 카테고리에 들어간다. 최근 <포브스>는 인류의 최대 과제 중 하나로 어그테크를 꼽고 위성 자료를 작물 관리 소프트웨어에 활용하고 클라우드를 통해 가축의 이동을 추적, 전체 농지가 아닌 선별된 곳에만 물을 공급하는 첨단 기업들을 소개했다. 향후 어그테크는 농업에 다양한 추적 시스템을 적용해 낭비를 막고 폐기물을 재활용하며, 다양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치하는 친환경 기술이 주를 이룰 것이다. 그럼에도 어그테크가 인류가 봉착한 식량난의 온전한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지구의 자원이 한정적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효율적으로 식량을 소모, 생산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우리에게 음식은 무한하지 않다’, 이것을 인정하는 것이 그 첫걸음이다.

 

에디터 조재국(jeju@noblesse.com)
이독실(과학 칼럼니스트)   일러스트 최익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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