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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2-05

LA에서 서퍼로 산다는 것

한 번도 안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타본 사람은 없다는 서핑. 파도 타기의 매력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서핑이 숨쉬듯 자연스러운 도시, LA에서 서퍼로 산다는 것은 어떨까? 그 곳에서 나고 자란 서퍼 전사무엘을 만났다.

서퍼가 된 계기는?
LA에서 태어났다. 서핑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곳이라서 2003년에 자연스럽게 입문했다. 중-고등학교 시절 아르바이트를 해서 나의 첫 보드를 구매했다. 폼 없이 딱딱한 진짜 보드였다. 그 시절에는 요즘처럼 좋은 폼 보드가 드물었다. 나만의 보드가 생기니 서핑에 대한 애착이 강해졌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1년 동안 쉬면서 서핑만 했다. 하루에 4시간씩 타니 햇빛을 하도 많이 쬐서 정말 새까맸다. 워낙 하나에 빠지면 깊이 빠지는 스타일이라서, 서퍼가 돼도 제대로 돼야겠다고 생각했다. 머리는 허리까지 기르고 서핑의 역사, LA의 보드 문화까지 파고들어 공부했다.

지금은 무슨 일을 하고 있나?
샤카로하나(shakalohana)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서핑 전문 매거진 스톤드 매거진(Stoned magazine) 에디터를 하고 있다. 샤카로하나는 2007년 LA에서 직접 런칭한 서핑 관련 브랜드다. 샤카로하나 코리아 런칭을 준비하기 위해 지금 한국에 잠깐 들어왔다. 스톤드 매거진은 한국을 비롯해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전세계에 출간된다. 특히 유럽에서 반응이 괜찮다.




샤카로하나라는 단어가 독특하다. 뜻이 무엇인가?
2006년에 서핑을 하다 정말 죽을 뻔한 적이 있는데, 인생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에 대해 깊게 생각했다. 그게 나에게는 God, Family, Friends다. 그 때부터 주변을 더 챙기고, 소중한 것들을 항상 되새기기 위해 새로운 인사를 만들었다. 그게 샤카로하나다. 서퍼들 인사로 쓰이는 손동작을 일컫는 샤카(Shaka)와 하와이어로 사랑을 뜻하는 알로하(Aloha), 가족을 뜻하는 오하나(Ohana)를 합해서 만들었다. 우연히도 이 세 단어가 모두 연결된다. 인사말을 들은 친구가 브랜드로 내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그렇게 하나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된거다. 티셔츠부터 만들어 서퍼 친구들에게 선물했다. 고맙게도 그들이 색이 바래지도록 즐겨 입고 다녀서 LA에서 나름 인지도가 생겼다. 점차 확장해 서핑 도구까지 제작하면 어떨까 싶다.




LA의 서핑 문화는 어떤가?
하와이에서 시작된 서핑을 파도가 없는 날에도 즐기고 싶어서 말리부 애들이 스케이트 보드를 처음 만들었다. 1950년대에 나무 판자에 롤러스케이트 바퀴를 달아 땅에서 타기 시작했고 이 문화가 더 널리 퍼져 눈에서도 타면서 생겨난 게 스노보드다. 이 때 반스(VANS), 버튼(BURTON) 같은 대표적인 보드 브랜드가 함께 성장하기도 했고. 이처럼 LA는 보드 역사가 폭발적으로 성장한 놀라운 곳이다. 이런 점에서 프라이드가 남다르다. LA 서퍼들은 본인들이 ‘REAL’이라는 자부심이 강하다. 베니스 동네 애들은 ‘베니스 출신’을 뜻하는 반스 파란색 어센틱 슈즈를 신는다. 요즘 핫한 커스텀 문화가 그들로부터 비롯 된 거다. 신발에 출신 지역 지프 코드(ZIP CODE) 쓰고 그림을 그려 자기의 개성을 드러내는 것이 슈즈 커스텀의 시작이다. 그리고 LA는 매우 넓어서 각 동네마다 서퍼들의 스타일이 다르다. 그만큼 개성이 뚜렷한 서퍼들이 많다. 모두 프라이드가 강하다 보니 서로 인정하고 존중 해주는 분위기다. 내가 사는 곳이지만 정말 ‘WOW’ 그 자체다. 계속 이야기 하다 보니 지금 고향에 너무 가고 싶어졌다.

