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할만한 밀레니얼 세대 작가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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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7-24

주목할만한 밀레니얼 세대 작가

현대미술 작가로서 활발하게 활동중인 밀레니얼 세대 작가들의 면면.

메리앙 베나니가 2019년 가을 CLEARING 갤러리에서 선보인 개인전 < Party on the CAPS > 전경


스마트 기기와 테크놀로지에 익숙한 세대로 인식되는 밀레니얼 작가들의 작업은 그 때문인지 주제와 그에 대한 접근 방식, 또 형태의 구성에서 미술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미술 전문가가 아니고서야 우리가 이들의 작업을 하나하나 들여다보고 작품성을 판단하기는 어려운 법. 그렇기에 뉴욕 현대미술관, 휘트니 미술관, 뉴 뮤지엄, 테이트, 아트 바젤, 베니스 비엔날레 혹은 브랜드의 미술 재단 등 메이저급 기관의 전시와 명망 높은 미술상 수상자를 살펴보면 미술계는 물론 대중에게도 이름을 알릴 만한 작가들을 찾을 수 있다. 미술의 역사를 연구하며 동시대 문화 예술을 대중이 누릴 수 있게 하는 것이 미술 기관의 역할이자 수상 제도 및 미술 행사의 존재 이유이기에 우리는 이들이 연구를 거듭해 선정한 작가들을 통해 미술계가 주목하고 또 대중이 기억해야 할 작가들을 손쉽게 알 수 있다. 2010년대부터 현재까지 이러한 미술계의 활동을 살펴 미술계에선 그만의 자리를 확고히 만들었지만, 아직 우리에겐 익숙지 않은 젊은 작가 로런스 아부 함단(Lawrence Abu Hamdan), 메리앙 베나니(Meriem Bennani), 마틴 구티에레스(Martine Gutierrez) 그리고 버니 로저스(Bunny Rogers) 4인을 소개한다.
먼저 파이널리스트에 오른 오스카 무리요, 타이 샤니, 헬렌 캐먹과 함께 공동 수상자로 선정돼 화제가 된 2019년 터너상의 주인공 로런스 아부 함단. 현대미술이 아닌 법의학과 오디오 분석가로서 길을 먼저 걷기 시작한 그는 그래서인지 소리와 정치가 교차하는 지점을 추적해왔다. 지난 몇 년간 감시 기술과 법률 청문회 같은 곳에서 법의학적으로 이행하는 ‘듣는 행위’에 대해 분석하고, 이러한 법률과 정치적 이슈에서의 언어와 음성을 비교한 그의 작업은 이렇듯 예술 작업의 범주를 넘어선다. 사실 미술계에서 터너상 수상의 의미는 남다르다. 테이트 브리튼이 1984년 제정한 터너상은 50세 미만 영국 미술 작가에게만 수여하는 상이다. 현재 세계적 작가로 활동하는 앤터니 곰리, 데이미언 허스트, 애니시 커푸어 등도 모두 터너상 수상자다. 매년 단 한 명의 수상자만 배출하던 전통을 깨고 “우리 작품의 우열을 가리지 말아달라”는 작가들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이 네 작가와 작품은 어느 때보다 뜨거운 화두로 떠올랐다. 그 가운데서 미술을 통해 정치와 사회의 모순을 드러내는 아부 함단은 급진적 작가임이 틀림없기 때문에 이 시대에 그가 구현하는 예술과 그것이 전하는 메시지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Courtesy of the Artist and mor charpentier


