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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9-24

도전이라는 이름 아래

불가리가 신작을 공개하는 제네바 워치 데이에 <노블레스>를 초대했다.

불가리 CEO 장-크리스토프 바뱅. Gabriel de la Chapelle

제네바 워치 데이를 개최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워치스 & 원더스(Watches & Wonders)와 바젤월드(Baselworld)가 취소된 상황에서 불가리는 그 대안으로 새로운 형태의 시계 페어를 주최했습니다. 그 스토리가 궁금합니다. 최근 수년간 시계업계는 여러 어려움에 직면했습니다. 이런 상황을 돌파하고자 올해는 워치 페어를 꼭 개최하겠다고 결심했죠. 즉시 준비에 착수했고, 브라이틀링, 율리스 나르당, MB&F 등 여러 브랜드도 같은 마음이었습니다. 개최 장소인 제네바주에 연락을 취했는데, 적극적으로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이후 각 브랜드 매니저가 페어 운영 위원회를 구성해 일사천리로 마련한 행사가 오늘 열린 제네바 워치 데이입니다. 시계 페어 역사상 대형 주최사가 운영하고 지시를 내리는 것이 아닌 각 브랜드가 독자적으로 진행한 첫 행사입니다.
2020년 불가리의 신제품 옥토 피니씨모 크로노그래프 스켈레톤 오토매틱 모델은 울트라 씬 워치 부문에서 여섯 번째 세계기록을 달성했습니다. 7.40mm 두께에 모든 기능을 집약한 점이 놀랍습니다. 지난해 가장 얇은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로 세계기록을 경신한 옥토 피니씨모 크로노그래프 GMT 오토매틱 모델에 이어 올해 투르비용 크로노그래프 스켈레톤 오토매틱 무브먼트를 통해 또 한번 세계기록을 수립했습니다. 3.50mm 두께의 무브먼트를 위해 이 시계의 주요 특징인 52시간 파워리저브가 가능한 페리퍼럴 로터는 그대로 유지했고, 기존 크로노그래프 피니씨모 모델의 부품 중 50%만 같은 부품을 사용했습니다. 약 2년의 개발을 거쳐 완성한 옥토 피니씨모 투르비용 크로노그래프 스켈레톤 오토매틱 워치는 당장 이달부터 고객들에게 직접 선보일 수 있습니다. 불가리의 새로운 월드 레코드 워치로, 올해 제네바 시계 그랑프리(GPHG)의 주역이 될 것이라 자부합니다.
불가리는 오랜 시간 울트라 씬 세그먼트 개발에 몰두했습니다. 힘든 도전을 이어가는 근본적 이유가 궁금합니다. 우리가 ‘울트라 씬’을 고집하는 이유는 그것이 상징하는 두께, 그 자체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현대적이고 남성적인 우아함을 선사하는 거죠. 불가리 브랜드의 모태는 주얼리입니다. 여성 고객에게 주얼리를 통해 현대적 우아함을 선사하는 반면, 남성 고객에겐 어떻게 우아함을 선사할 수 있을까요? ‘울트라 씬’ 시계가 그 역할을 담당하겠죠. 셔츠 소매 아래 슬며시 보이는 슬림하고 슬릭한 시계야말로 우아한 스타일링의 완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와 함께 지난 10년간 남성 패션 트렌드에 비춰 생각해보면 가장 먼저 ‘슬림 핏’이 떠오릅니다. 남성 시계 부문에서 옥토 피니씨모는 패션 분야의 슬림 핏과 같은 의미입니다. 한편 기록에 대해 얘기하자면, 불가리는 세계적 워치 브랜드로서 끊임없이 불가능에 도전하고 울트라 씬 영역을 선도하는 선구적 워치메이커가 되고자 합니다. 2014년 첫 번째 피니씨모 모델(옥토 피니씨모 투르비용 매뉴얼)을 발표하면서 세계기록을 세웠고,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얇은 미니트리피터, 세계에서 가장 얇은 셀프와인딩 시계, 세계에서 가장 얇은 셀프와인딩 크로노그래프 등이 이를 방증합니다.





불가리 옥토 피니씨모 뚜르비용 크로노그래프 스켈레톤 오토매틱 워치와 섬세한 제작 과정.

