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이 낳은 자연의 빛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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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8-11

사색이 낳은 자연의 빛

꿈 속의 한 장면처럼 손에 잡히지 않는 형체를 그려낸 부쉐론의 하이주얼리 컬렉션.

99.8% 공기로 이루어진 에어로겔이란 신소재를 사용함으로써 기술적 한계를 뛰어넘은 구뜨 드 시엘 컬렉션 네크리스.

오래전부터 자연은 하이 주얼러에게 영감의 원천이었다. 하지만 2020년 새로운 하이 주얼리 컬렉션 콩텅플라시옹에서 부쉐론이 표현한 자연은 기존의 그것과 사뭇 달랐다. 영감의 모티브를 듣고 있으니 마치 한 편의 시를 읽는 듯 긴 여운이 남는다. ‘하늘 한 조각 움켜쥐기’, ‘구름의 움직임 따라가기’, ‘떨어지는 빗방울 감상하기’, ‘소용돌이치며 날아오르는 새의 깃털에 매료되기’ 등 부쉐론은 찰나의 아름다움을 통해 무형의 순간, 즉 자연에 대한 사색의 순간을 영원히 포착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영향일까. 자연에 대한 오마주를 표현한 콩텅플라시옹 컬렉션은 혼란으로 가득한 지금 우리에게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주는 듯했다. 메종 부쉐론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클레어 슈완은 컬렉션의 영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투명한 하늘 혹은 빛의 유희와 같이 현재의 순간에 존재하는 시적 순간을 주얼리에 담고 싶었어요.” 즉 주얼러의 예술이란 시간을 멈추게 하는, 영원하지 않은 순간 속 정수를 영원하게 재창조하는 작업이라 생각한다고.





1 100캐럿이 넘는 아코야진주와 살포시 뿌려진 라운드 및 바게트 컷 다이아몬드로 공작새의 깃털을 형상화한 하우스의 아이콘, 펄 드 플륌 퀘스천마크 네크리스. 2 하늘에서 소용돌이치며 날아다니는 새의 광대한 무리를 묘사한 뮤뮤레씨옹 네크리스. 3 빛 속에 펄럭이는 깃털의 부드러움을 머더오브펄로 표현한 카레스 드 플륌 브로치.

총 67점의 피스로 구성한 이번 컬렉션은 클레어 슈완이 창조한 가장 개인적이고 친근감을 주는 컬렉션으로, 여기에 부쉐론의 코드를 감각적인 방법으로 투영했다. 구름, 하늘, 새, 바람, 민들레 등 율동감 있는 오브제가 등장하는 컬렉션답게 컬러는 다양한 채도와 명도의 블루가 주를 이루고, 여기에 순수한 화이트를 곁들인다. 에디터는 실제로 컬렉션을 마주하기 전까지 ‘과연 블루와 화이트 컬러만으로 하이 주얼리를 구현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품었지만 그건 기우에 불과했다. 사색의 순간에 마주할 법한 신비로운 컬러와 아름다운 빛의 조우, 그것이 바로 부쉐론의 새로운 하이 주얼리 컬렉션 콩텅플라시옹이다.





클레어 슈완.

Interview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클레어 슈완과 콩텅플라시옹에 대해 나눈 이야기
콩텅플라시옹 디자인의 모티브는 여느 컬렉션과 다릅니다. 찰나의 아름다움, 빛의 유희, 투명한 하늘 등 마치 시 한 편을 읽는 듯합니다. 영감의 원천은 무엇인지, 왜 무형의 아름다움에 끌렸는지 궁금합니다.
하나의 주제가 아니라 여러 가지 총체적인 경험에서 영감을 얻습니다. 이번 컬렉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경험은 일본 나오시마 여행이었습니다. 자연으로 둘러싸인 섬 곳곳에 여러 예술 작품이 놓여 있었고, 특히 제임스 터렐(James Turrell)의 설치 작품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두 번째 영감의 원천은 볼리비아의 우유니 소금 사막(Salar de Uyuni)에서 찍은 사진이었습니다. 비가 내릴 때 바닥은 물로 가득 차 있고, 그 위에 하늘이 비치기 때문에 온 세상이 하늘로 가득 차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 순간 우유니는 매우 순수하고 평화롭기 때문에 사색의 일종인 관조(contemplate)하기에 매우 좋은 장소입니다. 세 번째 영감의 원천은 다소 개인적인 경험입니다. 저는 종종 충전의 시간을 갖기 위해 포르투갈에 있는 작은 집에 가곤 합니다. 푸른 하늘과 나무가 어우러진 풍경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에 자연으로 둘러싸인 그곳에서 평온한 시간을 보냅니다.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이번 컬렉션의 테마를 정했습니다.





