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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2-04

상하이의 뜨거운 바람

11월 초, 상하이에서는 웨스트번드 아트 앤 디자인(West Bund Art & Design)과 아트 021(ART 021)이 거의 동시에 개막해 미술 애호가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아트 021이 열리는 상하이 전시 센터 외관.

‘웨스트번드 아트 앤 디자인’ VS ‘아트 021’
굳이 홍콩의 정치적 위기와 연계해 상하이의 예술적 위상을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상하이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아트 도시로서의 면모를 마음껏 뽐내왔다. 블루칩 갤러리들을 초대해 부티크 아트 페어로 시작했던 ‘웨스트번드 아트 앤 디자인’은 올해 6회를 맞았고, 총 109개 갤러리가 참여했다. 111개 갤러리가 함께 한 ‘아트 021’은 현대미술 아트 페어를 표방하는 행사로 올해 7회째다. 리만머핀 갤러리 손엠마 디렉터의 말처럼 두 페어의 성격은 약간 다르다. “웨스트번드 아트 앤 디자인은 중국 본토에서 진행하는 가장 중요한 페어인 만큼 수준이 높고 큐레토리얼(curatorial)한 반면, 아트 021은 좀 더 상업적이고 젊은 작가군, 그중에서도 중국 작가의 작품이 많은 것 같아요.” 실제로 웨스트번드 아트 앤 디자인은 좀 더 작품성에 집중하고 미술관과 같은 기관이 선호하는 작품이 많았고, 아트 021은 일반 수집가들이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작품을 판매하는 경향이 짙었다. 전시 공간 느낌도 완전히 다르다. 웨스트번드 아트 앤 디자인이 열리는 본관은 비행기 격납고를 개조해 시원하다. 본래 소수 갤러리들이 모여 시작했으나 점차 참여하는 갤러리가 증가하면서 건너편에 단층 건물 3개를 추가했다. 반면 아트 021이 열리는 상하이 전시 센터는 디즈니 만화에 나오는 왕궁처럼 화려하다. 1층에는 국제적 명성이 높은 메인 갤러리의 커다란 부스가 있고, 2층에는 각국 갤러리들이 위치한다.







1 올해 아트 021에 처음 참가한 갤러리 바톤의 부스.
2 아트 021 내부 돔홀(dome hall)에서 바라본 메인 홀 부스 전경.

웨스트번드 아트 앤 디자인에는 지난해 우리나라 아라리오갤러리, 국제갤러리, P21이 참가했고, 올해 조현화랑이 추가됐다. 아트 021에는 아라리오갤러리, 국제갤러리, 갤러리 바톤, SA+(서울옥션 갤러리)가 참여했다. 아라리오갤러리는 작년과 달리 올해 두 페어에 모두 참여해 이우환과 백남준 작가의 작품을 선보였다. 중국 컬렉터들이 이 두 작가에 관심이 많아 출품했다고. 국제갤러리도 마찬가지. 웨스트번드 아트 앤 디자인 부스에는 장 미셸 오토니엘·줄리언 오피 등 해외 작가의 작품과 하종현·정상화·박서보 등의 단색화 작품이 고루 선보였고, 아트 021 부스에는 엘름그린&드라그셋 듀오의 작품만 전시해 관람객의 시선을 모았다. 2020년 아트 바젤 홍콩 첫 참여를 확정한 P21갤러리는 신미경·최정화 작가의 작품을 중심으로 출품했다. 올해 아트 021에 데뷔한 갤러리 바톤은 빈우혁과 쿤 반 덴 브룩, 피터 스틱버리 등 젊은 회화 작가들의 작품으로 인기를 끌었다. 해외 갤러리에서도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다수 볼 수 있어 반가웠다. 특히 웨스트번드 아트 앤 디자인의 주요 갤러리인 펄램, 알민 레시, 마시모 데 카를로, 화이트 큐브, 리만머핀 갤러리에서는 이우환, 박서보, 하종현, 전광영, 양혜규, 이불의 작품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는 최근 미술 시장 경향이 회화로 옮겨가고 있는 것과도 관련 있어 보인다. 지난 10월 <아트 뉴스 페이퍼>는 프리즈 런던 페어가 불황과 정치적 위협 속에서 그림으로 회귀하고 있다는 기사를 게재한 바 있다. 그간 미술 애호가들은 새로운 매체의 특성에 매혹되어 있었는데 기나긴 영상 작품과 난해한 설치 작업에 지친 관객들이 최근 작가의 손맛이 느껴지는 작품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불황기엔 컬렉터들이 보기에도 편안하고 안전한 자산이 될 수 있는 회화로 돌아간다는 속설이 입증된 셈이라 흥미롭다. 심지어 <아트 뉴스 페이퍼>는 “그림은 예술적 용어로 금과 같다(Painting is the equivalent of gold in art terms)”고까지 표현했다. 그래서인지 웨스트번드 아트 앤 디자인에 참가한 하우저 앤 워스는 회화 작가 마리아 라스니히(Maria Lassnig), 데이비드 즈위너 갤러리는 조시 스미스(Josh Smith)의 단독 전시를 열었다.











