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0에 등장한 컨셉카들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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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4-03

CES 2020에 등장한 컨셉카들

CES 2020에 등장한 컨셉카를 통해 모빌리티의 미래, 미래 도시의 라이프스타일을 상상해봤다.

‘CES 2020’는 오랜만에 구글, 애플, 아마존 등 IT 제왕이 출전한다는 뉴스로 화제가 되었다. 벽면 하나를 가득 채운 고화질 디스플레이가 전시된 삼성전자의 전시관, 롤러블 올레드 TV들이 위아래로 움직이는 군무로 현혹하는 LG 전시관도 많은 이가 주목했지만, 정작 관심을 끈 것은 따로 있었다. 바로 CES의 새로운 주인공이 된 자동차다. 이전에는 미래의 자동차가 ‘바퀴 달린 스마트폰’이라는 표현에 그쳤다면, 이제 이러한 국제 행사를 통해 IT 기술과 문화를 담는 커다란 그릇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1 독특하고 미래적인 모습으로 눈길을 사로잡은 메르세데스-벤츠의 컨셉카 비전 AVTR.

미래 자동차의 가능성을 예술적으로 승화한 것은 메르세데스-벤츠의 컨셉카 ‘비전(Vision) AVTR’이다. ‘AVTR’이 무슨 의미일까? 힌트를 하나 주면, 메르세데스-벤츠 나이트 이벤트의 메인 게스트였던 영화감독이자 제작자인 제임스 캐머런! 그렇다. 비전 AVTR 컨셉카는 캐머런 감독의 영화 <아바타>에서 영감을 받았다. <아바타>에서 가장 환상적인 순간은 자연과 나비족이 빛의 네트워크로 소통하는 장면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바로 여기에서 영감을 얻어 소통과 조화를 형상화한 디자인을 구현했다. 드라이버의 손이 비전 AVTR의 컨트롤 유닛에 놓이는 순간, 차량은 심장박동과 호흡으로 운전자를 인식한다. 또한 손을 들면 손바닥에 차량 메뉴가 투사되면서 직관적으로 기능을 선택할 수 있다. 비전 AVTR과 운전자, 더 나아가 승객들은 모두 자연과 하나 된 나비족처럼 빛의 소통으로 연결된다. 그리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던 나비족처럼, 비전 AVTR은 재활용 재료로 만든 유기 배터리가 에너지의 원천이다. 즉 자연과 자동차가 순환하는 자원을 공유하는 지속 가능성의 고리가 만들어진다. 인테리어 또한 버려지거나 재활용 가능한 재료를 이용했다. 더 이상 자동차와 자연은 서로 공격하고 아파하는 관계로 남지 않을 것이다. 이 같은 소통과 공생의 관계는 디자인으로 형상화되었다. <아바타>에 등장하는 동물의 비늘이 연상되는 33개의 ‘바이오닉 플랩(bionic flaps)’을 외관에 적용해 비전 AVTR을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보이게 한다. 이 플랩의 섬세한 동작은 그 자체가 언어가 되어 운전자와 외부를 이어주는 소통 창구가 된다. 그리고 외관과 실내 모두 하나의 곡선으로 완성되는 유기적 연결을 형상화한다. ‘One Bow(하나의 활)’라고 이름 붙은 벤츠의 미래 비전을 담은 이 디자인 언어는 향후 선보일 메르세데스-벤츠 모델에서 부활할 예정이다. 이렇듯 메르세데스-벤츠는 영화에서 영감을 얻은 ‘공존’의 철학이 미래를 결정지을 것이라는 진보적 생각을 컨셉카에 담아 선보이며 첨단 기술은 도구일 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2 현대자동차에서 선보인 새로운 도심형 항공 모빌리티는 이번 행사에서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무인 플라잉카’ 시대를 준비하는 현대자동차가 제시한 하늘과 땅을 잇는 모빌리티 서비스 모델도 신선했다. 지상과 하늘을 이어주는 허브로 구성한 도심형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은 자동차 산업의 영역을 지금의 2차원 평면에서 벗어나 3차원으로 확장, 하늘까지 사업 영역으로 포함시키겠다는 야망을 보여준다. 현대자동차의 이 같은 야망에는 인문적 요소가 깃들어 있다. 바로 ‘만남을 통한 연결’이다. 미래의 자율주행차를 떠올릴 때 그려지는 모습은 탑승자가 혼자만의 프라이버시를 만끽하며 안락하게 이동하는 새로운 형태의 모빌리티, 그리고 그 안에서 업무나 취미 활동을 하는 사이 목적지까지 데려다주는 셔틀 서비스라는 점이다. 온전히 자신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자동차는 도시인의 고독과 외로움에 대해 고민한 듯하다. 목적 기반의 육상용 자율주행차인 PBV(Purpose Built Vehicle)와 공중의 도심형 항공 모듈인 UAM(Urban Air Mobility)은 각각 개인 혹은 소집단의 독립된 공간을 추구하면서 그 사이를 연결하는 ‘허브’가 있다는 점이 독특하다. 하늘과 땅의 모빌리티를 이어주는 이 허브는 UAM이 자유롭게 이착륙할 수 있는 공간과 PBV가 지나가는 터널을 설계해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사람들 간 중심 연결고리를 꾀하는 환승 거점이자 하나의 커뮤니티가 된다. 미래의 모빌리티는 결국 만남을 위한 장이 될 것이며, 단순히 원거리 통신이나 가상현실을 이야기하는 IT 기술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은연중에 강조한다. 사람은 만나야 살 수 있다고, 현대자동차는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3 토요타에서 제안한 새로운 형태의 도시, 우븐 시티.