1 단순히 구름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여성의 목을 감싸고 있는 것 같은 무중력 상태의 구름을 형상화한 뉘아쥐 앙 아페썽테르 네크리스. 구름 사이에 물방울이 맺혀있는 모습을 표현주기 위해 5,371개의 다이아몬드와 4,415개의 비즈로 뒤덮인 9,786개의 티타늄 실 소재 개발에만 2년이 소요됐다. 2 간결한 화살 세공과 착용 방법을 통해 1873년 아카이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플레쉬 두 탕 컬렉션 이어링. 3 일본 나오시마에 설치된 제임스 터렐의 작품 ‘오픈 스카이’를 오마주한 쁘네트르 쉬르 씨엘 네크리스.

디자인에 대한 접근 방식이 매우 혁신적이고 신선합니다.
저는 자연을 매우 사랑하고, 이는 부쉐론 아카이브에서도 많은 부분을 차지합니다. 자연에 영원성을 부여하는 것이 제가 추구하는 목표입니다. 더불어 하이 주얼리의 경우 시대를 초월한 디자인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래전 프레드리크 부쉐론이 무엇을 하고자 했는지 고민하고, 그의 철학을 이해하고자 노력합니다. 제가 이해한 하이 주얼리의 이상향은 ‘창의성’입니다. 단순히 디자인적 측면만이 아니라 제작 방식에도 창의적 기술을 적용하는 겁니다. 또 이를 통해 주얼리를 착용하는 여성에게 자율성을 선물하는 겁니다. 프레드리크 부쉐론의 이런 철학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퀘스천마크 네크리스입니다.

혁신적 기술력과 하이 주얼리에 사용하지 않던 색다른 소재의 접목이 컬렉션 전반을 아우릅니다.
가장 대표적인 구뜨 드 시엘(A Goutte de Ciel) 제작 과정에서 경험한 기술적 어려움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하늘의 아름다움을 가장 잘 보여주는 물질, 즉 ‘가벼움’에 초점을 둔 결과 우리는 에어로겔이라는 물질을 찾아냈습니다. 99.8%가 공기로 되어 있는, 매우 가볍고 배경에 따라 색이 다르게 보이는 아름다운 소재였지만 기술적으로 커팅이 불가능하다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리스에 거주하며 NASA, MIT와 협업한 경험이 있는 에어로겔 전문가를 만났고, 그는 이 소재를 물방울 형태로 만드는 작업을 도와주었습니다. 그다음 직면한 어려움은 물방울 형태를 보호하는 것이었습니다. 에어로겔은 습기에 매우 취약하고, 작은 자극에도 깨지기 쉽기 때문에 이 물질을 보호하는 것이 매우 중요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2개의 록 크리스털 케이스를 제작했고, 그 사이에 물방울 형태의 에어로겔을 안전하게 배치했습니다.





4 머리카락보다 얇은 티타늄 실과 실의 스프링 효과를 지닌 새로운 트렘블러 기법을 적용해 민들레 속 씨앗이 흔들리는 모습을 표현한 아방 르 프리쏭 네크리스. 5 제비의 우아한 비행을 담은 엘 두 브로치. 6 각각 70캐럿에 달하는 아콰마린을 세팅했으며, 떨어지는 빗방울이 점점 사라지는 모습을 형상화한 블루 인피니 이어링.

이번 컬렉션에서 부쉐론의 어떤 아카이브를 유지하고자 노력했나요?
화살표 모양의 플레쉬 두 탕(Fleche du Temps)를 예로 들겠습니다. 토크 목걸이와 이어링, 브레이슬릿 세 가지 형태로 구성된 이 컬렉션의 모티브를 과거 부쉐론 아카이브에서 발견했는데, 1873년에 탄생한 오래된 컬렉션임에도 매우 모던한 디자인이라 흥미로웠습니다. 기존 디자인은 유지하면서 다양한 스타일과 방식으로 착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고, 새로운 컬렉션에서 다시 선보이게 되었습니다.

 

에디터 정순영(jsy@noblesse.com)
사진 제공 부쉐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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