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에서 산을 오르지 않고 자연과 만나는 법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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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9-22

원주에서 산을 오르지 않고 자연과 만나는 법

산 속에 위치한 뮤지엄과 숲 속 카페, 소박한 맛집, 원주에 가면 보석처럼 숨겨진 곳을 발견하는 기쁨이 있다.





1 뮤지엄 산의 아치웨이. 포토스폿으로 인기 있다. 2 청조갤러리로 향하는 길목에 있는 삼각 코트.

지루했던 여름도 끝나고 얼굴에 스치는 바람의 온도가 다르다.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진 날, 가을 외투를 꺼내입고 길을 나섰다. 어디로 갈까? 목적지는 딱 2가지만 충족시키면 좋았다. 가까울 것, 즐길거리가 많을 것. 그때 머리 속에 원주가 떠올랐다. 어릴 때 작은집이 있어 자주 찾았던 원주는 개인적으로 치악산 말고 크게 볼거리가 없던 소도시라는 생각이 컸다.

2,3년 전부터 원주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당일치기 여행 코스로 회자되기 시작했다. 제2영동고속도로가 생기면서 한층 더 가까워진 원주를 알린 일등공신은 2013년 개관한 '뮤지엄 산'이다. 산 속에 위치해서 이름이 '산'인가? 뮤지엄 '산'은 'Space Art Nature'이 약자다. 물론 '산' (mountain)에 둘러싸인 공간에 자리해서 생긴 이름이기도 하다. 뮤지엄 산은 1997년부터 운영된 종이박물관과 2013년 개관한 청조갤러리로 이루어진 종합 뮤지엄이다.





1 워터 가든. 마치 건물이 물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2 백남준의 작품 '커뮤니케이션 타워' 3 기획전 <회화와 서사> 전.

뮤지엄 산은 안도 타다오의 건축과 제임스 터렐의 작품 2가지만으로도 찾을 이유가 충분하다. 안도 타다오는 도시의 번잡함으로부터 벗어난 아름다운 산에 자연과 예술이 어우러진 건축물을 설계했다. 조각공원부터 시작되는 동선을 따라가다보면 인생샷을 건질 수 있는 포토존이 즐비하다. 뮤지엄은 오솔길을 따라 웰컴 센터, 플라워 가든, 워터 가든, 본관, 명상관, 스톤 가든, 제임스터렐관으로 이어진다. 야외와 미술관을 자연스럽게 오가며 공원을 산책하듯 자연과 예술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자작나무 숲길을 따라 들어오면 워터가든을 만난다. 돌이 메워진 바닥에 얕고 잔잔한 물이 고여있는 물의 정원은 고요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총 1천500평에 달하는 '워터 가든'은 뮤지엄 본관 건물의 2/3를 감싸 안고 있어 마치 건물이 물에 떠있는 것처럼 보인다. 워터 가든의 중앙에는 빨간 색의 커다란 조형물 '아치 웨이'가 있다. 많은 이들이 인생샷을 남기는 곳이다. 내부 또한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설계되어있다. 안도 타다오는 곳곳의 유리창 너머 보이는 풍경의 각도까지 계산해놓았다. 노출 콘크리트라는 차가운 물성에 하늘과 빛과 물, 자연의 따뜻함을 담아내는데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건축가임이 분명하다. 청조갤러리로 향하는 길목에 있는 삼각 코트는 건축가에 의해 기획된 '무(無)'의 공간이자, 사람(人)을 상징하며 'ㅁ'의 대지와 'ㅇ'의 하늘을 연결해주는 공간이다. 백남준의 작품인 '커뮤니케이션 타워'는 테크놀로지가 가미된 현대판 성황당 돌탑을 떠올린다. 상설전인 <한국미술의 산책> 다섯 번째 전시, 한국 현대 추상화전에서는 한국 모더니즘의 문을 연 작가들의 수준 높은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기획전으로는 <회화와 서사>전이 열리고 있다. 모두가 그림의 주인공이며 자신의 이야기가 역사가 될 수 있는 회화의 힘을 주시했다. 이기주의, 개인주의가 아닌, 한 명의 내러티브가 세상을 움직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종이박물관은 우리 종이의 문화적 가치를 발견할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밖으로 나오면 경주의 신라 고분을 모티브로 만든 스톤 카든과 만난다. 원주의 귀래면 석산에서 채석한 귀래석을 재료로 부드러우면서도 강인한 한국의 선을 9개의 돌언덕으로 구현했다. 여러 개의 돌무덤 중 하나는 2019년에 문을 연 명상관이다. 빛이 쏟아지는 돔 형태의 내부 공간에서 나 자신과 만나는 명상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마지막 코스인 제임스 터렐관에서는 '빛의 마술사'로 불리는 제임스 터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필자가 간 날은 비가 와서 터렐이 연출한 인공조명 빛으로 가득 찬 공간 속에서 다양한 색채의 빛에 대한 체험을 할 수 있었다. Ganxfeld는 독일어로 '완전한 영역'으로 무한히 확장되는 듯한 공간 속 지각과 감각적 혼란을 경험하며 강렬한 LED 빛과 공간을 체험하는 작품이다. 터렐의 작품은 공간 속에서 빛을 바라보는 관람객의 경험을 통해 완성된다. 무한한 명상과 사색에 잠기며 힐링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뮤지엄 산 ADD  원주시 지정면 오크밸리 2길 260 T 033-730-9000





1 카페 사니다는 이름처럼 산 위에 자리잡고 있다. 2 카페 내부의 창가에서도 시원하게 펼쳐진 산의 전경을 내려다 볼 수 있다. 3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나왔던 저주 받은 성의 정문.