사람들 간 만남을 좀 더 큰 스케일로 제안한 것은 토요타다. 토요타는 아예 새로운 도시의 조성을 제안했다. 토요타가 보여준 우븐 시티(Woven City)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오프라인 커뮤니티다. 그런데 도시의 목적이나 생김새가 다르다. 지상은 자연과 하나 된 듯 친환경 도시의 모습이고, 지하는 인공지능과 로봇 등으로 이루어진 인공 생태계다. 지하 공간에 그물처럼 깔린 수소에너지 네트워크와 e-팔레트라는 자율주행 다목적 플랫폼이 제공하는 물류 네트워크를 완성한 것이다. 즉 지상은 사람들이 동화 속 도시처럼 아늑하고 문화적인 공간에 살지만 지하는 최첨단 에너지와 물류, 인공지능으로 돌아가는 인프라가 기술의 극단을 구성한다. 그리고 토요타는 이 도시를 통해 사람들이 실제 생활하면서 만들어내는, 살아 있는 데이터를 얻는다. 수소와 자율주행차라는 미래차 핵심 기술의 활용 방안을 찾기 위해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도시’라는 고전적 방법을 채택한 것이다.





4 소니에서 공개한 컨셉카 비전 S.

다소 뜬금없어 보이는 발표도 눈에 띄었다. 소니가 순수 전기차 컨셉 모델 ‘비전 S’를 공개한 것이다. 그냥 전시용으로 만들었다고 보기에는 완성도가 상당히 높다. CES와 관련해 소니는 이제 카메라에 집중하는 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을 선보였다. 소니가 전기차를 생산할 수도 있겠다는 추측이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전기차는 부품 개수가 엔진차보다 훨씬 적으니, 소니가 만들지 못하라는 법은 없다. 하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면 소니가 원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첫 번째는 카메라를 팔고 싶어서다. 자율주행차가 주변을 확인하기 위해 여러 개의 센서를 사용하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것이 카메라다. 비전 S에는 무려 13개의 카메라가 달려 있다. 카메라 센서 부문에서 세계 1위인 소니로서는 군침 도는 사업 분야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하나 더 있다. 바로 소니가 보유한 콘텐츠, 즉 음악과 영화다. 사람이 운전으로부터 해방되는 자율주행차는 차 안에서 즐길 거리를 제공해야 한다. 온라인 쇼핑을 할 수도, 인터넷 서핑이나 SNS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킬링 타임에 제격인 것은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는 것이다. 소니는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면 부품과 콘텐츠를 팔 수 있는 자동차 분야에 추파를 던진 셈이다. 어쩌면 CES가 국제전자제품박람회가 아닌 국제장비박람회로 이름을 바꿔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자동차는 이제 CES의 주연배우가 되었기 때문이다.

 

에디터 이정주(jjlee@noblesse.com)
나윤석(자동차 칼럼니스트/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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