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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0-02

부산이 형형색색 물드는 시간

도시 곳곳에서 열리는 예술 축제, 부산비엔날레의 올해 타이틀은 '열 장의 이야기와 다섯 편의 시'다.

김희천, 탱크,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42분, 2019





맨디 엘사예, 출처 표기, 2019, 치즌헤일 갤러리 설치 전경, 런던, 영국. Courtesy of the Artist and Chisenhale Gallery Photo by Andy Keate

하나의 주제 아래 전 세계 유수의 작가들 작품이 한자리에 모이는 예술 축제인 비엔날레. 아시아의 작은 나라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 비엔날레도 무려 셋이나 된다. 올해 전 세계 미술인의 이목을 우리나라로 모을 계획이던 광주비엔날레,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그리고 부산비엔날레 가운데 광주와 서울의 행사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내년으로 연기되었다. 올해로 38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부산비엔날레는 지난해에 덴마크 출신 야콥 파브리시우스를 전시감독으로 위촉하고 행사를 준비해왔다. 그리고 이제 개막이 얼마 남지 않았다. 비엔날레는 ‘열 장의 이야기와 다섯 편의 시’를 타이틀로 9월 5일부터 11월 8일까지 65일간 부산현대미술관, 원도심 일대와 영도에서 열린다. 34개국에서 90명의 작가(문필가 11명, 시각예술가 68명, 음악가 11명)가 참여하는, 한마디로 문화 대축제다.

전시에 참여한 미술가와 음악가 79명은 배수아, 박솔뫼, 김혜순, 김금희, 마크 본 슐레겔 등 11명의 문학작가가 제시한 열 장의 이야기와 다섯 편의 시에 응답한다. 예를 들어 첫 번째 장 ‘나는 하나의 노래를 가졌다’는 부산현대미술관에서 열리는데, 배수아 작가의 죽음과 존재에 대한 글에 맨디 엘사예, 강정석, 쥬노 JE 김 & 에바 에인호른, 송기철, 요제프 슈트라우스, 마니 웨버 그리고 한국 전자음악가 오대리가 함께 화답했다. 두 번째 장 ‘매일 산책 연습’에서는 박솔뫼 작가의 부산에 대한 추억을 담은 글을 중심으로 인디록 밴드 세이수미와 시각예술가 아지즈 하자라, 허찬미, 장민승, 노원희, 에메카 오그보, 에르칸 오즈겐, 반디 라타나, 프란체스크 루이즈가 원도심 일대를 꾸몄다. 이렇게 문학과 예술, 음악은 한목소리가 되어 더욱 분명하고 견고한 부산의 모습을 전한다.





서용선, 체포된 남자, 캔버스에 유채, 250×200cm, 2003. Courtesy of The Artist and Suh Yongsun Archive





칼 홀름크비스트, 무제(단어 회화), 캔버스에 매직 마커, 183×183cm, 2017. Courtesy of the Artist and Galerie Neu, Berlin

이번 비엔날레가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러한 전시 기획과 ‘주제’다. 파브리시우스 감독은 이 기획에 대한 영감을 러시아 작곡가 무소륵스키의 1874년 전시 에서 받았다고 한다. 1873년 사망한 미술가이자 건축가인 친구 빅토르 하르만을 기억하고 기념하기 위해 10곡의 피아노곡을 2차원 작품으로 변환, 사운드스케이프를 만들어 선보인 전시였다. 이를 확장해 파브리시우스 감독은 문학을 예술 작품으로, 작품을 음악으로 전환하는 실험을 이번 비엔날레를 통해 보여준다. 전시 전체를 단단하게 뒷받침하는 문학이 바로 이 야심만만한 계획의 시작점이다. 부산과 관련된 젠더에 관한 이야기, 범죄 심리 스릴러, 드라마 등 다양한 작가의 목소리가 담겼다. 이들은 부산의 지역성을 사실에 기반해 문학적으로 또 허구적으로 재구성했다. 따라서 이러한 전시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고 보면 총 11개의 챕터로 구성된 전시가 내포한 하나의 거대한 이야기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비엔날레는 파브리시우스 감독에게 불가능에 가까운 도전이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그가 한국 문학 작가를 접한 것이 불과 1년여 전이다. 그렇기에 이 전시를 준비하면서 계속 시간에 쫓겼다고 한다. 그는 “특히 기다림의 시간이 제일 힘들었어요. 문학 작가들에게 전시 기획에 대해 설명하고, 글을 의뢰하고, 그 글이 결국 완성되어 번역되기까지 거의 8~10주 정도 걸린 것 같아요. 그 시간이 제겐 8년처럼 느껴졌죠. 글이 완성되어야 시각예술가 리스트를 만들고 섭외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막 90% 정도 함께할 시각예술가가 확정됐을 때 코로나19가 터진 겁니다. 그저 황망했어요.” 전시의 골조는 만들었지만, 당시 시각예술가 대부분의 작품은 이제 막 연구를 시작한, 또는 작업 초기 단계였다고 한다. 작가는 물론 기획자, 부산비엔날레의 실무자까지 모두 그들이 늘 생각하던 방식, 일하는 방법의 메커니즘을 완전히 바꿔야 하는 상황이었다. 매일 덴마크와 한국의 7시간 시차를 극복하며 5시간씩 영상 회의를 진행하는 등 이전에는 겪어보지 못한 고생을 하며 이번 전시를 구현했다는 점에서 파브리시우스 감독은 더욱 특별함을 느끼는 듯했다. 아무것도 확정적인 게 없다는 사실은 대부분의 사람에게 패닉을 안겨준다. 하지만 파브리시우스 감독은 사뭇 의연하게 말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더 유연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생각을 확장할 수 있었죠. 실제로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이런 엄청난 전시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배웠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슈테판 딜레무트, 아래로 가는 사람, 아크릴 박스, 석고, 새, 54×80×167cm, 2020

이번 부산비엔날레를 통해 우리는 사람의 ‘삶’이 중심이 되는 한 도시를 예술이 어떻게 물들이는지 지켜볼 수 있다. 파브리시우스 감독의 말처럼 사람들이 자갈치시장 같은 곳에서 삶에 필요한 양식을 찾듯 도시 전체에 설치한 작품을 통해 영혼의 위로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문학, 미술, 음악이 하나로 모였을 때 우리는 또 어떤 새로운 예술을 목격할 수 있을까.

 

에디터 정송(song@noblesse.com)
사진 제공 부산비엔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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