평소 서핑 스타일이 궁금하다.
롱 보드로 시작해서 1년 정도 타다가 3년쯤 될 때 숏 보드로 바꾸면서 계속 숏 보드를 탔다. 롱 보드는 트럭이나 버스를 운전하는 느낌이고 숏 보드는 스포츠카를 운전하는 느낌이랄까. 기교를 부릴 수 있고 재미 있어서 숏 보드를 많이 탔다. 요즘엔 다시 라이딩 위주의 롱 보드로 돌아왔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웃음) 보드는 캐치서프의 폼 보드를 선호한다. 잘 뜨고, 빨리 나가고, 맞아도 안전하다. 딱딱한 보드는 기스 나면 고쳐야 하고, 그게 다 돈이니까.




LA에서 서핑 할 때 어디를 자주 가는가?
라이트 브레이크 파도가 오는 말리부와 선셋 비치. 내가 레귤러라서 파도에 올라탔을 때 바로 나갈 수 있는 라이트 브레이크 파도 방향이 편하다. 구피가 선호하는 레프트 브레이크 파도는 니콜러스 캐년 비치에서 만날 수 있다. 말리부는 워낙 파도가 좋아 인기가 많은 비치다. 선셋 비치는 해변이 샌드가 아닌 돌로 되어 있고 산호초도 꽤 있다. 보통 이런 곳이 파도가 좋다. 자연의 법칙인 것 같다. 초보자는 선셋 비치 한쪽 끝으로 가면 샌드로 되어 있는 부분이 있는데, 여기에서 패럴링해 나가서 타면 좀 편하다. 해변이 매우 와이드해 파도가 곳곳에서 부러져 메인으로 가지 않아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베니스 비치는 집 앞이라 자주 가는데 클로즈아웃 파도가 많아서 웬만큼 실력자가 아니라면 추천하지 않는다. 게다가 베니스 서퍼들이 유독 거칠기도 해서 외지인이라면 같이 타기 힘들 수도 있다.




서퍼들이 LA에서만 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은?
겨울 시즌에 방문해보길. LA의 겨울은 보통 최저 온도가 5도 정도로 웨트 슈트를 입으면 서핑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되려 겨울에 파도가 좋기도 하다. 새벽부터 나가 아침 서핑을 즐긴 후, 점심을 먹는다. 가장 유명한 맛집인 인앤아웃 버거부터 타코, 인디아 음식 등 전세계의 음식들이 많다. 다민족이 모여 있는 도시다 보니 로컬 수준의 맛있는 음식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리고 1~2시간 이동을 해서 스노보드를 타러 가는 거다. 출퇴근 시간대의 러시아워를 피해 점심 시간쯤 이동하면 차가 안 막힌다. 스노보드를 타고나서 당일에 돌아올 수도 있고, 다음날 돌아와도 좋다. 하루 종일 보드를 즐길 수 있는 코스다. 2~3월은 우기라서 방문하지 않는 것이 좋다.

한국에서도 서핑 해본 적이 있나?
강원도 양양 기사문에서 서핑 해봤다. 한국 파도가 안 좋다고들 하는데, 내가 볼 때는 괜찮다. 좋은 스팟이 아직 많이 발굴되지 않은 것 같다. 파도가 좋은 곳을 점차 발견하게 되면 스톤드 매거진에 소개할 예정이다. 그리고 최근 10년 사이에 한국에서 서핑이 인기가 매우 높아졌는데, 서핑 스포츠에 대한 기금이 부족한 것 같다. 미국 등 다른 서핑 강국들은 정부 차원에서 많이 도와준다. 2020 도쿄 올림픽에 서핑 종목이 추가됐는데, 한국이 출전을 못해서 너무 아쉽다. 더욱 활성화되었으면 좋겠다.




약 18년 동안 서핑을 했다. 서퍼로 살아가는 삶이란?
서핑은 라이프스타일이다. 평생 가는 거다. 오랫동안 타다 보면 누구나 잘 탈 수 밖에 없다. 어느 정도 경지에 이르면 그냥 타는 거다. 경쟁이 아니라 ‘Having fun’하려고 타는 거니까 친구들하고 있으면 재밌으려고 일부러 이상하게 타기도 하고. 그렇게 함께 즐기며 늙어 간다.

앞으로의 목표는?
워터맨이 될거다. 어릴 때부터 꿈이었고 지금도 되어가는 중이다. 워터맨은 롱 보드, 숏 보드, 세일링, 하이드로 플라이 등 물에서 타는 모든 것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는 사람이다. 내년 목표로는 샤카로하나 코리아를 런칭할 예정인데, 그게 잘 됐으면 좋겠다. 봄에 시작해서 여름엔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고 싶다.

 

에디터 신지수(jisooshin@nobles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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