뉴욕에 거주하며 작업하는 모로코 출신 예술가 메리앙 베나니는 자신의 작품을 종종 인스타그램이나 스냅챗 등 소셜 미디어에 공개한다. 이를 통해 우리가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건 민감하거나 금기시되는 행위에 유머와 감성을 접목해 비교적 가벼운 방식으로 문제의식을 제기했다는 점이다. 그녀의 인스타그램을 방문하는 대중 역시 “말하기 힘든 사안임에도 영상에서 속 시원하게 다뤄줘 통쾌하다”, “어떻게 짧은 영상에 이렇듯 많은 의미를 함축할 수 있나. 역시 예술적이다”라며 뜨거운 호응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온라인상에서 공감을 끌어내고 있는 작가는 2016년 뉴욕 현대미술관 PS1에서 열린 개인전 에서 다큐멘터리 여행기, 연속극 등으로 섹션을 나눠 전시명과 같은 이름의 멀티미디어 작품 ‘FLY’를 선보였는데, 밝은 색상과 기하학적 형태 및 환경으로 관람자의 몰입을 유도했다. 프랑스 국립장식미술학교에서 애니메이션을 공부하며 석사 학위를 딴 그녀는 2019년에는 휘트니 비엔날레 참여 작가로 이름을 올리며 ‘MISSION TEENS: French School in Morocco’란 작품을 선보였고,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는 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의 ‘Open Space’ 프로그램에 여섯 번째 작가로 참여해 프랑스에서 첫 번째 개인전을 열면서 활동 반경을 유럽으로 넓혔다. 또 7월 12일까지 대림미술관에서 열린 구찌의 <이 공간, 그 장소: 헤테로토피아>전에서도 ‘Party on the Caps’란 30분짜리 8채널 비디오 설치 작품을 통해 디아스포라와 신분, 연령, 젠더 사이의 모호함을 구현했다. 이렇듯 전방위로 활동하는 그녀의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는 단순히 전시에 출품하는 것을 넘어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자기 생각을 실험하고 공유한다는 데 있다.
마틴 구티에레스의 작품에서는 패션 화보 같은 면모가 드러나기도 해 우선 접근하기 쉽다. 다만 여기에 함축된 메시지를 읽으면 단순히 아름다운 사진이 아니라는 것을 금세 알 수 있다.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는 여인을 담아낸 작품과 작가가 2018년 선보인 전시이자 매거진 <인디저너스 우먼(Indigenous Woman)>에 실린 사진 작품이 2019년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에서 다시 한번 관람객을 만났다. 특히 ‘Indigenous Woman’ 시리즈에 관해 작가는 “그동안 여자로서, 트랜스 우먼으로서, 또 라틴아메리카 여성이자 원주민의 후손으로서 나의 정체성이 어떻게 구축됐는지, 이를 어떻게 표현하고 가치 있게 만들어야 하는지, 그 무게감에 대한 의문이 늘 있었다. 이 작업은 내가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하나의 과정인 셈이다”라고 말했다. 구티에레스는 <아트 인 아메리카>, <아트포럼> 같은 미술계의 묵직한 전문지에서 집중 조명해왔다. 하지만 지난 베니스 비엔날레 이후 10월에는 영문판 <더블유>의 인터뷰를 통해 대중이 작가의 예술철학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또 하나의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버니 로저스는 에디터가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지켜보는 작가이기도 하다. 비록 실제로 그녀의 작품을 보진 못했지만, 2019년 아트 바젤 언리미티드 섹션에 출품한 그녀의 작품에서 모니터 화면을 뚫고 나오는 오라와 기이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로저스는 2002년부터 2003년 MTV에서 선풍적 인기를 끈 애니메이션 <클론 하이>의 ‘분노의 잔다르크’란 캐릭터를 자신의 대리인으로 차용했다. 총 15개의 다른 장소와 상황으로 표현한 자화상을 통해 현대사회와 온라인 게임이나 역할극, 커뮤니티 같은 매개 사회에 존재하는 탄력적 자아 개념을 본격 탐구했다. 유럽, 미국, 아시아를 종횡무진하며 활동하는 작가는 1990년생이지만, 이미 2010년부터 크고 작은 그룹전으로 시작해 다수의 개인전을 치렀다. 이는 예술가로서 그녀의 역량이 얼마나 대단한지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2017년에는 미국 휘트니 미술관에서 개인전 를 개최했고, 2018년에는 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에서 열린 그룹전 에 참여 작가로 이름을 올렸다. 또 2019년에는 뉴 뮤지엄의 전 참여 작가로 작품을 선보이면서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작가로 소개됐다. 그녀 역시 <아트포럼>, <허핑턴포스트> 등 무게감 있는 언론에 소개됐지만, <프리즈>에 직접 자신에 대한 글을 쓰거나 시나 스크립트, 글 낭독회를 여는 등 퍼포머이자 글 쓰는 작가로서 면모도 뽐내고 있다. 이 밖에도 에이버리 싱어(Avery Singer), 코라크릿 아룬나논차이(Korakrit Arunanondchai), 클레망 코지토르(Cle´ment Cogitore) 등 세계를 휩쓸며 입지를 굳히고 있는 밀레니얼 세대 작가는 셀 수 없이 많다. 변화하는 사회에 맞춰 빠른 생각의 전환을 이루고, 새로운 기술이나 매체로 실험하길 주저하지 않는 작가들. 이들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는 아직 이들에게 남은 시간이 많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보여준 것보다 보여줄 것이 많이 남았기에 그들이 지닌 무한한 가능성에 기대를 걸어본다.

 

에디터 정송(song@nobles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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