웨스트번드 아트 앤 디자인이 열리는 본관 웨스트번드 아트센터 입구에서 바라본 전경.

홍콩, 베이징과는 무엇이 다른가?
아트 바젤 홍콩의 아델린 우이 이사는 페어 기간에 맞춰 상하이에서 VIP 디너를 열었다. 아트 바젤 홍콩은 참여 갤러리가 200개 이상으로 웨스트번드 아트 앤 디자인보다 규모가 훨씬 크고 역사도 길다. 대부분의 국제 아트 페어가 아트 바젤을 본보기로 삼고 있고, 홍콩이 여전히 아시아 미술 시장의 핫 플레이스는 분명하지만 최근 정치적 문제 때문에 서구 갤러리들이 우려하는 상황. 아델린 우이 이사는 아트 바젤 홍콩과 상하이 웨스트번드 아트 앤 디자인, 타이베이 당다이 이 3개의 페어가 상호보완적인 관계라고 언급했다. 페어가 열리는 기간과 관람객 층도 다르기 때문에 3개의 페어가 지속적으로 성장해 아시아 미술 시장이 활성화되면 종국에는 아시아 갤러리가 더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으니 모두가 이득이라는 말이다.






3 웨스트번드 아트센터 맞은편 장소인 ‘N1’으로 자리를 옮긴 아라리오갤러리 부스.
4 국제갤러리는 웨스트번드 아트 앤 디자인에서 하종현과 이우환 등 단색화 작가의 작품을 소개했다.

다만 중국은 면세인 홍콩에 비해 세금 구조가 복잡하다는 단점이 있다. 매체에 따라 다르지만 아트 페어 기간에는 14~15%가 세금이다. 최근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으로 미국 작가가 미국에서 제작한 작품은 세금이 달리 매겨지기도 했다. 물론 한국에 작품이 팔리면, 한국은 미술품 거래가 면세이니 세금을 내지 않는다. 이렇듯 세금은 국가별로 상이하므로 매번 정확하게 체크하는 것이 좋다. 가끔 웨스트번드 아트 앤 디자인에서 작품을 보고 아트 바젤 홍콩에서 구입한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중국인 컬렉터가 작품을 중국 현지로 반입할 때 신고를 한다면 세금은 어쨌거나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P21의 최수연 대표는 한국은 미술품 거래가 면세라 구입 과정이 수월한데, 아직도 이런 장점을 활용하지 않는 이들이 많아 아쉽다고 말한다. 웨스트번드 아트 앤 디자인이 열리는 웨스트번드 지역은 정부의 도시 계획에 따라 황푸강 서쪽 11km 거리를 문화예술특구로 조성했다. 페어 기간에 맞춰 웨스트번드 뮤지엄이 퐁피두 전시를 열면서 스타트 미술관, 탱크·유즈·롱 뮤지엄, 사진 전문 미술관 SCOP 등 수준 높은 미술관 6개가 한 길에 위치한,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거리가 만들어졌다. 이런 미술관을 중심으로 중국 미술이 더욱 홍보되고 전 세계 미술 시장에 중국 작가들이 노출될 것을 고려하면 앞으로의 미술 시장 방향성을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도 아트 페어를 도시 축제로 만드는 상하이의 노하우를 배워야 할 이유가 충분해 보인다.

 

에디터 김이신(christmas@noblesse.com)
이소영   사진 제공 웨스트번드 아트 앤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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