뮤지엄 산을 나와 또 하나의 산으로 향한다. 자연친화적인 카페 '사니다'는 이름처럼 '산' 위에 자리잡고 있다.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의 고문영 (서예지)이 살던 저주받은 성을 촬영한 장소다. (실제 성은 CG 고, 성의 입구만 촬영했다.) 8,200평의 규모로 산 하나를 통째로 차지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넓은 야외 테라스석과 루프트탑에서 보이는 전망이 아름다워 남녀노소에게 인기 있다. 다양한 빵과 파스타, 피자 같은 식사 메뉴도 판매한다. 입구에는 사니다 카페 힐링법이 적혀있다. 주문할 때 테이크아웃으로 요청한 후 자연 속에 마련된 돌 테이블에 앉아서 피톤치드를 가득 느껴보는 것, 돌 의자가 딱딱하면 인근에 있는 장독대를 열면 방석을 사용할 수 있다. 여유가 있다면 가벼운 산행을 해도 좋다. 정자와 야외 공연장을 통과하고, 폭포와 연못, 산다래 숲을 지나 바람의 언덕에 이어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사니다 ADD  원주시 호조면 칠봉로 109-128 T 070-7776-4422





산정집의 대표 메뉴 소고기말이.

어느새 점심 시간을 훌쩍 넘겼다. 원주에서 딱 한끼 아주 잘 먹었다는 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뭘 먹어야할까? 원주의 맛집으로 소문난 박순례손말이고기 산정집으로 향했다. 말이고기만으로 50년을 이어온 맛집이다. 한우 소고기말이는 한우 우둔살에 깻잎, 미나리와 쪽파를 올린 후 돌돌 말아서 만든다. 아삭한 채소와 야들야들한 고기가 환상의 조화를 이룬다. 말이고기를 다 먹은 후에는 된장찌개를 끓여 밥을 말아 먹으면 별미다. 원주에 왔다면 꼭 한 번 먹어볼만하다.
박순례손말이고기 산정집 ADD  원주시 천사로 203-15 T 033-742-8556





1 하이브로우타운에 가면 캠핑을 가지 않아도 캠핑 온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2 하이브로우타운 카페의 넓직한 내부. 간단한 식사와 맥주, 음료를 즐길 수 있다. 3 캠핑 용품 외에도 감성을 자극하는 다양한 아이템을 판매한다.

캠핑과 아웃도어에 빠진 사람이라면 소금산에서 차로 10분 거리, A&J 오토캠핑장 앞에 위치한 하이브로우 타운을 지나칠 수 없다. 하이브로우는 배우 이천희가 하는 감성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밀크박스로 대박을 낸 브랜드로 캠핑 마니아들에겐 이미 유명하다. 하이브로우 제품이 전시된 쇼룸과 카페에 가면 캠핑장을 가지 않아도 잠시 캠핑을 온듯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푸른 산으로 둘러싸인 야외석에 앉으면 탁 트인 뷰에 가슴이 탁 트인다. 붉은 벽돌로 된 건물, 높은 층고의 내부에 들어선 내추럴한 나무로 된 가구들이 미국 오리건 주의 포틀랜드를 연상시킨다. 캠핑 용품과 의류, 비누와 바디크림, 가드닝 용품까지 감성을 자극하는 세련된 제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HAUST 카페에는 샌드위치와 샐러드, 팬케익, 커피와 맥주 등의 음료를 판매한다.
하이브로우 타운 ADD  원주시 지정면 지정로 801 T 033-733-7980





1 실카페브러리 청춘. 도서관처럼 한쪽 벽이 책으로 가득 차있다. 2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나온 '할머니 손칼국수'에서 맛본 칼국수. 식당은 미로예술시장 안에 자리한다. 3 레트로한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미로예술시장. 청년들의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숍들이 많다.

자연과 어우러진 공간에서 힐링을 했다면 마지막 코스는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시장으로 향한다. 원주 시내에 자리잡은 미로예술시장은 모두 4개 동으로 이루어져 이름처럼 미로 같다. 레트로 분위기를 물신 풍기는 오래된 간판과 젊은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청년몰이 늘어선 골목은 그 자체로 볼거리가 풍부하다. 지난해 1월, 화재로 시장 건물 한 동이 대부분 불에 타 복구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조금씩 활기를 되찾아가고 있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나온 '할머니 손칼국수' 에 들러 칼국수와 팥죽으로 요기를 했다. 깔끔한 멸치 국물, 손으로 만든 쫄깃한 면발의 칼국수와 주인 할머니의 인심 만큼 넉넉한 새알심이 든 팥죽을 먹으니 속이 든든하다. 배를 채운 후 시장 내에 있는 카페브러리 '청춘'로 향한다. 카페의 한쪽 벽을 가득 채운 책들에 마음이 편안해진다. 다락방 같은 복층 구조로 되어있어 아늑한 느낌이다. 커피나 티 외에도 시그니처 메뉴인 플랫그린티와 과일청을 넣어 만든 차와 스무디 등의 음료를 판매한다.
미로예술시장 ADD  원주시 중앙동 중앙시장길6. 중앙시장 2층

미로예술시장에서는 길을 잃기 쉽지만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돌아다니면 길을 잃을 일도 없다. 시장 밖으로 나오니 어느새 해가 졌다. 원주에서의 길고도 짧은 하루가 지나갔다.

 

글, 사진 여하연
에디터 이태영(taeyi07@noblesse.com)
디자인 부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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