울트라 씬 워치는 얇은 두께뿐 아니라 내구성이 중요합니다. 시계 개발 과정에서 내구성을 향상하기 위한 브랜드만의 특별한 노하우가 있나요? 모든 제품에는 수명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럭셔리 산업에서 시계와 주얼리는 내구성이 가장 뛰어난 제품군입니다. 불가리는 디자인 단계부터 ‘영원성’을 염두에 두고 설계합니다. 실제로 경매장에서 1~1.5세기 전 시계를 찾아볼 수 있을 만큼 시계는 그 가치가 영원불멸합니다. 불가리 옥토 피니씨모 라인에서 처음 선보인 스포츠 워치, 옥토 피니씨모 S는 내구성 강한 스틸 소재로 제작했습니다. 강도뿐 아니라 공급망에서도 투명성을 보장하는 소재로, 완전한 재활용이 가능합니다. 그뿐 아니라 내년부터 불가리는 100% 지속 가능한 새로운 패키징을 도입할 예정입니다. 이런 행보는 워치업계에서 불가리가 처음입니다. 더 나아가 또 다른 의미의 지속 가능성이란 관점에서 시계의 보증기간을 연장합니다. 9월 1일부터 구입한 모든 불가리 시계는 보증기간을 2년에서 3년, 모든 옥토 피니씨모 메커니컬 워치와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워치, 하이엔드 주얼리 워치는 2년에서 5년으로 늘렸습니다. 시간의 흐름에 구애받지 않고, 이 마스터피스를 사용하는 고객은 보증기간을 최대로 누리며, 시계의 정확성을 즐길 수 있도록 배려했습니다.
2020년 불가리 알루미늄 워치가 컴백했습니다. 1998년, 불가리 알루미늄 시계(이하 알루미늄)를 최초로 출시할 당시 오늘 참석자들은 10대, 20대였습니다. 따라서 그때 불가리 알루미늄이 얼마나 큰 반향을 일으켰는지 듣고 싶습니다. 당시 알루미늄 워치는 시계 산업을 뒤흔들 만큼 독특하고 멋진 시계였습니다. 세계 최초로 러버와 알루미늄이라는 전혀 예상치 못한 소재를 사용했고, 블랙·화이트 컬러를 사용해 강렬한 대비를 강조했습니다. 쿨하고 섬세하며 현대적 디자인으로 젊은 고객에게 각인되었습니다.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저를 포함한 신세대 사이의 워치 아이콘이었죠. 하지만 이 시계는 1998년에서 2008년까지 10년 동안만 판매했습니다. 지난 7년동안 많은 워치 리테일러(retailer) 관계자들은 제게 알루미늄 워치를 언제 다시 출시하는지 물었습니다. 실제로 2년 전, 아이들과 함께 여러 나라를 여행할 때 알루미늄 모조품이 여전히 판매되고 있는 걸 목격했습니다. 단종된 이후 20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고객들은 알루미늄 워치를 원했고, 훌륭한 시계라는 것을 다시 깨닫게 되었습니다.
알루미늄은 매우 가볍지만 내구성이 약한 소재입니다. 이런 소재의 근본적 한계를 어떻게 극복했나요? 이번에 선보이는 불가리 알루미늄 워치는 밀레니얼 세대에게 첫 번째 럭셔리 워치로 어필하도록 디자인했습니다. 이탈리아 디자인의 정수를 보여주며, 기계식 시계를 원하는 남성 고객의 니즈를 반영해 1998년 과거 모델과 달리 두 가지 기계식 무브먼트를 탑재했습니다. 반면, 스틸 소재 워치에 비해 내구성이 약하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모델에서는 애너다이징(anodizing) 처리한 알루미늄 소재를 사용했습니다. 이 단계를 거치면서 시계 표면의 내구성이 크게 개선되었습니다. 1998년에 사용한 알루미늄과 비교할 때 일상생활에서 생기는 스크래치나 외부 충격에 대한 강도를 세 배 정도 강화했습니다. 룩 자체는 지금도 시선을 사로잡는 1998년 당시 모습을 유지하지만, 소재와 성능 면에서 한층 진화한 것입니다. 트렌드와 미학적 코드를 반영해 케이스 지름도 38mm에서 40mm로 키웠습니다.





불가리 알루미늄 워치.

코로나19 상황인 요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온라인 스토어입니다. 불가리의 이커머스(e-commerce)에 대한 방향이 궁금합니다. 사실 코로나19 사태는 불가리 이커머스 플랫폼을 확장하는 데 촉매제 역할을 했습니다. 불가리 온라인 스토어는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전 이미 8개국에 진출한 상태였고, 2021년 말까지 추가로 8개국에 진출할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팬데믹이 발생하면서 그 일정을 앞당기게 되었죠. 현재 7월 초부터 총 16개국에 온라인 스토어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불가리 온라인 스토어는 전 세계적으로 전년 대비 150%라는 큰 성장을 기록했습니다. 이커머스는 오프라인 채널과 상호 보완적 역할을 담당하며, 이는 시계를 구매할 때 상당 부분 도움을 줄 것입니다. 시계는 레더 스트랩뿐 아니라 스틸, 티타늄, 알루미늄, 카본 등 다양한 소재의 브레이슬릿으로 선보이므로 자신의 손목에 맞추기 위해서는 오프라인 스토어를 꼭 방문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팬데믹 시대를 기점으로 불가리의 향후 시계 판매나 마케팅 전략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팬데믹으로 지난 5년간 우리가 관찰해온 트렌드가 더욱 빠르게 진행되었습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향후 몇 년간 시장에 어떤 일이 일어나든 누구나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가치를 지녀야 한다는 점입니다. 고객 소통이란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사람들은 럭셔리 제품을 구매할 때 진정성, 전문성, 세공 기술과 장인정신을 더욱 중시하게 될 것입니다. 가치 있는 물건이니까요. 오늘 공개한 시계도 진정성이라는 가치 아래 탄생한 제품입니다. 그뿐 아니라 그동안 불가리가 수립한 세계기록은 시계를 착용할 때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다음 변화는 코로나19 사태로 소통, 교류 방식이 상당 부분 바뀐 것입니다. 이 자리가 좋은 예죠. 아름다운 도시 제네바에서 마주하는 대신 이렇듯 화상 콘퍼런스로 여러분을 만나고 있으니까요. 미래엔 국가 간 이동도 줄어들 테고, 온라인으로 소통하는 빈도가 늘어날 것입니다. 사실 굉장히 효율적인 방법입니다. 에너지 소모도 줄이고 비용, 시간을 아끼면서 바로 소통할 수 있으니까요. 앞으로는 인플루언서나 미디어 파트너, 리테일 파트너와도 면대면이 아닌 디지털로 소통할 테고, 불가리는 대면과 디지털 소통 간의 균형을 맞추고자 더욱 노력할 것입니다.

 

에디터 정순영(jsy@noblesse.com)
사진 불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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